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3이 성황리에 종료되고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실 행사 이전부터 범세계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 이슈가 완전하게 종식되지 않은, 엔데믹 기간에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앞선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고, 오히려 내년 CES에 대한 기대감만 증폭됐다. 오죽하면 올해 CES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11만 5천여 명의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감사를 받는 글로벌 테크 행사 중 최대 규모의 행사로 평가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삼성, LG전자, 현대, BMW, AMD, 메르세데스-벤츠 등 이름만 들어도 각 분야에서 굵직한 업체들이 행사에 참가하며, 전 산업 분야에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혁신을 소개하고 차세대 제품을 공개했다.

또한, 팬데믹 이후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겹친 플래그 스테이션 현상과, 식량 문제, 공급망 불안 등을 포함한 안보 문제로 전례 없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도 전 세계 산업 분야에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더 큰 협력과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는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CES 2023을 통해 제시한 테크 트렌드는 무엇이 있었을까?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혁신을 이어갈 테크 트렌드를 담은 CES 2024를 염원하며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부회장 스티브 코닉(Steve Koenig)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부회장 스티브 코닉(Steve Koenig)

Q : 지난 CES에서는 VR/AR, 인공지능, 5G, 사물인터넷, 로봇 등이 대세였다.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올해 CES가 주목하는 다른 분야의 기술들은 무엇이었나?

CES에서는 기술의 혁신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지만, 이번 CES의 주제는 기술이 전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과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구체화 하자면, 우리는 유엔(UN)의 산하 기관인 WAAS(세계 예술 과학 아카데미)와 파트너십을 맺고 경제 안보, 식량 안보, 지역 사회 안보, 개인 안전을 포함한 인류의 기본 안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인류의 안보 외에도, 이번 CES에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초연결과 지속 가능성입니다. 초연결은 말 그대로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이나 IT 제품끼리 호환되어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 확장하는 것인데, 많은 브랜드들이 이 기술에 집중하고 있죠. 지속 가능성은 특히 지난 CES에서도 다뤄졌던 핵심 키워드인데, 금년 CES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전략 트렌드에 맞게 친환경 소재, 에너지 보존, 전력 생산 및 소비 감소, 스마트 도시 건설 등에 대한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 LG전자는 CES 2023서 ESG 비전을 담은 Better Life for All 존(이하 ESG존)을 운영했다

▲ 접근성, 친환경 등 지속 가능한 ESG 요소를 담아냈다


Q : CES 2023의 주요 테마 중 하나가 메타버스인데, 메타버스라는 키워드 자체가 모호하고 정의가 구체적이지 않다. 유저마다 메타버스를 해석하는 게 제각각인데,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과 이에 대한 비전 제시해 주기 바란다.

동의합니다. 업계에서도 메타버스를 혁신으로 바라보거나 혹은 이 기술에 대해 회의론을 불러일으키는 등 전망이 다소 엇갈리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다소 투기적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메타버스는 진정한 기술 트렌드가 확실합니다.

사실 오늘날의 메타버스는 1990년대 초 인터넷에 구현된 기능과 매우 유사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시에 그 누구도 메타버스를 이해하지는 못했죠. 그때부터 메타버스의 역사는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모든 혁신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기술은 몇 년에 걸쳐 개발되고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ES 2023에서는 메타버스의 구체화와 관련된 기술(작업, 여행, 상호 작용 방식에 대한 변화)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상 환경에서 직원 교육이나 쇼핑과 같은 엔터프라이즈 기능을 구동하기 위한 메타버스 기술에 대해 기대하고 있습니다.

▲ CES 2023에서는 특히 메타버스와 VR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 웹 1.0을 거쳐 현재 대부분의 웹은 웹 2.0 기술로 구현되어 있는데, 웹 3.0 기술은 어떤 것인지 개념 설명과 웹 2.0과 비교하여 어떤 장점이 있는지 추가 설명 바란다.

웹 3.0은 상호작용과 현실과 유사한 몰입형 경험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웹 기술입니다. 데이터 저장과 사용 및 소유권은 유저에게 있으며, 웹 2.0의 특징인 읽기/쓰기와 더불어 소유까지 가능한 것이 웹 3.0의 핵심입니다. 웹 3.0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웹 2.0과 관련된 이점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Q :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나 트위터 창업자의 잭 도시가 바라본 웹 3.0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웹 3.0이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이 될 때까지 해결해야 하는 숙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웹 3.0은 암호화폐, NFT, 메타버스 등 여러 기술, 산업 및 응용 프로그램 같은 광범위한 산업을 포괄하는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웹 3.0이 어떻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웹 3.0은 전 세계의 정책 차이로 인한 각기 다른 관점에 따라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상의 여러 의견에 대한 큰 도전이 될 수 있겠습니다.

▲ 잭 도시, 일론 머스크는 웹 3.0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Q : 컴퓨터 그래픽(GPU) 설계/제공 업체로 알려진 엔비디아는 여러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및 솔루션과 드라이브 플랫폼을 공개했을 정도로 단순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만큼 자율주행 산업은 다양한 시장의 넓은 범주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한계가 어디까지라고 보는가?

자동차 산업은 여러 규제와 반도체 공급 부족을 포함하여 침체기를 겪었지만 여러 기업들이 자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수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완벽한 자율 주행 차량을 위해 차량 하드웨어를 개선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술 발전은 자동차 산업에 가치를 더하고 향후 몇 년 동안 칩 제조 및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자율주행과 게임을 동시에? 소니의 첫 전기차 '아필라(Afeela)'


Q :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CES 행사 또한 예전의 규모나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 이번 CES는 170개 이상의 세계국, 3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한 것으로 아는데, 이와 관련된 비화가 있는지?

동의합니다. 팬데믹 기간 중 CES가 주춤했지만, 다시 활성화된 느낌입니다. 팬데믹 이전에 CES에서 만났던 업체들과 관계자들이 이 자리에 다시 모였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군요.

CES 2023을 진행하며, 저는 CES라는 행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면 행사가 불러일으키는 소통 부재가 팬데믹의 가장 큰 교훈이었거든요. 사실 저희는 CES 2023 오프라인 행사 진행 여부에 대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전 CES는 온라인을 병행하여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와 같은 인터뷰의 부재나 대면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큰 아쉬움을 남겼거든요. 이와 더불어 앞으로 진행될 CES 2024의 규모는 더욱 커지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 11만 5천여 명의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CES 2023


Q : CES 2023 내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업체가 있는지? 또, 매년 꾸준히 CES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 중 눈여겨볼 만한 제품이나 기술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저는 한국을 혁신 강국으로 묘사하고 싶습니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브랜드가 그 예시가 될 수 있겠고요. 예를 들면 대형 스크린을 가진 TV라든지 자율 자동차 부문에서 그들은 항상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거든요. 한국 기업이 이번 CES에서 선보이는 혁신적인 기술은 전시장이나 키노트를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웃음)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를 포함한 많은 한국의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소들의 놀라운 발명품과 신비한 아이디어를 유레카 파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 개인적으로 이번 CES의 메인 키워드가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다. 게이밍 분야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앞서 설명한 새로운 키워드들이 게임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지, 혹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가?

미국 시장 내에서 소비자 연구를 꾸준히 하며 느낀 바로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긴다는 점입니다. 당장 저만하더라도 모바일 게임을 자주 하니까요.(웃음) 게임은 휴식과 동시에 경쟁 심리를 끌어올리기에 더할 나위 없는 분야입니다.

나라와 문화 장벽까지 넘어 전 세계 유저 간 연결이 가능한, 사회적 연결을 위한 매개체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CES가 강조하는 다양한 가치 중 연결(Connect)와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겠으며, 미래에도 게이밍 산업은 계속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 게임이 메인 테마는 아니지만, 전시회장 곳곳에서 게이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Q : 마지막으로, CES를 아직까지 접하지 못했거나, 현장을 경험해 보지 못한 한국의 독자나 업체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CES는 우리 생활과 밀접 관계를 갖고 있고,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이 집결하는 하나의 각축장입니다. 아직까지 CES를 경험해 보지 못했더라도 CES는 매년 열립니다. 내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될 CES 2024에 참여해 글로벌 업체들이 들려주는 기술 혁신을 경험하고, 최신 기술들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한국의 치맥 문화를 사랑한다는 스티브 코닉, Big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