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망주와 '초신성'에 대한 소고
박범 기자 (desk@inven.co.kr)
e스포츠 기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신인 선수들을 만났다. 지금은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 된 '페이커' 이상혁도 신인 시절을 겪었다. 지금은 화려한 언변으로 인터뷰어들을 기쁘게 하는 선수지만, 당시엔 단답만 내놓아 많은 사람을 애먹였던, 하지만 플레이에 과감함이 넘쳤던 그런 시절.
우리가 모두 아는, 현재 LCK나 LPL, LEC, LCS 등 다양한 지역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도 모두 한때는 신인이었다. 이들 말고도 참 많은 선수들이 LoL e스포츠 씬에 발을 들였고 그중에서는 신인 시절부터 남다른 면모를 보였던 이들도 많다.
우리는 이런 선수들을 '초신성'이라고 부른다. 흔히 스포츠나 연예 분야에서 신인이 나타나 큰 활약을 보이면 초신성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현재 내 기준으로 LCK의 초신성 후보로는 농심 레드포스의 '든든' 박근우와 '실비' 이승복, '피에스타' 안현서, 광동 프릭스의 '불독' 이태영 정도가 있다.
하지만 초신성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는 위의 것과 전혀 다르다. BTS의 RM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 프로그램 '알쓸인잡' 1화에서 초신성이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천문학과 관련된 이야기가 진행되던 중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초신성의 본디 뜻은 '별이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며 매우 밝게 빛나는 폭발적 현상'이다. 한마디로 별의 최후를 뜻하는 표현이다. 이때 최후를 앞둔 별은 다량의 빛을 내뿜게 되는데 이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보면 지나치게 밝은 빛 때문에 별이 새롭게 탄생하는 것처럼 느껴져 '신성'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고 한다.
이러한 지식을 토대로 놓고 생각해보면, 초신성이라는 단어와 신인은 어울리지 않는다. 걸출한 신인 선수는 이제 막 새롭게 탄생한 밝은 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초신성은 별의 마지막 순간을 표현하는 단어다. 주목받기 시작한 신인 선수에게 별의 마지막 순간을 논하다니, 실례가 될 수 있다.
그럼 스포츠 분야에서 걸출한 신인에게 왜 초신성이라는 표현을 쓰게 됐을까. 미흡한 검색 실력을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보려 노력했지만, 그 기원을 찾아볼 순 없었다. 심지어 초신성이란 단어에 신인과 관련된 뜻이 내포되어있는지 알아보려고 국립국어원 사이트를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봤지만, 그런 건 없었다. 초신성이라는 단어는 오직 위에 설명했던 뜻만 가지고 있었다. 아마 뭔가를 초월한다는 의미에서 '초', 새로운 별이라는 뜻인 '신성'을 합성한 단어란 느낌으로 신인에게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추측만 해볼 뿐이다.
물론, 단어라는 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회적 통념과 합의에 의해 본래 가진 의미에서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한다. 초신성도 그런 부류가 아닐까 한다. 이미 많은 기사와 미디어에서 슈퍼 루키를 초신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는 초신성 자체가 천문학에서 쓰이는 뜻 말고, 주목받는 신인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굳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초신성은 본래 뜻에 더 무게가 실리는 단어다.
초신성 말고 다른 표현은 없을까. 슈퍼 루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이는 외래어다. 우리나라에서 좀 더 적합한 표현으로는 빼어난 신인, 걸출한 신인, 유망주 등이 있겠다. 초신성에서 '초'를 뺀, 새로운 별이란 뜻의 신성도 좋을 것 같다.
알쓸인잡 1화를 보면서 초신성이라는 단어의 본래 뜻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올바른 표현과 어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업으로 삼은 만큼, 표현과 단어의 본래 뜻을 열심히 공부하고 적합한 곳에 활용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한 번쯤은 위 내용을 떠올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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