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진행한 디아블로4 개발진과의 인터뷰는 일반적인 해외 개발자 인터뷰와는 사뭇 달랐다. 일반적으로 해외 개발자와의 인터뷰는 두리뭉실한 답변이나 돌려 말하기를 구사하며 불리한 질문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 인터뷰는 꽤 디테일하면서도 성의있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디아블로4'라는 게임에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으로 보였다.

하지만, 45분이라는 시간이 다소 짧게 느껴진 건 어쩔수 없었다. 때문에 인터뷰가 끝난 후 추가로 질의를 남겨도 되는지 문의했고, 몇 번의 대화 끝에 '디아블로4'에 대한 정보를 짧게나마 더 들어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추가 인터뷰는 수석 클래스 디자이너인 '애덤 잭슨(Adam Jackson)'과 아트 디렉터인 '존 뮬러(John Mueller)'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들의 직책에 맞춰 클래스 디자인 및 아트 디렉팅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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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덤 잭슨' 수석 클래스 디자이너


Q. 먼저, 출시 기준으로 등장할 다섯 클래스의 기믹과 핵심 컨셉에 대해 간단히 말해줄 수 있는가?

- 어려운 질문이다. 설명 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추후 게이머들이 직접 자신의 빌드를 찾아내길 바라기 때문에 빌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우리가 추구하는 게임의 방향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디아블로4에 등장하는 클래스는 각각 4~6종의 키워드를 다루며,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빌드를 꾸리게 된다. 다만, 이전의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빌드를 구성해도 선호하는 전투 스타일에 따라 완전히 다른 빌드가 구성될 수가 있다.

간단하게 클래스 별로 한 가지씩만 소개하자면, 야만용사는 전투 지속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강력해지는 광분 중심의 빌드, 원소술사는 원소 별 상태이상을 중심으로 하는 빌드, 도적은 무기에 독이나 냉기, 어둠 속성의 속성을 부여하는 빌드 등이 있으며, 강령술사는 체력을 소모하며 피해를 입히는 혈마법 빌드를 선택할 수 있다. 드루이드는 아직 공개하긴 어렵지만 변신 시스템이 빌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 각 클래스는 4~6종의 키워드를 지니고 있다


Q. 4편에 이르러 '다크 판타지'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아트 디렉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 같은데, 개발 과정에서 무엇을 중시했는가?

- 디아블로4는 기본적으로 매우 넓은 세계를 바탕으로 하는 오픈 월드 게임이고, 아트 디렉팅에서 중요한 부분은 전체적인 톤을 설정하되, 너무 획일적이지 않게 다양한 비주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둠'이라는 테마는 물리적으로만 구성되는게 아니다. 세계의 구성원이나 사건, 사물 등이 전달하는 뉘앙스와 톤, 그리고 던전 등의 구성에서 기괴하고 잔혹한 이미지를 살려냄으로서 기본적으로 어둡지만, 동시에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성역의 모습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다만, '디아블로4'는 수백 시간 이상을 플레이할 게임이기에 너무 압박적인 환경 조성이 이뤄지지 않도록 신경쓴 부분도 있다. 성역에는 더욱 어두운 부분이 있는 반면, 비교적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도 있다. 이 대비를 통해 성역을 탐험하는 게이머들이 어둠과 빛을 보다 확실히 느끼게끔 설계했다.

▲ '존 뮬러' 아트 디렉터


Q. 체험 빌드에서 제공된 세 클래스의 기믹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령술사와 드루이드의 기믹은 아직 확인할 수 없었는데, 두 클래스의 특징적 요소를 설명해줄 수 있는가?

- 내부적으로는 이를 '클래스 메카닉'이라 부른다. 다른 클래스와 대비되는 각 클래스만의 특별한 시스템인데, 야만용사는 네 개의 무기를 휴대하며 사용하는 스킬에 걸맞는 무기를 꺼내들고, 원소술사는 마법 부여를 통해 부가 효과를 만들어낸다. 도적은 버블 시스템과 원거리, 근거리 스킬을 균형있게 활용하는게 체험 빌드에서 볼 수 있었던 세 클래스의 메카닉이다.

강령술사의 경우 '망자의 서'라는 시스템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강령술사가 소환하는 소환수 군대의 구성을 바꾸거나, 특정 병종을 강화할 수 있으며, 반대로 소환수를 포기하면서 본신의 힘을 강화할 수도 있다. 드루이드는 앞서 말했듯 아직 밝히기 어렵지만, 원소술사와는 다소 다른 원소 마법들과 변신 시스템이 존재한다.


Q. 이전 작품들의 경우 우호적 NPC가 제한적으로 등장했고, 필드에서는 대부분 악마와의 전투가 부각되었기에 각 클래스의 배경 설정이나 서사 전달이 제한적이었다. 이번 작품은 다를까?

- 앞서 말한 클래스 메카닉의 측면에서 보자면, 각 직업별 특징을 활용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클래스마다 고유의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이 퀘스트를 통해 해당 클래스가 가진 서사와 설정을 조명하고자 했다.

또한, '디아블로4'의 경우 전작에는 없었던 세계와의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도 재미있는 서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각 클래스의 고유 퀘스트를 통해 서사를 보강할 계획


Q. 각 클래스의 컨셉이 확실한 만큼 외형 설정과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 이를 만드는 과정이 어떠했는지 말해줄 수 있나?

- 직업 별 비주얼 구성에 많은 노력을 한 건 사실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조명할지를 매우 고민했다. 플레이어가 더 많은 감정을 쏟을 수 있고, 동시에 캐릭터가 자신의 분신으로 느낄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과 장비 꾸미기 옵션을 도입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클래스로서 가지는 특징과 컨셉 외에도 별개의 성격 레이어를 갖추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자신이 상상하던 기술과 컨셉으로 전투에 임하면서, 동시에 꿈꾸던 모습의 캐릭터를 다루는 건 매우 이상적인 '클래스 판타지'의 충족일 테니 말이다.

▲ 외형은 클래스 메카닉과 함께 캐릭터의 성격을 부여하는 장치가 된다.


Q. 전작의 경우 재미있는 효과를 지닌 전설 아이템이 많았지만, 쓰이는 아이템이 한정적이다 보니 버려지는 아이템이 매우 많았다. 이 불균형에 대한 해결책은 어떻게 마련해 두었는가?

-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다양한 빌드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특정 빌드나 이에 걸맞는 전설 아이템의 수요를 분산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빌드 편중을 완화할 수 있다면, 아이템의 활용도 또한 매우 넓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빌드와 관계 없이 무조건적인 강함을 제공하는 옵션이나, 특정 스탯에 과하게 의존하는 아이템 설계를 지양했다. 3편을 예로 들면 '치명타' 스탯이 그러한데, 치명타 관련 스탯은 대부분의 빌드에서 핵심적인 전투 스탯으로 활용되었다. 이렇듯 호불호가 구분되지 않는 단순히 강한 아이템은 수요를 폭증시키기 마련이기에 좀 더 영리한 빌드 구성을 유도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Q. 전작의 '카나이의 함'과 같은 아이템 가공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 각 마을에 '비술사(Occultist)'라는 직업의 NPC가 존재한다. 이 NPC를 통해 전설 아이템 효과를 추출해 다른 아이템에 각인하거나 하는 등 '카나이의 함'이 지원했던 기능 중 일부를 활용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 더 공개할 수 있으리라 본다.

▲ 마을에는 아이템 '강화'가 가능한 대장장이 외에도 약초학자와 비술사 등이 존재한다


Q. 세계가 넓어진 만큼 탐험할 공간과 콘텐츠도 많아졌는데, 이 여정을 함께 할 추종자, 혹은 용병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가?

- 확실히 말하자면, 과거처럼 플레이어에게 귀속되어 장기간 함께하는 용병이나 추종자는 런칭 버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많은 게이머들이 이를 바라고 있다는 건 알고 있기 때문에 추후 이뤄질 업데이트에서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또한, 캠페인 플레이 중엔 서사를 구성하는 다양한 성역의 인물들과 만나게 된다. 단순히 대화를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의 경우는 플레이어와 동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전투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과 함께하는 모험도 나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성역을 탐험하다 보면 익숙한 인물들과 함께하기도 한다


Q. 마지막으로, 정보 공개 이후 많은 한국 게이머들이 기대를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 블리자드는 언제나 한국 게이머들을 존중했고, 한국 게이머들이 우리가 만든 게임에 보여주는 열정과 응원을 잘 알고 있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와 한국 게이머들 사이의 관계가 한 마디 말로 하기엔 꽤 돈독하지 않았나? 그렇기에, 이번 발표는 꽤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흥분되는 일이었다.

동시의 현재 이 시점은 문화적 개방성과 수용 범위에 있어 '디아블로'라는 프랜차이즈 전반에 아주 좋은 시기라 생각한다. 게이머들이 즐겁게 즐기길 바라며 우리 스스로도 즐겁게 게임을 만들었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 개발해 온 만큼 즐겁게 즐겨주시길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