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서는 아쉽지만,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니까


거의 30여 년 가까이 축구 게임의 대명사 역할을 해 온 EA 스포츠의 'FIFA'시리즈는 이번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 FIFA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리즈는 'EA 스포츠 FC'라는 이름으로 계속 이어가겠지만, 이번 FIFA 23에 보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던 이유 중에는 분명 마지막으로 FIFA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작품이라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 출시 전부터 떠들썩하게 홍보했던 각종 요소들은 기존 플레이어 입장에서 보기에 게임에 주효한 변화를 주는 것도 아니었으며, 출시 전후로 발생한 여러 문제가 겹쳐 유저 평점도 상당히 낮은 상태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FIFA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실망이 느껴진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EA 스포츠 FC'를 준비하는 작품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의외로 여러 가지 변화를 통해 새롭고, 보다 섬세한 축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FIFA23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게임명: FIFA23
장르명: 스포츠
출시일: 2022.09.30
리뷰판: 1.000.002
개발사: EA 스포츠
서비스: EA 스포츠
플랫폼: PC, Xbox, PS, Switch
플레이: PS5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달라진 건 맞는데, 크게 체감되지 않는 FIFA23의 변화들

먼저, EA 스포츠는 FIFA23의 출시 이전부터 지난 시리즈와 달리 보다 사실적인, 실제 축구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많은 요소를 개선하고,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요소들이 추가되었지만, 아직 스피드가 빠른 선수들이 최고라든지, 득점하는 데 있어 공식과 같은 경로들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확연히 체감되지 않는 것 뿐이지, 달라진 점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파워 슈팅같은 새로운 기술이 생겨 좀 더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득점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되었는데, 특히 파워 슈팅을 성공했을 때 느낌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선수별로 전력 질주 시 최대 속도를 내는 구간을 다르게 배정하는 등, 기존의 플레이 감각과 다른 느낌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프리킥이나 패널티킥 상황에서도 전작과 다른 게이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으로 변화를 꾀했는데, 이 부분들도 방향이나 힘을 정하는 데 있어 좀 더 직관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특징으로 EA 스포츠는 개선된 하이퍼모션을 통한 수비 강화를 꼽았는데, 버튼을 누르고 있는 정도에 따라 태클의 세기를 정하거나, 마찬가지로 패스 시 힘조절을 할 수 있어 꽤나 세밀한 컨트롤을 필요로 합니다. 90분 간의 경기 도중 매 순간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한 번 중독되면 계속 생각나는 파워 슈팅!

이처럼 하나하나 뜯어놓고 보면 변화한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어째서 전반적인 경험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껴질까요?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스피드가 높은 선수들이 대부분의 득점을 가져간다거나, 여러 경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재미보다는 그저 이전에도 계속 해왔던 방향으로 게임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작에서 개편되고, 보완된 '하이퍼모션2'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EA 스포츠가 출시도 전부터 굉장히 강조하던 핵심적인 기술 중 하나로, 전작에 적용된 '하이퍼모션'의 여러 모션을 보완하면서, AI의 힘을 빌려 더욱 사실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주된 골자입니다. 특히, 스페인 경기장을 빌려 남녀 프로 축구팀의 풀타임 경기를 모두 촬영해 데이터로 활용했다는 점은 개발사가 얼마나 '하이퍼모션'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경험해본 '하이퍼모션2'가 전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라면, 개인적으로는 PC버전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FIFA22에서는 PS5와 Xbox Series 콘솔에서만 지원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거기에 더해 관중과 경기장의 그래픽, 골망에 적용된 물리엔진이 더해지면서, 비주얼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 우당탕탕 하이퍼모션2

하지만 문득, FIFA23의 '하이퍼모션2'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핫한 주제인 AI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기본이 되는 스케치와 몇 가지 키워드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주는 AI는 이제 미술 대회에서 수상을 할 정도로 놀라운 퀄리티를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죠.

하이퍼모션2도 그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대부분의 순간에서는 축구선수들의 매우 부드럽고, 사실적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모션캡쳐 데이터에 기반한 움직임인 만큼 완성도 넘치는 애니메이션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실시간 경기 중이나 리플레이 화면에서 고장난 듯한 움직임을 보일 때도 존재하긴 합니다.

앞으로도 EA 스포츠의 축구 게임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는 한, '하이퍼모션'을 시작으로 인게임 모션을 사실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지금도 보기에 충분히 좋지만, 앞으로 더욱 발전할 여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는 변화 대비 체감이 조금 덜 된 반면, 커리어 모드와 VOLTA 풋볼, 프로클럽 등 각종 콘텐츠에서는 상당히 굵직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가볍게 혼자서, 또는 친구와 즐길 수 있는 VOLTA 풋볼과 프로 클럽은 진행도를 통합하여 어떤 콘텐츠를 즐기든 함께 진행도를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리어 모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선수 커리어와 감독 커리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진행할 수 있으며, 감독 커리어 모드 중에는 실존하는 감독을 선택해 팀을 운영할 수 있는 콘텐츠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콘테 감독이 되어 토트넘을 이끌 수도 있고,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해 새내기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선수 커리어 모드는 세 가지 개성을 바탕으로 보다 특징적인 선수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새롭게 생겼으며, 축구 실력 외적으로도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쇼핑을 하는 등 축구 외적인 활동 또한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변화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경기가 있는 날은 해당 게임의 일부 또는 하이라이트 부분만 직접 뛰도록 하는 기능을 활용해서 반복적인 게임플레이를 최소화하며 선수를 육성하는 것 또한 가능했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하나를 꼽자면 이번 작품에서도 여자 축구선수의 커리어 모드는 없었다는 점이겠습니다. 마지막 FIFA 시리즈를 장식하며 처음으로 글로벌 표지 모델에 여자 축구 선수를 기용하고, 또 시리즈 처음으로 여자 클럽 축구를 추가했음에도 말이죠. 물론, 최근 발표를 통해 여자축구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는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FUT 모멘트' 추가, 그래도 P2W는 변함이 없는데...

▲ 선수 사이의 조직력 라인이 사라지긴 했지만...

사실 매년 이어져오는 FIFA 시리즈를 즐기는 이들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바로 FUT일것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스쿼드 구성 시 조직력 합산 방식에 큰 변화를 주었다는 것이 핵심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선수 사이의 케미스트리 라인이 사라져 스쿼드 전체의 조직력에 집중해 선수 풀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포지션이나 조직력에 따라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물론 선수의 주요 포지션이 아닌 곳에 배치할 경우 당연히 큰 활약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스탯만큼의 성능은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거기에 선수들의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는 아이템 등을 지원해 자신만의 드림팀을 꾸리는 것도 꿈만은 아니고요.

다만, 자신만의 드림팀을 꾸리는 데 있어서 자신의 지갑을 어디까지 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국내외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원래도 FUT는 원하는 선수를 뽑기 위해 어마어마한 과금을 필요로 하고, 과금한 만큼 강력한 스쿼드를 꾸릴 수 있는 게임이었지만, 정작 거기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는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미니 챌린지 스타일의 'FUT 모멘트'가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간단한 미션부터 시작해 점점 난이도를 올려나갈 수 있는 미니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신의 FUT 스쿼드를 활용해 이를 클리어하고, 보상으로 얻은 별을 모아 카드 팩으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FUT를 가볍게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같은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한 시간동안 진행되는 특별한 FUT 모멘트의 경우에는 입장 자체부터 곤란한 경우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예를 들어 리버풀 클럽을 무대로 하는 FUT 모멘트의 경우, 자신의 스쿼드에 일정 이상의 프리미어 리그 선수와 리버풀 선수가 구성되어 있어아만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카드팩을 얻으려고 하는 콘텐츠를 위해 카드팩을 까야 하는 불쌍사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정리하자면, FIFA23의 FUT는 무과금으로도 게임플레이를 통해 얻은 재화로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창구를 하나 더 늘리는 데서 일부 변화를 꾀했지만, 과금 없이는 성장이 힘든 본질적인 구조는 그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출시 초기 발생한 여러 문제와 더불어 게임의 유저 평점을 급격히 하락시킨 원인이기도 하죠.

다만, 새롭게 도입된 FUT 모멘트는 게임에 처음 입문한 이들에게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를 알려주는 튜토리얼의 요소로도 사용된다는 점은 나름의 의미를 갖습니다. 단계별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옵션 창에서는 잘 알려주지 않는 다양한 기술 조작을 배울 수도 있고요. 여러모로 초심자를 배려하는 요소가 곳곳에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 소소하지만, 게임을 배우고 익히는 데에도 좋은 FUT 모멘트



축구 게임 입문자라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 꽤나 인상적인 튜토리얼이었던 '훈련 센터'

초심자에 대한 배려 이야기가 나온 김에, FIFA23의 훈련 센터 시스템은 상당히 인상깊은 튜토리얼 중 하나였습니다. '튜토리얼'이라는 콘텐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인게임 플레이 도중 할 수 있는 여러 동작들을 도전과제 식으로 제공해 주는 스타일입니다.

처음 FIFA를 접한 입문자의 경우 게임의 메인 메뉴를 들어가면 어떤 것부터 눌러야 할지 막막하겠지만, 훈련 센터를 누르면 챕터별 도전 과제와 함께, 여러 가지 게임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한 번에 한 동작씩 연습할 수 있는 게임을 직접 만들 수도 있으며, 클래식 매치를 통해 풀타임 경기를 뛰면서 동작을 배울 수도 있죠.

챕터별 도전과제를 클리어하는 것으로 훈련센터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챕터를 클리어한 이후에도 이를 계속 활성화시켜둘 경우, 게임 플레이 도중 버벅거릴 때마다 오른쪽 위에서 친절히 "그럴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설명을 해 주기도 합니다. 또한, 훈련 센터의 단계가 낮을 경우 인게임 내 패스나 슈팅의 방향, 각도 등을 보여주는 UI가 활성화 되어 보다 정확하게 내가 어디서 얼마나 힘을 줘야 유효 슛을 펼칠 수 있는지 감을 잡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런 지시 화면은 특히 새롭게 추가된 파워 슈팅을 할 때 가장 체감이 컸는데, 슈팅 직전 딜레이동안 정확한 방향을 입력해야 하는 파워 슈팅의 특성 상 공이 나갈 위치를 눈으로 보여주니 더욱 체득하기가 편리했습니다.

이러한 훈련 센터에 더해, FUT 콘텐츠에도 새롭게 등장한 FUT 모멘트를 곁들이면 FIFA에 새롭게 입문하는 게이머에게는 더없이 좋은 교보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멀티플레이를 위주로 하지 않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도 전작과 비교해 확연히 나아진 경기장과 관중의 그래픽, 선수들의 모션을 보며 즐기는 것 만으로도 퇴근 후 시간을 보내기 썩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 훈련 센터 초반에 보여주는 슈팅 궤적, 입문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FIFA 시리즈의 마지막, 그럼에도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


정리하자면, FIFA23은 전작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거나, 바뀐 부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다 사실적인 축구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한 작품인 것도 맞습니다. 기존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 모든 변화가가 크게 와닿지 않고, 겉치레라는 느낌이 들 수 있겠으나, 시리즈에 처음 입문하려는 사람에게는 여러 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또 훈련 센터라는 시스템을 통해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를 배우기도 좋은 작품입니다.

리뷰를 시작하면서도 언급했듯, 'FIFA'의 이름을 걸고 출시된 마지막 게임에 갖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사람이 많았을 것입니다. 거기에 출시 초반 발생한 PC 플랫폼 접속 불가 현상같은 문제까지, 삐걱거렸던 게임의 출시는 지금도 유저 평점이 증명하고 있죠.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EA 스포츠가 축구 게임 개발을 끝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변화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시점으로 바라본다면, 조금 더 자비로운 시선에서 앞날을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예로, 곧 FIFA 23은 다가오는 카타르 월드컵과 내년 호주 여자 월드컵 시즌을 맞이해 게임 내 최초로 남녀 월드컵을 모두 업데이트할 계획입니다. 또 최근 EA스포츠가 여자축구 생태계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UEFA와 파트너십 관계를 가져가는 것도 미래를 준비하는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겠죠. 내년 초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가 게임에 도입될 예정이니, 멀지 않은 미래에는 여자 선수 커리어 모드 추가도 꿈꿔볼 수 있겠습니다.

게임 외적으로 다양한 파트너십을 전개하는 EA 스포츠의 모습은 기존 시리즈와 비교해 큰 한 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축구연맹과의 헤어짐 이후, 그리고 예전부터 시작된 축구 클럽 라이선스 경쟁 과정에서 다음 'EA 스포츠 FC'가 어떤 모습으로 게이머들 앞에 나타날 지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