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포 게임 바이블이라 불러다오


공포 장르로 출시되는 AAA 게임은 매우 드물다. 대중성과 판매량을 고려해야 하는 AAA 게임의 특성상 호불호가 강한 공포 게임은 고려 대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드 스페이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글렌 스코필드가 AAA 공포 게임의 개발 소식을 밝혔을 때 많은 게이머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리즈 최고의 평가를 받은 1편의 핵심 개발자가 갖는 의미는 그만큼 컸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이러한 게이머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게임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계승 작이라는 타이틀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게임명: 칼리스토 프로토콜
장르명: 공포, 액션
출시일: 2022.12.02
리뷰판: 1.0.0
개발사: Striking Distance Studios
서비스: 크래프톤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향기

먼저, 게임에 관한 얘기에 앞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데드 스페이스와 어떤 부분에서 다를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아무래도 같은 개발자가 만든 AAA 공포 게임이니 많은 게이머가 이 부분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리라 생각한다.

데드 스페이스는 2008년 출시된 공포 게임으로 우주에서 표류 중인 우주선에서 네크로모프라는 변이체에 맞서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가 생존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와 달리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목성의 위성 칼리스토에 있는 블랙 아이언 교도소가 주요 배경이다. 주인공은 수감자인 제이콥 리로 바이오파지라 불리는 변이체에 맞서 생존과 탈출을 해야 한다.

▲ 실감나는 캐릭터 표정이 또 다른 매력 중 하나

두 게임의 개요에서 겹치는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공포라는 점과 등장하는 괴물이 원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이 변한 괴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렌 스코필드는 예전 인터뷰에서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기괴한 형태의 인간"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가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믿음이 차기작에서도 그대로 발현된 셈이다.

게임 내 세계관과 게임의 주요 배경, 주인공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게임에서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는 이유는 게임이 선사하는 근본적인 공포의 주체가 기괴한 형태의 인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 두 게임의 공통점은 '괴물로 변한 사람'

다만, 네크로모프가 사람이 어디까지 기괴하게 변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인간의 원형을 어느 정도 살리는 방향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데 사람이라 볼 수 없는 괴물에게서 사람의 치아 형태가 보일 때의 심리적인 거부감이 컸다.

그렇다면 게임의 시스템에서 비교해본 두 게임의 차이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부분에서 익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상태를 표시해주는 체력바가 몸에 내장되어 있고 총기에서 남은 총알 횟수를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가 존재한다. 또한, 적들이 환풍구로 이동하면서 깜짝 등장한다거나 총으로 사지를 쏴서 절단시킬 수도 있다.

▲ 연출과 내러티브의 깊이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다만, 이러한 익숙함과 별개로 실제 플레이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데드 스페이스와 같은 게임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플레이할수록 이 게임만의 매력이 살아났고 가슴 깊게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글렌 스코필드도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았다. 데드 스페이스의 여러 요소가 그의 DNA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주 다른 게임을 만들고자 했으며, 이를 결과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공포 테마 파크, 블랙 아이언 교도소

앞서 언급했듯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주요 배경은 목성의 죽은 달, 칼리스토에 있는 블랙 아이언 교도소다. 제이콥 리는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게 되며,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일을 겪게 된다.

해당 과정을 자세히 적으면 스포일러가 되어버리니 스토리에 관련된 내용은 제외하고 그 대신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어떠한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공포의 늪에 빠트리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공포는 소리에서 시작해서 소리로 끝난다. 단순히 소리를 이용해서 무섭게 하거나 깜짝 놀라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말 그대로 공포 연출이 등장하기 전에는 반드시 소리를 내고 모든 공포 연출이 끝나면 점점 소리를 줄여나간다.

▲ 소리가 들린다면 무언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플레이어가 어떤 통로를 지나가고 있다고 하자. 그리고 해당 통로에 괴물이 숨어 있다면 어떠한 방식이든 소리로 이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해뒀다. 괴물이 그르릉하면서 숨 쉬는 소리를 표현했거나 혹은 긴박한 BGM을 깔아두는 식이다.

결국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공포 연출이 나오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 실험처럼 반복적인 행동이 플레이어를 '소리=공포'로 느낄 수 있게 점차 바꿔가는 셈이다.

이는 대중성과 다소 거리가 있는 공포 게임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중성을 찾고자 한 개발사의 노력이라 생각된다.

▲ 제한된 시야와 안전지대라는 사각 지대를 노린 점프 스케어

게임처럼 플레이 타임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면 어떻게든 공포의 완급조절과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공포 게임의 재미를 책임져야 할 공포 연출이 오히려 게임의 독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대처는 꽤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소리로 미리 알려줘도 무서운 상황에서는 충분히 무서웠고 또 소리로 인해 더욱 긴장하거나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 '소리=공포'라는 연출이 반복되면서 익숙함을 느낄 수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익숙함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반복적인 공포라 해도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에 차이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 빨리 못 잡았으면 오금 지릴뻔했다

예를 들면 조금씩 열리는 문틈 사이로 괴물이 보이는데 어느 순간 괴물이 사라져 있거나 혹은 짙은 안개가 퍼지면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데 갑자기 들리는 괴물의 울음소리 등이 있다.

3인칭 게임이지만 좌우 시야 각도를 꽤 좁게 설정한 점도 무서운 연출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 시야 때문에 기역 통로에서 다음 구역을 미리 볼 수 없고 좁은 환풍구를 기어갈 때도 몸을 돌려서 향하기 전까지는 앞을 확인할 수 없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맵 가이드가 없어도 직관적인 길 찾기

공포 게임에서 길 찾기는 또 하나의 콘텐츠라 해도 무방하다. 으스스한 길을 헤매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찾는 과정에서 오는 스릴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길 찾기가 너무 복잡해 짜증만 난다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데드 스페이스를 해본 게이머라면 표류 중인 우주선에서 길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주선이라는 낯선 배경에 더불어 복잡한 구조의 시설 때문에 내가 맞게 길을 가고 있는지 헷갈린 적이 한두 번이 아녔다.

개발사 역시 이를 인지하고 직관적으로 길을 찾을 수 있게 일종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게임 내에 구현했었다. 쉽게 말해 플레이어가 가야 할 길을 선으로 표시해주는 것이다.

▲ 지도는 없고 직접 다 돌아다녀야 한다

길 찾기를 어려워하는 게이머라면 최고의 편의성을 갖춘 시스템이겠지만 엄밀히 말해 직접적인 맵 가이드는 공포 게임의 매력 중 하나인 길 찾기를 없앤 것이나 다름없기도 하다.

반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길 찾기의 재미를 위해 여러 장치가 들어갔다. 직접적으로 길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랜드마크와 빛을 활용한 힌트를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한다.

▲ 길 찾기는 나름 쉬운 편

많은 공포 게임이 그러하듯 칼리스토 프로토콜 역시 선형 구조로 이뤄져 있다.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도 결국 스토리로 향하는 길은 하나뿐이며, 나머지는 다양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파밍 구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직접적인 맵 가이드가 없어도 길 찾기 자체의 난이도는 적당한 편이었다. 어쨌든 플레이어가 향할 길은 하나뿐이고 대부분 길은 앞으로만 향해 있어 복잡하게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 포복 자세에 익숙해져야 한다

물론 길 찾기가 어려워지는 구간은 몇몇 있었다. 아무래도 교도소를 탈출하는 입장이라 정상적인 길보다 환풍구를 통해 이동하거나 파이프 아래를 기어가야 하는 비정상적인 길이 꽤 많았다. 아무래도 평소에 길로 인지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이게 길이 맞나 헷갈릴 수 있다.

퍼즐 요소도 그리 복잡한 형태는 아니었다. T자 형태의 길이 있다면 한쪽은 진행 방향이지만 전력 차단으로 길이 막혀 있다. 그럼 반대쪽 길로 향해 퓨즈를 챙기고 다시 돌아와 문을 열면 되는 식이다.

얼핏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익숙한 길에 방심한 틈을 노리고 적절한 점프 스케어를 넣어둬 방심할 수 없게 만들어뒀다. 괴물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하자.



손맛 좋은 전투와 불합리한 레벨 디자인의 묘한 조합

무서운 괴물과 싸우는 일이 즐겁게 느껴질 만큼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전투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근접과 원거리 공격을 적절하게 섞어낸 콤보 시스템과 그립을 활용한 창의적인 전투 방식은 다른 액션 게임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근접전의 손맛이 일품인데 진압봉으로 괴물을 흠씬 두들겨 팰 때의 모션과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타격음이 아주 좋아 무서웠던 감정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호쾌함이 온몸을 지배했다.

전투에 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전체적인 느낌은 소울라이크와 비슷했다. 적이 굉장히 강해서 몇 대만 맞아도 빈사 상태에 빠질 수 있고 이 때문에 무작정 공격하기보단 괴물의 행동에 맞춰 수동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 때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안 맞기

이러한 과정이 일종의 턴제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괴물이 달려와서 나를 때리면 일단 피한 뒤 빈틈을 노려 반격한다. 그러면 다시 괴물이 나를 때리는데 또 피하거나 막고 다시 반격하는 것을 죽을 때까지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전투의 난이도는 쉽지만 어려운 편이었다. 전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회피와 막기의 조작이 정말 쉬워서 진짜 웬만한 공격은 다 손쉽게 피할 수 있다. 그래서 괴물과의 1:1 전투는 정말 쉽다. 회피와 막기가 쉬우니 적당히 컨트롤만 해주면 한 대도 맞지 않고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다.

반면, 다수와의 전투는 굉장히 어려운 편이다. 일단 괴물이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과 둘러싸이면 회피고 뭐고 순식간에 누워버릴 수 있다. 이는 회피가 적의 공격에만 반응하는 수동적인 방식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 3개의 난이도 조절과 자동 전투 지원을 활용하면 정말 쉬워지긴 한다

▲ 다수전을 대비해 기습하는 전략도 쓸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게임 내 대부분의 전투가 다수전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전투의 기본 메커니즘은 1:1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는데 정작 1:1 상황은 초반을 제외하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중반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기본이 1:3이며, 원거리 공격과 자폭하는 적이 섞여서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침착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후반으로 갈수록 쉽게 변이하는 괴물과 근접 공격의 효율이 점차 떨어지는 점도 아쉽다. 몇몇 괴물을 제외하면 피해를 당할 때마다 몸에서 촉수가 튀어나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변이를 하면서 더욱 강력해진다.

이를 막으려면 촉수를 총으로 쏴야 하는데 적 다수와 전투하는 상황에서 촉수를 바로 맞추기란 쉽지 않다. 결국, 촉수가 튀어나오기 전에 강력한 화력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게 최우선인데 진압봉을 최대 레벨로 업그레이드해도 괴물을 쓰러트리려면 9대 이상을 때려야 한다.

▲ 사지절단도 한땀 한땀 조준해서 쏴야 하니 실전에선 써먹기 어렵다

따라서 후반으로 갈수록 근접 공격은 보조용으로 쓰이고 주로 총으로 빠르게 끝내거나 그립으로 손쉽게 처리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총에서도 탄약 부족이라는 문제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다. 이에 관해선 아래에서 추가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한편, 게임 내에서 적 다수와의 전투와 쉽게 죽지 않는 괴물을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죄수 진압용으로 등장한 그립이라는 중력 장치로 앞서 나온 불합리함을 모두 파훼할 수 있다.

그립은건틀렛 형태의 특수 무기로 중력을 조작해 사물이나 괴물을 잡아서 내 앞으로 끌고 올 수 있다. 이렇게 끌고 온 사물과 괴물을 다시 던져버리거나 혹은 근접 공격을 이어가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 잡아서 던지면 끝

그립을 사용하기 위해선 그립 에너지 필요하다. 이는 체력바 상단에 표시되며, 해당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면 조금씩 에너지가 차오르거나 혹은 배터리를 써서 단번에 충전할 수 있다.

그립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전투의 핵심과 같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전투의 체감 난이도가 크게 바뀔 정도다. 솔직히 말해서 근접 공격과 총이 없어도 그립만 있다면 대부분의 전투를 쉽게 끝낼 수 있을 정도다.

게임 내에서도 그립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립을 사용하지 않으면 거의 깨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구간이 존재한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가령, 한 번에 수많은 괴물이 등장, 촉수로 변이하는데 이를 진압봉과 총만으로 제압하려면 정말 엄청난 컨트롤과 탄약이 필요하다.

▲ 주변 사물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그립이 있다면 그저 적을 잡아서 난간 밖으로 던지기만 하면 된다. 난간 밖이나 벽에 박힌 가시에 적을 잡아 던지면 아무리 강력한 괴물이라고 해도 즉사 판정이 나므로 굳이 힘들게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립을 사용하면 전투가 너무 편해지지만, 한편으로 강력한 하나의 무기가 다른 무기의 입지를 낮추는 게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부족한 가방과 얻을수록 손해보는 듯한 무기

생존 게임이니 가방에 제한을 둬 무분별한 파밍을 통한 생존력 상승을 막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아이템의 종류가 너무 많아 조금만 주워도 가방이 터지는 문제는 아쉽게 느껴진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 파밍할 수 있는 아이템은 크게 무기 설계도, 칼리스토 크레딧, 체력약 및 탄약 등의 기타 소모품으로 구분된다. 크레딧은 별도의 자원으로 분류되니 가방에 들어가는 것은 주로 기타 소모품이다.

소모품은 게임 진행에서 없어선 안 될 아주 중요한 자원이다. 체력은 자동으로 회복되지 않아 무조건 체력약을 써야 하고 탄약이 떨어지면 근접 공격과 그립으로만 싸워야 하는데 솔직히 쉽지 않다.

▲ 크레딧은 모아서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때 쓰인다

사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파밍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은 거의 오지 않는다. 길 곳곳에 각종 소모품이 떨어져 있으며, 적당히 아껴 쓴다면 탄약이 없어서 총을 못 쏘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다만, 파밍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일이 생기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탄약의 종류가 많다는 점이다. 게임 내에는 권총 3개, 라이플 2개 총 5개의 무기가 등장한다. 이들 무기는 전용 탄약을 소모하며, 각 탄약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권총 하나만 사용하니 탄약 문제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사용하는 총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탄약을 얻게 되며, 결국 가방이 터지는 주된 원인이 된다.

▲ 3D 프린터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설정

탄약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가방의 부족과 더불어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원하는 총의 탄약을 얻을 수 없어 가방 상태에 따라 총을 바꿔 써야 하는 점이다. 이게 무슨 문제가 될까 싶지만, 총을 바꾸는 과정과 무기 업그레이드를 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게임 내에는 권총 3개, 라이플 2개가 있다. 그리고 같은 분류로 묶인 총은 하나의 손잡이를 공유한다. 만약 A권총을 쏘다가 B권총으로 바꾸려고 하면 품에서 바로 B권총을 꺼내는 게 아니라 손잡이에서 A권총의 부속품을 분해하고 B권총의 부속품을 손잡이에 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긴박한 전투 중에 해야 한다면 어떨까. 건물 내부에서 싸우는 일이 많은 레벨 디자인의 특성상 전장이 넓지 않아 도망치기도 쉽지 않은데 언제 총을 교체하고 있어야 하나. 심지어 눈앞에서 괴물이 촉수 변이를 하고 있다면 더더욱 빠른 교체가 간절해진다.

▲ 긴박한 전투 중에 교체, 장전을 기다리기란 쉽지 않다

결국 다양한 총을 얻을수록 탄약이 나뉘게 되고 이는 효율적이지 못한 밸런스를 불러오는 셈이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강제로 얻게 되는 총을 제외하고 설계도로 만드는 무기는 효율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안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또한, 공구를 활용한 무기라는 특별한 설정을 갖췄던 데드 스페이스와 달리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총기가 다소 밋밋하다. 특히, 권총 중 2개는 리볼버와 글록 형태고 또 다른 권총은 미니 샷건인데 라이플 계열의 샷건과 컨셉이 꽤 겹친다.

총은 반동이나 격발음 등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퀄리티를 갖추고 있지만 일반적인 화기로만 이뤄져 있다. 우주에 건물을 짓고 중력을 다루는 장갑까지 등장하는 SF세계관에서 총은 21세기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 세계관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 스팀덱으로도 잘 돌아간다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대략 10시간 전후이다. 풀 프라이스 게임치고 짧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비슷한 장르의 게임과 비교하면 평균적인 수치다. 개인적으로 공포 게임에서 플레이 타임이 너무 길어지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분량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혹시 스팀덱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번에 적극적으로 써먹어보길 바란다. 스팀덱에서 최고 사양으로 플레이해도 심각한 프레임 드랍 없이 나름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스팀덱의 표준 조작을 지원하니 조작감에서 오는 불편함은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매우 재미있었다. 공포 게임이라는 호불호만 감내할 수 있다면 2022년 하반기 게임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추억을 선사해줄 게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