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크로스 역 9와 3/4 승강장에서 호그와트행 급행열차를 타고, 작은 조각배로 강을 건너 거대한 호그와트의 대연회장으로 들어선다. 수많은 촛불이 끝없이 높은 연회장을 밝히고 선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가운데로 걸어나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모자를 쓴다. 모자는 이런저런 질문 후 흥미로워하며 기숙사를 배정한다. 그렇게 마법으로 가득한 호그와트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꿨을 상황이 아닐까 싶다. 다음 해리포터 책이 발간되기만 기다리던, 그리고 다음 영화 시리즈를 기다리던, 그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말이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그 상상 속 로망을 정말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니, 내가 마법사라니! 그것도 호그와트 학생이라니!


게임명: 호그와트 레거시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2023. 2. 10.
리뷰판: 1115946
개발사: 아발란체 소프트웨어
서비스: 워너 브라더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C/PS/XBO
플레이: PS5


◆ 리뷰에 게임 진행과 관련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완벽한 호그와트, 그리고 마법의 경험

호그와트 레거시는 확실히 지금까지 모두가 그려왔을 그런 이상적인 해리포터 시리즈의 게임이다. 그건 확실하다. 마법 학교, 친구들과의 교류, 흥미진진한 모험,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마법’까지 그 모든 것을 구현해냈다.

특히 가장 충실하게 그려낸 건 ‘호그와트’ 그 자체다.


모든 걸 다 떠나서, 호그와트 레거시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팬들에게 ‘호그와트’라는 거대한 성을 선물했다. 마법으로 가득 찬,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는 미스터리한 성을 소설 속에서 그대로 들어내 가져왔다.

게임을 처음 켜고, 초반부를 지나 호그와트에 입성할 때의 감동이란. 저 멀리 급행열차가 지나가고, 영화 속에서만 봐왔던 거대한 성이 눈앞에 펼쳐지는 그 시간은 한동안 잊지 못할 정도로 벅찼다.


이 커다란 성은 한참을 돌고, 돌고, 또 돌아도 새로운 곳을 마주칠 정도로 거대하다. 발이 닿는 장소마다, 눈길이 가는 그 모든 곳이 놀라우며 아름답다. 아무것도 안 하고 호그와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필드 가이드 페이지만 모아도 재미있을 정도다.

이미 수없이 알려진 각 기숙사와 휴게실의 디테일은 말을 더 할 것도 없고, 학교 내 그 모든 그림과 초상화들은 쉴새 없이 움직이며, 유령과 폴터가이스트는 그 넓은 학교 곳곳을 돌아다닌다. 여기에 너무나 익숙한 장소들은 은근한 그리움을 이끌어내는데, 천문탑과 교장실을 발견했을 땐 혼자 괜스레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했다.



비밀의 공간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알로호모라를 배워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잠겨진 방, 간단한 퍼즐을 풀면 열리는 방, 비밀의 버튼을 누르면 입구가 생기는 퍼즐의 방, 초상화를 통해 입장할 수 있는 공간, 시계를 움직여 들어가는 마법의 방까지 그야말로 꿈꿔왔던 마법 학교, 호그와트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비밀의 공간은 바로 필요의 방이다. 나에게 필요한 그 모습 그대로 변하는 방은 찾아 들어가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확장되는 그 모든 순간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론 구출한 동물들을 풀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처음 입장하는 순간이 뭐랄까, 마치 뉴트의 가방 속을 보는 느낌이라 참 반가웠다. 더군다나 이 필요의 방은 그 자체가 하우징으로 함께 활용되기에 원하는 대로 멋들어지게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낮과 밤의 시간에 따라, 그리고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지며 단풍이 지고 하얗게 눈이 쌓인 계절마다 그 모습이 달라지는 호그와트는 영화 속에서 볼 수 없었던 작은 공간들까지 상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런 두근거리는 마법의 경험은 그저 호그와트에서 끝나지 않는다. 물론 호그와트만으로도 너무나 완벽하다고 생각되지만, 하일랜드 일대 전체가 마법사와 마녀의 경험을 하기에 충분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맵 전체가 매우 크기에 빠른 속도로 한참 비행을 하는 시원한 재미도 있고, 이곳저곳 존재하는 수집 및 퍼즐 콘텐츠를 마법을 사용해 풀어나가는 재미, 결국 모든 길은 호그와트로 이어지는 다양한 마법 공간들을 탐험하는 재미 등 곳곳에 소소하면서도 섬세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호그와트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는 장소, 호그스미드 역시 너무나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다. 처음 호그와트에서 세바스찬의 뒤를 따라 호그스미드를 향해 걸어갈 때, 정말 얼마나 설레던지. 내가 호그와트에서, 마법사와 마녀들이 걸었던 이 길을 따라, 무려 호그스미드를 향하고 있다니.





위즐리는 위즐리인데 내가 알던 위즐리가 아니네


여기에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시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너무나 완벽하게 잘 버무려냈다. ‘블랙’ 가문의 교장 선생님과 ‘위즐리’ 가문의 교감 선생님, 드넓게 펼쳐진 연회장과 ‘기숙사 배정’이라는 부분을 포함시키면서 임팩트를 줬달까.

특히 직접 모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기숙사를 배정받고, 기숙사 휴게실로 이동하고 둘러보는 과정을 세심하게 넣으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사람들이 기대한 이야기를 초반부터 완벽하게 선물했다. 처음 만나고 인사하는 몇몇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임의 시점이 아무래도 우리가 알고 있는 시기보다 한참 이전이기에 알고 있는 얼굴들, 이름들, 그리고 모습과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그냥 확 잘라내기보다 호그와트와 호그스미드, 그린고츠 은행 등 익숙한 장소를 초반에 몰아넣으면서 ‘익숙함’과 ‘새로움’이 잘 섞여들도록 조절했다. 어색한데 싶을 때쯤 학교가 보이고, 어색한데 싶을 때쯤 모자가 등장하고, 또 어색한데 싶을 때쯤 호그스미드가 등장한다.

처음 보는 교수님, 처음 보는 친구들이 가득하지만 그들의 가문은 익숙하고, 또 그들이 서 있는 장소는 이미 알고 있는 장소다. 호그스미드에서 지팡이를 판매하는 올리밴더스에는 게릭 올리밴더는 아니지만 어딘가 익숙한 게르볼드 올리밴더가 주인으로 있고, 버터맥주를 마실 수 있는 스리 브룸스틱스, 기묘한 과자들을 잔뜩 팔고 있는 허니듀크스도 그대로 있다.


이런 약간 기시감이 있는 새로움, 어딘가 아는 사람 같은데 아는 사람은 아닌 그런 묘한 즐거움은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마주할 수 있다. 해리가 패트로누스를 불러냈던 호수 근처에서는 ‘위엄 있는 수사슴 같은 동물’이 보인다는 대사가 나오고, 히포그리프를 타려면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해야 하며, 그렇게 알게 된 히포그리프를 타고 위험한 순간 탈출하는 등 원작에 대한 이야기가 슬쩍슬쩍 반갑게 다가온다.

이외에도 게임은 세계관과 관련된 참 자잘한 디테일을 많이 살려냈다. 뭐랄까, 정말 별거 아니다 싶은 부분도 모두 신경을 쓴 느낌이다.

가장 놀랐던 건,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전투에서 사용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함께 저주를 배웠던 친구의 경우, 오히려 전투 진행 시 본인도 해당 저주들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친구는 어떻게 그런 끔찍한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책성 멘트를 내뱉었다.

단지 전투 과정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기술일 뿐인데, 그저 단순히 지나갈 수 있는 부분임에도 이런 세세한 디테일까지 체크했다니 놀라웠다.


다만 학교생활 그 자체는 글쎄, 기대해왔던 마법 학교의 커리큘럼, 마주치는 학생들과의 교류, 실력을 늘리기 위한 마법 공부, 이 모든 것이 있긴 한데 가볍다.

어쨌든 게임의 중심, 흐름이 스토리다보니 그 모든 학교 생활이 그에 맞춰 따라가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교수들과 마주하고, 마법을 배우게 되는 수업은 거의 한 두 번 정도에 그치고 만다. 5학년 내내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적은 아주 그냥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잠깐의 수업 역시 영상으로 지나가고 만다. 뭔가 직접 교수의 말을 듣고, 지팡이를 움직이고, 실습하고, 연습하고, 중간에 친구와 떠들기도 하는 그런 다이나믹한 콘텐츠를 기대했던 입장에선 꽤 아쉽게 느껴진다.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다. 개별 스토리가 준비된 몇몇을 제외하면 일회성 퀘스트에서 교류가 끝나버리고 만다. 뭔가 친구들과 호감도를 쌓아간다거나,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이 친구들과는 내가 원할 때 대화를 하지도 못한다. 분명 친구인데, 인사도 했는데 이 아이들은 자신이 내킬 때만 ‘대화’ 버튼을 만들어 주곤 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는 넓고, 학생도 많은데 그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저 그 모든 인파가 배경에 그쳐버린다. 가만히 있다 보면 군중 속의 고독이 느껴진달까.


하지만 퀘스트와 스토리 자체가 아쉽다곤 할 수 없다. 특히 친구들과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브 퀘스트는 오히려 메인 퀘스트보다 더 흥미로운 편이다. 아무래도 호그와트 레거시가 다루고 있는 시대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으니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기숙사별 특징이 가득 보이는 친구들의 이야기 자체도 참 매력적이다. 악당을 물리치고, 용을 구출하고, 또 때로는 금지된 마법을 탐구하는 등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적지 않은 분량으로 연속적인 퀘스트를 통해 쭉 이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친구들과의 비밀스러운 모험은 뭐랄까, 호그와트에서 꼭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었던 그런 즐거운 교류의 완벽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게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학교에선 알려주지 않는 능숙한 비행을 배운다거나, 수많은 퍼즐을 뚫고 호그스미드에 내 가게를 차린다거나, 밀렵꾼으로부터 유니콘과 불사조를 구출할 수도 있다.

즉, 호그와트 레거시는 서브 퀘스트를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하나의 방법으로 준비해뒀다고 볼 수 있다. 그냥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추가 및 수집 콘텐츠로 만들어 둔 게 아니다. 이 서브 퀘스트를 통해 메인 퀘스트만 해서는 배울 수 없는 마법을 알아가고, 신비한 마법 생물들을 구해주며, 비행 빗자루를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메인 퀘스트 만큼이나 많은 비중을 서브 퀘스트 쪽으로 돌려놨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법사라면 역시 ‘마법’을 쓸 줄 알아야지


전투의 경우 가장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다. 전투 자체가 재미없는 모양새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전투 시스템 자체만을 두고 본다면 매우 흥미롭기까지 하다. 기본형 마법을 배우고, 재능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 그에 맞춰 스스로의 콤보 연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서다.

레벨업에 맞춰 포인트가 하나씩 주어지는 재능의 경우, 쉽게 말해 스킬 확장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통해 내가 어둠의 마법, 즉 저주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적을 꼼짝 못하게 CC기를 연계하며 사용할 것인지, 다 필요 없고 강력한 데미지 한 방을 노릴 것인지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비록 한 슬롯에 담아놓고 사용할 수 있는 마법 개수 자체가 4개로 매우 적은 편이지만, 이 역시 재능을 통해 최대 4개의 슬롯을 오픈할 수 있다. 즉, 시스템적으로만 두고 본다면 정말 다양한 방식의 마법 연계를 아주 원하는 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전투가 시작되면 글쎄, 가장 중요한 건 단 하나, ‘막아내기’와 ‘회피’다. 특히 막기의 개념인 프로테고의 경우, 키를 살짝 길게 누르기만 해도 자동으로 적에게 기절 마법인 스투페파이가 이어서 사용되기에 결국 가장 중요한 ‘마법’이 된다. 실컷 공격 마법을 활용하고 싶지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다수 적의 마법을 피하는 게 우선이니까.

문제는 패턴이 너무나 단순하다는 점이다. 적들은 오직 막아낼 수 있는 공격과, 막아내지 못하는 공격을 할 뿐이다. 공격 패턴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색상에 맞는 마법을 써서 방어막을 사라지게 하는 것 정도랄까. 각 시험의 라스트 보스들의 경우 이걸 활용해 색상에 맞춰 오브를 깨는 패턴 정도가 추가되긴 하는데, 이 역시 단순하다.


그러다 보니 이게 한 명에게만 집중하면 되는 보스 전투보다 다수의 적이 등장하는 일반 전투가 더 난이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어차피 똑같이 막고, 피하고, 열심히 때려서 콤보를 유지하고, 그렇게 얻은 마나로 고대 마법을 사용하면 그만이니까. 심지어 재능을 통한 마법 연계도 보스 몬스터의 경우 면역인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일반 전투가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이 얼마나 아쉬운 일인지. 분명 전투의 만듦새 자체는 충분히 치밀하게 잘 짜여있다. 재능만 잘 읽어봐도 그 연계가 머리에 그려질 정도다. 그런데 세상에, 활용이 부족하다니. 이론은 확실한데 실전이 아쉬운 그런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전투의 난이도가 많이 낮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가장 높은 난이도에서도 전투가 쉽다 느껴질 정도니까. 잘 막고, 피하고, 색깔만 잘 맞춰도 충분히 모든 전투를 진행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전투가 쉽다 보니 나름 마법을 마구마구 난사하는 그런 재미는 아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건 듀얼센스의 힘이다. 어딘가 살짝 당황스러운 기본 마법의 단순한 움직임조차 듀얼센스의 햅틱과 사운드, 적응형 트리거를 통해 꽤나 괜찮은, 아니 좋은 타격감을 표현했다. 특히 이 모든 효과는 순간적으로 화면이 줌인되는 크루시오, 고대 마법 등에서 가장 극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크루시오는 쓰는 순간 내가 다 아픈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아주 높다.


하긴, 마법사가 무조건 전투만 잘하라는 법은 없다. 예로부터 마법사란 힘캐가 아닌 지능캐다. 당장 우리가 호그와트에서 배우는 과목도 마법과 어둠의 마법 방어술만 있는 게 아니다. 약초학부터 천문학과 점성술 등 참 다양한 과목을 모두 배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호그와트 레거시에서 전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퍼즐이다. 이 게임의 주요 콘텐츠는 다름 아닌 퍼즐이다. 물론 전투도 살짝은 부족하지만 반 정도는 차지한다.


단지 열심히 지팡이를 휘두르며 전투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 지팡이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건 바로 퍼즐 풀기다. 아, 그래서 가장 많이 사용할 마법 역시 숨겨진 것을 찾아내는 ‘레벨리오’다.

재미있는 건, 이 퍼즐이 생각만큼 괴랄하지 않다는 점이다. 간단한 건 아니다. 분명 까다로운 부분이 있는 건 맞다. 한 장소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또 시도하게 되는 경우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분명 고민스러울지언정 절대 화가 나서 지팡이를 던질 정도로 ‘괴랄한’ 난이도는 아니다.

당기고, 밀어내고, 띄우고, 움직이고, 불을 붙이고, 빛을 밝히고, 수리하고. 우리가 배우게 되는 모든 마법은 이 퍼즐의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 그 모든 퍼즐은 우리가 이미 배워온 마법을 통해서 반드시 풀어낼 수 있다. 퍼즐을 풀어내야 하는 건 맞지만, 그 퍼즐을 풀어내는 수단은 단순한 머리 쓰기가 아니라 ‘마법’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호그와트 레거시의 퍼즐은 평범하지 않다. 풀어내는 과정에서 열심히 모아온 마법들이 빛을 발하고, 그러면서 전투에선 쓰지 않던 다양한 마법들을 이리저리 사용하게 된다. 이 게임의 특장점인 ‘마법’이라는 콘텐츠를 아주 확실하게 잘 활용했달까.

또한 재미있는 건, 전투와 퍼즐이 아주 적절하게 섞여들어 간다는 점이다. 메인 퀘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특정 퀘스트의 경우 정말 엄청나게 다채롭게 변화하는 맵, 마치 공포물을 떠올리게하는 조명 활용, 기가막히게 등장하는 전투 등이 모두 어우러져 그야말로 시간 가는지 모를 정도로 잘 만들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퍼즐을 크게 좋아하지 않음에도, 짜증보다는 흥미가 더 높게 다가올 정도로 퍼즐 자체가 아주 적절한 난이도로 잘 짜여 있는 편이다. 이는 아마 마법을 쓴다는 행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물론 레벨리오가 매우 큰 역할을 하기도 했고.





호그와트 레거시를 플레이해봐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상상만 해왔던, 꿈에서만 그려왔던 그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로망을 모두 풀어낼 수 있어서다.

미스터리와 상상으로 가득한, 익숙하지만 너무나 새로운 호그와트, 끝도 없이 펼쳐진 넓은 하일랜드, 내 마음대로 꾸며낼 수 있는 멋들어진 필요의 방,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 높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고 수없이 속으로 외웠던 마법을 직접 사용할 수 있으니까.

비록 플레이 도중 상대 캐릭터가 사라지거나, 벽에 끼여버리거나, 배경과 직조물 등에 비해 어딘가 살짝 아쉬운 인물 그래픽 등 완성도의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모든 걸 감안할 정도로 호그와트 레거시는 매력적이다.


단순히 메인 퀘스트만 달려도 엔딩까지 3~40시간은 훌쩍 필요할 정도의 플레이 타임, 여기에 오히려 메인 퀘스트보다 더 매력적인 서브 퀘스트들도 가득하다. 호그와트 곳곳에 숨겨진 수집형 아이템과 장소도 셀 수 없이 많고, 비행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다이나믹한 비행 코스도 몇 개나 존재한다.

마법을 활용해 풀어내는 퍼즐과 또 마법을 활용해 진행하는 전투는 잘 어우러져 있고, 가끔은 투영 마법으로 슬쩍 적에게 다가가 처치하는 아주 스릴 넘치는 플레이도 할 수 있다. 마법 동물들을 넓디넓은 필요의 방에 구출해 풀어놓는 것도 가능하고, 수많은 의상 외형을 활용해 나만의 교복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모든 마법 같은 상황을 호그와트 레거시는 적절하게 잘 풀어냈다. 그리고 게임을 통해 그동안 품어왔던 천진하고도 아름다운 상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냈다. 이 두 가지 만으로도 플레이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호그와트 레거시는 플레이어에게 매력적이고 거대한 '호그와트'를 선물하는 데 성공했다. 두근거리는 마법의 경험을 하일랜드 전체로 이끌어냈으며, 그 방대함 속에서도 원작 팬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꿈꿔왔던 위저딩 월드가 그대로 펼쳐지는, 그런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