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르를 자기식대로 녹인 특식, 하루 분량이 짧아 감질난다


소녀전선의 또 다른 신작, '뉴럴 클라우드'가 11월 23일 국내 및 글로벌에 정식 출시됐다. 타이틀명인 '뉴럴 클라우드'는 소녀전선 세계관의 핵심, '전술인형'이 기본적으로 탑재한 마인드맵과 이를 클라우드에 동기화하기 위한 작중 프로젝트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즉 실제로 전술 인형들이 실제 총기를 들고 전장에 나서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클라우드' 즉 서버 내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전투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게 테마와 소재만 바뀐 것이 아니라, SRPG였던 전작과는 다른 전략성 그리고 플레이 방식으로 기존 팬 그리고 새로 소녀전선 시리즈에 입문하려는 유저에게 어필하는 것이 '뉴럴 클라우드'인 셈이다.

게임명: 뉴럴 클라우드(Neural Cloud)
장르명: 로그라이트 오토배틀러 RPG
출시일: 2022년 11월 23일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선본 네트워크 테크놀로지
서비스: Haoplay
플랫폼: 모바일
플레이: 모바일



소녀전선을 알아도, 몰라도 매력적인 세계관과 연출


전작 '소녀전선'은 원체 국내 서브컬쳐계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고,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특유의 세계관과 스토리로 유저들에게 어필한 작품이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그만큼 축적된 스토리와 설정 그리고 콘텐츠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새로 들어오려는 유저들에게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IP를 바탕으로 한 또다른 신작에도 적용이 된다. 아예 별도의 세계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닌 이상, 전작을 알아야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박관념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카팀이 찾은 해결 방식은 세계관과 연동이 되어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한 것이었다. 신소련이니 루크사트주의연방이니 하는 그런 세계관 아예 언관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마그라세아'라는 새로운 클라우드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그 구조에 대해서는 기존의 지휘관도, 신입 지휘관도 서로 비슷할 정도로 모를 수밖에 없다. 그간의 소녀전선의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개념과 이야기가 언급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작 '소녀전선'에서 이미 클라우드에 대한 힌트가 언급되긴 했었다. 그 옛날 빨봉런과 거지런을 수도 없이 당하면서도 멀쩡히 제대를 수복할 수 있던 이유가 마인드맵을 클라우드로 동기화하는 '클라우드 마인드맵' 덕분이라는 게 작중에서도 대략 소개가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토리 곳곳을 보다보면 화력전뿐만 아니라 전자전까지 묘사가 되니, 소녀전선이라는 IP에서 이런 소재가 나올 수 있다는 건 한참 전부터 예고가 된 셈이다.

▲ 아 클라우드맵 프로젝트! 마인드맵! 아는 게 나왔네 하고 반가운 것도 잠시


▲ 그건 몰라도 그만인 수준으로 새로운 개념, 특히 프로그래밍 관련 개념이 많이 나온다.

이런 설정을 굳이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의문도 들겠지만, 솔직히 전작뿐만 아니라 '뉴럴 클라우드'를 중국 서버부터 즐기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봤는데도 크게 이해는 안 됐다. 단순히 전작의 클라우드 마인드맵이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그리폰 및 여러 군데에서 잘 써먹고 있구나 하는 정도? 물론 처음에 페르시카가 등장할 때, 그리고 전작의 지휘관이 '교수'로 서버에 진입하게 된다는 걸 봤을 때는 반갑긴 하다. 일부 스토리 분위기는 소녀전선 시작 전에 언급되던 세계대전이나 붕괴액 같은 것이 떠오를 만한 내용이긴 하지만, 그런 맥락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게 아니니 알면 더 몰입되고 몰라도 딱히 지장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계관의 모든 용어나 개념이 클라우드 서버와 연동되어서 새롭게 구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폰에 입사하기 전에 프로젝트에 참가한 인형들의 마인드맵이 클라우드 서버에 있는 것이고, 실험 과정에서 오프라인으로 전환된 서버에 갇힌 마인드맵을 구하기 위해 교수의 ID로 서버에 들어간 지휘관이 펼치는 이야기니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다.

▲ 외형이 딱히 소개가 안 된 전작과 달리, 이번엔 성별도 그에 따라 바뀌는 외모도 미리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놓치기 쉬운 파트까지도 프로그래밍 개념과 언어를 섞어서 배열하면서 그 느낌을 살린 게 눈에 들어왔다. 연산력, 데이터, 방화벽, 프로토콜, 함수 등등, 프로그래밍을 조금이라도 접한 유저라면 반갑기도 하면서 질색을 할 법한 표현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전투가 펼쳐지는데, 원체 드문 소재인 만큼 자칫하면 그 옛날에 '모에화'하면 떠오르던 어색한 구도들이 나올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뉴럴 클라우드' 이전, '소녀전선'에서 이미 총기모에화 게임이라는 굴레에서 스토리 맛집, 정치극과 군상극으로 승화시켰던 미카팀의 저력은 이번에도 발휘가 됐다. 이야기 자체의 구도는 서버 내에서 오프라인이 되기 전부터 있던 기존 규칙에 의거해서 이레귤러를 소거하는 '정화자'와 이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구출되기 전까지 마인드맵을 유지하기 위해 교수 아래 모여 필사적으로 싸우는 지능체들의 대립이지만, 각 섹터마다 또다른 테마들을 굵직하게 담아내면서 세계관의 단편과 분위기를 차츰차츰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두었다.

▲ 허블 들고 가야 할 이유.webm 용어는 복잡해도 써보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는 구성이다

▲ 전작에서도 교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으니, 원래 어떤 사람인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 캐릭터별 특색이 드러나게 현지화도 잘 된 편이다

이 과정을 단순히 대화씬뿐만 아니라 주요 파트는 일러스트 CG로 그리면서 액센트를 더하고, 정화자나 데이터 관련 파트의 문구는 문자열이 변하는 듯한 연출로 분위기를 살린 것도 특유의 느낌을 살린 포인트였다. 소소하다면 소소할지 모르지만, 그 세계관이 결국은 0과 1 그리고 16진법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디지털 세계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면서도 그 안에서 같이 현실로 귀환해야 할 동료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치였으니 말이다.



▲ 데이터로 구성된 세계임을 연출하는 장치들이 스토리에 겉돌지 않고 녹아들면서 특유의 세계관을 그려냈다



로그라이트 덱빌딩과 오토배틀러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 디테일


전작 '소녀전선'이 스테이지를 밀면서 스토리까지 같이 보는 구조였다면, '뉴럴 클라우드'는 구도가 좀 달라졌다. 스테이지를 밀면 스테이지 사이에 스토리가 해금되지만, 그걸 보지 않고 다음 스테이지로 바로 넘어갈 수 있게끔 변주를 준 것이다. 그래서 맨 처음 튜토리얼과 프롤로그만 본 뒤에 스토리를 꼬박꼬박 보지 않고 스테이지만 밀고 가도 게임플레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이는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초반 스토리에 언급되어있는 맥락이나 분위기를 게임플레이만으로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토리를 꼬박꼬박 볼 필요가 있어도 스킵을 누르는데, 그걸 보는 창이 별도로 마련되어있다고 하면 일단 스테이지부터 밀어놨다가 나중에 한가하면 스토리를 보거나 유튜브 에디션으로 보는 유저도 꽤 있을 테니까.

▲ 스테이지를 깨면 스토리가 해금되지만, 바로 볼 필요는 없다

이미 중국 서버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을 통해서, 혹은 CBT를 통해서 알려진 것처럼 '뉴럴 클라우드'는 기존의 소녀전선과 달리 코레류에 SRPG가 아닌 로그라이크 덱빌딩과 오토배틀러를 채택한 수집형 RPG다. 스테이지가 단순히 한 번의 전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입력된 이후에 각 구역을 거쳐서 '출력 터미널'까지 도달, 그곳에 자리잡은 강력한 정화자를 물리치고 결과까지 출력해야 비로소 스테이지가 클리어된다. 여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코드와 프로그램 언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카드나 손패는 '함수'로, 각종 버프나 디버프는 '프로토콜' 등으로 변주한 것이다.

여기에 약간의 상상력과 '교수'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전술 스킬이 더해지면서 전략성이 한층 더 가미됐다. 게임의 근간은 캐릭터를 먼저 편성한 뒤, 매판마다 등장하는 함수 중 하나를 골라서 획득하거나 때로는 교환하고 업그레이드해서 덱을 완성하는 덱빌딩 형태에 조패가 된 캐릭터를 전장에 배치, 알아서 싸우게끔 하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오토배틀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마그라세아 서버가 외부와 단절된 이후 각 섹터마다 상황이 제각각 다르고, 이전과도 많이 달라졌다는 묘사를 뒷받침하듯 전장에 여러 장애물이나 오브젝트가 설치되면서 변수를 창출할 요소가 생겼다.

▲ 덱에 편성, 해당 클래스의 전투 효율을 높여주는 함수 카드뿐만 아니라

▲ 또다른 버프격인 프로토콜까지 랜덤으로 등장, 이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투 양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장애물이 있는 구역은 배치에 따라 근접 유닛이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좁은 길목에서 탱커가 막고 뒤에서 사수가 쏴대면, 벽을 넘을 수 있는 유닛이 없는 한 매우 유리하게 전황을 이끌어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반대로 이런 구도로만 흘러가서 게임이 단조로워지는 걸 막기 위해 배후로 순간이동하는 포탈이나 원거리 딜러 캐릭터들의 사거리를 전장 끝까지 확장시켜주는 발판 등 다양한 버프 오브젝트가 때때로 전장에 마련됐다.

이를 활용해서 캐릭터를 배치,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전략적인 요소 외에도 유저가 직접 개입해서 전황을 바꿀 수도 있었다. 오토배틀러가 내버려둬도 잘 싸우는 장르지만, 때로는 "아 이렇게 싸우는 거 아닌데"나 "이걸 왜 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장르 아니던가. 이런 불만을 줄이기 위해 전술 스킬로 아군을 잠시 띄우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서 어그로를 빼거나, 반대로 적을 날려서 스킬을 취소시키는 것이 이 게임에서는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전투가 길어지면서 각 캐릭터별 전략적 활용을 더하기 위한 '궁극기'도 유저가 직접 타겟팅해서 시전, 전세를 몰아붙이거나 역전시킬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다.


▲ 극히 제한되어있긴 하지만, 이렇게 유저가 개입해서 한 끝 차이로 깨는 묘미도 살렸다

이런 요소들이 오토배틀러 특유의 랜덤성을 죽이는 요소이긴 하지만, 뉴럴 클라우드는 여타 오토배틀러와 달리 PVP가 배제된 만큼 랜덤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전략성을 높인 선택지를 고른 셈이었다. 실제로 스테이지를 자동으로 클리어할 때 랜덤 요소 하나로 못 깨거나 아슬아슬하게 깨면 불쾌하지 않던가.

그렇다고 해서 일일이 손으로 다 컨트롤해서 말도 안 되는 전력 차이를 극복하는 정도로 손컨 요소를 강조한 것도 아니었다. 전술 스킬 코스트가 여러 번 연달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지도 않고, 한 번에 하나 정도만 움직일 수 있는데다가 궁극기도 최대한 모아두어도 두 캐릭터에서 세 캐릭터의 궁극기만 연속 사용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궁극기는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연산력을 모으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니, 다음에 찾아올 난관까지 대비해서 코스트를 계산할 필요도 있었다.

▲ 각 섹터를 클리어했다면, 뉴럴 클라우드식 덱빌딩과 컨트롤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 '무한탐사'가 열린다

이렇게 풀어보면 성장 과정은 유저가 심혈을 기울여서 짜둔 뒤 전투는 편하게 자동으로 관찰하다가, 정말 안 될 것 같을 때 유저의 신컨으로 세이브해서 역전하는 카타르시스를 액기스만 짜낸 구성이라 할 수 있었다. 각 구역에 진입해서 함수와 시너지 효과를 읽어가면서 어떤 게 좋을지 고민하고 배치시키는 것이 어찌보면 귀찮기는 하지만, 그런 것도 고려했는지 효율이 %로 계산된 걸 보면 고민이 상당히 줄어든다.

물론 가면 갈수록 %에 숨어있는 함정도 눈에 보이긴 한다. 뉴럴 클라우드에서는 최대 8명까지 덱에 캐릭터를 편성할 수 있는데, 결국 전장에 투입되는 건 5명이고 나머지는 예비 개념인데 함수 카드는 그 예비로 잡혀있는 캐릭터까지 고려해서 효율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전투력이 추천 전투력보다 높은 상태에서는 효율 %가 높게 잡힌 것만 골라도 스테이지 클리어까지는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레벨 디자인이 잘 짜여져있었다. 설사 조금 힘들더라도 코인을 활용해서 체력을 회복하거나 무작위 카드를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오버클럭'을 실행, 한 끝 차이의 모자람을 어찌저찌 메워서 깰 수 있는 세심함도 눈에 띄었다.

▲ 보스전 직전인데 코인이 남았다고? 오버클럭으로 한 끝 더 채우면 된다

▲ 잘 모를 때는 %만 봐도 평타는 치지만, 좀 더 최적화된 전투를 위해 고민 또 고민하는 맛이 있다

▲ 으아닛차 왜 죽는 거지 싶을 때가 가끔 있지만

▲ 그땐 배치나 전술 스킬 혹은 캐릭터 구성을 바꿔보면 얼추 풀리니 츄라이츄라이



뉴럴 클라우드가 잘 맞물린 기어에 제동장치를 걸 수밖에 없던 이유


전작 소녀전선과 연결고리는 있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고 올드 유저든 새로 접근하는 유저든 신선하게 다가올 세계관과 스토리, 히트 장르 두 가지를 융합할 뿐만 아니라 그 두 장르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스템 설계까지. 이론상 '뉴럴 클라우드'는 크게 지적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오래된 IP의 전형적인 함정에도 빠지지 않았고, 새로운 장르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의 장르에서 새로운 느낌까지 받을 포인트까지 구축한 데다가 그 퀄리티도 나름 준수하니 말이다.

물론 그래픽이나 인게임 캐릭터 등, 눈에 차지 않을 부분은 분명 있을 듯하다. 아무래도 2D SD도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인데, 그보다 더 호불호가 갈리는 게 3D로 구축한 SD 캐릭터 아니던가. 익숙해지면 나름의 귀여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귀여운 포인트를 전작의 2D SD 시절 잘 살렸던 미카팀의 짬이 어디 가지 않았긴 하다. 그래도 첫인상부터 바로 눈에 꽂힐지는 미지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점수가 낮게 줄 유저도 분명히 있지 않나.

▲ 너무도 초라한 숙소라 지휘...아니 교수가 미안하다아ㅏㅏㅏ여유 생기면 가구 마련해서 꾸며줄게

그보다 더 큰 문제라면, 아무래도 이 게임이 참고한 두 장르에 익숙한 유저층의 플레이 루틴과 상당히 엇갈리는 구성이라는 점이다. 오토배틀러나 로그라이트 덱빌딩 모두 다 '랜덤'을 내세우는 이유는, 결국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수단으로 이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매번 비슷하게 조합을 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그 결과가 달라지는 것에 따라서 전략을 다르게 짜서 대처하는 묘미가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을 계속 반복하면서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전략을 만들어내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두 장르의 플레이 루틴이다.

그러나 뉴럴 클라우드는 수집형 RPG인 만큼, 이를 완벽하게 따라가기란 무리가 있다. 자신이 수집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까지 포함이 되어야 하는 만큼, 이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플레이 루틴에 충돌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 뉴럴 클라우드의 본질적인 고민이다. 판을 계속 돌리면서 매번 다르게, 혹은 자신이 입증한 전략을 시험하고 싶은 것이 오토배틀러나 로그라이트 덱빌딩이지만 여기에 성장 요소가 더해지면 성장이 무한해지는 결과가 도출된다.

▲ 육성에 필요한 재료를 수집하는 채집 콘텐츠는 한 번의 전투 페이즈만 있어서 금방 끝난다

수집형 RPG를 해본 유저라면 과도한 성장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는 잘 알 것이다. 처음에는 크게 격차가 안 나더라도, 점차 누적되면서 라이트 유저와 하드 유저의 격차가 커지다보니 게임사의 개입이 있어도 수습이 어려울 지경까지 갈 수도 있다. 뉴럴 클라우드는 그나마 성장 콘텐츠는 일반 던전식으로 라이트하게 짰지만, 고등급 던전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로그라이크 덱빌딩식 스토리를 쭉 밀어야 하는 구성이다. 이를 클리어하는데 기본적으로 시간이 꽤 걸리고, 라이트 유저와 코어 유저, 헤비 유저의 격차가 커질 위험도 그만큼 높다. PVP는 없었으니 망정이지, 그것이 있었다면 아마 더욱 심각하지 않았을까.

이를 억제하기 위한 뉴럴 클라우드의 선택은 하루에 사용 가능한 행동력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이었다. 행동력이 차는 속도나 한 레벨 안의 행동력의 최대치뿐만 아니라, 행동력의 수급처 자체에도 제약을 뒀다. 아마 한창 플레이를 하다가 ID 옆에 있는 레벨을 보고 "왜 이렇게 레벨이 안 오르지"라고 생각할 유저들도 꽤 있을 것이다. 스토리를 클리어하고 업적을 달성해야 레벨이 오르고 레벨 보상으로 여러 가지가 주어지는데, 그 스토리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가끔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던전도 돌면서 이른바 쉬어가는 구간이 필요하다. 그걸 처음 돌 때는 업적으로 인정되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으니 행동력이 새로 수급되는 일은 거의 없다.

▲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행동력이 부족하당...페르시카야 인증키 좀 더 주면 안 되겠니?

결국 정해진 수량을 소화한 뒤에는 석영으로 충전하거나 아니면 패키지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하게 되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성장이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지거나 스토리를 쭉쭉 밀고 나가는 구성은 아니다. 물론 출력 터미널까지 나온 뒤에 재화를 필요한 것만 쏙쏙 뽑아먹으면 행동력은 좀 적게 소모하는 만큼 전략적으로 플레이하면 스토리를 좀 더 길게 밀고 나갈 수는 있긴 하다. 그러나 결국 성장 요소까지 챙겨야 하는 게임 특성상 언젠가 한계점에 도달해서 행동력이 차기까지 기다리는 구간이 필히 오고, 그 구간이 생각보다 길다. 그 빈틈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뉴럴 클라우드'가 안고 있는 고민의 중핵인 셈이다.





'소녀전선'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뉴럴 클라우드'도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들고 나온 것은 아니었다. 소녀전선에서 눈에 익은 캐릭터들에 로그라이크 덱빌딩, 오토배틀러의 문법을 수집형 RPG에 섞은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작이 인카운터 방식의 SRPG를 바둑판을 연상케하는 이동 및 점령 방식과 세계관의 고유 용어와 시스템을 더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시켰듯이, 뉴럴 클라우드도 기존 장르의 장점과 특징을 자신에 맞춰 새로 빚어낸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례로 매 구역마다 패를 골라서 덱을 구성하는 방식이 캐릭터에 효과를 주는 함수 세트를 구성하고 프로토콜을 구축하는 양상으로 재해석하면서 클라우드 내부라는 독특한 세계관과 맞물렸다. 또 오토배틀러식 전투의 단점을 전술 스킬과 궁극기로 제한적으로나마 개입해서 조금은 원하는 대로 풀어갈 수 있게 하는 유연함과 전략성으로 풀어갔다.

▲ 어헛 어디서 스킬을 쓰려고...쓰기 전에 궁으로 도륙내주마

더군다나 전략성만 강조하지 않고 초보 유저들을 위한 보완책도 마련됐다. 어떤 카드를 조합해야 할지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초보 유저를 위해서 카드 하단에는 작전 효율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수치로 표현해뒀고, 구역 모두를 알아서 자동으로 도는 전투도 지원한다.

다만 작전 효율 수치나 구역 모두 알아서 도는 계획 전투는 게임에 조금만 익숙해져도 다소 허술한 게 바로 체감이 되는 정도였다. 아무 것도 모를 때 혹은 정말 보기 귀찮을 때 모로 가든 이기면 된다는 식으로 쓰는 보조 기능에 언제든지 중간에 개입해서 집도가 가능하다지만, 이를 감안하지 않고 오토부터 돌리는 유저 입장에서는 다소 당혹스러울 여지가 있다.

최근 서브컬쳐 게임이 3D SD 캐릭터를 채택한 작품이 늘었으니, 전작의 귀여운 SD를 3D로 재해석한 캐릭터 그래픽에 대한 접근성까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전작부터 축적된 숙소의 다양한 상호작용 노하우는 3D로 바뀐 이번 작품에도 적용이 되어있고, 전투 연출은 SD 캐릭터를 들었을 때 바둥거리는 그 특유의 귀여운 모션처럼 아기자기하게 잘 맞춰진 상태다. 더군다나 궁극기의 애니메이션 컷씬은 꽤 퀄리티도 높고, 별다른 옵션 조작을 안 해도 클릭하면 바로 스킵되기 때문에 연출을 보고 싶은 유저층이나 스킵하고 싶은 유저층의 니즈 둘 다 무난하게 잡아두기까지 했다.


그보다는 '뉴럴 클라우드'가 초반에 스퍼트를 과하게 끌어올리는 걸 상당히 강하게 억제하는 구조라는 점이 초반의 흥을 다소 식게 만들 리스크가 있었다. 물론 전투력 페널티를 너무 세게 먹여서 비판 받는 몇몇 작품과 달리, 전투력 보정이나 페널티는 따로 없기 때문에 전략을 잘 짜고 패를 잘 맞추면 그 격차를 몇 단계 뛰어넘는 것도 가능하다. 그게 로그라이크 덱빌딩과 오토배틀러에 자신만의 매력을 더한 '뉴럴 클라우드'의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반복으로 인한 보상의 인플레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행동력의 한계는 다른 어느 게임보다 확실히 존재한다. 그 한계점까지 굳이 안 가더라도 어느 시점까지 플레이를 쭉 하다보면 소위 말하는 '분재 게임' 즉 숙제만 하고 끝나버리는 그런 식으로 흐르기 쉬운 구성이다. 스테이지나 도전 과제는 진득하게 풀 거리가 있다고 해도, 그게 끝나고 난 뒤에 육성 과정은 결국 숙제식으로 편성이 됐기 때문이다.

▲ 이 전투력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 어찌저찌 캐릭터와 함수 조합 맞추고 전술 스킬과 궁극기로 묘수풀이하면서 몸비틀기로 클리어하는 맛이 있다

물론 성장 인플레이션을 막고 템포를 조율하면서도 유저들이 쭉 숙제를 하면서 틈틈이 즐기게끔 하는 이른바 '분재 게임'이라는 양상이 최근에 재조명받고 있기는 하다. 그런 유형에서 보면 뉴럴 클라우드도 크게 밀리지는 않는다. 스토리나 세계관의 분위기는 물론이고, 로그라이크 덱빌딩과 오토배틀러를 자기식대로 받아들인 특유의 플레이도 완성도가 높으니까. 그 템포를 어떻게 조율하면서 미리 예견된 콘텐츠를 풀어내고 유저들에게 지속적으로 어필할지가 '뉴럴 클라우드'의 남은 과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