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최악의 범죄 행위 중 하나로서 세계적으로도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범죄를 수없이 저지른 끝에 최악의 연쇄 살인범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존재하는데요. H.H.홈스는 연쇄 살인범 중에서도 특이한 범죄 행각으로 미국 최초의 연쇄 살인범이자 최악의 살인마로 불리는 존재입니다. 국내에선 이름보단 살인의 성 혹은 살인 호텔로 익히 잘 알려졌죠.

슈퍼매시브 게임즈는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의 4번째 작품의 메인 테마로 H.H.홈스의 살인 호텔에 주목했습니다. 그가 성이라고 불렀던 건물은 숨겨진 방과 비밀 통로만 100개가 넘었으며, 각종 함정과 독가스, 지하 연구실 등 은밀한 범죄 활동에 최적화된 장소였는데요. 이러한 특징을 각색해 기존 시리즈 작품과는 또 다른 게임 플레이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 미국 최초의 연쇄 살인범이자 최악의 살인마인 H.H.홈스

'더 데빌 인 미(The Devil in Me)'는 2019년부터 이어진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의 시즌 1을 마무리하는 게임입니다. 내부적으로도 뜻깊은 작품인 만큼 주제 선별 과정에서 심혈을 기울였고 가장 이상적인 호러 분위기를 낼 수 있으면서 현실의 주제를 각색할 수 있는 것으로 H.H.홈스, 그리고 살인 호텔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식 출시에 앞서 사전 체험할 수 있는 버전은 1부의 후반부까지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개발사는 이번 작품은 약 7시간 정도의 분량을 갖췄다고 언급했는데요. 체험판의 총 플레이 타임은 대략 1시간 30분 내외로 기승전결에서 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흥미로워지려는 찰나에 딱 끝나서 굉장히 아쉬웠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체험기의 소감을 전달해볼까 합니다.

▲ 게임 내에 수록된 영상에서 다큐멘터리로 배경에 관한 정보를 보충해주기도 한다

더 데빌 인 미는 앞서 언급했듯 H.H.홈스의 살인 호텔을 주제로 담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살인 호텔을 배경으로 하진 않고 해당 건물을 재현한 장소를 투어 한다는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의 살인 호텔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으며, 가장 큰 차이점으로 테마 파크에서나 볼 수 있던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게임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로닛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 못해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던 중 그랜섬 듀멧이라는 자를 통해 살인 호텔을 재현한 호텔 초대장을 받게 되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던 로닛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이 호텔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슈퍼매시브 게임즈의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본 작품 역시 상황에 따라 등장인물을 바꿔가며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로닛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자 감독인 '찰리',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에린', 장비 담당 직원 '제이미', 더빙과 배우 역할의 '케이트', 마지막으로 촬영 담당 '마크'가 있죠.

▲ 셀카봉이 없다면 절대 얻을 수 없었을 아이템

플레이어는 등장인물을 조작하면서 숨겨진 증거와 키워드 등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진행 방식은 앞서 언급했듯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다만,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캐릭터 인벤토리와 도구를 활용하는 퍼즐, 그리고 다채로워진 액션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 인벤토리는 게임 내에서 습득하게 되는 아이템을 보관하는 말 그대로 인벤토리였습니다. 그리고 특정 캐릭터는 처음부터 각자의 직업 역할이 맞는 장비를 인벤토리에 갖고 있었는데요. 흡연가인 찰리는 라이터를 갖고 있었고 촬영 담당 마크는 카메라와 셀카봉을 갖고 있었죠.

체험판에서는 캐릭터마다 고유의 장비를 활용해 같은 장소에서도 캐릭터마다 얻을 수 있는 증거가 달라지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촬영 보조 역할도 수행하는 에린은 마이크와 헤드셋 등의 음향 기계를 들고 있었는데요. 이를 활용해 벽에서 미세하게 들리는 소리를 추적하는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또한, 마크는 셀카봉을 활용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책을 꺼내서 볼 수 있었습니다.

▲ 수집한 증거는 언제는 메뉴창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체험판에서는 이러한 도구를 적극 사용해서 어떤 퍼즐을 풀거나 숨겨진 곳을 찾아내는 등의 활동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1부의 내용만 담고 있어 맛보기 수준에 그쳤죠. 다만, 맛보기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전작과 게임을 진행하는 수준에서 꽤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에 힌트가 될 사물과 상호 작용하는 상황에서도 세부적인 조작이 가능했는데요. 상호 작용은 단순히 해당 물건을 챙기는 것뿐만 아니라 가구를 끌어서 넘어갈 수 없는 곳을 넘어가는 등의 퍼즐도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퍼즐 플레이가 후반으로 갈수록 심화한다면 캐릭터마다 가진 도구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주변 사물을 잘 활용해야만 원활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다양하게 엮여있는 비밀을 수집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슈퍼매시브 게임즈는 작품마다 나비 효과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정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전에 플레이했던 것들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다채로운 분기점과 엔딩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서 득이 될지 혹은 업이 될지 상황이 닥치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 언제나 심사숙고해서 선택하게 만드는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체험판의 분량이 극 초반만 다루다 보니 활동마다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플레이어의 활동이 어떤 식으로 미래에 영향을 줄지는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어가 특정 캐릭터를 조작할 때 주변 사람과 대화가 이뤄집니다. 예를 들면 첫 장면에서 찰리가 에린에게 담배를 찾는 상황이 나타나는데요. 이때 대화 선택지 중에서 에린을 몰아붙이는 듯한 선택지를 고르면 '고압적임'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에린과의 관계가 살짝 나빠지게 됩니다.

▲ 선택에 따른 결과가 반영되는 스토리인 만큼 심사숙고해서 고를 필요가 있다

캐릭터마다 이러한 관계를 회복하거나 나쁘게 만드는 대사가 종종 등장했으며, 제한된 시간 내에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대화뿐만 아니라 떨어지는 물건을 재빠르게 잡아내거나 혹은 움직임의 방향을 선택하는 등의 액션도 포함하고 있었죠.

원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선 흐름을 파악하고 유추해내는 눈치와 재빠른 손놀림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정적일 수 있는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에서 이러한 시스템은 게임 플레이에 긴장감을 더해주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렇게 얻은 키워드는 언젠가 나비 효과가 되어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 인물 간의 상황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호러 게임으로서의 더 데빌 인 미는 완벽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게임의 주요 배경이 H.H.홈스의 살인 호텔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각색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있던 흉악한 곳을 재현한 만큼 호러 분위기를 살리는 데 아주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H.H.홈스는 호텔에 있는 모든 곳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게임 내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미지의 존재가 플레이어를 감시하는 듯한 장면을 주기적으로 연출하고 있으며, 특정 장면에서는 직접 등장해 스토리에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했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살인 호텔을 테마로 만든 호텔이라는 장소의 특징을 살려서 각종 로봇이 등장해 현실적인 살인 호텔과는 다른 게임으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로봇을 활용한 점프 스케어도 등장해 알면서도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종종 등장했습니다.

▲ 이 장면은 불이 꺼지는 것보다 소리가 정말 압권이었다

풍부한 사운드와 고립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환경 구성, 등장 인물의 세밀한 표정 연기는 순식간에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이러한 공포 연출에 있어서 지금까지 수많은 호러 게임을 만들어왔던 슈퍼매시브 게임즈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죠.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캐릭터들의 숨소리가 너무 격렬하게 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숨소리에서 들려오는 압박감과 긴장감이 괜찮게 다가왔는데 거의 숨넘어갈 정도로 헐떡거리니까 신경을 안 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숨소리를 조금만 줄인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번역 상태도 어색하지 않았고 표정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1시간 30분 정도의 게임 플레이가 정말 순식간에 끝났다고 느낄 정도로 더 데빌 인 미는 재미있었습니다. 슈퍼매시브 게임즈 특유의 정형화 된 게임 플레이가 어느 정도 느껴지긴 했지만, 앞서 언급했던 인벤토리의 추가와 퍼즐 시스템 덕분에 전작과 다른 진행 방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의 시즌 1을 장식할 더 데빌 인 미는 오는 11월 18일 정식 출시 예정입니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를 동시에 제공하며, 한 명의 친구와 온라인에서 멀티 플레이로 즐기거나 혹은 오프라인에서 5명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도 있죠. 전작인 쿼리에서 멀티 플레이로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이를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가오는 연말에 친구들과 호러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더 데빌 인 미를 주목하길 바랍니다.

▲ 살인 호텔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