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게임 개발사 토이로직이 개발하고, 플레이온이 서비스하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 '워랜더(Warlander)'가 지난 1월 25일 스팀에 무료로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스팀 플랫폼 통계 사이트 'SteamDB' 기준 2만 3천여 명의 최다 동접자를 기록중입니다.

'워랜더'는 스팀 상점 페이지를 통해 상대방의 성을 함락시키는 '공성전'의 재미에 집중한 게임이라고 설명합니다. 전사와 성직자, 그리고 마법사로 구성된 병종 중 하나를 선택해 전장에 참여하고, 치열한 전투를 통해 상대방의 성에 위치한 '코어'를 파괴하는 측이 이기는 게임이죠. 양쪽 세력에는 각각 20명씩, 총 40명의 플레이어가 한 번에 전투를 치르게 됩니다.

비록 이용자들이 스팀에 남긴 평가 3,200여 개 중 63%가 긍정적인 '복합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정적 평가는 출시 초기 서버 안정성과 관련한 비중이 높으며, 현재는 '그럭저럭 할만하다'는 의견을 주를 이루고 있는 편입니다.


세 가지 클래스, 그리고 '덱' 시스템

▲ 현재 '워랜더'에서 선택 가능한 세 가지 직업군

현재 '워랜더'에서는 상점 페이지의 설명 그대로 세 종류의 직업군을 선택해 전장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각 직업군의 성별과 기본적인 모습은 고정되어 있으며, 자신만의 병사를 만들기 위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도 지원됩니다. 자신의 모습을 보다 화려하게 꾸밀 수 있는 치장성 아이템은 시즌 패스 또는 상점을 통해 유료로 구매 가능한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직업 중 하나의 캐릭터를 선택한다고 해서, 해당 직업만 전장에서 계속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플레이어는 각자 자신이 제작한 캐릭터로 편성하는 '덱'을 가지고 전장에 나서게 되는데, 전투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해당 덱에 존재한 캐릭터를 입맛대로 골라가며 전장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초반에 성직자로 플레이하다가도, 아군에 다른 병과가 모자라다 싶으면 해당 병과로 바꿔서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또한, '워랜더'에는 용맹 레벨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캐릭터가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을수록 전장에 투입시 더욱 높은 용맹 레벨을 필요로 합니다. 용맹 레벨은 전투 도중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할수록 쌓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덱에서 더욱 좋은 장비로 구성된 캐릭터를 선택하고, 전장에서 더 높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나름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갖추고 있으며

▲ 유료로 구매 가능한 치장용 아이템도 존재합니다

각 직업군은 상당히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방패와 검으로 무장한 전사는 가장 보편적인 전투원의 역할을 수행하며, 부무장인 연사 석궁으로 원거리의 상대방과 교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었습니다. 성기사는 아군의 체력을 회복하거나 마법으로 벽을 만들어 상대의 원거리 공격을 방어하는 등 지원가의 역할을 하며, 체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마법사는 각종 강력한 마법으로 다수의 적을 성대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초반에 가장 기본적인 장비를 갖추고 시작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게 되는 장비를 통해 기본과는 다른 새로운 전투 스타일을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마법사의 경우가 가장 그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얼음 창' 기술로 원거리 저격수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근-중거리에서 강력한 마법으로 무장해 적을 상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풀어낸 공성 전투

▲ 분대별로 역할군을 선택하는 장면, "나는 공격팀~"

처음 '워랜더'를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공성전이라는 콘셉트를 상당히 직관적으로, 간단하게 표현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국산 MMORPG를 통해 우리에겐 익숙한 전투 방식이지만, 어느 전쟁이나 그렇듯 지휘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을 경우 병사들은 우왕좌왕하게 마련이죠. '워랜더'는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지휘체례를 알기 쉽게 표현하고자 노력한 모습을 보입니다.

먼저, 40명의 플레이어가 모여 매칭이 시작되면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떤 세력에 속했는지, 또 해당 전투의 지휘관은 누구이며, 몇 분대에 속해있는지를 간단하게 알려줍니다. 네 명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분대를 이루며, 총 다섯 개의 분대가 하나의 세력을 구성합니다. 지휘관으로 선택된 플레이어는 다섯 개의 분대를 통솔하며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분대에 배속된 이후에는 각자 분대별로 역할을 정합니다. 두 개 분대는 성채를 방어하는 방어조로 편성되고, 두 개 분대는 상대 진영의 성채를 공격하는 공격조로, 나머지 한 분대는 탑 점거에 특화된 별동대의 특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워랜더'는 게임 세션에 따라 누구는 막고, 누구는 뚫는 형태의 공성전이 아니며, 양쪽 진영 모두 자신의 진영을 방어하는 동시에 상대의 진영을 공격하는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거기에 세 갈래로 나눠진 거점과 맵의 구성은 게임이 약간 MOBA처럼 느껴지게도 합니다.

▲ 분대의 역할 별로 점수를 따기 위한 미션이 다릅니다

분대별 역할이 정해지고 나면, 각자 점수를 높게 얻을 수 있는 미션들이 따로 주어집니다. 공격조에 예편된 플레이어라면 상대의 방어를 무너뜨리거나, 적의 성채 내부에 침입하는 것으로 더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으며, 방어조라면 반대로 아군 진영을 성공적으로 방어했을 때 좋은 점수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미션 브리핑은 분대에게 주어진 역할과 다른 행동을 하는 플레이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영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를 완벽히 지키는 모습을 보긴 힘들지만, 어느 정도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합니다.



변수로 작용하는 대재앙, 하지만 아직은 길게 느껴지는 호흡


이제 나머지는 간단합니다. 자신이 속한 분대에게 주어진 역할에 따라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워랜더'의 게임플레이입니다. 직업별 스킬은 물론, 주변 동료와 힘을 합쳐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은 보다 협동 플레이를 강조하며, 여느 공성전 게임이 그렇듯 전황을 빠르게 파악해 적의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격조의 역할을 예로 들면, 세 갈래로 나뉘어진 공격로를 따라 상대방의 거점을 공략하고, 공성 병기를 제작해 상대의 성채로 진입하는 경로를 뚫는 등 다소 공격적인 방식으로 전투에 임해야 합니다. 물론 상대방의 공격조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 과정에 더 잘 싸우는 측이 전장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대방의 성채와 가까울수록 고저차가 심한 지형이 되며, 언덕 위에서 원거리 공격을 퍼붓는 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턱대고 성만 공격하다가는 그저 적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기 때문에, 역시나 선봉에 선 전사들과 이를 보조하는 성기사, 또 원거리전에 특화된 마법사가 균형잡힌 역할을 수행할 때 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게임에는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인 '대재앙 주문'이 전장 곳곳에 등장합니다.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에 승리하고, 대재앙 주문을 사용하면 이름 그대로 천재지변같은 효과와 함께 전투를 유리하게 진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불리한 진영은 이를 통해 전황을 뒤집을 기회로 사용할 수도 있고, 유리한 쪽은 아예 굳히기에 들어가기 위해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대재앙 로봇? 석궁 쏘면 그만이야~

다만, 대재앙 주문이 없이도 정신없게 흘러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직접적으로 체감되지는 않는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또한, 전투가 고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한 진영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 않은 이상 15분이라는 제한 시간 뒤에 무승부로 결정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이 때 전투를 보다 빨리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소로서 사용되기에도 조금 아쉬운 성능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복합적'이라는 스팀 평가에도 불구하고, '워랜더'는 중세 판타지 콘셉트 공성전의 로망이 있는 게이머라면 부담없이 즐기기 나쁘지 않은 게임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인 전투가 아직은 약간 투박하다는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공성전의 재미를 전달하려는 관점에서는 기본은 충실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간단한 지휘체계와 분대별 역할 설정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임무를 할당하는 시스템은 인상적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군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더욱 추가된다면, 앞으로 더욱 즐거운 공성전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