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적인 전략이 뛰어난 오픈AI의 CEO 샘 알트란이 개발 영역에 있던 대화형 AI를 일반에 공개한 뒤로 AI는 다시 한 번 전 세계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딥마인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AI의 가능성을 흥미 섞어 지켜봤다면 챗 GPT와의 대화는 AI의 (어쩌면 그다지 멀지 않은)미래를 살짝 점쳐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관심과 함께 아래와 같은 글도 온라인 영역에 수없이 쏟아졌다.

"챗 GPT한테 'OOO' 물어봤습니다"
"'OOO'를 챗 GPT에 물어보니"

비슷한 내용이 쏟아져 나오니 이제는 굳이 새 글을 보지 않더라도 그 줄거리를 대충 떠올릴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행위에서 무언가 생산적인 다음 단계를 그리진 못한다는 점은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다.

일반인들은 접하지 못하는 챗GPT의 기능을 알리는 체험기라기엔 해당 서비스는 그저 구글, MS 아이디를 넣고 가입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기술의 변화를 비교한다고 하기에는 딱히 비교 대상이 될 과거의 대화형 AI를 찾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저 '대세'라기에 물어봤다고 당당히 말한다.

큰 틀은 비슷하다. 챗GPT에 무언가 물어보기. 북핵 문제가 어떻고, 유명 축구 선수에 대한 전망은 어떤지 같은. 이것들은 각각 뉴스 사이트를 뒤덮는 기사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뻔한 틀 안에서 더 눈길을 끄는 기사는 분명 존재한다.

핵심은 챗GPT에 무엇을 '물어보느냐'가 아니라 챗GPT에 '무엇을' 물어보느냐다.

소위 잘 읽힐(팔릴) 질문을 찾는 것. 그게 비슷비슷한 제목, 뻔한 내용 속에서 글을 빛나게 한다. AI가 어쩌고저쩌고 답한 결과물을 옮겨 적는 건 부차적인 일일 뿐이다. 심층 신경망이 어쩌고 생성적 인공지능은 무엇이고 하는 전문적인 영역보다 더 쉽고, 효율이 높은 건 분명하다.

챗GPT가 보여준 텍스트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 지금은 그 사용기 정도에 그치지만, 우리 일상에 더 깊숙히 들어와 칼럼도, 리뷰도, 체험기도 대신할 수 있다면 결국 남는 건 이 사용법에 능통한 사람들뿐일지 모른다.

게임도 비슷하다. 사실 AI는 게임과 낯선 분야가 아니다. 단순히 플레이어를 대신해 대전하는 적 하나는 물론 부정 행위 검출, 플레이어의 이용 패턴 분석, 온라인 게임에서의 실시간 다국어 번역 등 많은 분야에서 AI가 사용되고 있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TTS 기술의 발달로 이질감 적은 실황 중계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제 AI는 게임 서비스를 돕는 단계를 넘어 개발의 영역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챗GPT 이전부터 구글은 일찌감치 다양한 딥러닝 관련 논문을 발표하며 기술의 발전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접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기계적 행위만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산술적 계산, 반복 행동의 대체 등이 그 예상 범주 안의 AI였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인간이 일상적으로 쓰는 자연 언어를 받아들이고 원하는 주제에 맞춰 영화 스크립트를 짜거나 운율을 맞춰 시를 써내려간다. 복잡한 개발 언어 코딩도 가능하고 원하는 분위기에 맞춘 이미지는 수십, 수백 분은 족히 걸릴 이미지를 수분 내 만들어낸다.

이미 일본의 주요 동인 게임 사이트들은 AI 생성 이미지가 사용된 게임에 이를 명시할 것을 고지했다. 그림 자체가 중요한 성인용 캐주얼 개발자들은 이미 AI가 만든 이미지를 활용해 스팀에 게임을 찍어내고 있다. 챗GPT가 MS 검색 엔진 빙에 추가되고 일지감치 공개됐고 성능만큼은 우위로 점쳐지는 구글의 람다(LaMDA) 역시 수주 내 대중에 공개되며 일상에 더 깊이 파고들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는 인간이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분야에까지 AI가 도입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 개발 업무의 상당수가 ‘좋은 OOO을 찾아 챗GPT에 물어본 기자’처럼 좋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AI에게 훌륭한 질문을 하는 일로 바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