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콘솔 게임계에서는 고전 게임을 현세대에 걸맞게 리마스터, 리메이크해 선보이는 모습이 주로 보인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게임사와 유저 양측의 이점이 있어 이런 행보가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저의 입장에선 옛날에 즐겼던 신작을 좀 더 편한 환경에서, 현세대에 걸맞은 그래픽으로 추억을 곱씹을 수 있을 것이고, 해당 게임을 해보지 못해 명성만 익히 들어왔으나 게임이 너무 오래되어 즐길 수 없는 신규 유저도 즐길 수 있다.

게임사는 몇 년간 비약적으로 상승한 개발비가 부담스러워 수입이 안정적인 시장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팬층이 탄탄한 기존 IP 명작을 재출시해 안정적인 수입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신규 유저가 유입되면 IP 팬층이 더 두꺼워진다는 장점도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올해 유난히 눈에 띄는 장르가 있는데 바로 호러다. 호러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장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IP라 하더라도 판매량이 적어 게임 개발사가 적극적인 투자를 하진 않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몇 년간 AAA급 호러 게임은커녕, 유명한 시리즈의 후속작조차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2022년은 호러 게임의 풍년이라 부를 정도로 고전 유명 호러 IP 작품의 리메이크와 신작 소식이 몰려 들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고전 IP의 부활 소식이 깜짝 발표되어 공포 게이머는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발매될 리메이크 AAA 호러 IP 게임이 어떤 게 있는지, 무슨 게임인지 쉽게 알 수 있게끔 준비했다.



■ 바이오하자드 RE:4

바이오하자드는 96년 PS1 플랫폼으로 처음 발매된 게임으로 시리즈가 아직 유지되고 있는 장수 타이틀이다. 초기 바이오하자드는 당시는 물론, 현재 발매된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을 여럿 차용했다. 우선 게임 내 획득할 수 있는 '잉크' 아이템이 있어야지만 게임을 저장할 수 있었다. 게임 내에서 획득하는 자원은 극히 소량이었기에 원하는 때에 저장할 수 없다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또한 일반적인 좀비는 머리와 같은 급소를 공격하면 금방 쓰러지지만, 바이오하자드에는 여러 발의 총알을 맞춰야지 겨우 쓰러지는 맷집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탄약도 획득하기 어려워 쉽사리 공격할 수도 없는데, 이런 압박감이 더 큰 공포감과 긴장감을 불러와 공포 게임으로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고 대호평받으며 캡콤을 대표하는 IP로 자리 잡았다.

▲ 공략 방법이 차별화된 좀비와 잘 짜인 퍼즐은 게임의 재미를 높였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이미 몇 년 전부터 RE 시리즈로 리메이크되어 발매하고 있다. 1편은 HD 리마스터 작업을 거쳤지만, 2와 3은 RE 엔진으로 처음부터 재구축했으며 그래픽뿐만 아니라 세세한 시스템도 현대에 걸맞게 변경되어 발매되었다. 이번에 발매될 바이오하자드 RE: 4도 동일하게 RE 엔진으로 리메이크 발매할 예정이다.

바이오하자드 4는 수많은 유저와 웹진에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도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이전의 고정 카메라 시점이 4부터는 캐릭터의 뒤에서 지켜보는 듯한 TPS의 숄더 뷰 방식으로 변경되었으며, QTE(퀵 타임 이벤트)를 비롯한 액션 시스템을 가미해 게임의 긴장감과 완성도를 높여 전 세계 유저에게 찬사를 받았다.

▲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초석인 1과 명작이라 일컫는 4는 모두 미카미 신지의 손에서 탄생했다.

▲ 바이오하자드 2와 3도 RE 엔진으로 리메이크해 발매했다.

바이오하자드 4는 PS2, 게임큐브 등 2000년대 초반에 발매했지만 여러 플랫폼에 이식 발매되어 지금도 접하기에는 어렵진 않지만 그래픽이나 모션, 시스템 등에서는 옛날 게임인 것을 금방 느낄 정도로 낡았다. 그렇기에 RE 시리즈로의 새로운 부활은 많은 유저를 설레게 했다.

다만 RE 시리즈로 리메이크된 작품들은 하나같이 원작에 있었던 콘텐츠가 다소 삭제되어 RE: 4도 이런 칼질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개된 바이오하자드 RE:4 정보 중에서는 초반에 일부 숨겨진 요소가 삭제되었음이 밝혀졌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내용이 삭제되었는진 알 수 없으나, 전작 RE: 3에서도 이런 삭제된 부분이 많아 좋은 평을 받지 못했으니, 이번 작품에서는 큰 실수를 반복하진 않길 바란다.

▲ 2와 3의 평점 차이가 크다. 주로 꼽히는 단점 중 하나인 빈약한 콘텐츠. (출처: 메타크리틱)



■ 데드 스페이스

호러 TPS 장르 중 동양을 대표하는 게임이 바이오하자드라면, 서양을 대표하는 게임은 데드 스페이스가 있다. 데드 스페이스는 08년 첫 작품을 발매한 시리즈로, 지금 봐도 그로테스크한 연출과 분위기로 당시 큰 주목을 받은 게임이다.

데드 스페이스의 가장 큰 특징을 뽑는다면 잔인하고 적나라한 연출과 혁신적인 UI를 꼽을 수 있다. 데드 스페이스에 등장하는 적 네크로모프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형체를 가지고 있으며 팔과 다리, 목 등 신체를 조각조각 절단할 수 있다. 물론 절단한 부위에 따라 네크로모프는 공격 패턴이나 이동 패턴이 바뀐다.

굉장히 징그러우면서도 사실적인 절단 시스템과 어두컴컴한 배경, 소름 끼치는 소리 등 연출의 조합이 어우러져 훌륭한 호러 게임의 정석을 보여줬다. 지금은 익숙한 클리셰 덩어리라 느낄 수 있겠지만, 이 클리셰의 호흡 조절이 훌륭해 예상했음에도 깜짝 놀랄 요소가 많다.

▲ 데드 스페이스 핵심 개발자인 글렌 스코필드. 최근 발매된 칼리스토 프로토콜 디렉터이기도 하다.

▲ 트레일러 초반부터 분위기를 표현하는 연출이 살벌하다.

▲ 주요 적인 네크로모프는 다리를 자르면 등에 돋아난 칼날로 기어 온다.

데드 스페이스의 UI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게임은 캐릭터의 체력, 아이템 수, 스킬 게이지 등 여러 UI를 별개의 창을 띄워 표시하지만 데드 스페이스는 그런 요소가 없다. 남은 체력과 스테이시스는 주인공의 등에 부착된 장비로 표시되고, 남은 탄약 수는 총기에 부착된 홀로그램에 표시된다. 이 모든 것은 게임 화면의 가장자리 별도의 창이 아닌 왼쪽에 자연스럽게 모여 있는 데다, 최소한의 노출로 인해 게임에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는데, 당장의 루트를 표시해주는 홀로그램만 표시해줄 뿐, '전체 맵'과 같은 창이 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앞에 무엇이 있는지, 자신이 얼마만큼 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어 긴장감을 해치지도 않는다.

▲ 가야 할 방향은 보여주지만 정확한 거리, 목적지 등의 정보는 불확실하다.

▲ 필요한 정보만 최대한 간결하게 표시하되 게임의 연출 일부로 사용해 몰입감을 해치지 않는다.

이렇게 훌륭한 게임성과 혁신적인 UI 시스템으로 큰 인기를 받았지만 3을 마지막으로 후속작을 다신 볼 수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망가져 가는 스토리와 시리즈 판매량의 부진이 큰 문제였다. 상업성이 떨어지자, 데드 스페이스는 3을 마지막으로 시리즈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내년 23년 상반기에 데드 스페이스 1 리메이크를 발매한다는 소식이 공개되었고 많은 사람의 환호를 받았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에서 가장 큰 인기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고, 공포 게임의 정석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묵직하면서도 시원한 액션, 잔인하면서도 무서운 정석적인 공포를 맛보고 싶다면 데드 스페이스를 기대해보길 바란다.

▲ 대중성을 위해 3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고, 결국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 시리즈 중 최고 작품이라 불리는 1은 확실히 명작이니 한 번 즐겨보길 바란다.



■ 사일런트 힐 2

사일런트 힐 시리즈도 PS1 플랫폼을 시작으로 PS2, PS3, VITA 등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호러 장르 게임 중 하나다.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나왔을 정도로 그 인기는 훌륭한 편이었으나, 시리즈가 장기화하면서 데드 스페이스처럼 여러 문제가 계속 지적되며 인기가 줄었으며, 시장성이 떨어지자 최근 명맥이 끊겼다.

사일런트 힐은 게임 설정상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뿌옇게 낀 안개와 기괴하고 독특한 외형의 크리처, 퍼즐 중심의 어드벤처, 미려한 OST 등 다른 게임보다 훌륭하고 차별적인 요소가 많은 훌륭한 게임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의 팬은 사일런트 힐의 후속작이 영원히 나오지 않는다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호러 장르 게임계를 강타한 P.T.는 사실 사일런트 힐 후속작의 티저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후 모종의 이유로 인해 사일런트 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전부터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던 코나미 대표의 언행과 일본 게임계의 대부인 '코지마 히데오'와의 불화 소식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이 코나미는 더 이상 게임을 개발할 능력과 의지를 잃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짧은 티저 게임이었으나 공포 게임계에 큰 획을 그은 'P.T.'

▲ 마지막 작품이 나온 지 10여 년이 흐르긴 했으나, 첫 작품이 1999년에 출시된 것을 생각하면 장수 시리즈다.

그러던 22년 10월, 코나미에서 깜짝 발표로 사일런트 힐 2 리메이크를 비롯한 신작과 영화 등 IP를 활용한 작품을 깜짝 발표했다. 코나미는 이전부터 게임에 대해 적대적인 언행을 일삼거나, 자회사의 유명 IP를 이용해 파칭코(일본의 도박 종류) 기기나 생산했기에 기대하는 사람은 없어 이 소식은 전 세계 게임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약간 이상한 점이 있는데, 첫 리메이크 작품이 1이 아닌 2라는 것이다. 아마 사일런트 힐 하면 생각나는 레드 피라미드 씽이나 버블 헤드 너스 등 대표 크리처가 자리 잡았기도 하고, 시리즈에서 가장 고평가 받는 작품이라 그런 것 아닐까 추측한다. 사일런트 힐 2는 아직 출시일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독특한 콘셉트와 훌륭한 OST, 창의적인 크리처, 매력적인 스토리 등 놓치기에는 아쉬운 요소가 많은 게임이니 기다렸다가 꼭 해보길 권장한다.

▲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유명 크리처인 버블 헤드 너스, 라잉 피겨는 2부터 등장한다.

▲ 흔히 삼각두라 부르는 대표 크리처인 레드 피라미드 씽도 2편에서 등장.

▲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많은 걸 알 순 없었지만 때깔만큼은 잘 나왔다. 실 플레이 공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