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현장은 늘 바쁘고 정신없다. 경기에 나서는 코치진 및 선수단이야 말할 것도 없다. 게임단 직원들, 중계진, 심판진, 방송 및 현장 스태프 모두 경기가 있는 날엔 마찬가지다. 경기가 끝나면 그제서야 기지개를 켠 뒤 노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해 쉴 수 있다.

기자들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일 때보다 경기가 끝나면 본격적인 현장 업무가 시작된다. 승리한 팀 감독 혹은 선수들과 경기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좀 더 경기 외적인 이야기들까지 나눠 그들의 답변을 기사에 담는 일. 인터뷰는 현장을 찾는 기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업무중 하나다.

이번 2023 LCK 스프링 스플릿 들어 기자들의 중요한 업무가 하나 추가됐다. 패자 인터뷰다. 기존엔 승자만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젠 패자 쪽에서도 기자실을 찾아 인터뷰에 나선다. 평소 승자만큼이나 패자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었기에 소식을 처음 듣고 매우 반겼던 기억이 난다.

막상 개막이 다가오자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승패에 민감한 LoL e스포츠 문화가 반영되어 패자 인터뷰가 제대로 진행은 될까 하는 그런 걱정이었다. 우리나라엔 유독 패자에 가혹한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경기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마치 죄인처럼 입을 꾹 다물거나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이곤 한다. 현장에서 패배한 팀의 팬미팅을 종종 본 적이 있는데 다들 죄인처럼 팬들 앞에 서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다.

다행히도 LCK 개막 이후 패자 인터뷰에 나선 감독들과 선수들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답변을 내어주었다. 인터뷰 직전에 당한 패배의 쓰라림을 떨치지 못했기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긴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감독들과 선수들은 알찬 내용과 함께 인터뷰 기사의 절반을 채워줬다.

그들은 경기에서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과 거기에 묻어나는 아쉬운 감정, 자신들이 진단하는 스스로의 단점들, 이를 앞으론 어떻게 극복하고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까지 상세히 말해줬다. 어떨 땐 오히려 승자 인터뷰보다 패자 인터뷰의 답변들이 만족스러웠던 적도 꽤 있었다. 사회적 밈으로까지 발전한 '데프트' 김혁규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도 지난 2022 롤드컵 패자 인터뷰에서 나왔다.

이는 단순히 기자들에게만 만족감을 주는 건 아닐 터. 게임단과 선수단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팬들에게도 패자 인터뷰의 알찬 답변들은 많은 것을 해소시켜줄 거다. 간혹 패배한 팀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나 범인 찾기가 잦을 때도 있는데, 패자 인터뷰로 자세한 답변이 공개되다보니 위와 같은 분위기가 다소 줄어든 느낌도 준다. 패자 스스로 그렇다고 하는데 타인이 '이런 거 아닐까, 아님 말고' 식으로 넘겨짚긴 어렵다.

물론, 앞으로 연패만 쌓이는 팀들은 그 우울감과 무력감으로 패자 인터뷰에 지금처럼 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승자 인터뷰보다 패자 인터뷰가 더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댓글이 자주 달리는 문화가 이어진다면,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패배가 뼈아픈 건 맞지만, 패배는 패배일 뿐이다. 그걸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에 힘을 쏟고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거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글로 적거나 타인에게 말로 풀어 설명하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치유는 물론, 문제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진다고 했다. 패자 인터뷰는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LCK 일정 중에 아쉬운 패배를 겪고 기자실을 찾게 될 수많은 감독과 선수들에게 미리 위로와 더불어 밝은 미래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조심스레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