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22일 스토브를 통해 출시 예정인 '러브인 로그인'은 노벨피아 인기 웹소설 '게임 폐인 동거녀와 순애는 어떠신가요'를 기반으로 한 비주얼 노벨입니다. 노벨피아가 '브레인 멜트다운', '러브 딜리버리'의 개발사 온파이어게임즈와 공동으로 개발 중이죠.

출시에 앞서 노벨피아는 법인명인 '메타크래프트'로 국내 최대 서브컬쳐 행사인 AGF 2022에 부스로 참가, 자사 유명 소설의 캐릭터 코스프레를 선보이거나 작가 및 성우 사인회를 하면서 유저들에게 어필했습니다. 그와 함께 출시를 앞둔 '러브인 로그인'의 시연 자리도 마련, 웹소설뿐만 아니라 게임회사로도 출사표도 던졌습니다.

▲ AGF 현장에서 시연 가능한 러브인 로그인

▲ 설정과 게임 스타트 메뉴만 갈 수 있어서 설정창 가봤는데 단서는 없었으니 패스

'러브인 로그인'은 웹소설 원작이 따로 있는 만큼, 시연 버전에서 플레이한 초반 분량에서는 원작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따라갔습니다. 이야기는 게임회사 사업팀에 재직 중이면서 자사에서 서비스하는 '빌리언 사가'라는 게임을 8년 넘게 하는 헤비 유저 권성현은 팬아트 공모전에서 상을 탔지만 연락도 잘 안 되고 절차도 안 밟고 있는 입상자 '박다혜'와 만나기로 하면서 시작됩니다.

박다혜에게 전화를 해보니 등기 우편도 보내는 법도 몰라서 절차가 진행이 지지부진해지자 주인공은 결국 편한 시간에 만나자는 연락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상대가 직장인은 아니었는지, 천금 같은 일요일을 약속일로 잡아버리자 내심 좌절을 하게 되죠. 그 전에 빌리언 사가에 접속해서 8년 동안 줄창 같이 게임을 해온 온라인 친구 '김폭딸'과 안부 인사를 나누며 고충을 토로하는 건 덤이고요. 주인공은 토끼공듀와 할배를 적절히 섞은 듯한 스멀스멀 나는 대머리 근육질 남캐 프리스트 커마의 친구 '김폭딸'의 성별은 잘 모르지만, 머리 빠지는 걸 고민하길래 탈모 샴푸를 권해줬더니 좋아하는 걸 보면 남자가 분명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 토끼공듀+할배풍 커마 프리스트에 탈모 샴푸를 쓴다고? 그럼 남자겠지 뭐 하면서 친구랑 잡담도 잠시

▲ 주말 출근의 비애, 직장인 입장에서 이거 남일이 아니다ㅜㅜ

▲ 그런 생각이 사라질 정도의 미소녀가 온다면 어떨까?

어쨌거나 약속 장소인 카페에 도착한 주인공, 그러나 카페에 와도 도저히 박다혜처럼 보이는 사람은 없어서 전화를 걸지만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재차 연락을 하려는 순간 카페에 미소녀가 들어옵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자리로 오는 그녀가 바로 박다혜였던 거죠. 명함을 받자마자 바로 주머니에 넣고 카페도 처음이라는 박다혜, 심지어 커피도 캔커피 같은 단 것만 먹어봐서 커피가 쓰다는 것도 모르는 그녀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기 시작합니다.

소소한 해프닝 끝에 마침내 사인까지 받고 절차를 마무리한 두 사람, 카페에 나설 때 하필이면 장마라 비가 쏟아집니다. 거기다가 누군가가 다혜가 쓰고 온 우산을 훔쳐가버렸죠. 결국 성현은 근처에 있는 다혜의 집까지 바래다주러 갑니다. 그러나 다혜의 집은 이미 물바다가 되어있었고, 성현은 공모전 원본 파일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다혜의 집에 들어가 노트북을 꺼냅니다. 그때 노트북에서 '김폭딸' 아이디를 본 성현은 혹시나 싶지만, 갈 곳이 없어진 다혜를 임시로 집에 데려온 뒤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 결국 '김폭딸'이 박다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연 버전은 마무리가 됩니다.

▲ 어 저기 물 잘 찬다하고 있었는데...잉?

▲ 앗차 공모전 원본 파일이 집 안 노트북에 있을 줄이야

▲ 고전식 미니 게임으로 빨리 길을 내서 노트북을 확보하자

원작의 초반부, 게임에서는 10분이면 마무리되는 분량 정도만 보여준 만큼 당장에 게임의 퀄리티를 바로 논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비주얼 노벨이라는 장르 자체가 스토리를 읽어보면서 선택에 따라, 혹은 플레이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를 음미하는 재미가 메인인 터라 그 짧은 시간에 바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죠. 다만 커뮤니티에서 한 때 화제가 되었던 '러브 딜리버리'의 개발사 온파이어 게임즈가 합작한 만큼, 사회생활 경험 제로라 얼핏 들으면 사람 피곤하게 만들 법한 유형의 캐릭터인 '박다혜'가 한 눈에 바로 호감 가는 게 이해가 갈 정도로 캐릭터 디자인과 성우 선정, 그리고 연기톤 지도까지 방향이 확실히 잡혀있는 느낌입니다.

단편적으로 드러난 게임 구조를 보면 성현의 방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다음 스토리로 넘어가는 메뉴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스토리를 전개하면 소코반 혹은 헬테이커를 연상케하는 미니 게임이 기다리고 있죠. 그 미니 게임을 한 번에 깨느냐, 혹은 두세 번에 클리어하느냐 아니면 못 깨느냐에 따라서 분기점이 갈리고 올라가는 호감도가 달라지죠.

현재로서는 에피소드가 전개되면서 등장하는 다양한 미니게임을 어떻게 클리어하느냐에 따라, 또 대화 선택지에 따라 스토리 전개와 엔딩이 달라지는 비주얼 노벨의 전통적인 구도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온파이어 게임즈의 전작 '러브 딜리버리'처럼 스트리머 모드와 일반 모드가 구분이 된 것 등을 볼 때, 여러 모로 '러브 딜리버리'의 개발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은 부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죠. 현 단계에서는 수위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확답하긴 어렵지만, 와이셔츠 씬만 봐도 완전 선을 넘는 건 아닐지라도 뇌내망상을 돌리기에 충분한(?) 정도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일단은 비주얼 노벨하면 일본쪽 비주얼 노벨을 번역한 것을 연상해서 조금 딱딱한 번역투 혹은 다소 유행을 벗어난 어투를 생각하기 쉬운데, 아무래도 국내 비주얼 노벨 특성상 국내 커뮤니티나 웹소설, 웹툰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속어나 어투들이 성우의 연기에 녹아들면서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게이머들이 우스갯소리로 흔히 얘기하는,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 대한 로망을 채워줄 수 있는 스토리의 편린도 보이고요. 그 스토리가 원작처럼 완성이 될지 혹은 중간에 유저의 실수(?)로 다른 곳으로 샐지 모르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린 가슴을 채워줄 수 있는 불씨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