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14, 16의 요시다 나오키가 최근 밝혔듯 JRPG라는 표현은 한때 일본 RPG를 서구권 RPG와 구분하는 표현에 그쳤다. 똑같은 RPG지만 굳이 일본 개발자의 RPG만이 JRPG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 옳은가 말이다.

하지만 선형적인 스토리 중심의 턴제 RPG를 향한 팬들의 향수는 여전했다.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를 비롯해 수많은 RPG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스퀘어에닉스에서도 가장 고전적인 RPG 감성을 전한 건 신규 프랜차이즈였던 옥토패스 트래블러였다.

그저 옛것이 아니라 클래식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고전(古典)적 타이틀은 2편에도 변함없이 친숙한 모습으로 팬들을 맞는다. 다만 그 친숙함 안에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군데군데 담아 확장해 JRPG라는 틀을 넘어 RPG의 핵심을 강조했다.


게임명: 옥토패스 트래블러2
장르명: RPG
출시일: 2023. 2. 24.
리뷰판: 출시빌드
개발사: 스퀘어에닉스/어콰이어
서비스: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PC/PS/NSW
플레이: PC


이야기 빼고 모든 걸 잇는 8명의 여행자 이야기

옥토패스 트래블러2는 넘버링 타이틀 신작이지만,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가 그러했듯, 이야기의 연속성은 없다. 전작을 즐기지 않았더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나리오 구성을 빼면 게임은 그 어떤 타이틀보다 전작에 많은 걸 기대고 있는 게임이다.

HD-2D는 픽셀이 도드라지는 고전적인 그래픽을 현대적인 틀 안에서 잡아냈다. 물론 결과적인 이야기 구성은 전혀 다르지만, 하나하나 떨어져 전개되는 이야기를 지닌 캐릭터들의 모임은 얼핏 당대 이색적인 연출로 꼽혔던 드래곤 퀘스트4나 라이브 어 라이브를 떠올리게 했다. 약점과 쉴드 파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든 턴 방식의 전투는 직업 변경 시스템과 어우러져 도전적인 전투를 구현했다. 여기에 사운드, 스토리, 맵 디자인, UI 등 많은 요소가 옥토패스 트레블러라는 게임을 구성한다.

(사진은 전작인 옥토패스 트래블러)

이중 몇몇은 게임의 독보적인 장점으로, 또 일부는 게임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옥토패스 트레블러를 구성하는 여러 시스템은 거의 대부분 후속작으로 이어졌다.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지 않았기에 1편에서 나온 불만 역시 이어진다. 그래서 뒤이어 설명할 2편의 아쉬움은 거의 이 1편에서도 단점으로 지적된 것들이다.

5년 만에 출시된 후속작에 전작의 단점이 남아있다는 점은 마치 게임의 부실함을 대신 말하는 듯하다. 호평받은 부분이야 근래 비슷한 게임을 원했던 팬들의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준 만큼 살려내는 게 당연하지만, 굳이 아쉬움을 남겼던 이야기의 구조까지 남겨야 했을까 싶을 수도 있다.

다만, 그저 부족한 부분까지 완벽히 다시 찍어내는 아집과는 다르다. 전체적인 틀 자체는 유지하면서도 나름의 변화와 진화가 담겼다. 마치 전작이 제대로 가다듬지 못했음을 인정해 깎고 버려내면서도 자신들의 선택 자체가 잘못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래서 여러 요소를 하나하나 음미하면 게임 플레이의 농도는 더 짙어졌고, 맛은 더욱 깊어졌다.



세련된 이야기와 출발, 모습은 같지만 더 맛난 스토리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6, 라이브 어 라이브처럼 인물 각각의 내러티브에 중점을 둔다. 다만, 앞선 작품이 그 내러티브를 한데 묶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옥톺패스 트레블러는 그 각각의 내러티브 자체를 강조한다. 결국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게임 몰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1편은 우선 그 부분이 부족했다.

특히 이야기 구성과 흐름 안에 개별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게임이 강조하는 여행, 그리고 배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확고한 여행의 목표보다는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나가는 데 큰 목표를 잡은 인물들이 많아 여정 동기가 분명하지 못했다. 흔한 중세 판타지 세계 역시 이야기를 흐릿하게 했다. 뻔한 세계관 안에서 8명이나 되는 캐릭터에 그럴듯한 주제를 전달하지 못하니 외형은 다르지만 중세 판타지 세계관 안에서 비슷비슷한 내용을 반복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 중세 판타지에 기반을 둔 옥토패스 트래블러

이번에는 게임의 배경부터 바꿨다. 중세 판타지 요소는 그대로지만, 증기 기관이 존재하는 스팀 펑크, 이종족인 수인 등에 때로는 아시아권 색채가 느껴지고 어느 때는 19세기~20세기 근대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그만큼 표현의 폭이 넓어져 인물의 스토리텔링을 비교적 제약 없이 풀어내고 있다. 마치 비공정을 제외하면 고전적인 판타지 세계관 안에 존재하던 파이널 판타지의 배경이 보다 자유롭게 전개된 6편을 보는 듯하달까?

여기에 근본적으로는 인물 묘사 안에서 부족한 이야기 구성을 보다 세련되게 끌어올린 게 몰입도를 높인 이유 되겠다. 다양한 배경 안에서 저마다 여행 동기와 목표가 분명하고 분기로 캐릭터의 색도 보다 진해졌다.

제작 자체는 외주 개발로 이어졌지만, 어쨌든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아사노 팀으로서는 줄곧 따라온 스토리 비판이 그리 달가웠을 리가 없다. 평론가 모두 어느 부분 하나 빠지지 않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던 브레이블리 디폴트 이후 아사노 팀의 작품에는 꾸준히 시나리오의 빈약함에 대한 혹평이 따라붙었다.

'우리도 스토리 잘 쓸 수 있어'라고 증명했던 게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다. SRPG라는 장르 특색을 이용해 게임은 시나리오 부분을 강조했는데 그 분량이 너무 과했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내용 자체는 그간의 혹평을 충분히 씻어낼 만했다. 그러한 시나리오 개선 의지가 이번 작품에도 이어진 셈이다.

▲ 인물 표현도 보다 다채로워지고

▲ 그걸 그릴 수 있는 배경도 중세 판타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개별 이야기의 만듦새와는 별개로 각각의 캐릭터가 따로 진행되는 기존의 방식은 그대로다. 새롭게 추가된 크로스 스토리 자체가 부족한 인물간의 상호 작용을 풍부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됐지만, 주인공 둘이 주체로 등장해 그저 약간의 색다른 재미만 줄 뿐 구성 자체는 동일하다.

인물 묘사, 이야기의 당위성 같은 퀄리티는 올렸지만, 다른 파티원은 얼굴 하나 안 보이는 고정된 혼자만의 이야기도 그대로다. 파티 구성에 따라 이루어지는 파티 대화 정도가 스토리 주인공과 다른 인물간의 상호 작용을 이루는 유일한 요소로 그려지는 것도 같다.

전작의 스토리가 아쉬움 정도였다면 분명 나아진 이야기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스토리 탓에 게임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던 이들이라면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 보장하기 어렵다.

반대로 상호 작용보다는 짤막한 개별 스토리를 체험한다는 개념에서 접근하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다. 원하는 때, 주점에서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스토리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다. 다만, 내러티브 기반의 RPG를 원하는 팬들이 선택하는 게 옥토패스 트래블러2인 만큼 이쪽 취향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게 분명하지만 말이다.

▲ 스토리 내 상호작용보다는 파티 대화로 부족함을 대신하는 정도도 비슷



낮과 밤이 확장한 필드 콘텐츠, 여행을 확장하다

8명의 주인공 각각의 여정이 내러티브 강화와 함께 여전히 분절된 형태로 그려진다면, 파티 전체가 공유하는 플레이어의 여행은 전작보다 더욱 깊이를 더한다.

가장 큰 변화는 낮과 밤의 변화다. 사실 밤낮의 변화 자체는 많은 RPG에서 적용된 바 있고 이를 게임 시스템에 녹여내기도 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2는 한발 더 나아가 플레이어에게 밤낮의 교체 권한을 주고 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선택하도록 한다.


▲ 같은 도시라도 낮과 밤이 주는 차이는 꽤 크다

밤낮은 단순히 그래픽의 변화가 아니라 마을의 인물 구성, 전투 난이도, 캐릭터의 특수 능력 활용 등 꽤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건 캐릭터들이 가진 필드 커맨드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자잘한 이벤트 요소를 담당하는 필드 커맨드는 마을이나 경로 위에 존재하는 NPC를 대상으로 다양한 액션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캐릭터마다 서로 다른 필드 커맨드는 NPC가 가진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기술을 얻고, 정보를 수집하고, 파티로 데리고 다니며 전투에 합류시킬 수 있다.

캐릭터마다 하나이던 필드 커맨드는 이번 작품에서 낮과 밤, 서로 다른 능력으로 2개가 생겼다. 예를 들어 NPC의 아이템을 얻는 방법에는 도적인 스로네의 훔치기, 상인인 파르티티오의 매입, 무희 아그네아의 요구, 그리고 학자 오즈발드의 강탈이 있다. 훔치기는 확률에 따라, 매입은 돈을 주고, 요구는 적정 레벨에 따라, 강탈은 전투 승리를 통해 아이템을 얻는다.

같은 아이템 획득이라도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여기까지는 일단 전편과 같은데 밤낮 개념이 이걸 또 구분한다. 요구와 강탈은 밤에, 훔치기와 매입은 낮에만 가능하다. 밤낮 모두 같은 곳에 있는 NPC도 있지만, 많은 NPC가 특정 시간대에만 존재한다. 즉, 어느 한 쪽 방법으로만은 아이템을 전부 획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조합에 따라 밤낮의 모든 필드 커맨드를 맞출 수 있지만, 다양한 스토리 진행, 또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 액션의 조합까지 생각하면 다양한 파티 구성으로 팀을 이끌고 모험을 떠나는 셈이다.

▲ NPC에게서 아이템을 얻는 같은 필드 커맨드라도 낮과 밤, 획득 방식이 다르다

이런 필드 커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서브 퀘스트 역시 게임의 주제인 모험이 관통하는 요소다. 근래 게임이 모든 임무 위치, 진행 경로 등을 세부적으로 거리까지 찍어 표시하는 것과 달리 발생한 퀘스트는 별다른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 클리어 역시 곧바로 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퀘스트의 해결은 발로 뛰며 클리어 지역을 찾아내고, 그것이 연관된 요소를 풀어야 한다. 직접 아이템을 찾고, 훔치고, 정보를 얻고, 싸우고 속여가며 클리어하는 재미는 그저 맵에 표시된 물음표를 지워가는 것과는 분명 다른 성취감을 준다. 마치 진짜 여행을 떠나듯 말이다.



밤낮의 추가로 더욱 강력한 보고, 듣고

▲ 빛과 구도에 인물 묘사와 애니메이션까지 더욱 디테일해진 HD-2D

스토리 챕터 진행 중이 아니라면 낮과 밤은 트리거 버튼만 누르면 곧장 변경된다. HD-2D 그래픽이 가지는 3D 배경과 광원 효과의 차이는 어두운 밤에 비치는 등불에서 더욱 실감나며 서서히 바뀌도록 둘 때 석양이 지는 모습 등도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전작이 가진 그래픽 연출의 강점이 이번 작에서 한층 배가된 셈이다.

여기에 캐릭터의 등신대가 아주 조금 늘어났는데 그저 크기만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지 않지만, 애초에 데포르메된 캐릭터다 보니 약간의 비율 상승만으로도 움직임이나 애니메이션 연출도 한층 그럴듯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더욱 그럴듯해진 캐릭터를 잡아내는 카메라 구성도 한층 역동적으로 바뀌어 강화된 개별 스토리 진행에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전작을 통해 흠결 없는 게임 음악을 선보인 니시키 야스노리의 음악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보다 다양해진 배경에 달라지는 작품 분위기에 맞춘 음악은 여전히 귀를 행복하게 한다. 여기에 비슷한 멜로디면서도 다른 분위기의 악기를 활용한 낮과 밤의 배경음악은 시간 변화에 따라 정말 매끄럽게 변화한다. 게임 중 꽤 자주 밤낮을 바꾸게 되는데 귀 기울이지 않으면 이 사이를 마치 한 곡인 듯 전환해 이질감 없는 분위기 전환을 자아낼 정도다.

▲ 비주얼적 변화만큼이나 귀에 들리는 음악의 자연스러운 전환도 정말 매력적

낮과 밤의 전환은 전투에서도 꽤 중요하게 다뤄진다. 기본적으로 밤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보다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당연히 버거운 레벨대의 구간을 지나갈 때에는 낮으로 바꾸면 되겠지만, 게임 초중반만 넘어서도 밤이 주는 이점이 더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는 각 챕터 주인공의 합류가 필요하다. 즉, 8명의 캐릭터 모두 강화시켜야 하는데 파티에 편성된 4명 외의 캐릭터는 경험치도, 직업 특성을 위한 잡포인트도 얻을 수 없다. 강제적인 레벨업이 강조되면서도 레벨 분배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식이다.

하지만 밤 전투 시 아군 강화, 밤 전투 시 적군 디버프 효과 등을 제공하는 고유 액션에 밤에 추가 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 어빌리티 등 빠른 레벨업을 위한 요소가 여럿 존재한다. 여기에 어느 상황에서나 경험치, 잡포인트를 추가 제공하는 어빌리티나 아이템 등을 획득하면 밤 전투를 통해 레벨 그라인딩 구간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게 된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전투 핵심은 여신전생이나 페르소나의 프레스턴 시스템처럼 약점 공략과 턴 계산을 꽤 복잡하게 굴리기보다는 상성에 맞춘 공격으로 쉴드 숫자만 모두 줄이면 한 턴을 버는 식의 전투다. 이 큰 틀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여기에 쉴드를 모두 벗겨 내는 브레이크, 피격 시 얻는 게이지로 활용하는 저력 역시 전투 양상을 꽤 크게 바꾼다. 또 다른 게임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약사의 활용, 초기부터 준수한 효과를 내는 히든 직업 등 활용 범위를 늘리면 전투 역시 더욱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저력, 필드 커맨드, 고유 액션은 어떤 방식으로든 바꿀 수 없다. 반대로 다양한 착용 무기, 스킬, 어빌리티 등은 잡(직업) 변경을 통해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고 그 특징을 다른 직업에 남길 수 있기에 이 잡 콘텐츠는 전작에 이어 게임의 주요 파고들기 요소를 담당한다.



파고들기로 완성되는 나만의 여정

경험치로 성장하는 캐릭터의 레벨과 달리 전투 시 얻는 잡 포인트는 직업의 어빌리티를 해금하는 데 쓰인다. 또 어빌리티 해금 숫자에 따라 패시브처럼 능력을 내는 서포트 어빌리티를 얻는데 이쪽은 직업을 변경하지 않아도 착용할 수 있고 효과도 낸다.

여기에 기본 직업 능력 자체는 직업을 변경해도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직업을 돌려가며 익히는 것, 파티 조합에 따라 부족한 무기나 능력을 보완하는 것 모두 가능하다. 그만큼 반복 플레이와 그라인딩이 필요하고 스스로 이런 요소 접근에 따라 게임을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 다양한 직업을 돌려가며 배우고 얻은 어빌리티를 이래저래 장비하는 파고들기 요소는 여전하다

사실 각 캐릭터의 기본 직업을 제외하면 그저 스토리만 쭉 밀고 진행했다가는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따로 자격증을 가진 NPC를 만나야 하고 숨겨진 재단 위치에서는 메인 직업의 특수 능력인 EX 어빌리티도 얻는다. 선행 조건이 까다로운 히든 직업도 존재한다.

이러한 파고들기는 결국 다시 한 번 여행이라는 키워드와 조합된다. 그저 요구 레벨만 채워 스토리만 클리어하는 식의 플레이만 따지면 게임을 채우는 요소는 그다지 많지 않다. 플레이 타임을 늘리는 복잡한 옛 RPG의 길찾기와 비교하면 옥토패스 트래블러2의 맵구성은 굉장히 단조롭다. 스토리 역시 개별 이야기만 따지면 그 분량이 충분하다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거대한 목표라는 스토리와 그 과정에서 다양하게 겪는 서브 퀘스트, 전투, 그리고 전투로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직업과 성장은 게임이 주는 목표가 아니다. 개발진은 여러 체험 요소들을 파편적으로 쪼개두고 이를 플레이어가 여정 안에서, 혹은 목표한 루트 바깥에서 찾아내도록 한다. 8명의 여행자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게임 안에서의 플레이어 스스로 찾아내는 여행. 그게 이 게임이 추구하는 바다.

▲ 항구끼리의 이동만이 아니라 직접 배를 조작해 탐험하는 요소로 무대가 더 넓어졌다

모든 정보를 맵과 퀘스트 창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여행 아닌 여행이 아니라 정말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여정이다. 스토리, 전투와 직업, 낮과 밤이 만드는 변화, 전투를 통한 NPC 기술 습득과 영입, 마물 포획, 배를 타고 진행되는 물 위 진행, 그리고 4인 제약이 있기에 다양하게 조합하는 파티 등 전작 이상으로 파고들 요소가 많다. 전작을 접하지 않았다면 그냥 시작하는 것과 다양한 정보를 찾아본 후 플레이하는 감각이 완전히 다를 수준이다.

반대로 전투 배속, 쉼 없이 자동 진행되거나 바로 넘길 수 있는 스토리 스킵 등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편의성 향상도 함께 이루어졌다.



스토리 중심의 이야기 구조보다 강조된 여행.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고전 RPG의 새로운 부흥을 이끌었지만 어찌 보면 고전 RPG의 핵심을 뒤튼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2편에도 이어졌다. 스토리 역시 강화된 부분이 있지만, 스토리텔링 기반의 RPG보다는 다양한 요소로 게임을 오래 즐기도록 한 점이 핵심인 타이틀이다. 달리 본다면 스퀘어에닉스 타이틀 중에서 JRPG라는 한정된 표현이 아니라 RPG에 가장 어울리는 타이틀이 아닐까?

분명한 건 전작의 주제와 핵심 틀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도 올바른 개선 역시 함께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개발진의 고민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옥토패스 트래블러2는 형보다 나은 아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