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간에 쫓기고 지치는 판타지 농사꾼


스퀘어에닉스표 판타지 라이프. 생활형 RPG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사실상 새로운 IP가 등장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 전문적인 파밍 시뮬레이션으로 분화되거나, 힐링을 기반으로 하는 슬로우 라이프 게임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특히나 '판타지'를 세계로 잡고 구성한 경우는 매우 적기도 하고. 그래서 아마 이 장르의 팬들은 이 게임을 크게 기다려왔을 것 같다. 신규 IP고, 그래픽도 아기자기하지만, 풍경이 정말 예쁜 게임. 말 그대로 힐링하기 좋지 않은가? 느긋~하게 즐기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볼 수 있는, 편안한 게임. 당신이 그런 기대를 하고 게임을 즐기려면 조금 더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본인의 인내심이, 느긋함이 상상 이상으로 좋은 것인지 되돌아볼 좋은 기회다.

게임명: 하베스텔라 (HARVESTELLA)
장르명: RPG(생활형)
출시일: 2022. 11. 4.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Square Enix
서비스: Square Enix
플랫폼: PC, NS
플레이: PC



생활형 RPG로는 꽤 무겁고 진중한 스토리


'하베스텔라'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계'라는 위협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모종의 사건으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급자족하며 동료들과 위협을 극복하고 세계의 진실과 형성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게임이다.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의문의 소녀 아리아, 레테 마을의 의사 크레스를 비롯해 다양한 인물들과 지내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겪고, 이러한 스토리가 메인 스토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사실 생활형 RPG들은 대부분 소소하고 평화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초반부에는 이러한 전개보다는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튜토리얼적인 성향이 강한 스토리들이 배치된다. 그렇지만 하베스텔라는 이러한 부분이 다른 게임들보다는 다소 적은 편이고, 이른 시점에 굵직한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고 플레이어들에게 행동을 요구하고 몰입할 장치를 제공한다. 그렇게 단순한 '생활형 RPG'로 보기보다는, 스토리 기반의 RPG에서 '생활형 콘텐츠'가 한 층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느껴진다. 거기다 단순하고 가벼운 스토리가 아니라 꽤 무겁고 진중한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게 특징이랄까?

메인 스토리의 흐름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나름대로 구성이 충실하면서도 너무 뻔한 스토리도 아니며, 적절한 시점에서 적절한 의문과 해결을 제공한다. 이러한 작은 사건들이 하나둘씩 마무리되는 시점에 새로운 전개로 이어지고, 이러한 이야기들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면서 큰 이야기의 흐름을 구성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마을 사람들, 혹은 마족 등의 여러가지 인물들이 보여주는 소소한 이야기인 서브스토리와 앞서 언급한 동료들의 깊은 이야기인 캐릭터 스토리가 어우러져서 플레이어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다. 서브 스토리도 단순한 시점에 끝나는 게 아니라, 제법 세부적인 이야기와 함께 후속으로 이어지는 다른 스토리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후일담으로 연결되는 스토리들도 많다.

▲ 스토리는 생각보다 진중하고, 깊이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토리가 게임 시스템과 잘 어우러지지 못했다. 생활형 RPG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모든 행동에서 '시간'이 흐른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플레이어는 강제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이게 긴박한 스토리 진행의 흐름을 끊어버린다. 당장 위험한 곳으로 뛰어간 동료를 구해야 하는데, 졸려서 자야 된다는 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부분에서 흐름이 끊기게 되고, 후술할 시스템상 허술함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큰 인내심과 여유를 갖지 않는 이상 점차 몰입에 방해되는 요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바로 우편시스템. 메인 스토리 혹은 서브 스토리가 종료된 이후, 해당 인물들이 플레이어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러한 편지를 읽게 되면 다른 스토리가 전개되거나, 특별한 보상을 주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알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초반에 시스템에서 알려주긴 하지만, 추가로 출하 결과 창에서 다른 우편이 도착했다거나 하고 알림이 있는 게 좋지 않았을까? 지금은 지나가다 눈에도 잘 안 띄는 우체통에 빛이 나고 있는지 아닌지를 봐야 한다.

이런 요소들의 구성과 전개 방식 자체는 좋은데, 이 게임의 특성상 플레이어가 '여유'를 갖기가 힘들어서 오히려 눈에 안띄는 부분이 강해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스토리도 큰 굴곡보다는 작은 굴곡이 여러 개 합쳐져서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느낌인데, 암전과 어색한 모션들이 눈에 띄다 보니, 아쉽게도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이 크게 떨어진 감이 있었다. 이를 별로 개의치 않고, 마음의 여유와 인내심이 대단한 플레이어라면 아주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서브스토리도 대단히 많은 편.

▲ 특히나 선택지도 아주 많다.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아보인다.



생각보다 많이 단순화된 생활과 전투

▲ 이렇게 꾸리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생활형 RPG답게, 하베스텔라에서 플레이어는 밭을 가꾸고 가축을 기르면서 자산을 늘려나갈 수 있다. 농사를 짓는 것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밭으로 지정된 영역을 골라 흙으로 밭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물을 꾸준히 주면 된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구조. 사실상 거의 이런 '팜'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큰 공식에서 전혀 어긋나지 않는 정석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하베스텔라 세계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동물들을 기를 수 있고, 이를 통해 우유 혹은 달걀과 비슷한 생산물도 얻고 교감도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대부분 생활형 RPG나 팜류 게임을 해본 플레이어라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고 특별하다고도 할 수 없다. 그냥 작물이름이나 동물 이름이 좀 특이한 정도라고 할까.

▲ 만든 음식은 던전에서 동료들과 나눠먹을수도 있다.

이러한 플레이어의 행동에는 대부분 스태미나가 소비된다. 달리고, 경작하고, 물을 주는 대부분의 행위에서 스태미나 소비가 발생하기에 다른 추가적인 행동을 하려면 플레이어가 스태미나 관리를 잘해야 한다. 여기에 마을 밖, 혹은 집 근처에 있는 채집물 포인트에서 채집을 해서 재료들을 더 수급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얻은 소재, 재료들은 출하해서 돈을 벌거나 직접 가공해서 음식 혹은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플레이어는 수확물 속에서 '모종'의 씨앗을 얻을 수는 없기에 구매를 하거나 직접 전투에서 구하고, 혹은 퀘스트의 보상으로 얻어야 한다. 재화의 순환 과정은 생각보다 빡빡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고 할까? 그래서 오히려 '마음먹고 농사를 짓겠다'하는 플레이가 상당히 제한적이게 된다. 특히나 가장 아쉬웠던 건 '수확의 기쁨'이 매우 적다는 점. 보통 이런 수확물은 여러개를 수확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를 심으면 하나만 나게 되어 있다. 사실 재화를 조절해서 여러개 나오게 하면 그만큼 '만족감'이 더 들기도 마련인데...그만큼 농업/목축업 관련 콘텐츠는 세심함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대충 농사를 지어도 어느 정도 보상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메인 스토리를 쭉 진행을 해야 이러한 농사의 과정이 좀 더 다양해지고 편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걸린다.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수확의 기쁨도 부족하고 편의도 부족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신 스토리는 꾸준히 진행되므로, 이런 부분이 하베스텔라를 '스토리 기반'의 게임에 생활형 콘텐츠가 얹어져 있다고 해석할만한 이유 중 하나다.


▲ 동료들도 꾸준히 같이 성장하고, 전투에 참여한다.

전투는 간단한 액션 게임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고, 플레이어가 특별한 '잡'을 얻어서 실시간으로 전투중에 잡을 바꿀 수 있다. 기본 공격과 스킬 공격을 통해 적을 물리치고, 기술이나 기교는 거의 필요 없는 수준으로 간단한 전투가 마련된 느낌이다. 필드 혹은 특정 구역(주로 시즈라이트 영역)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일반 적들과 강적들이 존재하고, 플레이어와 AI로 작동하는 동료가 같이 함께 전투하며 나아가는 구조다. 전진하는 과정에서 폭탄 혹은 약품을 써서 새롭게 길을 뚫거나 수리를 통해 지름길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투들은 직접 플레이어가 참가할 수도 있지만, 시나리오상으로 접근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전투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모션은 상당히 어색하고, 회피 기능도 없는 데다가 대부분 적들의 공격이 거의 확정 타겟팅 수준으로 정확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회피 비슷한 돌진 모션은 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고 그저 짧게 돌진하는 느낌.

게다가 적을 발견해도 플레이어가 직접 공격하기 전에는 동료들은 가만히 있는 편이다. 결국, 근접 공격을 하는 잡을 선택 하면 플레이어가 대부분의 공격을 받아내게 되며, 이는 회복 아이템의 과소비로 이어진다. 그나마 원거리인 메이지를 선택해서 전투하면 좀 낫긴 한데...결과적으로 동료들도 HP를 어느 정도는 관리해줘야 하고, 실질적으로 보스 몬스터는 대부분 플레이어를 공격하므로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적들에게 대미지 혹은 일정치 이상의 공격을 누적하면 추가로 피해를 입는 브레이크 상태가 나타난다. 아마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해본 유저들이라면 매우 익숙할 부분이고, 이를 통해서 적들에게 높은 대미지를 누적할 수 있는 직업들도 있다. 전투에서 플레이어는 처음 정한 3개의 직업을 변환할 수 있는데, 변환 쿨타임이 존재해서 자유자재로 바꾸기보다는 전략을 세워서 바꾸는 게 효과적인 느낌.

▲ 전투중 지정된 3개의 잡은 변경 가능하다.

▲ 직업들의 성장은 따로 경험치도 올려야하고, 동료 관계도 잘 쌓아야 한다.

이러한 잡들도 전투를 통해 잡 경험치를 얻고 성장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의 레벨과 무기 강화에 따라서 점차 더욱 강력하고 다양한 기술을 쓰게 된다. 거기에 동료들과의 유대를 깊게 다져서 더블 브레이크로 발생하는 연출들은 충분히 볼만하고, 전투에 생동감을 좀 더 불어넣는다.

이런 부분이 합쳐져서 기술이 많아지면 다소 어색했던 모션이 줄어들고, 나름 긴박해 보이는 '그럴듯한' 전투가 이어진다. 안타깝게도 이는 그저 눈속임에 지나지 않고, 플레이어는 결국 스태미나를 조절하면서 일반 공격과 스킬을 공격하는 매우 단순한 구조가 이어진다. 사실상 보스 공략 점이랄 것도 매우 적은 편이고, 동료들도 제 할 일을 알아서 하므로 전투에서 역동적이고 긴박한 느낌은 오래가지 않고 지루함이 빨리 찾아오는 안타까움이 있다. 게다가 밤늦은 시간이 되면 피로가 쌓여서 전투가 끔찍할 정도로 힘들어지므로, 사실상 타임어택이 되는 것도 피로감과 불쾌감을 늘리는 부분이 되곤 한다.



인내심을 요구하는, 숨 막히게 하는 시스템 설계

▲ 배가고 프고...힘이 들어요....

아마 데모 버전에서 하베스텔라를 해 본 플레이어들은 이미 몇 가지 문제점을 알고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스태미나 시스템이다. 모든 행동에 이 스태미나가 소비되는데, 소비량보다 회복량이 처참할 정도로 낮다. 특히나 음식을 섭취하여 만복도를 올려야 자연회복이 되는데, 이 회복량이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느리고 적다.

오죽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밭에 물을 대고 수확한 다음, 몇 가지 채집포인트만 채취했는데도 대시를 몇 번 섞었다면 이미 0이 되어있는 스태미나를 발견할 수 있다. 스태미나가 0이라면 전투조차 불가능하다. 나름 현실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심각할 정도로 플레이에 불편함을 초래한다. 이러한 스태미나는 음식을 다수 확보하고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 플레이어를 쫓기는 듯한 기분이 만들게 되는 주범이다.

일반 공격에도, 스킬 사용에도, 탐색에도, 달리는데도 필요한 스태미나의 요구치는 높은 데 반해 회복량이 매우 적어 흐름이 매끄럽지 않게 된다. 결국 다소 천천히 달려가야 하는 구간들이 매우 많이 존재하여 매끄러운 흐름에 사이드 브레이크를 거는 수준이다. 그런데 음식은 HP를 회복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이기에, 전투에서 주로 소비를 선호하게 되어 마음껏 먹을 수 없다. 게다가 효과가 좋은 음식들은 제작과 재료 확보에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스태미나에 시달리면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는 스태미나를 관리하는 움직임을 취하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큰 문제점이 바로 '시간'이 흐른다는 점. 일과 중 플레이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오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졸음이 몰려오는 시간이 되면 플레이어의 행동은 큰 제약이 걸린다. 결과적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자러 가야 하는 강제성이 발동된다.

주로 이런 생활 콘텐츠가 있는 게임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밭과 가축을 가꾸고 돌본 이후 시간을 쓰게 된다. 필요한 채집물들을 체크하고, 출하까지 마치고 마무리가 끝나면 이제 전투 혹은 퀘스트의 흐름을 이어가는 식이다. 그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고,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알고 있는 '자연스러운' 플레이다. 이러한 흐름 자체를 스태미나와 시간의 제약이 매우 크게 다가온다. 시간은 특히나 매우 촉박한데, 물고기 한 마리 낚는데 평균 30분 가까이 있는 시간이 소비되는 수준이니....

모자란 스태미나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은 플레이어를 조급하게 만든다. 더 효율적으로, 더 확실하게, 필요한 행동만 하게 만든다. 보통은 이런 과정에서 점차 성장하고 각종 기술로 인해 여유가 생기면서, 플레이어들은 특급 농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하베스텔라는 시간이 꽤 지나도 이런 과정이 여유로워지지는 않는다.

▲ 모든 행동에는 스태미나가 나가고, 자연 회복이 정말 안된다. 그리고 시간도 간다...

여기에 잦은 로딩, 암전 화면 전환과 어색한 캐릭터들의 모션들이 점차 게임을 지치게 하기도 한다. 아마 '파이널판타지14'식의 대화 및 연출은 본 플레이어라면 이 게임에서 매우 큰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대사에 대부분 모션들이 존재하고, 이를 다 본 다음에야 대사가 나오는 식이라 전개가 늘어진다고 느끼는 감정이 드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러한 연출이 인정받을 수 있었고 플레이어들이 익숙한 상태니 지금도 괜찮았고, 점차 연출이 발전하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하베스텔라는 아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플레이어들이 평가하는 연출의 완성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진 상태다. 현재의 모습으로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게다가 NPC들도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생겼고,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뛰면서 노는 것 외에는 매우 정적인 경향이 강하다. 거기에 표정의 변화도 없고 모션만 있으므로 매우 생동감이 적고, 플레이어의 집도 마을과는 떨어져 있다는 큰 단점이 있다. 오히려 주요 동료 캐릭터들의 일러스트 표정 번화가 극적인데, 차라리 이를 더 강조했으면 어떨까 싶다.

결과적으로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정을 붙일만한 요소가 매우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경은 충분히 메리트가 있지만, 그 외 각종 모노라이트를 비롯한 편의기능도 부족하고, 앞서 언급한 시스템들이 스토리 퀘스트의 진행을 막기 일쑤다. 그래서 나중에는 점차 서브 퀘스트들도 "왜 이리 간단하지 않고 복잡하냐"라는 마음까지 들 정도로 피곤해진다. 원래 농사일이 피곤하다지만...사실상 너무 큰 제약들을 걸어둬서 마음껏 플레이어가 놀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




하베스텔라는 개인적으로 기대와 걱정이 컸던 게임이다. 생활형 RPG를 나름 잘 즐기고, 재밌게 플레이하는 성격상 어느정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IP니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만큼 하베스텔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기대가 컸는데 아쉽게도 그 기대가 너무 컸던 게 아닐까 싶다.

빡빡한 스태미나와 시간 시스템은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만들고, 이러한 빡빡함이 플레이에 점차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플레이를 하는 내내 스태미나와 시간에 쫓겨서, 다급한 마음으로 효율적인 움직임을 찾은 내가 안타깝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게임이었다고 할까. 사실 농업과 목축업이 현대에 이르러는 과학적이고 고도화된 부분이 적지 않은 전문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이렇게 발달하기 전에는 어쩔 수 없는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그게 너무 충실하게 반영된 게 아닐까? 지나친 현실 추구는, 플레이어를 괴롭고 힘들게 만들어서 '게임적 허용'이 있을 터인데 말이다.

나름 충실한 스토리는 아쉬운 연출과 시간 시스템으로 몰입감을 자꾸 해쳤다. 농사는 플레이어들에게 좀 더 편안한 생활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메이커조차 밭에 설치해야 하는 정말 너무 당황스러운 위치 배정도 매우 아쉽다. 오토 세이브는 날이 지날 때만 가능하고, 세이브 포인트의 존재는 특정 장르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구시대적 시스템에 가깝게 느껴진다.

동료들과 유대를 쌓아서 강해지고, 다양한 잡을 성장시켜서 전개하는 전투까지 오게 되면 볼만한 성격이 된다. 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전투 매커니즘이 너무 단순하기에 아쉽고, 그 과정도 꽤나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게 안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시간과 스태미나에 쫓기게 된다. 힐링을 위해 생활형 RPG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이 피곤하여 패드를 놓게 하기에 충분한 장벽이 아닐까?

전투에서 재미를 느끼고자 한다면, 거기까지 성장하는 과정과 연출이 화려해지는 동료들의 유대도 신경 써야 하니...전체적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플레이하도록 유도된 점이 느껴진다. 근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플레이어를 너무 몰아붙이는 게 문제다. '참을 인' 자를 몇 번 써야 할지 모르겠고...그 시간이면 차라리 다른 게임을 찾아 나서는 플레이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훌륭한 OST와, 아름다운 풍경과 나름 짜임새 있는 세계관은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스토리 중심의 생활형 RPG는 그동안 거의 없었기에, 나름대로의 개성으로도 쳐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인내심이 매우 높고, 정말 느긋한 플레이어라면 하베스텔라가 충분히 취향에 맞다고 느껴질 수 있겠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가지 패치를 거쳐서 충분한 조절이 된다면, 나름대로 '개성'을 가진 또 다른 장르의 개척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스퀘어에닉스가 준비한 하베스텔라는 나름대로 의미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향후 관리가 어떻게 될지가 핵심이랄까. 게다가 이미 생활형 RPG들은, 플레이어의 취사선택지가 적지만 그만큼 훌륭하고 확고한 경쟁작들이 있다. 그렇기에 스퀘어에닉스는 조금 더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인내하는 과정을 즐기고, 정말 느긋하게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추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