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이후, 타이베이 게임쇼가 3년만에 본격적으로 B2B 전시관을 오프라인으로 전개했다. 2월 2일부터 3일까지 운영된 그곳에는 대만뿐만 우리나라 그리고 해외의 다양한 인디 및 스타트업들이 파트너를 찾기 위해 참가했다. 엔씨소프트와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스타트업 with NC K-GAMES 공동관'을 운영하고 심사를 통해 5개 업체를 선정했다.

그곳을 둘러보던 중 '지역 상생'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인 '지니소프트'가 그 주인공이었다. 모바일 게임부터 시작해 실감형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고 다양한 VR 게임과 지역 축제와 연동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AR 게임까지 다각도로 개발 중인 지니소프트의 김도현 대표에게서 어떻게 그 키워드에 집중하고 여러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었나 과정을 들어볼 수 있었다.

▲ 지니소프트 김도현 대표(우)


Q. 소개 부탁한다.

= 광주광역시에서 실감형 콘텐츠를 주력으로 만들고 있는 지니소프트의 김도현이다. 지니 소프트는 2019년부터 법인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40여 명 정도 모인 청년 벤처기업이다. 첫 작품 '댄싱 애로우'부터 시작해서 3개의 작품을 출시하고, 현재 신작 '탑건'을 개발 중이다. 모두 VR/AR 게임이다.


Q. 단시간에 VR/AR이라는 분야에서 여러 신작을 내고 해외 게임쇼에 출품했는데, 언제부터 VR/AR에 관심을 갖고 준비한 것인가?

= 사업 자체는 2015년부터 시작했다. 그때가 VR이 많이 안 알려졌을 때였는데, 광주광역시에서 VR 특화 산업을 진행했다. 우리는 그 당시 게임보다는 미술 시험과 연계된 플랫폼을 먼저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HTC VIVE 등 VR 기기 도입이 국내에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콘텐츠는 그만큼 뒷받침이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 그 콘텐츠를 배급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게임 부문에서는 원래 인디, 모바일 게임 주력이었다. 그러다가 VR/AR로 방향을 틀었다. 그 뒤로 광주광역시에서 다른 게임사 2곳과 뜻이 맞아 하나로 합치고 VR/AR 및 실감형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해서 처음 나온 작품이 K팝을 중심으로 한 리듬 게임, '댄싱 애로우'였다.

▲ K팝을 소재로 한 VR 리듬 게임, '댄싱 애로우'를 시작으로 여러 작품을 개발하고 출시했다


Q. 4개의 작품으로 타이베이 게임쇼에 참가했다고 하는데, 나머지는 어떤 게임들인가?

= 하나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VR 게임, '조선 좀비 디펜스'다. 아이디어 자체는 '킹덤' 이전에 나왔지만 '킹덤' 자체가 원체 잘 만든 작품이고 유명한 작품이지 않나.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할까. 올해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블레이드 오브 아일랜드'는 관광과 블록체인을 접목한 AR 게임이다. 쉽게 말하자면 포켓몬 GO식의 GPS 기반 게임으로, 관광지 주변 여러 스팟에 출현한 몬스터를 처치해서 보상을 얻거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유형의 게임이다. 작년 12월에 출시했다.

마지막 '탑건'은 스크린 사격을 VR 및 햅틱 기술과 접목해서 더욱 실감나게 구현하는 게임이다. 햅틱 슈트를 개발 중인 '비햅틱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 중인 게임인데 총을 맞으면 단순히 스크린에 비친 체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진짜로 총을 맞은 것처럼 피드백이 오는, 그런 실감형 콘텐츠로 보면 되겠다.


Q. 조선 좀비 디펜스는 아무래도 '킹덤'의 이미지가 강한데, 그와 차별화를 하기 위해서 어떤 점에 주력했나?

= 사실 조선 좀비 디펜스를 구상할 무렵에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버린 상태였다. 관광이 제약이 된 상태에서 그 갑갑함을 풀 수 있는 게 VR이라고 생각했고, 여러 가지로 구상했다. 그러다 OTT 플랫폼을 보면서 VR 게임이 여러 모로 좋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OTT 플랫폼에도 게임이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접근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거기다 VR로 직접 드라마 안에 들어가서 체험하는 듯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면 호응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앞서 말했듯 '킹덤'이 원체 잘 만든 드라마다보니 자주 언급되고 비교는 피해갈 수 없을 테지만...방향성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리나라 팔도를 기반으로 각 지역의 문화를 만나는 실감 콘텐츠쪽으로 준비하고 있다. 각 지역에 맞는 좀비를 구상한다거나, 각 지역의 명소를 배경으로 좀비의 습격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킨다거나 하는 식으로 관광과 게임을 즐기는 그런 형태라고 할까. 우리나라 유저에게는 익숙한 공간이지만 색다른 경험을 주고, 외국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미와 이색적인 관광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한다.

▲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슈팅 VR, '조선 좀비 디펜스'


Q. 아무래도 VR/AR이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은 분야 아닌가. 그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왔나?

= 실제로 오프라인 시장이 많이 침체됐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가정에 VR 기기 보급 자체는 꾸준히 되고 있고, 글로벌 서비스 자체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수익 매출이 올라가기도 하고. 어쨌거나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게임쇼는 많이 방문하지 못헀고 특히 타이베이 게임쇼는 이번이 처음인데, 현장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Q. VR 리듬 게임도 이미 '비트세이버'라는 강자가 자리잡은 게임인데, 어떻게 차별화를 꾀하고 있나 궁금하다.

= K팝 라이센스를 활용해서 K팝을 좋아하는 유저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게 첫번째다. 그리고 비트세이버는 날아오는 노트를 '베는' 그런 감각에 주력했다면 우리는 '춤'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날아오는 노트를 때리면 그에 맞게 춤동작이 나오는 구도다. 그렇게 해서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한층 살리고 음악에 대한 몰입감도 높이고자 했다.


Q. 조선 좀비 디펜스나 블레이드 오브 아일랜드 두 작품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관광'이라는 키워드가 유달리 여러 차례 나왔다. 그 부문에 주목한 계기가 무엇인가?

= 어떻게 보면 이런 실생활과 콘텐츠의 연동이 메타버스 아닌가 싶다. 이제는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이라는 것에 주목하지 않나. 그리고 이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형태가 실감형 콘텐츠, 즉 VR/AR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것을 지역 축제 등 여러 가지와 결합하면 시너지가 발휘될 것 같았다.

그래서 광주충장축제를 비롯해 여러 지자체와 협의를 맺고 지역 축제와 연관된 실감형 콘텐츠를 전시해왔다. 그리고 더 나아가 블록체인과 연동해서 활동 포인트로 실물 경제와 연동하는 '블레이드 오브 아일랜드'를 구상해서 개발한 거이었다. 그냥 관광지를 돌고 끝이 아니라, 그곳에서 몬스터를 물리치고 얻은 활동 포인트를 모아서 커피 같은 걸 사먹거나 하면 더욱 시너지가 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Q. 그렇지만 그렇게 블록체인과 연동하면 국내에서는 서비스를 할 수 없지 않나?

= 그래서 이 기능은 해외를 타겟으로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100% 접목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 혹은 제휴하는 업체에서 활동 포인트를 모아서 커피를 사먹을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혹은 지자체와 협의해서 지역 축제에서 블레이드 오브 아일랜드를 활용해 스탬프투어 이벤트 같은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게임과 실제 보상을 연동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했다.


Q. 개인적으로 '지역 상생'이라는 말을 게임사와 인터뷰하면서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사실 게임에서 그런 시도가 드물기도 했고. 그 분야에 주목한 계기가 있나?

= 사실 우리도 게임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자체와 여러 일을 하면서 상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지역 축제를 할 때 아무래도 뭔가 할 게 있어야 사람들이 오지 않겠나. 체험거리가 있어야 오고, 또 사람들에 축제에 와서 뭔가 할 걸 찾는 구도이기도 하고. 그런 걸 우리가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마침 지자체에서도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그 화두에 대해 계속 고민해나가고 있다.

▲ AR로 신비한 섬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블레이드 오브 아일랜드', 지자체와 상생을 위한 기능도 구현하고 있다


Q 체험이나 관광은 한 번으로도 끝날 수 있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지 않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민하고 있나?

= 블레이드 오브 아일랜드의 경우는 지역에서 축제를 하면 스탬프 투어와 연동한다. 특정 스팟에 던전이 생기고, 그 던전에 참가하면서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는데 그걸 토대로 지자체에서 방문자 수라던가 그곳에서 머무른 시간 등을 체크할 때 도움도 되지 않나.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이벤트 푸시를 통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던가 해서 동선을 유도하기도 좋다. 그리고 여기에서 호응이 좋으면 지자체에서 이를 토대로 여러 축제나 이벤트를 기획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이벤트도 같이 진행해서 서로 상생하는 그런 구도가 궁극적으로 발생할 거라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서비스에서는 NFT나 블록체인도 접목하지만, 국내에는 지원하지 않으니 지역 축제와 연동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Q. 앞으로의 목표, 그리고 어떤 게임사가 되겠다 포부를 밝힌다면?

= 우선은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해외 여러 퍼블리셔와 유저와 만나서 우리가 만든 게임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 엔씨소프트와 한국게임산업협회의 도움으로 오게 됐는데 좋은 기회를 마련해줘서 감사를 먼저 표하고 싶다. 그리고 엔씨소프트처럼 좋은 파트너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목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여러 콘텐츠를 알릴 뿐만 아니라, 우리 자체도 글로벌에도 널리 알려지는 그런 회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광주광역시에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 그리고 글로벌에서 엔씨소프트처럼 딱 들으면 아, 하고 알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