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진행된 미디어 브리핑 이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며칠의 간격을 두고 후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다수의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인터뷰로 진행되었으며, 인터뷰 전 25레벨까지 플레이가 가능한 빌드를 플레이하면서 게임의 설계를 살펴볼 시간을 주었다.

인터뷰이로는 디아블로4의 디렉터인 '조 셀리(Joe Shely)'와 디아블로 프렌차이즈의 총괄 매니저인 로드 퍼거슨(Rod Fergusson)'이 참여했으며, 약 45분 간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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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셀리, 디아블로4 게임 디렉터

Q. 클래스 별 스킬트리가 몇몇 키워드로 분류되는 것을 확인했다. 각 클래스의 설계 방향과 방향성을 어떻게 기획했는가?

- 각 클래스는 몇몇 키워드를 중심으로 육성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스킬 트리에서 해당 키워드와 관계된 스킬 및 노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쉽도록 준비되어 있다.

아마 플레이해보았다면 알겠지만, 출시 시점 기준으로 준비된 클래스는 다섯 종류이며, 각 클래스마다 고유의 빌드가 있다. 야만용사를 예로 들어보자.

야만용사는 크게 네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빠르게 공격하면서 치명타률을 높여 전체적인 피해량을 높이는 '광분', 그리고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는 '출혈', 장비를 적극 활용해 더 큰 피해를 입히는 '무기', 그리고 빠르게 분노를 수급하고 더 많이 사용해 전체적인 피해량을 높이는 '분노'다.

하지만, 50레벨 이후 정복자 보드를 어떻게 설계하는지, 그리고 전설 장비를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빌드에서도 플레이 스타일과 방향성이 갈릴 수 있다. 이 '키워드'는 어디까지나 광의적인 제안이라 말해두고 싶다.


Q. 클래스별 스킬 트리 설계가 꽤 복잡하게 이뤄진 모습이었다.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구상했고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가?

- 스킬트리는 디아블로4의 성장 시스템 중 가장 먼저 접하게 될 시스템이자, 캐릭터의 성장 전반부를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최종 레벨의 절반인 50레벨 이후부터는 정복자 보드를 활용하게 되며, 이 정복자 보드는 스킬트리에 비해 더욱 광범위하며, 또한 복잡하다. 반면 스킬 트리는 마찬가지로 깊이감을 지니고 있음에도 신규 플레이어가 게임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비교적 쉽고 느리게 진척도록 설계되었다.

정복자 보드에 접근하기 전까지, 게이머는 클래스를 이해하고, 자신의 성장 방향을 지정하며 스킬 트리를 짜게 된다.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면서도 혼동되지 않게끔 자신만의 빌드를 짜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 직업 별로 몇 개의 키워드가 존재하며, 해당 키워드를 중심으로 성장 방향을 정하는 형태


Q. 스킬 초기화가 가능하지만, 포인트 수량에 따라 골드가 소모된다. 최적화된 빌드를 찾기 위해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부담이 꽤 클 것 같은데, 내부 테스트 결과는 어땠나?

- 골드 소모량과 초기화의 가치 간 밸런스 조절은 계속 검토중인 사항이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을 지양하고, 각 캐릭터, 나아가 여러 플레이어가 고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게임의 방향성으로 의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의 리셋은 필수적이겠지만, 모든 포인트를 리셋하지 않고 일부만 수정한다면 그리 비용 소모가 크진 않다.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여러 빌드를 실험할 수 있다. 이렇게 트리를 일부 변경해가면서 최적화된 빌드를 찾아가는 건 우리가 의도한 방향이기도 하다.

또한, 일부 장비의 경우 아직 배우지 못한 스킬을 먼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런 장비를 통해 스킬을 미리 사용해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또 자신만의 빌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우리는 각 게이머들이 고착화된 몇몇 빌드를 사용하기보단 최대한 많은 빌드를 사용하면서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어내길 기대하고 있다.

▲ 각 포인트를 리셋하기 위해서는 골드가 필요하며, 포인트 수량에 따라 골드 소모도 달라진다


Q. 필드의 레벨 스케일링을 포함해 '라이브 서비스'를 염두에 둔 설계가 눈에 띈다. 정식 서비스 시점에서 캠페인을 완료한 캐릭터가 있다면, 두 번째 캐릭터가 캠페인을 스킵할 수 있는가? 그리고 레벨 스케일링의 제한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 캠페인 스킵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라이브 서비스에 대해서는 출시가 곧 시작이 되기 마련이니 아직 긴 얘기를 하긴 어렵다.

우리는 디아블로4의 출시를 프로젝트의 마무리가 아닌,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의 완성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몇 년에 걸쳐 더 큰 세계와 콘텐츠들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당연히 런칭 시점에 게임 개발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 시점이 게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시점이라 여기고 있다. 우리는 최소 수 년 간의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

레벨 스케일링의 경우 모든 지역의 레벨이 플레이어의 레벨에 맞춰 조정된다. 때문에 초반부에 놓친 콘텐츠를 후반에 플레이하더라도 긴장감이 떨어질 일은 없다.


Q. 위에서도 몇 번 말했지만, 이와 같은 장르에서 '빌드의 고착화'는 숙명과 같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로 준비된 기능이 있는가?

- 그렇다. 일단 개발팀 내부적으로 다양한 빌드가 게임에서 충분히 활용되게끔 디자인을 계속해서 손보고 있으며, 밸런스 조절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라이브 서비스 중에도 직업별 밸런스에 대해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일 것이며, 시즌마다 보다 균형있는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게끔 수정하며 다양한 빌드가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 최대한 많은 빌드를 사용하게끔 조정하는 것이 목표


Q. 진행 도중 다른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었지만, 계속 함께 다니진 못했다. 위상의 차이가 생기는 것 같은데, 정확한 기준이 어떻게 되는가?

- 게임 플레이 중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거나, 클랜을 형성해 함께 플레이하는 기능이 지원된다. 무작위로 만나는 플레이어들과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를 설명하자면, 먼저 서버의 작동 방식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디아블로4의 월드 내에서는 이동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서버 간 이동을 하게 되며, 현재 진행하는 활동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뉘게 된다. 월드 보스를 처치할 경우엔 같은 목적을 지닌 플레이어들이 보이게 되는 식이다.

마을에서는 소셜 기능이 지원되기 때문에 더 많은 플레이어를 볼 수 있지만, 필드에서 퀘스트를 진행할 때는 비교적 적은 플레이어들이 보일 것이다.

▲ 마을에서는 더 많은 게이머들을 볼 수 있다


Q. 시연 빌드에서는 거래 기능을 활용할 수 없었는데, 출시 시점에는 어떻게 되는가?

- 거래 기능에 대해서는 몇 가지 논의가 진행중이다. 일단 강력한 아이템의 경우 직접 몬스터를 잡거나 난관을 극복해 얻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강력한 장비의 거래에는 제한이 걸려있는 상태다.

또한, 거래라는 활동이 유의미한 가치를 만들어내길 희망하고 있다. 런칭 시점에서 거래 시스템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희귀 아이템만 해도 상당한 위력을 지니고 있고, 전설 효과를 희귀 아이템에 부여하는 기능도 존재하기 때문에 희귀 아이템 거래 또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디아블로 프렌차이즈 총괄 매니저 '로드 퍼거슨'


Q. 월드맵 자체는 변수에 의해 무작위로 만들어지지 않는 고정적 디자인의 필드다. 엔드 게임 시점에서 같은 지역을 플레이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콘서트'를 생각해보자. 같은 공연장이라 해도 누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공연 내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디아블로4에 적용될 시스템 또한 이와 비슷하다. 던전 자체는 같은 위치에 있지만 내부 콘텐츠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종반 콘텐츠인 '악몽 던전'의 경우는 던전 내 속성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악몽의 물결'은 몬스터의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계속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월드 탐험 과정에서 또 한가지 생각해볼 건 '명성' 시스템이다. 명성 시스템이야말로 플레이어가 이미 지나온 지역을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다. 해당 지역의 던전을 클리어할 때마다, 탐험을 마칠 때마다 명성이 조금씩 차오르게 되는데, 이는 같은 계정 내 다른 캐릭터에도 영향을 준다.

추가로 엔드 콘텐츠 중 하나인 '속삭임의 나무'를 말할 수 있다. 디아블로3의 현상금 콘텐츠와 비슷한 구조를 지닌 콘텐츠이며, 게이머가 직접 던전을 선택하고 클리어를 통해 전설 장비를 획득할 수 있는 '섬뜩한 축복'콘텐츠도 지나온 지역을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 오픈 월드의 형태는 고정되어 있지만,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Q. 맵이 상당히 넓은 편인데, 탈것은 어느 정도 시점에 등장하는가?

- 이전에는 캠페인 종반에 탈것을 탈 수 있게끔 설계했으나, 지금은 조금 이른 시점에 탈것을 탈 수 있도록 변경한 상태다. 캠페인 중에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 캠페인을 클리어한 후에 신규 캐릭터를 만든다면, 처음부터 탈것을 사용할 수 있다.

탈것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탈것을 사용하게 되는 시점을 콘텐츠 밸런스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너무 빠르게 세계를 탐험하면서 놓칠 우려가 있는 콘텐츠들을 고려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의도했던 게임의 초반 플레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등장할 적들에게 충분히 대적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 너무 이른 시점보다는 세계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탈것을 만나게끔 설계하려 했다.


Q. 게임 내 분위기가 상당히 어두웠다. 이번 게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

- 성역은 천사인 이나리우스와 악마인 릴리트 사이에서 탄생한 세계다. 디아블로4를 플레이하며 이 두 주요 인물들을 만나고, 성역의 구성원들과 교류하고,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가 어떤 이야기를 지녔는지를 알아내며 스토리를 즐기길 바라고 있다.

▲ 성역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즐기게 만드는 것이 목표


Q. 스턴이나 넉백 등의 상태이상이 보다 큰 영향을 주게 되어 전투 난이도가 높아졌고, 어두운 분위기 자체도 일부 플레이어들에겐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디아블로4의 톤과 테마는 1편과 2편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두 작품은 어두우면서도 잔혹한 비주얼을 가감없이 보여주었고, 이렇게 그려진 세계를 대면하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디아블로4의 개발에 있어 중요한 목적이었다. 난이도에 대해서는 게임 내 난이도 조절 기능을 활용하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별개로, 그간 많은 콘텐츠를 소모해온 게이머들의 성향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디아블로의 초기작들이 출시되었을 무렵엔 이 어둡고 기괴한 다크 판타지가 다소 매니악한 분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기괴하고 어두우며, 음침하고 잔혹한 이런 톤은 주류의 하나가 되었고,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나 '워킹 데드'와 같은 작품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때문에 '디아블로4'가 추구하는 톤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적기라 판단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수많은 디아블로4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 참 오래 걸렸지만, 드디어 이 게임을 여러분 앞에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오랜 기간 다음어왔으며, 인터뷰에 참가하지 않은 개발팀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완성된 게임을 한국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디아블로 프렌차이즈 전체를 두고 봤을 때, 한국 팬들은 언제나 큰 성원을 보내 준 팬들이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때도, 이모탈의 런칭 때에도 한국 팬들은 큰 호응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주셨다. 이 프렌차이즈와 함께 해준 지난날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많은 피드백과 통찰을 발휘해 주시길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 다시, 여러분과 성역을 모험할 날을 기다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