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신작 루트슈터 '퍼스트 디센던트'의 베타 테스트가 종료됐다.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루트슈터 게임이라는 기대감 때문일까. 퍼스트 디센던트는 베타 테스트 첫 날 36,768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베타 테스트는 기본적인 전투부터 계승자 생성 및 육성, 레이드 등 게임의 대부분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었다. 덕분에 퍼스트 디센던트가 추구하는 게임의 매력과 아쉬운 점 등을 파악하기 충분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체험할 수 있었던 이번 베타 테스트의 전체적인 평가는 어땠을까. 국내외 커뮤니티와 매체 평가를 기준으로 후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 이미지 출처 - 스팀DB



베타 테스트에서 느낄 수 있던 퍼스트 디센던트

첫 공개 당시 퍼스트 디센던트의 트레일러를 보고 많은 사람이 번지사의 데스티니 가디언즈를 떠올렸었다. 똑같은 장르에 SF 세계관을 채용했고 외계 세력의 침략을 막아낸다는 설정은 확실히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러한 설정과 더불어 개발사에서도 데스티니 가디언즈를 많이 참고 해서 개발 중이라고 언급하였기에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가 해당 게임과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실제로 해본 퍼스트 디센던트는 데스티니 가디언즈보다 디지털 익스트림스사의 퍼스트 워프레임에 가까웠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을 구성하는 프레임은 데스티니 가디언즈인데 그 속을 채우는 것은 워프레임이라고 해야 할까.

다만, 계승자라는 캐릭터를 생성 및 육성하고 다양한 무기와 룬을 수집해 캐릭터의 스펙. 즉, 수치를 강화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루트슈터보단 정통 MMORPG의 육성 방식에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넥슨은 과거부터 MMORPG 개발을 해왔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장 친숙한 방식에 슈팅 액션을 더하면서 이러한 구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베타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었던 퍼스트 디센던트의 매력 포인트는 그래플링 훅을 이용한 액션과 다양한 계승자를 육성하는 재미, 룬을 수집하고 강화해서 나만의 빌드를 만들고 스펙을 올리는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중 핵심은 계승자와 룬을 조합한 빌드 설계다.

게임 내에는 무기 타입에 영향을 주는 다섯 가지의 룬과 계승자 스펙을 높여주는 계승자 룬이 존재한다. 룬은 단순하게 공격력을 올려주는 것부터 총기 재장전 시간 단축, 헤드샷 범위 축소, 원소 공격 보조 등의 다양한 효과를 갖추고 있으며, 계승자의 포지션과 룬의 효과를 조합하면 스킬의 효과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가령, 베타 테스트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구사한 버니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전기 속성 공격을 펼친다. 이러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조해주기 위해 재장전 시간이 적고 근접에서 막강한 공격력을 뿜어낼 수 있는 기관단총을 주력으로 쓰고 전기 속성 타격 시 범위 피해, 재장전 시간 단축, 이동 중 자동 재장전, 비 조준 사격 시 피해 증가 등의 룬을 사용한다면 버니의 빠른 이동과 전기 속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운용할 수 있다.

▲ 기동성을 살릴 수 있는 무기와 룬 세팅으로 버니만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정식 출시 이후에는 더 많은 계승자와 룬이 등장하면서 지금보다 다양한 빌드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빌드 구축 및 육성 게임 특성상 새로운 룬이 과거의 캐릭터와 또 다른 시너지를 내며, 업데이트 숫자 이상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다만, 베타 테스트에서 선보였던 빌드는 향후 어떤 식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지 선뜻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편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룬 효과는 루트슈터라면 정말 기본적인 스펙으로 봐도 될 정도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캐릭터의 스펙에 영향을 주는 룬 위주로 이뤄져 있었다. 룬을 추가해서 내가 못하던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할 수 있던 것에 더 강한 효과를 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육성에 따라 계승자가 강력해지는 것은 확실히 체감될 정도로 성장의 폭이 크긴 하다. 힘겹게 잡던 보스를 빠르게 잡게 되면서 얻는 쾌감 역시 이러한 육성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 요소 중 하나다.

▲ 단순히 능력치 강화 위주로 구성된 룬

그러나 나만의 빌드를 만들어 가는 게임 측면에서 본다면 단순히 수치만 올려주는 육성 방식은 빌드의 획일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계승자마다 스킬과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니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대미지로 적을 찍어누르는 플레이로 귀결된다면 앞으로 어떠한 계승자가 나와도 최대한 단시간에 피해를 집중할 수 있는 계승자만 사랑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흐름을 막고자 한다면 베타 테스트에서 선보였던 수치 강화 위주의 룬이 아니라 계승자의 능력과 연동해서 효과를 키울 수 있는 룬이 많이 나와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및 해외 게이머들의 평가

퍼스트 디센던트를 향한 국내 게이머의 평가는 꽤 호불호가 나뉘었다. 아무래도 루트슈터 장르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처음 접한 게이머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존에 루트슈터를 즐기던 게이머 사이에서도 호블호는 나뉘었는데 그중에서 워프레임 유저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계승자를 만들고 룬으로 강화하는 방식에서 익숙함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긍정적인 평가는 대부분 그래픽과 그래플링 훅을 사용하는 스타일리쉬한 전투, 거대 보스와 전투하는 요격전 등이었다. 그래픽은 아직 최적화가 부족해 사양을 많이 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최신 게임다운 화려한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플링 훅을 활용하는 액션도 맵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괜찮았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적에게 발사해 돌진 후 공격하거나 보스의 약점 부위를 파괴하는 등 단순한 이동기가 아닌 전투 일부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이에 따른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었다.

▲ 그래플링 훅의 직관성 개선은 필요하겠지만 꽤 참신한 설정이다

요격전은 다른 루트슈터 장르와 달리 육성한 캐릭터의 스펙을 적극 활용해서 보스를 빠르게 공략하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거신의 외형과 그에 따른 패턴도 꽤 다양한 편이었고 약점 부위를 공략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어 재미있게 느껴졌다.

계승자 간의 디자인은 어느 정도 호불호가 나눴다. 일부는 너무 K게임 스타일이 묻어나는 외형에 개성이 없다고 평가했지만, 대부분 게이머가 예쁜 외형과 디자인 덕분에 보는 맛이 좋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계승자 커스터마이징과 스킨 등의 꾸미기 요소도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아쉬운 점은 무기 및 빌드의 단조로움, 밋밋한 타격감, UI 및 편의성, 레벨 디자인 등이었다. 빌드에서 아쉬웠던 점은 앞서 언급했으니 넘어가고 무기의 단조로움은 많은 게이머가 공감하는 것 중 하나였다. 무기마다 특징이 뚜렷하지 않다고 느꼈고 이에 따라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 무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무기마다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부족한 느낌

밋밋한 타격감도 무기의 단조로움에 아쉬움을 더해주는 것 중 하나다. 가장 박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샷건조차 아쉬운 타격감을 보여줬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로켓런처와 같은 특정 무기의 위력이 낮아 전체적인 밸런스가 아쉽다는 의견 역시 찾아볼 수 있었다.

UI 및 편의성도 타격감 다음으로 자주 거론됐던 아쉬움 중 하나이다. 베타 테스트라는 점을 고려해도 디자인 구성이 살짝 올드하다는 평가가 있었고 가방 크기와 아이템 정리, 일괄 분해, 룬 강화 등의 편의성 측면에서도 제대로 제공해주는 것이 없어 불편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아이템 루팅도 범위가 좁아서 자꾸 멈추게 되니 전투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아쉬움도 이따금 찾아볼 수 있었다. 맵 및 몬스터 디자인과 스토리 구성, 파티 시스템 등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한 루트를 진행할 때 너무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파티 시스템은 간혹 같은 미션을 진행하지 않게 되면서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관한 아쉬움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한편, 루트슈터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국내와 달리 해외는 데스티니 가디언즈, 워프레임, 디비전 등 많은 루트슈터 게임이 자리 잡은 상황이다. 즉, 퍼스트 디센던트가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박혀 있는 돌을 빼내고 자리를 잡아야 하는 셈이다.

해외 게이머 역시 이러한 점을 알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평가가 앞서 언급했던 기존 루트슈터 게임과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장점과 단점은 국내 게이머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나진 않았지만 루트슈터에서 가장 중요한 슈터에 관한 아쉬움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었다.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하는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단순히 적을 총으로 쏴서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라 전투 자체가 퍼즐을 푸는 듯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레이드는 이러한 퍼즐 요소가 다양해지면서 RPG의 레이드와 차별하되는 재미를 선사해준다. 이러한 플레이에 이미 익숙해진 해외 유저 입장에서 퍼스트 디센던트와 같은 단순 슈팅 구조는 꽤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으리라.

워프레임과 비교해도 훨씬 빠른 플레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 육성 구조를 제외하면 전투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편이다. 결국 기존의 루트슈터 게임과 비슷한 구조로 설계됐지만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어떠한 콘텐츠나 육성 방식, 스토리 등의 깊이가 아쉽다는 평가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이제 막 베타 테스트를 끝낸 게임과 데스티니처럼 오랜 시간 동안 루트슈터 장르의 노하우를 쌓아온 게임을 비교하기엔 다소 이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출시된 루트슈터 장르 대부분이 출시 초반에는 그리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가 어느 정도 업데이트가 이뤄지면서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을 생각하면 현재의 평가도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따라서 퍼스트 디센던트가 앞으로 할 일은 비교적 명확하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얻은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고 정식 출시 전까지 루트슈터 게임으로서 매력을 갖추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국내 게이머들이 퍼스트 디센던트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넥슨게임즈를 두고 대부분 게이머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아쉬운 점은 있어도 게임 플레이 자체는 재미있었다는 평가도 많았다.

앞서 넥슨게임즈는 베타 테스트 종료 공지를 통해 "이번 테스트를 통해 가장 많이 불편함을 호소했던 최적화 이슈를 포함하여, 언어 대응, 게임 콘텐츠, 액션과 모션, UI/UX 편의 기능 등 최대한 모든 것을 수용하고 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추후 또 베타 테스트를 할지 혹은 곧바로 정식 출시를 할지는 미지수지만, 게임의 장점을 깔끔하게 다듬어서 루트슈터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 대부분 아쉬운 점은 있어도 게임이 재미있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는 것은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