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스릭스 이재복 대표

대학생 10명으로 구성된 인디 개발팀, 익스릭스가 개발 중인 '샴블즈'는 제목 그대로 뒤죽박죽 섞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멀티플랫폼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이다. 인류가 21세기 말에 벌어진 전쟁으로 멸망한 뒤 500년이 지난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했지만 SF뿐만 아니라 중세적인 분위기나 판타지의 요소들을 살짝 뒤틀어서 끼워넣은 것이 특징이다.

BIC 2022에서 루키 부문을 수상한 '샴블즈'는 BIC 조직위원회와 펄어비스가 인디 게임의 글로벌 프로모션을 지원하는 BIGEM 사업에 선정되어 타이베이 게임쇼에 참가했다. 익스릭스의 이재복 대표는 "올해 여름 출시를 앞두고 해외의 관계자에게 선보일 첫 기회를 얻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단순히 세계관이 뒤죽박죽 섞였다는 키워드만으로는 그런 성과를 얻은 경위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세계관은 자칫 짜임새가 잘못 짜이면 이도 저도 아니라는 평가를 듣기 쉬운 요소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이재복 대표는 입을 열었다.

"우선 주인공은 벙커 안에 갇힌 뒤 지하에서 살아가게 된 생존자의 후예 중 한 사람이다. 벙커가 닫힌지 500년이 지난 어느 날 입구가 무너지고 바깥 세상이 드러나게 됐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세상은 뒤죽박죽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세계를 탐사할 선발대, 즉 유저를 파견하게 된다는 것이 샴블즈의 시나리오다.

사실 그러면 SF, 아포칼립스 이게 당연해보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뻔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서 중세, 판타지를 섞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그냥 막 붙여버리면 뒤죽박죽 정도가 아니라 엉망진창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비주얼적으로 아포칼립스라는 테마에 어우러지게, 그리고 그 최소한의 맥락이 맞닿게 고민했다.

일례로 샴블즈의 '마법사'는 마법을 쓰긴 하는데, 그게 알고 보면 전기로 구동하는 무언가다. 500년 전에 한 번 세상이 멸망한 뒤로 전기 기술이나 그 개념에 대한 맥이 끊겼고, 자연히 기계는 있지만 전기를 어떻게 만들어서 공급하는지 잊어버린 셈이다. 그래서 전기가 신이 내려준 은총이고 그걸 활용해서 여러 기계를 조작하거나 기술을 다루는 이들이 마법사인 셈이랄까.

기사 또한 마찬가지다. 갑옷을 입고 있는데 그게 판금 갑옷이 아니라 고철이다. 기술이 소실된 이후에 이곳저곳에서 고철을 모아서 갑옷처럼 만들어서 두르고 다닌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중세 기사와 비슷하지만, 고철이니까 톤도 칙칙하고 좀 더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하고 특색 있다. 최초에 게임을 개발할 때부터 우리만의 세계관을 만들자는 생각이 강했고, 그 집념으로 이리 뒤틀고 저리 뒤틀어낸 것이 '샴블즈'의 세계관이라고 하겠다."

▲ 아포칼립스에서는 전기가 마법으로 여겨질 지도?

피뢰침을 들고 다니는 마법사, 고철 갑옷을 입은 기사 등 최소한의 맥락 속에서 여러 가지를 뒤섞은 세계관은 '샴블즈'의 무기였다. 더 나아가 통일성, 맥락을 느끼기 위해서 키워드도 한 번 더 정비했다. '고철', '방독면', '조잡함'이라는 테마로 디자인한 결과, 어느 곳이든 아포칼립스의 어둡고 칙칙한 세계관이라는 통일성을 줄 수 있었다.

세계관이 정립되고 난 이후에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익스릭스에서 선택한 것은 RPG식 캐릭터의 육성, 전략이라는 포인트였다. 덱빌딩은 통상 카드를 수집하고 강화해서 덱을 꾸려나가는 장르지만, 여기에 '캐릭터'를 강조하고 다양한 장비와 스킬트리까지 가미해 덱빌딩의 재미에 캐릭터 육성의 재미까지 더하자는 생각이었다.이를 위해 100여 개의 스킬과 300여 개의 장비를 설계하면서 획득한 장비에 따라 효율적인 스킬테크트리를 다방면으로 연구하는 재미를 살리고자 했다.

샴블즈는 지난 22년 8월 데모 버전을 모바일로 출시했으며, 올해 여름 PC, 모바일 정식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 텍스트 기반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로그라이크 덱빌딩에



▲ 장비와 스킬트리, 스탯 육성의 묘미를 더해서 육성의 재미도 살리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