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으로 확장하는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 있다면 그곳에는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까. 지구와 다른 환경, 고도로 발달한 기술력, 사람을 뛰어넘는 지능 등 미지의 생명체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거론되며,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스카스 어보브는 이러한 근본적인 의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행성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생물 군계와의 만남은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와 만나 흡입력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와 비슷한 다른 게임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우선 주인공이 생물학 및 기계공학 박사라는 점을 알고 가도록 하자.


게임명: 스카스 어보브(Scars Above)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3.03.01
리뷰판: 1.0.0
개발사: Mad Head Games
서비스: Prime Matter
플랫폼: PC, PSm Xbox
플레이: PC



박사라는 설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쌓아가는 외계 지식

스카스 어보브는 우주 어딘가에 있을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는 것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게임 플레이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게임을 진행할수록 다양한 생명체를 마주하게 된다.

게임은 지구 근처 우주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외계 물체와 이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감각 접촉 평가 및 대응 팀 SCAR를 비추며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생물학 및 기계공학을 전공한 케이트 워드 박사로 팀에 합류해 수수께끼의 물체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외계 물체로부터 시작된 여정

순탄할 것만 같았던 외계 물체의 조사는 갑작스런 폭발 때문에 큰 위기를 겪게 되고 지구가 아닌 낯선 행성에서 눈을 뜨게 된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는 잃어버린 SCAR 동료를 찾아 여정을 떠나게 되며, 그 과정에서 거대한 음모와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다는 설정이다.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는 선형 구조의 맵을 따라가며 여러 가지 문제를 마주하는 방식이다. 단계별로 해금 되는 각종 장비와 해당 장비를 활용해 파훼해야 하는 몬스터와 퍼즐. 다양한 수집품 등은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한다.

▲ 덕분에 낯선 행성에서 고생길이 펼쳐진다

다만, 비슷한 SF 크리처 게임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주인공의 설정이 앞서 언급했듯 외계 생명체의 조사 목적으로 파견된 생물학 및 기계공학 박사라는 것이다.

보통 게임에서는 사소한 부분은 게임이니까 넘어가는 것들이 존재한다. 낯선 환경에 떨어진 주인공이 생전 처음 본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문가처럼 자연스럽게 만지고 또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대표적이다. 너무 디테일하게 파고들면 귀찮아질 수 있으니 대충 게임적 표현이라는 명목하에 넘어가는 편이다.

▲ 무려 기계공학 박사로서 장비를 직접 조사하고 만든다

반면, 스카스 어보브는 박사라는 설정을 통해 이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령, 새로운 생명체와 마주치면 조사를 통해 주요 특징과 약점 등을 파악하고 이를 기록해두는 식이다. 혹은 처음 보는 낯선 외계 장치도 심층 조사를 통해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응용한 장비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게임적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게임 내에서 케이트 박사가 말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꽤 그럴싸하다고 느껴지는 게 중요하다. 그냥 '있으니까 쓴다'는 느낌보단 직접 조사해서 알게 된 '지식을 기반으로 쓴다'가 되니 탐사에 목적이 명확해지고 정말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 탐색은 미니 게임 형식으로 만들어 흥미를 유발시킨다

▲ 조사가 끝나면 추측을 통해 마치 현장을 보듯 해석해줘 전체적인 이해를 도와준다



퍼즐 느낌의 속성 전투와 슈팅의 조합

스카스 어보브는 TPS 시점으로 슈팅 액션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를 선사한다. 근접 공격이 있긴 하지만 특정 오브젝트를 파괴하는 용도가 아니라면 전투 상황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대부분 총을 쏴서 적을 무찌르게 된다.

일반적인 슈팅 게임은 에임이 좋을수록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에임만 좋아도 대부분 상황에서 무난한 전투를 펼칠 정도로 슈팅 게임에서 에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은 편이다. 슈팅 게임을 두고 괜히 피지컬 게임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 곳곳에 목숨을 위협하는 외계 생명체가 널려있다

이 게임 역시 슈팅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에임이 좋다면 대부분의 전투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온갖 크리처는 저마다 약점이 되는 부위가 존재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적을 앞에 두고 작은 약점을 맞추기 위해선 생각보다 에임 실력이 좋아야 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에임이 좋아야 게임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육체파가 아닌 두뇌파라는 박사 설정을 게임에 반영한 듯 오히려 피지컬보다는 소위 뇌지컬을 활용할 때 더욱 수월하게 전투를 풀어갈 수 있었다.

▲ 전투의 핵심은 환경과 속성의 활용

게임 내에는 4개의 속성을 가진 무기가 존재하며, 속성에 따라 각기 다른 효과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속성을 주변 환경과 조합한다면 적은 탄약으로도 큰 효과를 누릴 수가 있다.

가령, 비가 오는 날에는 적들에게 '젖음' 디버프가 걸리고 이 상태의 적에게 전기 속성의 총을 발사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반대로 불 속성의 총은 피해가 반감되는 방식이다. 혹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 맵에서는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의 얼음을 불로 쏴서 녹이고 그곳에 괴물을 빠뜨려서 한 방에 처치할 수도 있다.

▲ 환경을 잘 이용하면 어려운 적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게임의 레벨 디자인 역시 이러한 환경 요소를 활용한 전투에 맞춰 짜여 있다. 잡기 어려운 몬스터가 우르르 몰려올 때는 항상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요소가 존재했고 따라서 항상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방식이 낯설어서 전투가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 친절하게 가이드로 알려주니 대충 상대하는 방법은 알겠지만, 막상 적을 만나면 늘 하던 방식대로 총으로만 쏴서 잡으려고 하니 탄약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면서 전투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보조 무기를 얻게 되고 주변 환경을 활용하는 전투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전투가 수월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투에 익숙해진다면 에임 실력보다는 가진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이 전투에 더 도움이 됐으며, 다른 슈팅 게임과 차별화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보스전도 나름 박진감 넘치는 편





스카스 어보브를 요약하면 흥미로운 SF 크리처 게임이다. 지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낯선 생명체와 환경이 구현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는 박사가 되어 이곳을 탐험하고 지식을 탐구하며,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

약 8~10시간 분량의 플레이 타임에 맞춰 짜임새 있게 꾸려진 스토리 텔링과 레벨 디자인은 게임에 몰입해서 즐기기 딱 좋았다. 전체적으로 구간마다 전투와 탐험의 배치를 적절하게 조율해 게임이 지루하게 늘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 환경 구현 외에 분량에도 신경을 더 썼다면 어땠을까

등장하는 크리처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몇몇 종류는 변이체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미지의 생명체를 만나는 데 집중한 게임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속성 및 환경을 활용한 전투 방식과 비교적 빠른 전개의 게임 방식 덕분에 딱 아쉬운 수준에서 그친다.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단점은 캐릭터 모션과 모델링이다. 플레이 조작감은 액션 게임으로서 괜찮은 편이다. 움직이고자 하는 대로 캐릭터가 잘 움직여 줬으며, 적들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회피하는 것도 수월했다.

▲ 진입 장벽이 높은 SF 세계관을 위해서 친절하게 가이드를 만들어두기도 했다

다만, 행동을 하는 과정. 즉, 모션이 딱딱해서 행동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행동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움직이다 갑자기 구르고 총을 꺼내는 과정이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캐릭터 모델링도 내러티브의 몰입도를 위해 표정 변화를 넣는 등 사실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으나 낮은 퀄리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생기는 듯했다. 불쾌한 골짜기의 적절한 예시로 들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오히려 몰입도가 높아져야 할 컷신이 되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느껴졌다.

▲ 어색한 표정 변화에서 로봇의 느낌이 든다

세세하게 따지면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러운 설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사격 대회에서 1등을 딴 탈 인간 스펙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처음 접한 세계, 낯선 생물체를 이처럼 빠르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게임의 중심을 꽉 잡아주고 흥미로운 전투 방식이 더해지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제외한다면 게임의 재미는 확실했다. 평소 SF 어드벤처 혹은 크리처 게임에 관심 있다면 스카스 어보브를 주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