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마지막 문체위 법안심사소위. 확률형 아이템의 법적 규제안이 주요 논의 안건인 소위에 스팀이 언급됐다. 여야 할 것 없이 확률 공개라는 목적을 두고 숨 가쁘게 달렸지만, 확률 공개와 큰 연관이 없어보이는 스팀은 분명 잠시 숨을 가다듬고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공개하는 발의안 내용은 게임법 제33조, 게임물의 ‘표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벌칙 조항에 따라 위반 시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물론 형사 처분 대신 시정권고, 시정명령 등 단계적 체계 구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조율돼 무작정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도록 했다.

대신 그 단계적 체계가 기업을 유하게, 혹은 옥죄는 방향으로 설정할 지와는 별개로 강제성과 처벌이 존재한다면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고 적용돼야 한다. 의원A 가족이 근무하는 게임사B, 사회 공헌 활동이 잦은 게임사C라고 확률 정보 공개를 소홀히 했을 때 그 처분이 가벼워서는 안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직접 유통을 맡는 해외 게임사, 특히 스팀에 서비스되는 게임에 이를 강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자율규제 시행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스팀을 통해 국내 유저들과 직접 맞닿는 게임들은 어떤 식으로 다룰 수 있느냐는 거다.

소위에서는 이러한 스팀 형태의 게임 서비스에 관한 대처와 책임이 언급됐다. 처벌 규정이 포함된 모니터링 및 관리에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문체위 역시 스팀의 국내 제도 편입에 지속적인 설득과 협의를 약속했다.

미국의 ESRB, 유럽의 PEGI, 일본의 CERO 등 민간 주도의, 강제력 없는 소프트웨어 심사 단체와 달리 한국은 게임물 심의에 처벌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자율규제도, 국내 체제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거부하는 스팀이기에 해외 심의를 받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듯, 국내법의 회색지대에 놓여있던 셈이다.

스팀이 국내법과 확률 공개 의무에 따라 편제될 경우 큰 변화는 불가피하다. 스팀이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되더라도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게임위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아야한다. 잔인해서, 혹은 음란물로 규정된 게임을 오크 마사지가 그랬듯 지역 제한 조치에 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확률 공개가 규제든, 그렇지 않든, 시스템 강화 자체의 구도에서 정부가 이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케이스별로 제각각인 모든 내용은 법안에 담을 수 없는 바,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령으로 이러한 별도 규정을 담아낸다. 그렇다고 ‘스팀, GOG, itch.io처럼 자체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플랫폼은 제외한다’라는 문구라도 담을 셈일까? 아니면 음란물 차단 페이지를 띄우듯 스팀 접속을 막을까?

확률정보 공개를 이유로 스팀이 제도 안에 들어와 지금의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스팀 국내 서비스 형태에 변형이 생긴다면 그것 나름대로 팬들의 반발이 커질 건 뻔한 일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안은 그 효과부터 실질적으로 규제하지 못한 여러 문제, 기업들의 부담까지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아쉬움의 목소리와 반대 주장에도 게임 이용자를 위한, 굉장히 중요한 첫걸음임에 틀림없다. 정보 공개 시행이라는 비교적 작은 부분에서 출발해 부족한 점을 다잡아 더 나은 법안을 새롭게 발의하고, 미흡한 이용자 보호는 강화하고, 문제가 되는 점은 개선해 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게 시의에 편승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사후 처리만을 기대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쓰여진 법조문은 지우고 바꾸는 것이 더 어렵다. 확률 공개 자체는 반대하는 이보다 긍정하는 게임 팬들이 더 많다. 게이머의 기대에 맞춰,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되살피고 예상해 그에 맞는 세부적인 안이 준비되야 이용자를 위한 법안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