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소재의 소규모 게임 개발사, Swordman Studio(XIAMENG Studio)가 개발하는 첫 번째 작품, '원더링 소드(Wandering Sword)'의 데모 버전이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무협풍 픽셀 RPG를 표방하는 '원더링 소드'의 첫인상은 분명합니다. 스크린샷을 보자마자 스퀘어에닉스의 '옥토패스 트래블러'나, '라이브 어 라이브'같은 RPG들의 비주얼을 연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아류작'이라는 논란이 생길 여지는 존재하겠지만, 이를 차별화된 게임성으로 극복하는 것 또한 개발사의 몫일 것입니다. 이런 우려를 종식시킬 만큼의 게임성이 확보되었다면, 유사한 비주얼을 선호하는 게이머에게는 뜻밖의 선물이 될 수도 있고요.

과연 '원더링 소드'는 중원 무림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를 게임에 얼마나 잘 녹여냈을까요.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공개된 데모 버전으로 살펴봤습니다.



무협지 좀 봤다면 누구나 알 법한 초반 스토리

▲ 무협지를 아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스토리로 시작하는 '원더링 소드'

데모 분량에서 확인한 '원더링 소드'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무협지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사조영웅전이나, 신조협려 같은 김용의 무협 소설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 없이, 최근 웹소설,웹툰 시장에서 흔히 보이는 종류의 무협 콘텐츠에만 익숙해도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게임은 다소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우며, 여정 중에 만나는 기연의 도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로 게임 초반을 시작합니다. 무림에서는 그야말로 흔하디 흔한 내용이지만, 이런 익숙함과 게임 특유의 픽셀 그래픽이 만나 꽤나 정겨운 '레트로 스타일'로 다가옵니다.

▲ 예상치 못한 기연을 만나고

▲ 내공을 단련하는 등, 무협지의 정석을 따르고 있습니다

'복수' 또한 무협지에서 빠질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소재 중 하나입니다. 원더링 소드에서도 초반부터 충실히 내세우는 소재이기도 하죠. 게임은 무협지에서 흔히 '표사'라 불리는, 사람이나 물건을 특정 위치까지 운송 경비하는 일을 맡은 주인공이 아주 좋지 않은 타이밍에, 좋지 않은 장소에서 비극에 휘말리며 시작하게 됩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비극에 주인공의 동료는 모두 사망하고, 주인공은 그 자리에 '우연히' 있던 무당파 당주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게 되죠. 이정도만 해도 무협지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 전개라는 것을 짐작 가능합니다.

목숨은 건졌으나 치명적인 독이 몸에 퍼져 손 쓸 도리가 없는 주인공. 무당파의 당주는 자신의 과거 제자였던 은둔 고수에게 주인공의 치료를 맡기고, 주인공은 고수의 집에서 생활하며 운기조식과 수련을 거쳐 자신의 몸에 깃든 독을 차차 제거해 나갑니다. 차츰 체력을 회복한 주인공은 자신의 동료가 모두 희생된 비극을 떠올리며, 언젠가 이룰 복수를 다짐하며 무공을 익히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원더링 소드'의 데모 버전 초반을 아우르는 게임의 스토리입니다. 게임은 이 과정을 통해 캐릭터를 조작하는 방법, 물체와 상호작용하고, NPC의 호감을 사며, 심지어 낚시를 하는 법도 가르쳐 줍니다. 특히, 게임플레이를 통해 얻은 포인트로 기혈을 뚫어 스탯을 높이는 시스템은 상당히 여러 자세로 세분화되어 있는데, 이처럼 게임 곳곳에서 무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요소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세심함이 돋보이는 전투 시스템

▲ 스토리 뿐 아니라, 육성 체계에도 무협의 요소를 꼼꼼하게 집어넣은 편

무(武)와 협(俠)을 주제로 한 이상, 그리고 RPG의 특성상 전투 시스템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다른 게임의 생각이 너무 많이 나게 하는 '원더링 소드'의 비주얼 특성 상, 차별화를 위해서는 전투 시스템에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데모에서 확인한 '원더링 소드'의 전투는 '무협'의 느낌을 전달하려는 세심함이 돋보였습니다.

게임의 전투는 주로 맵에서 적을 마주치면 전투 장면으로 돌입하는 심볼 인카운터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좌우로 넓게 펼쳐진 그리드에서 주인공과 동료의 위치를 옮겨가며 전투를 이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턴제와 실시간 전투 중 원하는 방식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인상깊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턴제 전투의 경우 우리에게 친숙한 SRPG와 마찬가지로 각 캐릭터의 턴에 이동을 하고, 공격 범위 내에 적이 있을 경우 공격을 하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캐릭터의 턴은 행동 게이지에 따라 오게 되며, 행동 게이지는 무기의 종류와 캐릭터의 스탯에 따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채워집니다. 실시간 전투도 이 구조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으며, 턴 구분 없이 행동 게이지가 찬 캐릭터가 바로바로 행동을 시작하기에 좀 더 박진감 있는 전투가 가능합니다.

▲ 그리드에서 치러지는 전투는 기본적인 RPG를 바탕으로 합니다

위와 같은 기본적인 RPG 형식을 바탕으로, '원더링 소드'에서는 무협지에서 차용한 다양한 무공과 병장기, 심법 등을 게임 속 전투에 차용하려는 시도가 엿보였습니다. 특히 무기의 종류별, 유파별 기술들은 성능은 물론 보기에도 멋진 연출을 가지고 있기에, 익숙한 무협지 속 유파들의 기술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는 것도 게임의 특징입니다.

가장 먼저, 주인공과 동료들이 착용할 수 있는 무기들은 저마다 행동 게이지나, 공격 가능한 사정거리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갖습니다. 자신 바로 앞 적밖에 공격하지 못하는 권갑은 대신 행동 게이지가 짧아 빠르게 후속 공격이 가능하며, 어느 게임에나 등장하는 검은 가장 균형잡힌 사거리와 행동 게이지를 갖추고 있죠. 그 외에도 주인공 기준 넓은 범위를 한번에 벨 수 있는 곡도나, 더욱 멀리 있는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장창 등이 존재해 특정 무기에 특화된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 유파 별 기술들도 보는 맛이 있는 편

무기들은 기본적인 공격 방법 외에도 여러 가지 절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술들은 비전서를 통해 습득하는 단계가 필요해 모든 무기에 정통한 캐릭터로 육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술을 레벨업하는 데도 전투를 통해 획득한 기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정 무기의 기술에 집중해 기술을 습득하고, 단련하는 것이 캐릭터 육성의 기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격 기술 외에도, '원더링 소드'는 보법과 심법 등 캐릭터의 내공을 활용하는 여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마련해 두었습니다. 빠르게 거리를 좁히고, 넓히거나, 다음 일격을 위해 내공을 가다듬는 등 전략성을 더하는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생각보다도 알차게 '무협'과 관련한 요소들을 전투에 녹여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죠.



NPC 상호작용으로 녹여내는 '협객의 삶'


전투 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원더링 소드'의 부가 콘텐츠로는 마을 NPC들과의 상호작용, 사이드 퀘스트, 낚시 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NPC와의 상호작용은 게임이 상당히 집중하는 요소로, 출시 시점에서는 이를 통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기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초반 튜토리얼 단계에서도 여러 차례 보여주는 부분이지만, '원더링 소드'는 NPC의 호감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NPC를 동료로 포섭하는 등의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동료로 영입하는 데 일정 이상의 호감도를 필요로 하거나, 또는 특정 선행 퀘스트를 필요로 하는 등의 경우 또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 누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동료가 돼 주실 수...

NPC의 호감도는 보통 선물을 주는 식으로 높일 수 있는데, 각 인물별 선호하는 물건이 달라 사전에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NPC 관찰은 좋아하는 선물을 비롯해 해당 캐릭터의 특성, 장비 등을 확인할 수 있어 동료로 포섭할 가치가 있는 인물인지 확인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부 NPC의 경우 퀘스트 진행이나,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대련'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상대 NPC와 친선 전투를 치르는 시스템으로, 중국의 온라인게임 '천애명월도'를 비롯한 무협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도 대련을 요구하는 데 일정 이상의 친밀도를 요구하는 NPC가 존재하는 등, NPC들의 성격과 특징에 꽤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데모 버전인 탓에,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탓에 세세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개발사의 포부대로 게임이 완성된다면 게임 전반에 걸친 NPC와의 상호작용은 보다 풍부한 콘텐츠 볼륨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낚시나 소일거리 도와주기 같은 부가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중원 무림을 떠도는 협객에 감정이입하는 데 좋은 보조 역할을 다할 전망입니다.

▲ NPC 관찰, 호감도 작업 등은 출시 이후에도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지원 없는 지금은 '그림의 떡'


이처럼 데모를 통해 확인한 '원더링 소드'는 그래픽 스타일만으로 '아류작'이라고 폄하되기에는 나름 충실한 무협 요소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전투 또한 실시간과 턴제 모두를 지원하며 편의성을 높였고, 각 유파 고유의 절기를 사용하는 연출 또한 짧지만 나름의 강렬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데모 중간에 각 유파의 고수들이 모여 서로 치고받는 장면에서는 이러한 연출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국 무협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영문 지원에도 언어 장벽이 너무나 높은 점은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은 현재 중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를 지원하고 있는데, 영어로 번역된 무협지 속 수많은 단어와 고유 명사들은 제대로 알아듣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전설적인 힙합 그룹 '우 탱 클랜(Wu-Tang Clan)'이 아니었다면, 스토리 초반에 등장하는 무당파의 장문인이 무당파 사람인지도 몰랐을 겁니다.

▲ 명칭도 명칭이지만, 기술 툴팁조차 한 눈에 이해하기 힘든 편

이처럼 한자를 그대로 번역한 영문은 캐릭터들의 이름, 지역의 명칭, 아이템의 이름, 기술명 등 게임 내 모든 부분에서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 스토리 자체는 모두에게 익숙한 무협지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스토리를 이해하는것과 게임에 몰입하는 데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게이머는 없을 것입니다.

레트로 감성 느껴지는 비주얼과 무협을 배경으로 한 '원더링 소드'는 이번 데모를 통해 개발사인 Swordman Studio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픽셀 RPG의 특징이 무엇인지 성공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다만, 한국의 무협 팬들에게 게임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언어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