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의 간판 레이싱 프랜차이즈, '니드 포 스피드'의 신작을 오랜만에 자동차 액션 명가(?) 크라이테리온에서 맡았습니다. 지난 세 차례의 작품을 개발한 고스트 게임즈 이후, 그러니 약 10여년 만에 다시 크라이테리온의 손에 넘겨진 셈입니다.

이제는 첫 출시로부터 약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니드 포 스피드' 프랜차이즈에게 있어, 이제는 시리즈의 기존 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용자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게 탈바꿈한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의 만화같은 비주얼은 꽤나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신규 플레이어들이 접근하기엔 아직까지 그 허들이 낮지 않은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게임명: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
장르명: 레이싱
출시일: 2022.12.2
리뷰판: 1.04
개발사: Criterion Games
서비스: EA
플랫폼: PC, PS5, Xbox Series X/S
플레이: PS5



만화같은 연출 한 스푼으로 만들어 낸 유니크한 분위기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는 1994년부터 계속되어 온 프랜차이즈 역사를 되돌아볼 때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타이틀입니다.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차세대' 콘솔인 PS5와 Xbox Series X/S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이고, 2013년 출시된 '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 이후 오랜만에 크라이테리온이 개발을 도맡았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면 거의 3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프랜차이즈를 유지해 오면서, '니드 포 스피드'는 지속적으로 혁신을 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작 지점부터 결승점까지 경주한다는 장르적인 제약 속에서도, 2002년 출시된 핫 퍼슈트2(무한질주2)나 2005년 '모스트 원티드'같은 작품은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 오르내릴 정도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레이싱 게임 시장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고, 하위 장르를 정립하는 게임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주가 이뤄지는 장소와 규칙, 도로의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는 주행 방법만큼이나 여러 게임이 제자리를 찾아갔고, 그 속에서 니드 포 스피드 또한 프랜차이즈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했습니다.

직전 작품인 '히트'와 이번 '언바운드'를 살펴보면, 니드 포 스피드 프랜차이즈가 여타 레이싱 게임들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노선이 엿보입니다. 가볍게, 그리고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아케이드 레이싱의 기조를 유지하는 한 편, 핫 퍼슈트 이후 줄곧 프랜차이즈를 대변하는 추격전을 유지하는 것, 그 위에 스트릿 감성을 한스푼 얹어내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오랜만에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 개발을 맡은 크라이테리온은 다소 만화같은 연출을 끼얹었습니다. 카툰 형태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드라이빙 효과는 '니드 포 스피드'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레이싱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한층 더 가볍고, 쾌활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 모습입니다.


스트릿 감성이 더욱 풍부해진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눈에 띕니다. 카툰 렌더링으로 구현된 주인공 캐릭터에게는 여러가지 의상을 입혀줄 수 있는데, 챔피언이나 반스 등 굉장히 익숙한 스트릿 패션 브랜드의 제품이 등장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거기에 대부분의 치장용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구하게 되는 재화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말이죠.

차량에 대해서도 굉장히 폭넓은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합니다. 각 차량별 바디 키트를 통해 외관을 입맛대로 변경할 수도 있고, 내부 부품 또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성능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개조가 가능했습니다. 자신의 드라이빙 스타일에 따라 드리프트에 좀 더 특화된 차량을 만들거나, 그립을 강화시키는 등으로 차량을 특화할 수 있으며, 차체의 높낮이나 서스펜션, 심지어 배기음에 이르기까지 입맛에 맞는 차량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만화같은 연출이 특징인 드라이빙 효과 또한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부분으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 외에도 게임플레이를 통해 얻어 자신만의 연출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효과 외에 차체 렌더링은 사실적이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는 플레이어라면 해당 연출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반스 덕후 눈 돌아가게 만드는 의상들

▲ 데칼, 바디킷, 배기음까지 입맛대로 만들 수 있는 나만의 차량



오픈월드 레이싱으로서 갖춘 '언바운드'의 방향성


스트릿 레이싱에 정점에 오르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는 '언바운드'의 스토리는 '레이크쇼어 시티'라는 가상의 도시를 바탕으로 한 오픈월드 레이싱으로 풀어냈습니다. 과거 '모스트 원티드' 시절부터 선보여 왔으나, 최근에는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라는 대단한 라이벌이 등장한 분야이기도 하죠. 크라이테리온과 EA의 입장에서는 이 강력한 상대로 인해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레이싱 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비장의 한 수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언바운드'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이들의 방향성은 일단 전반적인 게임플레이 구성을 간결하고, 알기 쉽게 구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가 선보이는 방대한 맵과 지역별 특색을 살린 풍경, 매주 변화하는 계절은 없지만, 나름대로 알찬 오픈월드로 느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법을 개척하려는 시도를 확인 가능했습니다.

그 시도의 가장 큰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일주일 단위로 설계된 레이싱 스케쥴입니다. 플레이어는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낮과 밤으로 이뤄진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며, 매 주 마지막에 있는 가장 큰 레이싱 대회에 참여해 최종 승리를 노리게 됩니다. 매 주차 대회 별로 우승 상금과 차량을 입수할 수 있으며, 마지막에는 서로 다른 등급을 가진 4개의 차량을 마련해 최종 경기를 치느게 되는 형태입니다.

이처럼 알기 쉬운 과정 아래에서, 플레이어는 당연히 불법적인(?) 스트릿 레이싱을 매일같이 뛰어야 합니다. 상금을 벌어야 자동차를 개조해 더 높은 등급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만 볼 수 없는 '레이크쇼어 시티'의 공권력은 불법 스트릿 레이서들을 잡아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플레이어를 쫒기 시작합니다.

▲ 낮과 밤으로 이뤄진 하루하루를 따라가며 예선을 준비할 자금을 모으는 게 핵심

이번 작품에서 히트 레벨(경찰의 주인공에 대한 주목도)은 오픈 월드 내에서 속도 위반이나 기물 파손을 통해 오르는 것보다는 위에서 설명한 스트릿 레이싱에 참여했을 때 일정 수준으로 증가하는 폭이 큽니다. 낮과 밤으로 이뤄진 하루동안 참가 가능한 경기에는 제한 없이 출전할 수 있지만, 경기를 치를 때마다 히트 레벨이 계속 증가해 경찰과의 추격전 횟수가 늘어나는 시스템입니다. 히트 레벨이 증가할수록 여러 타입의 경찰차가 출동하며, 각 차종별로 따돌리는 방법이 달라 이를 숙지하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언바운드'에서의 시간은 플레이어가 은신처에 방문할 때 흐릅니다. 낮에 은신처에 들어가면 밤이 되고, 낮동안 경기를 통해 얻은 상금이 계좌에 온전히 들어오는 것도 은신처 내에서 일어납니다. 즉, 은신처에 도착하기 전에 경찰에게 잡히게 된다면 그날 번 상금을 모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 그 과정에서 만나는 라이벌 레이서들의 이야기도 깨알같이 등장합니다

이처럼 낮과 밤을 일주일 단위의 스케쥴로 분배한 형태를 통해, 플레이어가 두 가지 레이싱의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도록 안배한 것도 '언바운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히트 레벨이 하루 종일 유지된다는 유칙이 더해져 밤에 하는 레이싱은 더욱 위험 부담이 커지는데, 그만큼 밤 레이싱의 상금 폭이 크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안겨줍니다. 높은 상금을 위해 검거의 위험을 무릅쓰고 레이싱을 할 것인지, 아니면 얌전히 은신처로 돌아가 내일 아침을 맞이할 것인지 말이죠.

최종 목표를 위해 상금을 모은다는 목적을 부여하는 일일 레이싱 경기는 게임플레이에 큰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매 경기에서 더욱 많은 돈을 얻기 위해 상당한 몰입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다만, 오픈월드 측면에서는 여러 모로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데, 역시나 레이싱 게임의 특성 상 수집물 획득이나 단속 카메라 찍히기 등 예측 가능한 콘텐츠가 맵 곳곳에 배치되어 있을 뿐이기 때문이죠. 물론, 주요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몇몇 사이드 퀘스트가 생기기는 하지만, 결국 어디에서 어디까지 주행을 한다는 것에서는 그 범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초심자에게는 아직 너무나 가혹한 스트릿 레이싱 씬

▲ 이게 레이싱 게임이야 한문철TV야...

오픈월드 측면의 경험 외에, 레이싱 경험에 대해서 느낌 점은 이번 작품으로 시리즈에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아직까지도 허들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부터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를 빠짐없이 즐겨온 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전혀 다른 플레이 스타일의 레이싱 게임을 즐겼거나, 레이싱에 미숙한 이들에게 '언바운드'는 초반부터 고된 경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게임은 비숙련자들을 위해 '쉬움' 난이도를 따로 두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것이 실제 플레이 경험에 크게 체감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토리 모드의 초반부터 NPC들의 주행 실력은 좋은 말로 하면 정말 도전적이고, 다르게 이야기하면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수준입니다. 어찌나 다들 섬세한 주행 실력을 가졌는지, 한 번 실수라도 하면 1등에서 8등까지 추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드리프트를 통해 부스터 게이지를 쌓으며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스타일의 게임에 익숙하다면 위와 같은 고민이 필요 없을지 모르겠지만, 비교적 묵직한 감각의 시뮬레이션 레이싱을 즐기던 게이머라면 '언바운드'만의 스타일에 적응하기까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손맛'을 찾는 여정이 너무나 가혹한 점도 이번 작품의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 이런 불상사 한번이면 그대로 꼴찌가 되어버린다니

크라이테리온이 담당한 이전 작품들에서도 꾸준히 언급된 것으로, 경기 도중 도로를 주행하는 일반 차량을 들이받으면 '번아웃'식 사고 장면이 연출되는 점이 꼽힙니다. 초 단위로 순위가 결정되는 레이싱에서 이러한 사고를 한번 당하면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직행하기 때문에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죠. 물론, 이전 작품들보다 사고 연출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이 도로 위의 복병들은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울화통을 터뜨리게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위에서 언급한 NPC들의 살벌한 주행 실력이 뒷받침되면서, 플레이어가 레이싱 경기에서 1등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느낌을 줍니다. '쉬움' 난이도는 재시작 기회를 하루에 10번씩 주는데, 이 기회를 한 경기에 모두 사용해도 1위 근처에도 갈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물론, 시리즈 특유의 주행 감각에 익숙하다면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이 작품으로 시리즈에 입문한 게이머라면 어느 정도 마음을 단단히 먹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예상 순위가 꼴찌라니까 의욕이 팍 떨어지네요

위에서 이야기한 난이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부분이 있다면, 초반부터 사용할 수 있는 차량 지원이 상당히 인색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는 튜토리얼부터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차종 별 드라이빙 감각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 차량이나 골랐다가는 3등 근처도 가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 번의 레이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성향의 차량이 무엇인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초반부터 계속된 패배를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튜토리얼 이후에도 이 문제는 계속되는데, 처음 시작할 때 선택한 차량은 보통 그 중의 마지막 경기를 진행할 때까지 계속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차례 레이싱을 통해 부품을 구매하며, 하나밖에 없는 차량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느낌도 소중하지만, 이왕이면 초반에 수급 가능한 여러 차량 중에 자신의 주행 스타일에 맞는 하나를 발견하는 재미를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차량 구매, 부품 수급, 차고 업그레이드 등 너무나 많은 사용처에 비해 돈을 버는 것이 힘든 점도 위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차량을 업그레이드하느라 새 차는 구경하기도 힘든 초반에는 자신의 손에 맞는 차량이 무엇인지 알 방법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러다보니 쉬움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출중한 NPC들의 주행 실력이 더해지며 플레이어는 겨우 꼴찌만 면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물론, 초반에는 7,8등부터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올려 마지막에 우승을 거머쥐는 스토리도 정말 멋집니다. 하지만, 레이싱 게임에 흥미를 조금이라도 더 붙이기 위해서는 초반부터라도 1등, 2등을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언바운드'에서 불가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쉬움' 난이도를 선택한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에 비해서는 너무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 1등을 안(못)해도 상금은 주어지니까, 초반에는 차근차근 차량을 정비하는데 신경씁시다






종합적으로,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는 지금까지 시리즈를 즐겨온, 시리즈 특유의 레이싱 스타일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직관적인 게임플레이 구성과 신선한 비주얼을 모두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차세대 콘솔을 위해 개발한 첫 타이틀로서도 나쁘지 않은 변혁을 꾀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30여 년 가까이 이어져온 시리즈의 변혁을 꾀하는, 새로운 이용자를 맞이해야 할 위치에 놓은 게임으로서는 그 난이도 충분히 친절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어느 정도 게임 스타일에 익숙해지고 나면 한동안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임은 틀림이 없지만, 초반 구간에서 패배의 쓴맛을 너무 본다면 흥미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죠. 따라서, 이번 작품을 통해 '니드 포 스피드'에 입문하고자 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초반 차량 선택에 신중을 기하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