국회의원에게 국정감사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힌다. 많은 국회의원이 짧은 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1년을 준비한다. 시쳇말로 국감스타가 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다. 국감 때 의원 개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길지 않다. 대개 간사 합의에 따라 7분, 5분, 3분 식으로 줄어든다. 시간이 줄어들수록 의원 목소리는 빨라지고, 제한시간이 다 되면 마이크는 꺼진다. 의원들은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검지 손가락을 펴 내세우며 상임위원장을 애원하듯 바라본다. 시간 초과를 상관하지 않고 계속 말하는 의원도 많다.

국정감사에서 생경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성회 참고인을 부르더니, 몇 마디 하고 더 이상 마이크에 입을 대지 않았다. 김성회 참고인이 우선 할 말을 다 하자, 다음 질문을 짧게 하더니 경상도 어르신 말투로 "다 말해보소"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실상 자신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진 5분과 추가 질문 시간 3분, 총 8분을 김성회 참고인에게 준 셈이다. 덕분에 유저 의견이 국회 속기록에 남았다.

이상헌 의원은 게임유저 권익보호를 위해 'G식백과' 김성회 유튜버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보통의 국회의원이었다면 논란이 있는 게임사 대표를 불러 꾸짖는 모습만을 보였을 것이다. 흔히 국감에서 사용됐던 망신주기 방법이다. 이상헌 의원의 방법은 달랐다. 자신에게 주어진 8분을 김성회 참고인에게 모두 줬다. 그 덕에 김성회 참고인은 할 수 있는 만큼의 말을 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으로서 1년 중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순간에 말을 하지 않고 듣는 데 사용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꽉 찬 8분이 되었다.

특이한 장면은 이어졌다. 8분의 시간이 끝나자 홍익표 문체위원장이 김성회 참고인에게 3분의 시간을 더 제공했다. 홍 위원장 의중은 정확히 알 수 없겠으나, 지켜보는 입장으로선 김성회 참고인의 말에 흥미를 느껴 위원장 권한으로 3분을 더 준 것으로 보였다. 상임위원장이 참고인의 말을 더 듣고 싶어 시간을 더 준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김성회 참고인이 더 주어진 3분의 발언을 마치자, 홍 위원장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정부가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상헌 의원의 8분이 통했다.

이번 국감 이후로 우리 게임업계가 얼마나 변할지는 알 수 없다. 게임사 스스로 변하거나, 정부나 국회로부터의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미래엔 우리 게임업계가 변한 이유를 되짚어볼 것이다. 최근 게임업계에 일어난 트럭시위, 마차시위, 커피트럭, 소장제출, 유저간담회 등이 언급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상헌 의원이 말하지 않고 들었던 8분이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