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대한축구협회 SNS

대한민국이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조별리그 마지막 대결 이전 성적은 1무 1패. 그리고 상대는 우승까지 노리는 강호 포르투갈. 한국의 진출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그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산출했을 때 두 자리수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어려웠던 경기, 마지막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 그리고 동시에 진행된 우루과이와 가나의 대결에서 우루과이가 2:0으로 승리해 우리나라와 같은 1승 1무 1패지만, 더 많은 골을 넣은 대한민국이 2위로 16강에 진출한 것이다.

포르투갈과 경기가 종료됐을 때, 그리고 선수, 팬 모두가 우루과이-가나 경기를 지켜보면서 가슴졸인 그 짧은 시간 뒤 올라오는 소름과 전율은 과거 2002년 이후 느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짜릿했다. 16강 진출을 만끽하던 때 조규성 선수와 권경원 선수가 들고 있던 태극기의 한 문구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문구 자체도 멋지지만, 상단의 아디다스 대표 문구인 'IMpossible is nothing"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이미 들어봤고, 친숙한 문구였기 때문이다.

▲ 출처 : LCK

2022년 10월, LoL 월드 챔피언십 중 '데프트' 김혁규는 플레인-스테이지를 뚫고 올라온 그룹 스테이지에서 LEC 1위 로그에게 패배한 뒤 많은 팬들은 4번 시드인 DRX에 기대감을 접기 시작했다. 그러나 '데프트'는 포기하지 않았고, 롤드컵 TES와 대결을 앞두고 LCK 공식 중계 방송에 등장한 오늘의 명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은 큰 울림을 줬다.

'데프트' 김혁규의 소속팀이었던 DRX는 그룹 스테이지를 넘어 8강 EDG, 4강 젠지, 어느 팀과 붙어도 이긴다는 예측보다는 힘든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결승전이었던 T1과의 결승도 마찬가지다. DRX가 결승까지 올라온 스토리는 드라마틱하지만, 여긴 현실이기 때문에 T1의 벽을 넘지 못할거라는 말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DRX가 T1을 꺾고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2022년 마지막 달인 12월 현재,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은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슬로건이다. 단순 스포츠 관련 뿐 아니라,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많은 곳에서 활용하며 누구든 쉽게 접하고 사용하는 유행어가 됐다.

▲ 출처 : 놀면 뭐하니

재밌는 점은 과거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도 있다. 사실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 학창시절, 혹은 20대 초반까지 꾸었던 꿈, 희망과 거리가 멀어지고, 현실과 타협을 하게 되곤 한다.

그리고 헛된 희망을 품을 바에는 애초에 안 될 가능성이 높은 것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간다. 이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경우가 많다. 해야 되는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먼저 찾고 합리화하기 일쑤다. 2022년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그렇지 않나.

이번 월드컵도 그랬다. 어릴적 2002년 4강 신화를 보며 큰 힘을 얻었던 기억이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부터 낭만적인 무언가는 나와 거리가 먼 일이 되어버린다. 3일전으로 돌아가 보자. 대한민국이 1무 1패일 때 16강 진출을 예상하고, 진심으로 될 거라 믿었던 이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대한민국은 기적을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스포츠가 재밌는 이유는 언더독이 있고, 예상대로만 되지 않으며, 기적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기대하거나 믿지 않았다. 그런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에 그동안 잊고 있던 '꺾이지 않는 마음'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안 될 가능성이 높아도 0%가 아닌 명백한 가능성에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했으며, 간절한 염원, 포기하지 않았던 투지, 투혼이 16강이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바쁜 현대 생활에 치어 목표로만 세웠던 많은 것들이 시작도 해보지 않고 메모장 구석에서 끄적였던 것들을 하나, 둘 다시 적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말로만이 아닌 정말 후회 없이 뭔가를 해봤던 게 언제였을까. 기적의 시작은 그런 마음이 자리 잡은 각자의 마음 속에서 시작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데프트' 김혁규가 해냈던 것처럼 우리들의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