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메피스토왈츠 홍미남 대표(우)

타이베이 게임쇼를 주관하는 TCA는 매년 타이베이 게임쇼 첫날, 각 분야에서 최고의 인디 게임을 선정하는 '인디 게임 어워드'를 진행해왔다. 올해에는 35개국 및 지역에서 170개의 게임이 출품,15개국 28개의 게임이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국내에선 4개 사가 후보로 오른 가운데, 박선용 대표의 터틀크림이 'RP7'으로 베스트 이노베이션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터틀크림은 슬롯머신과 로그라이크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 신작 'RP7' 외에도 다양한 실험작을 개발한 스튜디오로, 실험작들을 모아서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아웃 오브 인덱스' 등 혁신과 실험에 진심을 보였던 스튜디오다.

그리고 2월 2일 타이베이 게임쇼 현장에서 그 색다른 실험에 감명을 받은 또다른 스튜디오를 만날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후원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with NC K-GAMES 공동관'에 참가한 플레이메피스토왈츠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대로 그냥 게임 개발자가 되자는 마음만 있어선 시작을 못 할 거 같다"는 마음에 홍미남 대표가 사업자 신청을 2017년 내면서 시작된 이 팀의 롤모델이 되어준 것이 박선용 대표였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을 시작하자는 마음가짐만 있었는데, 그냥 마음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2017년 11월에 사업자 신청을 해버렸다. 생각해보면 그때 유니티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무모하긴 했다(웃음). 그렇게 저질렀으니 뒤가 없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그러다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더 큰 미래를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박선용 대표의 영향이 컸다. 예전에 학교에서 만났는데 게임 개발에 관심있다 하니 피코피코 카페 같은 모임을 추천해주고 하는데 거기서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게임만 게임이 아니구나. 세상은 넓고 신기한 게임은 많다는 걸 실감했다. 그리고 개발 중인 작품이 도쿄 게임쇼 인디관에 선정됐을 때 박선용 대표도 같이 뽑히고 해서 만나고 했는데, 그때마다 놀라곤 했다. 이번에 나온 'RP7'도 슬롯머신과 로그라이크를 조합하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보여주지 않았나. 나도 그렇게 놀라운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 원래 홍미남 대표 1인의 개발팀이지만 현재 지인인 구두영 개발자(좌)도 신작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여러 실험작을 만들어왔던 플레이메피스토왈츠는 2020년 스팀에 얼리액세스 출시한 '도어: 이너차일드'로 본격적으로 인디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내면에 있다라는 철학적인 문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도어는 상처 받은 자아를 위로하는 여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여러 실패와 고난으로 무너지고 흔들리는 마음의 세계를 여행하며 위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미술 작품을 연상케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 2020년에 얼리액세스 출시된 플레이메피스토왈츠의 대표작 '도어: 이너차일드'

그 이후로도 여러 게임을 개발하던 홍미남 대표는 타이베이 게임쇼에 3종의 작품을 들고 왔다. 그 중 하나는 2년 전부터 만들어왔던 모바일 게임을 퍼블리셔를 찾고자 꺼낸 게임이었고, 나머지 두 작품은 특유의 실험 정신을 살리고자 한 작품이었다.

"'우솝'이라 이름 붙인 작품인데, 혼자 하는 MOBA이면서 타워 디펜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게임 내에서 웨이브 한 번마다 3번의 행동 턴이 주어지는데, 그 턴을 활용해서 전략적으로 준비해두고 라인에 밀려오는 웨이브와 공습을 막아내는 그런 게임이라 하겠다.

또다른 작품 '슬레이어'는 닌텐도가 소울라이크나 액션을 만들었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었을까?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 기획이었다. 감히 주제 넘게 닌텐도를 말한 것 아닌가 싶지만, 닌텐도의 게임하면 아무런 정보 없이 그 게임을 봐도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방식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건 아마 어느 게임사도 따라가기 어려운 독보적인 영역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자연히 그런 게임 유형을 생각하다보니 닌텐도가 떠오른 셈이랄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전적인 쿼터뷰에 타일식의 맵으로 구성된 타워식 던전을 탐사해나가는 이야기다. 로그라이크 액션 RPG는 최근에 흔한 양상이니까 처음 접했을 때 대부분 그 방식을 바로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최신 액션 게임처럼 순발력과 컨트롤로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는 구도가 아니라 고전적인 게임의 느낌도 가미된 만큼, 스타일을 마스터하기는 다소 어렵게 한 것이 특징이다."

▲ 타워디펜스에 턴제 요소를 가미한 '우솝'

▲ 고전 게임의 감성을 살린 로그라이크 액션 RPG '슬레이어'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전작 '도어: 이너차일드'로 여러 게임쇼를 다니며 유저 및 개발자들과 유니크한 게임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던 그였지만, 코로나19가 닥쳐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타이베이 게임쇼와 게임 커넥션 아메리카 등에 초청되고 해외 퍼블리셔와 계약도 진행 중이었지만, 코로나19 판데믹으로 모두 무산됐다. 그래서 그는 '도어: 이너차일드'에 전념하는 한편, 여러 프로토타입을 만지작거리면서 유니크한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의 부재를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게임'이 주는 영감의 소중함과 자신의 비전에 대해 역설했다.

"게임하면 시간 낭비한다는 생각이 있지 않았나. 사실 나도 옛날에 인디 게임을 접하기 전엔 그런 생각이 있었다. 도쿄 게임쇼, 그리고 여러 인디 개발자들과 만나면서 진지함과 열정 그리고 아이디어에 놀랐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말로 하지 않아도 아는 그런 게 있지 않나. 그런 멋진 세계를 게임이라는 매개체로 이어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꼭 게임이 그렇게 영감을 표현하고 유니크해야하거나 그럴 건 아닐 거다. 그렇지만 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는 여러 피드백과 그렇게 확장되어가는 사고들을 체감하는 경험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 유니크함을 전달하면서 빛날 수 있는 게임 개발사로 거듭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