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한국의 몬스터헌터 팬들이 '빛지모토'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환호하는 개발자,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리즈 제작 총괄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와 인벤이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개최된 IGC 강연 이후 바로 이어진 일정이었지만, 츠지모토 프로듀서는 일말의 지친 기색 없이 웃는 얼굴로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한국에서 강연을 통해 한국의 헌터들을 직접 만나게 된 소감부터, 몬스터헌터 시리즈 제작 총괄로서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발 지론은 무엇인지, 개발자이자 동시에 한 명의 게이머이기도 한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캡콤 몬스터헌터 시리즈 제작 총괄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



■ 몬스터헌터 시리즈 제작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츠지모토 료조'

Q. 코로나 19의 영향도 있었고, 한국에 방문하는 것이 굉장히 오랜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한국 방문 소감, 그리고 IGC 강연을 진행하게 된 감상이 듣고 싶습니다.

= 그러게요. 이게 몇 년 만인지. 대략 3~4년 만에 온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 한국도 정말 좋아하고, 지스타에서 초청을 받은 적도 몇 번 있었는데, 그간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오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어 방문하게 되었고, 정말 기쁜 마음입니다.

강연을 진행하며 한국에 몬스터헌터를 즐기는 유저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한국의 헌터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 IGC에서 기조 강연을 진행한 츠지모토 프로듀서


Q. '몬스터헌터'시리즈는 전 세계의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되었습니다.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에게 있어 '몬스터헌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타이틀인가요?

= 몬스터헌터는 팬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함께 어울리고 축제처럼 함께 즐기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정말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몬스터헌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즐거운 타이틀이라고 생각합니다.


Q. 프로듀서로서 특별히 중시하는 게임 개발 철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캡콤에 들어온 순간부터 계속 배운 내용이 있는데, 바로 '보고 재밌고, 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봐도 재미있어 보이고, 무심코 하고 싶어지는 게임, 또 실제로 플레이했을 때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게임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Q. 업데이트 소식을 알리기 위해 방송에 출연할 때, 다소 조잡하게 만들어진 소품으로 다음 업데이트에 대한 힌트를 주시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게이머들도 꽤 즐거워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츠지모토 프로듀서가 직접 떠올린 아이디어인가요?

= 매번 직접 생각하고, 또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전날부터 만들 때도 있고, 어떨 땐 방송 직전에 떠올려서 그자리에서 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럴 땐 '30분만이라도 투자해서 얼른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만들죠. 사실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많은데, 다음에 만약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방송을 통해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공식 방송에서 직접 제작한 소품으로 '에스피나스'의 힌트를 제공했던 츠지모토 P


Q. 맹우와 동행할 수 있는 퀘스트가 한정적이었습니다만, 최근 발표된 업데이트 정보에서 맹우와 함께 대부분의 마스터 랭크 퀘스트, 괴이 퀘스트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내년에 이어지는 업데이트를 통해 새롭게 공개되는 몬스터의 토벌에서도 맹우와 계속 함께할 수 있을까요?

= 물론입니다. 정말로 특수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내년에 추가될 신규 업데이트에서도 계속 맹우를 전투에 데려갈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맹우와 함께하는 퀘스트를 선호한다면, 앞으로의 업데이트도 계속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내년에 추가될 신규 업데이트 콘텐츠에서도 맹우와 함께할 수 있을 것"


Q. 구작을 플레이한 헌터들은 라이즈가 PSP 플랫폼을 통해 출시됐던 '몬스터헌터 포터블 서드'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편입니다. 추후 포터블 서드에서 등장했던 '아마츠마가츠치'를 라이즈에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 포터블 서드를 작업했던 이치노세 야스노리 디렉터가 라이즈의 디렉터도 역임했기에, 충분히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마츠마가츠치를 라이즈에 추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IGC 강연에서도 '수중전' 추가를 희망하는 참관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처럼 각기 다른 모든 유저들의 니즈를 전부 추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항상 개발자로서 중요하다고 결정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서 유저들에게 최대한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치노세 야스노리 디렉터가 담당한 '몬스터헌터 포터블 서드'


Q. 강연 내용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발매하고 난 뒤에는 꼭 다음 작품에서 개선할 점을 떠올리고, 차기작에 이를 반영한다'고 소개해주셨는데요. 라이즈와 선브레이크 발매 후에는 어떤 개선점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지, 차기작은 어떤 방향성으로 만들겠다고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차기작 계획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당연히 선브레이크에서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마무리 지을 생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몬스터헌터를 계속 만들 생각입니다. 게임 개발에는 정말 많은 공수가 들어가고, 도중에 사양이 바뀌게 되는 일도 정말 많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이번 몬스터 헌터도 재미있네!' 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스태프가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 그의 IGC 강연에서도 몬스터헌터 개발팀의 개발 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앞으로도 '빛지모토'로 불릴 수 있도록, 더 재미있는 몬스터헌터 만들겠다"

Q.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츠지모토 프로듀서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한국 유저들이 츠지모토 프로듀서를 '빛지모토'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는 것은 알고 계셨나요?

= 정말로 전혀 몰랐고, 이번에 IGC 강연을 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어떻게 그런 별명이 생기게 됐는지 개인적으로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마 개발 대표로서 미디어에 노출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게이머들이 그렇게 불러준다는 것에 기쁜 마음도 들고, 동시에 책임감도 많이 느낍니다. 한국의 게이머들이 애칭으로 불러주신다는 것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 자리에서 구글에 '빛지모토'를 검색, 이미지를 직접 보여드렸습니다.
츠지모토 프로듀서 曰 "후광이 눈부셔서 무슨 신 같네요"


Q. 몬스터헌터를 플레이할 때 항상 '해머'를 애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단순히 해머가 좋아서라는 이유 외에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 무기 타입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리즈 초반부터 오랫동안 해머를 사용했기 때문인 것도 있고, 별개로 격투 게임이나 다른 게임을 할 때도 방어를 굳히기보다 공격 중심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편입니다. 한방한방이 강력하고, 몬스터의 머리에 대미지를 누적해서 스턴이 들어갔을 때의 통쾌함, 이 느낌을 정말 좋아합니다.


Q. 해머를 애용하는 헌터들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몬스터헌터 시리즈에 '해머'가 없었다면, 대신 어떤 무기를 사용하셨을까요?

= 당연히 해머를 얼른 만들라고 할 것 같습니다(웃음).

▲ 어떻게든 다른 대답을 들어보려 했지만…료조 P의 해머 사랑만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Q. 몬스터헌터 시리즈 외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이나 인상깊게 플레이한 작품, 혹은 선호하는 게임 장르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 오랜 시간동안 굉장히 많은 게임들을 플레이했는데, 과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순간을 통틀어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외에 다른 게임을 더 꼽자면 '마더' 시리즈가 있겠네요. 좀 오래된 게임이지만, 이 게임 속 세계관을 정말 좋아합니다.

▲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야생의 숨결"


Q. 지난 2020년에 개봉된 '몬스터 헌터' 영화에서 개발진이 몬스터 표현을 검수하는 과정에 참여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인 게임 개발자들이라면 쉽게 하지 못하는 독특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때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 몬스터헌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CG 표현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성이 강한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몬스터를 표현할 때 CG가 많이 사용됐는데, 긴 상영시간 동안 CG가 나오는 것도 정말 대단했고, 움직임도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아닌 영화에서 CG를 활용하는 부분은 여러모로 공부가 됐고,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보는 과정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과는 별개로, CG 비주얼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평한 츠지모토 P


Q.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20주년이 머지않았습니다. 첫 작품이 2004년 3월 출시였으니, 이제 1년 반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를 기념하여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 실제로 20주년을 기념하여 유저 여러분에게 보여 드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20주년 기념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꽤 이전부터 여러 방면으로 계속 준비 중인 내용이 있으니, 앞으로 공개될 내용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 "시리즈 2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꽤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Q. 이번 IGC 강연 참가 소식이 전해진 후,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향한 한국의 게이머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아쉽게 직접 만나지 못한 팬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즐기고 있는 한국의 헌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오랫동안 한국에 방문하지 못했지만, 한국에도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직접 와보니 한국 게이머들의 뜨거운 열정에 놀랐고, '이분들이 지금의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지탱해주고 있는 분들이구나'라는 사실을 전보다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IGC 강연 후에 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 조금 아쉬웠지만, 앞으로 더 가까이에서, 더 많은 유저들과 소통할 기회가 꼭 찾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몬스터 헌터 개발팀 모두가 한국의 게이머들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서 팬들의 뜨거운 관심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