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블리자드를 홀연히 퇴사한 '하스스톤'의 마스코트 벤 브로드(Ben Brode)가 정말 오랜만에 신작 카드 게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벤 브로드를 비롯해 해밀턴 추, 용 우 등 '하스스톤'의 주요 개발자가 모인 회사 '세컨드 디너'의 신작에다, 세계적인 마블 IP를 활용한다는 이야기에 한때 많은 관심을 받았던 '마블스냅'입니다.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BB의 유쾌한 미소를 닮은 '마블스냅'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을 표방합니다. 그만큼 간결한 규칙을 가진 대신, 마블 캐릭터들의 멋들어진 일러스트를 활용해 보는 재미를 살렸습니다.

게임명: 마블스냅
장르명: TCG
출시일: 2022. 10. 18.
리뷰판: 리뷰용 빌드
개발사: 세컨드 디너
서비스: Nuverse
플랫폼: PC / 모바일(Android, iOS)
플레이: Android


"솔리테어보다 더 쉽다" 알고 나면 정말 쉬운 게임 규칙

'마블스냅'의 정식 출시 일정이 공개되기 얼마 전, 벤 브로드는 유튜브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에서 그는 게임을 소개하며 "솔리테어보다 더 쉽다"고 말했는데, 그저 지나가듯 한 이야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말이 오랫동안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이제는 모두에게 익숙한 TCG인 하스스톤부터 전 세계적인 매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매직 더 개더링 시리즈까지, 더 넓게는 거의 대부분의 보드게임에 적용 가능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규칙'을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일 것입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끼리 편을 가르는 '데덴찌'조차 지역별로 규칙이 다른데, 온 세상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다면 이를 더욱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전에 이어져온 시리즈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게임인 '마블스냅'의 경우 게이머가 규칙을 빠르게 받아들이느냐 여부가 출시 후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벤 브로드' 또한 이런 맥락에서 솔리테어를 언급했으리라 생각합니다.

▲ 세 개의 지역 중, 두 곳을 장악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 핵심 규칙

솔직히 말하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기 전 그 영상을 처음 봤을때는 '마블스냅'이 어떤 게임인지 감을 잘 잡기 힘들었습니다. 한국어 자막도 달려 있었고, 벤 브로드 특유의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영상이었지만, 역시나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그 간단하다는 규칙이 어떤 것인지 잘 와닿지 않았죠.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니 튜토리얼 과정 안에서 빠르게 거의 모든 규칙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마블스냅'은 정말로 간단한 게임입니다. 한 게임이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끝나고, 플레이어가 구성할 수 있는 하나의 덱에는 열 두장의 카드밖에 넣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모든 게임은 6턴 안에 종료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 게임을 더 오래 하고 싶어도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세 개의 '지역'이 화면 중앙에 나타나며, 그 지역 중 두 곳 이상에서 상대방보다 높은 파워를 가지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세 곳을 모두 장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 최대한 전략적으로 카드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각 지역은 저마다 특색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마블스냅'의 게임플레이에서 중요한 것은 '카드'와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역은 모두 마블의 멀티버스에서 익숙한 곳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역별 특색에 맞는 기능이나 효과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와칸다 지역이 필드에 등장할 경우 해당 지역 주변에 파란색 보호막이 켜지며, 해당 지역에 배치된 카드는 절대로 파괴가 불가능하다는 규칙이 생깁니다.

이러한 지역들은 세 번의 턴에 걸쳐 왼쪽부터 차례대로 정체가 드러납니다. 어떤 효과를 가진 지역이 등장할 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그만큼 카드를 배치하는 데 많은 고민이 들어가게 됩니다. 개중에는 5번째 턴에는 무조건 해당 지역에 카드를 두어야 한다든지, 일정 턴 이후 서로의 카드가 뒤바뀌는 지역도 존재해 게임에 의외성을 부여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 카드는 저마다 코스트, 파워, 그리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카드'는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마블 IP에 등장하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멀티버스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정말 무궁무진한 수의 캐릭터가 등장하죠. '마블스냅'의 출시 시점에는 150여 종 이상의 카드가 수집 가능하며, 외형을 변경해 주는 변형 카드까지 포함하면 1,000여 종의 카드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이 카드들 또한 각 인물에 걸맞는 능력과 파워, 그리고 코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느 TCG와 다르지 않게 코스트가 높은 카드일수록 성능이 뛰어나며, 한 방에 지역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게임 하나의 턴이 6개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코스트 카드가 많이 사용되는 일은 크게 없다는 것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코스트는 턴을 따라갑니다. 1턴에서는 하나의 코스트를, 마지막 6턴째에는 6개의 코스트를 사용해 카드를 뽑을 수 있는 셈이죠. 때로 이러한 코스트의 수를 줄여주는 지역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어 유동적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위의 규칙을 따릅니다.

이제 다 됐습니다. 코스트에 따라 사용 가능한 카드를 지역에 배치하고, 배치된 카드의 파워 합이 높은 쪽이 그 지역의 승자가 됩니다. 이렇게 두 곳에서 승리를 이뤄낸 쪽이 게임을 이기며, 그 판에 걸린 코스믹 큐브를 독식합니다. 정말 간단하죠?

▲ 한 지역에서 비긴 경우, 나머지 지역의 파워의 합으로 승패가 결정됩니다,1점 차로 이김!

이러한 게임플레이 방식은 많은 TCG 유저들에게 익숙한 '전투'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흘러갑니다. 필드에 등장한 캐릭터끼리 공격을 한다든지, 명치를 때리거나 하는 식은 아니죠. 게임의 승패는 오직 지역에 배치된 카드의 파워로 결정되며, 이 파워를 더욱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마블스냅'의 핵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꽤 간단하게 즐기기 좋은 보드게임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편입니다.



자신감이 넘칠 때는 '스냅(Snap!)'을 외쳐요 (별로 없을 때 외쳐도 됨)

우리는 종종 무엇인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고민이 해결되는 순간에 손가락을 튕기고는 합니다. 마블 프랜차이즈에서는 어벤져스 시리즈로 인해 이 '핑거 스냅'에 상당한 의미가 붙었는데, 아마 엔드게임을 보신 분들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고결했던 핑거 스냅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게 계실 테죠.

블리자드를 나와 세컨드 디너를 창립한 벤 브로드는 인터뷰를 통해 회사 설립 직후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동료들과 꽤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작품인 마블스냅을 개발하기까지 여러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의했지만, 결국에는 맨 처음 손가락을 튕겼던 바로 그 게임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고도 말입니다. 마블과 스냅에 담긴 여러 의미는 게임에서도 꽤나 중요한 시스템으로 자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이렇게 고결한 핑거스냅이 또 있을까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中)

위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마블스냅의 바탕에는 '코스믹 큐브'를 걸고 상대와 겨룬다는 설정이 깔려 있습니다. 멀티버스에 포함된 수 많은 유니버스 속 코스믹 큐브를 더 많이 모으는 사람이 더 높은 랭크에 올라갈 수 있는 형태죠. 결국, 게임이 끝나고 나면 승자는 걸려있는 코스믹 큐브를 모두 쟁취하고, 패자는 그만큼의 큐브를 빼앗기게 되는 구조입니다.

보통 한 게임은 맨 처음 하나의 코스믹 큐브를 걸고 싸우게 되지만, 마지막 턴인 6턴에 와서는 큐브의 개수가 2배로 증가합니다. 6턴 안에 포기하는 사람이 없다면, 승자는 2개의 큐브를 얻고, 패자는 반대로 빼앗기는 시스템이죠.

'스냅'은 이 경쟁에 긴장감을 좀 더 불러일으키는 양념같은 존재입니다. 플레이 도중 누군가 스냅을 외치면 다음 턴부터는 걸려 있는 큐브의 갯수가 2배가 되고, 6턴에 들어서면 거기서 또 2배가 됩니다. 즉 게임을 플레이하는 두 사람이 모두 스냅을 외쳤다면, 마지막 턴에 들어서서는 8개의 큐브를 놓고 싸우게 되는 것입니다.

'마블스냅'은 튜토리얼 과정부터 이 스냅이라는 시스템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리스크를 안고 게임을 하게 되지만, 이겼을 때 보상은 배가 된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싶지 않다면, 중간에 게임을 포기하고 나가 큐브를 하나만 잃는 것도 정당한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 스냅으로 판돈(큐브)을 올리고 이기면 기쁨이 두 배, 아니 네 배!

뭔가 포커가 떠오르지 않나요? 상대방은 내가 가진 패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그 사람이 카드를 던질 만큼 레이즈를 하는 '블러핑'과도 닮은 측면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내가 불리한 상황이지만, 그럴 때 '스냅'이 또 빛을 발하는 장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영화 '타짜'에서 고니가 말한 것처럼, 쫄리면 죽는 겁니다.


마블 팬 수집욕 자극하는 카드 디자인

출시 전부터 관심을 받아온 '마블스냅'의 다양한 카드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나서 가장 마음에 든 요소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마블스냅'의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는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판에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게임을 통해 코스믹 큐브와, 각종 카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조각을 얻습니다. 이중 코스믹 큐브는 자신의 랭크를 올리는 데 사용되는 요소이며, 카드 업그레이드는 자신의 컬렉션 레벨을 올리는 데 사용하는 데 쓰입니다.

▲ 성능은 같지만,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변형 카드 (왼쪽)

카드를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은 특정 카드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외형을 바꾸는 목적입니다. 가장 처음 주어지는 모든 카드는 회색의 프레임 안에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이를 한 번 업그레이할 경우 '프레임 브레이크'가 되며, 캐릭터의 모습이 프레임을 뚫고 나와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얻습니다. 그 다음 '레어' 업그레이드를 하면 캐릭터가 홀로그램 카드처럼 보이기 시작하며, 스마트폰을 움직이는 대로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죠. 이런 식으로 점점 멋있어 지는 카드를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한 편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랭크가 더 중요할 수도 있지만, 카드를 수집하는 게임 측면에서는 이 '컬렉션 레벨'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새로운 카드와 각종 치장용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얻는 카드로 새로운 덱을 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플레이해 본 '마블스냅'에서 새로운 카드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컬렉션 레벨'을 올리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다른 TCG처럼 카드 팩을 판매하거나 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입니다. 벤 브로드가 인터뷰를 통해서도 "부스터팩을 팔 계획이 었다"고 못박았으니, 원하는 카드를 얻을 때까지 컬렉션 레벨을 올리는 것 외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 코믹스를 좋아한다면, 정말 수집욕 자극하는 카드들입니다

과금 요소로는 리뷰용 빌드 기준 '변형 카드'와 빠른 업그레이드, 시즌 패스 등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빠른 업그레이드는 8시간마다 가지고 있는 카드 중 3개를 일정 유료 재화를 사용해 빠르게 업그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는 무작위 카드의 성장 재료를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것이라도 노리지 않는다면 애정하는 카드를 업그레이드시켜주기가 정말 힘든 구조였습니다.

변형 카드는 같은 캐릭터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스킨'같은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호크아이라도 다른 작가가 그린 여러 가지 호크아이가 존재하는 것이죠. 이들은 모두 저마다 업그레이드 단계를 따로 가지고 있어서 일일이 성장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카드의 생김새가 모두 매력적이기에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라면 어느 정도 과금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 변형 카드는 과금을 통해 구입이 가능합니다


'잠깐 하는 게임' 그 이상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리뷰 빌드를 기준으로, '마블스냅'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게임플레이, 그리고 카드 업그레이드와 변형 카드를 중심으로 하는 카드 수집 시스템, 지속적인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는 시즌패스 보상과 랭크 정도였습니다. 한 판당 3분 정도면 빠르게 즐길 수 있고, 세 지역 중 두 곳을 차지하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하는 전략성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세로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되어 있어 어디서든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했고요.

수집욕에 불을 지피는 카드 디자인도 좋고, 보드게임을 닮은 게임플레이도 다 좋았지만, 역시나 마블 팬의 입장에서는 좀 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마블 멀티버스의 매력 넘치는 세계관을 활용한 캠페인이라든지, 좀 더 진득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요소도 하나 정도 있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컬렉션 레벨이.. 10,000을 넘어가는데...?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 간단하고 짧은 게임플레이를 중심으로 주변 기능들이 디자인된 영향인지, '무작위'로 얻어야만 하는 것들이 조금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무작위는 모바일게임 대다수에 존재하는 '뽑기'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마블스냅'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카드를 뽑아서 사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예정이죠.

문제는 바로 게임 플레이 이후 얻게 되는 카드의 업그레이드 재료라든지, 컬렉션 레벨을 올렸을 때 받는 새로운 카드, 8시간마다 바뀌는 빠른 업그레이드 대상 카드나 변형 카드 상점 목록들이 모두 무작위라는 것입니다.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진정으로 애정하는 마블 캐릭터를 코빼기도 볼 수 없는 현상이 생길 수는 있다는 것이죠. 또, 상대방의 덱에서 본 마음에 든 카드가 언제쯤 내 컬렉션 레벨에서 해금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앞으로 '마블스냅'은 멀티버스의 무한한 매력을 발산할 많은 기회가 펼쳐져 있습니다. 게임의 핵심이 되는 카드 대결은 정말로 단순하면서도, 빠르게 몰입 가능한 규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마블 IP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폰트가 큼직큼직해서 한국어가 좀 어색한 편인데, 출시 시점에는 보완되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