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공식 런칭. 어느덧 정식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아르케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가득찬 기대감만 있는 건 않을 겁니다. 물론 화려한 전투 연출과 캐릭터 구현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은 게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겠죠.

대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그다지 쉬이 도전하지 못하는 SRPG로의 구현. 여기에 흔히 서브컬처쯤으로 뭉뚱그려 표현하기도 하는 아니메 스타일 게임임에도 데포르메를 줄이고 등신대를 실사와 유사하게 맞춘 독특한 비주얼 등은 게임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꽤 이례적으로 보일 부분이기도 하죠.

그러한 독특함이 때로는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차별화'라는 이름으로, 혹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로 게임 팬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하고, 게임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되니까요. 그리고 실제 게임에서도 그 색다름이 힘이 될지, 아르케랜드의 게임 속 모습을 미리 살펴보고자 합니다.


'랑그릿사 모바일 개발진', 그 말이 주는 신뢰

기존에 없는 신규 IP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아르케랜드지만 출시 전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아마도 랑그릿사일 겁니다. 랑그릿사 모바일 개발진의 신작이라는 표현은 게임의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기 전, 즈룽게임즈도, 언론에서도 아르케랜드를 상징하는 표현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이렇게 이전 작품이 계속 언급된다는 건 그만큼 전작이 훌륭한 만듦새를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랑그릿사라는 시리즈 전체를 펼쳐놓고 봐도 게임 그 자체만 본다면 제일 위 어딘가에 위치할 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닛폰 컴퓨터 시스템의 메사이어가 제작한 랑그릿사는 국내에도 많은 시리즈가 한국어화를 거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작품인 2편 이후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죠. 닛폰 컴퓨터 시스템이 기존 개발진 대신 산타 엔터테인먼트에 제작을 맡긴 랑그릿사 밀레니엄은 혹평 세례를 받았고요. 1, 2편 리메이크 합본 역시 핵심인 전투, 그리고 게임의 상징인 우루시하라 사토시의 일러스트 역시 그것을 대신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디자인으로 떠나는 팬들을 붙잡지 못했습니다.

모바일이라는, SRPG 구현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랑그릿사 모바일이 보여준 만듦새가 그래서 더욱 빛났죠. 전장의 크기, 유닛 구현 등 플레이 타임 및 조작과 관련된 요소는 캐릭터와 용병의 개편으로 해결하고자 했고 다양한 미션 구현에 기존 감성은 살리면서 새롭게 구현한 일러스트 역시 호평받았고요.

자연스레 즈룽게임즈 블랙잭 스튜디오의 SRPG 경력이 이어지는 신작에 전작의 이름이 소환되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모바일과 SRPG, 그 해답을 찾아서

블랙잭 스튜디오는 랑그릿사 모바일, 아르케랜드 외에도 스퀘어에닉스의 대표 SRPG 시리즈인 프론트 미션의 모바일 작품 역시 개발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SRPG를 전문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스튜디오죠.

그런데 모바일에서의 SRPG 구현이라는 게 그다지 쉽지 않은 동행이라는 건 앞서 많은 작품이 보여줬습니다. 넓게 펼쳐진 그리드 내에서의 이동과 함께 상대의 이동과 공격을 고려하고, 또 반격이나 여러 복잡한 전략 요소까지 추가한다고 하면 그만큼 한 번의 행동에 고민할 게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한판을 짧고, 가볍게 가져가야 하는 모바일 게임에서 긴 호흡이 강제된다는 건 분명 단점으로 작용할 법하니까요. 아르케랜드는 그러한 전투에서 복잡하게 생각할 거리는 최대한 덜어낸 형태로 그려집니다.


아르케랜드는 병사와의 조합을 보다 담백하게 그려내 모바일에 맞는 전략을 그렸던 랑그릿사에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캐릭터 중심으로 게임을 구성하고 이들 각각의 성능과 기능이 중요하게 만들었죠. 덕분에 캐릭터의 기본 특성을 중심으로 전략 구성이 가능해졌고 전황 파악도 한층 쉬워졌습니다. 전투 상황을 플레이어가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도 하고요.

전략 게임에서의 직관성은 곧 플레이 난이도, 그리고 플레이 타임과도 연결됩니다. 유리한 상황에서는 게임을 더 빠르게 풀어나가고, 불리한 상황이라면 보다 안전한 방식을 찾아 승리를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대신 복잡함을 덜어낸 전략과 직관적인 전황 예측이 때론 게임을 단순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개발진은 그런 단점을 막기 위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면 속성의 추가, 직업의 특성 등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특히 아르케랜드의 개발진은 정통 SRPG에서 출발했고 스테이지 설계 부분에서 전략적인 요소를 살리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러 게임 행사의 시연버전이나 테스트 빌드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다양한 스테이지가 캐릭터 중심 전략에 어떤 새로운 전략 요소를 만들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실제 출시 버전에서 그게 잘 구현된다면 모바일과 SRPG 전략의 조화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메 스타일과 8등신 캐릭터,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지우고

국내에서는 서브 컬처 게임으로 묶여 부르는 아니메 스타일 게임은 대개 애니메이션풍의 분위기를 담아내기 쉽도록 캐릭터의 형태를 데포르메해 표현하는 편입니다. 게임마다 다르긴 하지만, SD 캐릭터부터 5~6등신 정도 되는 인물을 그려내 얼굴을 보다 큼직하게 담아내 캐릭터를 표현하곤 하죠.

왜곡을 의미하는 데포르메의 표현처럼 이러한 캐릭터는 정확한 인체 비율 구현의 어려움은 덜어내는 동시에 과장된 모습으로 귀여움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아르케랜드는 비슷한 아니메 스타일 게임과 달리 실제 인체 등신에 가까운 캐릭터를 구현했습니다. 탑다운 뷰로 캐릭터가 비교적 원거리에서 잡히는 맵 화면, 인 게임 이벤트는 물론 캐릭터 일러스트, 다른 카메라 구도에서의 이벤트, 그리고 전투 시 이루어지는 액션 구간까지 모두 이러한 이러한 사실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죠.

적어도 출시 전 보여준 이러한 그래픽 구현이 보여주는 장단점은 분명합니다.

우선 보다 실제 인체에 가까운 모습의 캐릭터를 통해 전투에서 보다 사실적인 연출이 가능하죠. 아르케랜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전투 시 액션 연출 구간은 자연스럽게 합을 맞추는 타격감과 화려한 이펙트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파이어 엠블렘과 비슷하지만, 화려함을 보다 강조한 형태죠. 하지만 그게 영화처럼 진짜 있을 법하게 그려지는 데에는 이러한 캐릭터 구현이 한몫했습니다.

다만, 스토리나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내는 데에는 꽤 어려움이 따릅니다. 캐릭터가 더욱 작게 표현되는 맵 화면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전투 연출 내에서도 카메라 구도에 따라서 얼굴과 표정 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물론 개발진 역시 장단점을 나누는 식으로 게임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꽤 여러 방향으로 단점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죠.


전투 액션 곳곳에는 컷 신을 통해 캐릭터의 표정이나 모습을 큼직하게 표시하고 궁극기 발동 시 모습은 새로운 카메라 구도와 연출로 캐릭터성을 한층 강조합니다. 캐릭터 자체가 작게 표현되는 구간에서는 멀리서도 어떤 캐릭터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각각의 복장, 머리색이나 모양 등을 확연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다른 표현으로는 각각의 개성으로 바꿔 부를 수 있는 것들이죠. 여기에 대화 중심의 이벤트에서 표시되는 일러스트 역시 화면 큼지막하게 표현되어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인체 비율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했는지. 아니면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해 사실적인 캐릭터 구현이 가능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일찌감치 모든 부분을 고려하고 계산한 결과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쉬움으로 남을 부분들을 장점으로 다시 그려낼 정도로 개발진의 노력이 있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그간 보여준 게임의 일부만이 아니라 게임 속 수많은 등장인물 모두에게 적용됐을지는 실제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선 출시, 국내 게이머들의 목소리야 전해져라

특유의 화려한 이펙트와 전투 연출, 여기에 줄이고 더한 전략적 요소들은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갈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높은 그래픽 요소들은 때로는 최적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게임 플레이에서의 아쉬움, 혹은 기대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이야기가 강조되기도 합니다.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동시에 전략적 요소를 강조한 아르케랜드는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부각될 수 있는 타이틀입니다. 여기에 기존 블랙잭 스튜디오의 작업물과 달리 기존 IP 없이 시작부터 쌓아올리는 이야기 역시 아쉬운 요소가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운영진은 서울 팝콘, 지스타 등에 출품한 시연 버전이나 비공개 테스트 등 그간 꾸준히 플레이 버전을 팬들에게 선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정식 출시에서 그러한 아쉬움을 덜어낼 기반을 마련했죠.

수집형 게임, 서브 컬처 타이틀이 강세를 보이는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시장이나 일본은 물론 아니메 스타일 게임의 재미를 알아버린 서구권 시장 역시 충분히 흥행을 노려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공략은 비단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에 반해 아르케랜드는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결정에 맞춰 꽤 일찌감치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됐고 개발자 인터뷰부터 게임 속 다양한 설정에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죠.

게임도 여러 차례 공개하고 유저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까지 있으니 아쉬운 부분이나 개선점에 관한 피드백을 들을 기회도, 시간도 꽤 충분했습니다. 더군다나 글로벌 서비스가 아니라 국내 서비스가 우선인 만큼 한국 게임 팬들의 목소리가 게임에 반영될 여지 역시 더 크고요.


여기에 앞서 말했듯 이번 작품은 개발진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새로운 IP 게임입니다. 디렉터 역시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에서 시작했지만, 균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 고민에 작은 것부터 쌓아 올렸다고 전하기도 했고요.

출시 전 얻은 피드백 반영과 아직은 다 보여주지 않은 이야기를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나갈지는 이제 출시를 곧 앞둔 게임 개발진의 손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