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에 등장하는 챔피언들은 저마다 출신 지역과 소속이 있습니다. 인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아니지만, 게임을 즐기다보면 이런 설정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죠. 다양한 챔피언들이 소속된 LoL의 지역, '데마시아'부터 하나씩 살펴봅니다.

서로의 가치를 위해 싸우는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에서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명예와 의무를 고귀하게 여기고, 질서 잡힌 왕국인 '데마시아'는 보통 정의를 상징하는 세력으로 여겨집니다. 그들의 자긍심 넘치는 모습이나, 여러 지역에서 전쟁을 벌이는 '녹서스'에 대항하는 모습은 이런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죠.

데마시아의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각화 되고 있습니다. 정의, 녹서스에 대항하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동시에 여러 다른 면모들도 부각되고 있죠. 마법에 대한 혐오와 배척, 보수적인 태도는 데마시아 역시 절대적이고 완벽한 선 세력이 아니었음을 알리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 룬테라 이야기: 데마시아 | '영광을 위해'


뿌리 깊은 마법 혐오, 그리고 페트리사이트

데마시아는 LoL 세계관에 등장하는 '룬 전쟁'에서 마법을 피해 살아남은 피난민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마법에 시달린 사람들이 세운 나라인만큼 데마시아는 건국부터 마법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을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죠.

마력을 병이나 저주, 결함으로 생각하는 데마시아는 '마력척결관'을 운용해 마법사들을 배척합니다. 마법사들을 잡아들여 감옥에 가두고, 페트리사이트 물약을 먹이기도 하죠. 이런 모습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공식 코믹 럭스에서 자세히 묘사됩니다.

럭스는 데미사이의 주요 귀족 가문, 크라운가드의 일원이지만 선천적으로 마력을 타고나면서 데마시아의 마법 배척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오빠인 가렌도 여동생의 마법을 결함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사일러스가 럭스를 이용해 탈옥, 마법사 반란을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럭스와 가렌은 럭스의 마법을 받아 들이게 됩니다.


▲ 럭스의 마법을 '결함'이라고 표현하는 가렌 (럭스 코믹스 중에서)

▲ 마법사를 잡아들이는 마력철결관. 데마시아 귀족도 안전하기 어렵다

▲ 결국 럭스와 가렌은 럭스의 마법을 럭스의 정체성으로 인정한다 (럭스 코믹스 중에서)


한편, 데마시아에서는 새하얀 돌처럼 생긴 '페트리사이트'라는 물질이 사용됩니다. 고대 나무가 화석화된 페트리사이트는 마법의 힘을 약화,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도시 성벽도 페트리사이트로 강화되어있습니다. 데마시아의 마법 배척은 마법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페트리사이트의 존재로 성립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사실 알려진 것과 달리 페트리사이트의 정확한 능력은 마력의 무효화가 아닌 흡수입니다. 이를 알아챈 사일러스가 럭스와 페트리사이트를 이용해 예정된 처형을 피하고 데마시아의 반란을 주도할 수 있었죠. 또 페트리사이트는 더이상 늘어나지 않는 한정된 자원인데다, 마력을 과흡수할 경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도 있습니다.


▲ 마력을 흡수하는 페트리사이트는 데마시아의 성벽 강화부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페트리사이트로 만들어낸 생명도 존재합니다. 새하얀 거대 석상, 갈리오가 대표적이죠. 데마시아 건국 초기 조각가 듀란드가 만들어낸 갈리오는 처음에는 적의 마법을 흡수하기 위한 석상에 불과했지만, 계속해서 마력을 흡수하던 중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전투의 희열만을 갈망했던 갈리오. 그는 이제 데마시아인 보호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죠. 그들은 갈리오와 달리 쉽게 상처 입고, 고칠 수 없었으니까요. 그는 다시 마법이 흡수 되면 싸울 겁니다. "그의 단단한 주먹으로 세계의 모든 마법사를 없애버리는 날까지. 그래서 데마시아의 석상 파수꾼이 더 이상 깨어날 필요가 없을 때까지." 말이죠.


▲ 갈리오는 페트리사이트 조각이 생명을 얻은 존재다


왕과 귀족, 데마시아의 계급 사회

데마시아는 봉건 군주제로 왕과 귀족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챔피언 '자르반 4세'가 바로 국왕 자르반 3세의 후계자이죠. 현재 자르반 3세는 누군가에게 살해 당했습니다. 유일한 후계자 자르반 4세가 왕좌에 올랐지만, 귀족들은 아직 이를 완전히 인정한 상태가 아닙니다.

이를 통해 알수 있겠지만 데마시아 왕의 권력은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귀족들의 세력도 강대하죠. 왕자의 가문 라이트실드 외에도 크라운가드, 듀란드, 로렌트, 사우나 등 여러 귀족 가문들이 왕과 함께 데마시아를 통치합니다. 티아나 크라운가드는 가렌-럭스의 고모이자, 데마시아 군의 대원수입니다. 또한 그의 남편 엘드레드 크라운가드는 마력척결관의 수장으로 많은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 데마시아 군의 대원수이자, 가렌-럭스의 고모 티아나 크라운가드. 고위 귀족들은 많은 권력을 행사한다.


이처럼 데마시아에서 귀족 가문들을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데마시아 사회에 공헌하거나 유명한 인물들은 대부분 유력 귀족 가문 출신이죠. 데마시아 건국 초기 갈리오를 조각했던 듀란드 역시 듀란드 가문의 대명사이고, 그 후손들이 새로운 페트리사이트 조각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죠.

때문에 데마시아 지역 챔피언들은 상당수가 유력 가문 출신입니다. 원거리 딜러로 활약하고 있는 베인 역시 샤우나 가문의 복수를 위해 처음 활동했던 인물이며, 피오라도 데마시아의 유명한 결투가 가문인 로렌트 출신입니다. 명예를 중요시 여기고 스스로 단련하는 데마시아인의 기질과, 귀족 가문의 좋은 성장 환경이 결합한다면 뛰어난 인물들을 배출할 수 있다는 예시가 될 수 있죠. 반대로, 유력 귀족 가문이 권력과 기회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 가렌, 럭스, 피오라, 베인... 데마시아 챔피언 상당수는 귀족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