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포츠 진흥을 위한 공공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한 2022 이스포츠 토크 콘서트가 1일(목) 국회의원회관 제9 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국민일보 e스포츠 포럼이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후원했다.

개회에 나선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양궁, 태권도 같이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종목들이 있다. 대한민국은 이스포츠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스포츠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고, 지금은 제도적인 보완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공공부문의 역할,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이스포츠 토토에 대한 논의 등은 지금부터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라며 이번 토크쇼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스포츠에 위기라는 목소리가 크다. 투자는 줄어들고 수익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며 이스포츠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토크 콘서트는 성승헌 캐스터의 진행으로 1부 '이스포츠와 공공정책', 2부 'e스포츠 토토의 제도화'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 '이스포츠와 공공정책'에는 DRX 철권 프로게이머 '무릎' 배재민, 크래프톤 이스포츠 이민호 총괄, 젠지 e스포츠 이지훈 상무, 문화체육관광부 정윤재 과장이 참석했다. 1부의 첫 주제는 이스포츠의 근간인 '풀뿌리 이스포츠', 혹은 학원 이스포츠의 개선에 대해서 논의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젠지 e스포츠 이지훈 상무는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이 상당히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단은 선수 부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재풀 측면에서는 중국이나 유럽에도 많이 밀리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권 프로게이머 '무릎' 배재민은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재민은 "우리나라가 이스포츠 강대국이지만, 교육을 위해서는 게임을 멀리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개선된 편이지만, 학부모의 인식에는 게임이 여전히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많다. 장래희망으로 프로게이머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광고 등을 통해 학부모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게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 철권 프로게이머 '무릎' 배재민

이민호 크래프톤 이스포츠 총괄은 이스포츠 인식 개선에 대해 공감하면서, 학원 이스포츠와 함께 이스포츠 산업의 다양한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민호 총괄은 "이스포츠가 대체로 프로 선수에 많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는 짧은 수명 이후에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많다. 이스포츠에는 다양한 종사자가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경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초, 중, 고등학교보다는 대학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윤재 과장은 "교육청과 협력할 일이 많이 있는데, 교육청에서 주로 요청하는 건, 공부에 지장을 주지 않고 건전하게 이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등을 주로 묻는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여전히 이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걸 반증하기도 한다"라며 "게임과 이스포츠는 어떻게 다른지 인식을 바꿔 나가는 게 필요하지만 쉬운 부분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역 이스포츠 경기장 활용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민호 총괄은 종로 LoL 파크 개관에 참여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지역 이스포츠 경기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민호 총괄은 "각 경기장의 개관 목적이 있겠지만, 모두가 월드컵 경기장처럼 A매치를 치르고, 팀들이 경기장마다 있는 그런 형태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꼬집었다.

▲ 이민호 크래프톤 이스포츠 총괄

이어 이민호 총괄은 덧붙이며 "경기장을 짓고 가장 중요하게 느꼈던 건 팬미팅 공간이었다. 팬과의 교류가 있고 없고 차이에서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산업의 성장성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경기장을 지을 때 이런 부분도 고려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윤재 과장은 "이스포츠 경기장의 본래 목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될 수 있는 지역이다. 이스포츠를 보기 위해 서울로 가야할 필요 없이,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이스포츠를 볼 수 있는 것, 그 레벨이 꼭 프로 수준의 경기가 아니라 지역 상설 리그나 동호인 리그 등으로 이스포츠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라고 설명하면서 지역 이스포츠 경기장이 아마추어 대회 활성화에 더 많이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젠지 이스포츠 이지훈 상무는 생활 이스포츠는 이미 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훈 상무는 "배드민턴을 치고, 테니스를 치는 것처럼 스타크래프트 한 판을 하고, 철권 한 판을 하는 게 생활 이스포츠라고 생각한다"라며 "LoL 파크도 많은 금액을 들였지만 1년에 150일은 공실이다. 거기에 경기가 이스포츠 경기장으로 내려가면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도 있고, 예산도 소요된다. 대회가 이벤트 성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지역 경기장에서는 최근 열린 발로란트 대회처럼 정기적으로 열릴 수 있는 새로운 종목이 활용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무릎' 배재민은 "지역마다 집중하는 종목을 가져서 특색이 생긴다면 좋겠다. 예를 들어, 대전에서는 카트라이더, 광주에서는 발로란트 등 특색을 만들면 홍보에서도 도움이 될 거다. 그리고 이스포츠 체험 학습을 지역 경기장에서 하는 것도 좋다"라고 주장했다.

▲ 젠지 이스포츠 이지훈 상무

1부의 마지막 주제는 프로게임단의 어려운 수익 창출 문제였다. 젠지 이스포츠 이지훈 상무는 "인구가 너무 부족하다. 미국, 중국 대비 시청자 수가 적고, 이스포츠를 소비하는 세대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후원을 받더라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후원 금액이 적다. 이스포츠가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라며 프로게임단의 고민을 먼저 이야기했다.

크래프톤 이민호 총괄은 "게임단과 게임사는 공생 관계로 함께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일단은 대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대회를 통해 상금을 얻을 기회가 많아지고, 팀도 노출할 기회가 생긴다. 선수들도 팬들과 만나는 접점이 많아진다"라며 보다 많은 대회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포츠 관련 법안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이민호 총괄은 "일전에 프로게임단의 10% 세액 공제를 해주는 법안이 통과됐고, 지금은 20% 세액 공제를 해주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런 법안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무릎' 배재민은 선수의 입장에서 샐러리캡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재민은 "선수 연봉이 현재 게임단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다. 지금 상태는 무리한 지출로 나중에는 팀 유지가 어렵게 될까 걱정이다. 미래를 봤을 때는 게임단이 없다면, 선수도 없다"라며 높은 선수 연봉과 관련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2부 이스포츠 토토의 제도화

2부는 이스포츠 토토와 관련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스포츠 토토는 이스포츠 산업 발전의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과 승부조작 등에 대한 염려가 공존하는 주제다. 2부 패널로는 김대희 부경대 교수, 이민호 크래프톤 이스포츠 총괄, 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이종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산업 본부장이 참석했다.

2부의 첫 번째 주제는 사행산업 매출총량제도이다. 사행산업 매출총량제는 사행산업 전체의 매출액을 경제 규모의 일정 수준 내로 한정하는 규제로 이스포츠가 신규 종목으로 스포츠 토토에 추가될 경우, 다른 종목의 파이가 줄어들 것을 염려해 토토 입성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

김대희 부경대 교수는 "국내에서 발매하는 야구, 농구, 축구, 배구가 실질적으로 이 매출총량을 다 채우지 못해서, 해외 발매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스포츠가 들어온다고 해도, 국내 경기에 피해를 주지 않고, 해외 발매에 사용되는 투표권을 국내로 가져와 쓰이는 게 본래 취지에 더 맞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스포츠의 토토 편입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산업 본부장은 "매출 총량제에서 이스포츠가 편입된다고 해도 전체 총량이 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스포츠 토토의 매출 총량의 95%는 축구, 야구, 농구가 점유하고 있고, 국내보다는 해외 리그가 더 비중이 크다. 이스포츠 역시 국내가 클지, 해외가 클지는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존 발행 주체 단체와의 대화도 필요하고 여러 갈등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 이종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산업 본부장

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이스포트 토토의 등재보다는 이스포츠 자체의 성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양환 본부장은 "이스포츠 토토로 매출을 올리는 것부터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스포츠 산업의 활성화가 먼저 되고 이스포츠 산업의 기반이 튼튼해지면 이스포츠 토토에 대한 지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철학 한국이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매출총량제보다는 기존 발행 단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맞는 화두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스포츠 토토와 관련해서는 기존 발행 단체들과의 논의를 해보면, 공간이 생겼다는 평가가 있어 크게 우려는 하지 않는 상황이다.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기존 발행 단체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질문도 나왔다. 현장을 찾은 서울대 이스포츠학회 한경도 학생은 "스포츠 토토는 기존의 경기 주최자가 공공기관인 각 종목 스포츠 협회이다. 또한, 존재의 의의와 목적도 공익 사업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스포츠는 주최사가 사기업인 게임사이기에 이런 공익 사업에 낄 수 없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종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산업 본부장은 "체육 진흥 투표권(토토)는 특정 사의 영리 추구의 목적은 배제되어야 하는 게 맞다. 다만 현재 발행 주체 단체의 개념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 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 김철학 한국이스포츠협회 사무총장

김철학 사무총장은 덧붙여 "영리 기업은 체육 투표권의 주최 단체가 될 수 없다. 주최 단체는 경기의 관리뿐만 아니라 선수 등록에서 말소까지의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한국이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준가맹 단체로 여러 회원사도 보유하고 있으며, 스포츠 종목처럼 이스포츠 선수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체육 투표권 주최 단체에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주제는 이스포츠 토토로 인한 승부조작 유발 우려였다. 이종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산업 본부장은 "오랜 기간 스포츠 토토를 운영하면서 이런 승부조작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지금은 많이 공정화됐다. 또한, 승부조작 관련 처벌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라며 승부조작 우려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김철학 사무총장은 이스포츠 토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철학 사무총장은 "이스포츠가 굉장히 화려해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 이스포츠의 현실은 굉장히 어렵다. 시장 규모는 여전히 1천억 원대 수준으로 머물고 있고, 게임사도, 게임단도 금전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계속 민간 투자에만 기댄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이스포츠 토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철학 사무총장은 "토토로 인해 생기는 수익금은 크게 프로 활성화 지원과 아마추어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만 쓰일 수 있다"라고 밝히며 스포츠토토로 체육진흥기금이 조성된다면 이스포츠 산업의 발전에 좋은 토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