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라베이스 김봉채 선임연구원

2023년 게임산업을 전망하는 '게임콘텐츠 신흥시장 오픈포럼'이 6일 진행됐다. 스트라베이스 김봉채 선임연구원이 올해 글로벌 게임 트렌드와 내년 사업 대비를 소개했다. 스트라베이스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협업해 매달 글로벌 게임산업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는 조사 전문 업체다.

김봉채 연구원은 "글로벌 게임산업을 추적한 이후, 올해 처음 감소세가 확인됐다"라며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시장 감소가 시장 전체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전년 대비 콘솔 게임 시장은 4.2%, 모바일 게임 시장은 6.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연구원은 콘솔 시장 감소 원인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의 피해 복구가 아직 되지 않아서라고 짚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콘솔 하드웨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소프트웨어 개발 역시 더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 시장은 코로나19 상황 이후 외부 활동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용 시간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2023년 콘솔 시작 회복과 더불어 게임산업 전반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시 VR 게임 시장 성장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올해 VR 게임 시장 18억 달러(약 2.3조 원)에서 내년 25억 달러(약 3.2조 원), 2024년 32억 달러(약 4.2조 원)로, 올해 대비 2024년에 77.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 기준으로 독일은 게임시장이 꾸준히 성장하지만, 독일 게임산업은 활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독일 내 게임매출 중 독일 게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자국 게임사 육성 필요성을 느껴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독일보다 심각한 유럽 지역으로 영국을 꼽았다. 영국 게임사는 브렉시트 이후 개발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게임사가 다른 유럽 나라로 이동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어 스페인과 같이 다른 유럽 나라가 영국의 어려움을 틈타 유럽 게임 허브 자리를 노려 다른 나라 게임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영국 내에서는 게임사에 세금 감면 혜택을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은 유럽 지역의 좋은 사례로 선정됐다. 마인크래프트, 잇 테이크 투 등 스웨덴에서 탄생한 게임을 해봤다고 응답한 전 세계 게이머는 약 25%로 추정된다. 스웨덴 게임사는 2021년에 처음으로 자국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매출을 올렸다. 스웨덴 게임사의 좋은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아 기준 우리나라 올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됐다. 일본 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4%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지역은 인도다. 인구 규모와 시장 성장률 면에서 인도는 전 세계 게임사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게임 산업 위기론이 2018년부터 있었다. 당시 원인으론 모바일 게임 시장 대두와 멀티 플랫폼 지원에 있어 일본 게임산업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과거의 지적이 현재에도 적용된다고 짚었다. 현재 중국 게임사가 일본 게임시장에 진입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중국 게임사 진출과 일본 내 개발 비용 증가로 인해 일본 게임사가 자국 내에서 경쟁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중국 콘솔 시장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더 클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정식으로 판매되는 것보다, 해외 버전을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 내에 가져오는 것이 정식 버전의 4배 정도 된다고 추정이 된다"라며 "그래서 공식 집계상으로도 중국 게임 시장은 크지만, 집계되지 않은 부분까지 고려하면 알려진 바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에서 비교적 인기 없다고 평가받은 콘솔이 생각보다 상당한 시장을 형성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e스포츠가 주목받고 있다. 김 연구원은 동남아 지역에서 게임은 우리나라의 10년 전 인식과 같다면, e스포츠는 상대적으로 더 좋다고 전했다. 이 지역 프로게이머 연봉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인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e스포츠 조직은 동남아 지역에 e스포츠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 게임시장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 지역 게임시장은 모바일 플랫폼 광고 수익이 주 매출이었다. 그런데 브라질의 경우 유료 결제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선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까지 이어질 게임업계 주요 키워드로 △M&A △IP 확장 △PC/공정성 문제를 선정했다.

M&A는 올 초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겠다고 밝혀 크게 주목받았다. 당초 올해 12월 인수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독과점 논란으로 인해 인수 완료가 늦춰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A 목적에는 구독 서비스 확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구독 서비스 확장이 콘솔시장 라이벌인 소니 PS를 이길 방안이어서다.

관련해 현재 콘솔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구독 서비스는 초기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거액의 계약금을 들고 와 콘솔 게임사를 설득했다면, 이제는 구독 서비스가 충분히 성장해 콘솔 게임사가 게임패스에 등록하지 않으면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일부 콘솔 게임사는 초기 마이크로소프트가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할 때 입점하는 게 나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텐센트의 M&A에 대해 김 연구원은 중국 정부 규제를 피하고자 해외에 집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게임사는 중국 외 지역에서 매출의 20~50%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M&A를 고려한다. 중국 게임사는 북미 지역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유명 개발자, PD 등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모습을 취한다. 이를 통해 이미지 쇄신과 '중국'이어서 저평가받는 이미지를 극복하는 효과를 노린다.


게임 IP 확장이 사용되는 방법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다. 닌텐도의 경우 게임 IP를 테마파크, 영상물, 상품으로 확장하고, 확장된 시장의 고객이 다시 게임을 찾게끔 한다. 김 연구원은 "닌텐도 기업 특성상 IP 확장 속도가 다른 게임사보다 조금 느리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전략 방향성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CDPR의 '사이버펑크 2077'의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좋은 영상물이 게임 유저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좋은 사례가 됐다.

김 연구원은 최근 트렌드로 디즈니 사례를 꼽았다. 예전 디즈니는 본인들이 자신들의 IP로 직접 게임을 개발했다가, 최근 IP 라이선스를 외부 게임사에 제공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디즈니가 오랜 관계를 맺거나 개발력이 입증된 회사가 아니어도, 굉장히 다양하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마블스냅'은 밴 브로드라는 유명 디렉터가 만들었으나, 신생 업체인 점에서 디즈니의 IP 제공이 특이 사항으로 주목받았다.

넷플릭스는 디즈니와 달리 직접 게임을 개발하려 몸집을 키우고 있다. 김 연구원은 "넷플릭스가 성과를 내면, 전 세계 크고 작은 모든 게임사에 기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전했다.


PC(정치적 올바름)와 관련해 이제 게임사는 작품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에도 적극 참여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예로 이전까지 게임사는 플레이 핵을 잡거나 정교한 매칭 시스템에 대한 요구를 받았다면, 이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표명도 요구받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업이 사회 문제에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인데, 이제는 상황상 입장 표명을 강요받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 올바름, 공정성에 관한 기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이 부분에 있어 게임사가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적으로 조직원과 소통하고, 의견을 취합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