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인디 개발팀 리치 게임 랩스가 2019년 얼리액세스로 내놓은 로그라이트 슈팅 어드벤처, '패치 퀘스트'가 지난 3일 정식 출시로 전환됐다. 사각형 타일식으로 된 맵들이 매번 들어갈 때마다 구성이 바뀌는 것이 마치 천조각을 기운 패치 조각 같다는 것에서 착안한 이 게임은 게임 업데이트 관련 용어나 혹은 다른 게임의 퀘스트명이 먼저 나올 정도로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다소 낮았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얼리액세스 단계에서부터 쭉 개선을 거듭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오고 있었고, 정식 출시 이후에는 '압도적으로 긍정적'까지 올라왔다. 그냥 훑어보면 조각조각 기운 것 같은 맵 위를 돌아다니면서 쏘고 피하는 지극히 간단한 구성이지만, 그렇기에 그 옛날 우리가 처음 게임을 접했을 시절에 느꼈던 순수한 재미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게임명: 패치 퀘스트 (Patch Quest)
장르명: 로그라이트 슈팅 어드벤처
출시일: 2023. 3. 3.
리뷰판: 1.0.0
개발사: Lychee Game Labs
서비스: Curve Games
플랫폼: PC
플레이: PC



심플 이즈 베스트, 직관적인 그래픽과 간단한 액션 조합으로 빚어낸 원초적 재미


제목에서부터 이미 언급된 것처럼, '패치 퀘스트'는 말 그대로 누덕누덕 기운 천조각 같은 세계를 탐사하면서 각종 과제를 풀어나가고 모험을 하는 게임이다. 실제로도 이 말 한 마디로 게임의 전체적인 얼개가 설명이 될 정도로 구성이 간단하다. 물론 게임 자체를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적을 처치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싶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아마 엔터 더 건전 등 여러 게임에서 선보인 로그라이크 탑뷰 탄막 슈팅 어드벤처라는 걸 금방 캐치하고 진도를 나갈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그게 전부라면 여태까지 나왔던 게임들을 약간 변형한 아류작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패치 퀘스트는 몬스터 포획이라는 또다른 요소를 가미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보통 로그라이크 슈팅 어드벤처는 무기를 새로 얻거나 퍽, 장비 파밍이 주가 되고 이를 토대로 차곡차곡 빌드를 쌓아올리는 플레이가 주가 된다. 패치 퀘스트도 탄종을 바꾸는 '과일'이 있고 나중에는 그 과일을 믹스해서 새로운 빌드를 만드는 퍽들이 나오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몬스터를 올가미로 포획해서 탑승하면 해당 몬스터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 처음 돌입해서는 아무 스킬도 없이 쏘고 무빙하는 게 전부지만

▲ 올가미로 몬스터를 포획하고 육성하면

▲ 해당 몬스터의 스킬을 해금해서 다이나믹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몬스터를 잡아서 전투에 활용한다는 개념 자체는 여타 게임에도 있었던 것이니 두 가지 게임의 요소를 접합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실제로 패치 퀘스트의 게임플레이는 두 시스템을 그저 합친 것에 그치지 않았다. 몬스터를 잡지 않고서는 회피 스킬 같은 기본적인 스킬 활용 없이 단순히 쏘고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면서 탄막을 피하는 것밖에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몬스터를 잡는 것 자체는 올가미를 한 번 던지고 잡힐 때까지 몬스터 주변을 빙글 돌면 되지만, 한 번이라도 적 공격이나 함정에 피해를 입으면 풀려나는 제약 때문에 은근히 까다롭다. 탄막 사이사이를 이리저리 절묘하게 피하면서 마치 낚시게임마냥 올가미를 강하게 당겼다가 느슨하게 풀면서 완주하는 테크닉까지 필요했다.

▲ 포획한 몬스터는 쭉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퍼지기 때문에 갈아타야 하고

▲ 중간에 공격 받아서 대미지가 들어가는 순간 몬스터 포획은 도로 아미타불

그렇게 몬스터를 포획한 뒤 레벨을 올려서 고유 스킬을 해금하고, 이를 활용해서 탄막과 각종 장애물이 가득한 필드를 헤쳐나가는 방식 자체는 신선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의 스킬 트리를 탈것에 이식해서 변주한 형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몬스터를 포획한 뒤 쭉 그 몬스터만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다른 몬스터로 갈아타게끔 유도하는 방식에서 세련미가 엿보였다.

지형의 유불리와 '피로도'라는 시스템이 가미됐지만, 그 불리함이 컨트롤로 극복은 가능하고 동일한 계열의 몬스터를 주기적으로 포획하면 피로도가 회복되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면 손에 익은 몬스터를 바꿔야 하나 고민할 필요 없이 쭉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몬스터 출현 빈도는 랜덤이라서 자신이 손에 익은 몬스터의 풀을 늘려야만 죽고 난 이후 다음에 도전할 때 편해진다. 죽으면 처음 거점으로 되돌아가지만 도감에 수집이 완료한 몬스터를 다시 포획했을 때 레벨이 일부 계승되는 로그라이트이기 때문이다.

몬스터의 스킬 시스템도 각각의 특색은 살리는 한편, 키보드+마우스 기준으로 우클릭은 회피/방어/반격기, 왼쪽 시프트는 통상 광역으로 퍼지는 공격기, 스페이스바는 일렬로 나가거나 한 타겟을 집중적으로 공격기를 배치하는 등 통일성을 마련한 것도 포인트였다. 몬스터에서 강제로 내려서 새로운 몬스터를 포획할 때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부담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언제든 새로운 몬스터를 잡아서 키워보고 테크트리를 올리는 시도가 가능했다.

▲ 몬스터를 잡아서 레벨을 올리고 도감에 기록해두면

▲ 다음 번에 잡았을 때 레벨을 올리지 않고도 스킬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다소 당혹스럽기는 하다. 뭘 해야 할지 목표도 없고 그 흔한 튜토리얼도 없이 패치아틀란티스라는 영문도 알 수 없는 곳에 내팽개진 채 탐사를 떠나야 하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옵션을 켜서 키를 확인해본 뒤 가장 첫 지역인 정글로 진입한 이후부터는, 크게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UI/UX는 최소화되어있지만 화면에 각 상황에 맞는 아이콘들이 뜨면서 어떤 상황인지 말이 없어도 알 수 있고, 주변 지형지물과 몬스터 배치를 고려해서 탄막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고 스킬을 꽂아넣는 그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구성이 되어있다.

물론 정글, 사막, 해안 등 각각 다른 지역에 있는 특산 식물을 수집해서 새로운 효과를 얻기도 하고, 주변에 성게나 끈끈이풀 혹은 독늪처럼 성가신 지형지물을 주파하기 위해 구간에 맞는 몬스터를 포획해야 하는 등 수집 및 상성 구도 같은 것도 체계적으로 잡혀있다. 그렇지만 그걸 처음부터 강조하지 않는 것도 인상 깊었다. 그저 탄막과 사방에 퍼진 적과 함정을 피하고 몬스터를 틈틈이 포획할 수 있다면 완주할 수 있는 심플한 구성으로 배치해뒀고, 거기서 좀 더 쉽게 클리어하기 위한 보조 장치로 마련해둔 셈이랄까.



로그라이트라는 틀에 얽메이지 않은 유연함으로 살린 접근성


'로그라이크'라는 태그를 보고 게임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지금쯤 아마 눈치챘겠지만, '패치 퀘스트'는 로그라이크의 하드코어함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게임이다. 물론 탐사 중에 죽으면 그간 쌓아둔 스탯은 리셋되고 다시 처음 본거지부터 시작하는 방식은 채택했으니 로그라이트라고는 불러줄 수 있겠다. 스탯은 리셋되지만 모험 레벨은 쌓여서 그걸로 퍽을 구매해 다음 모험은 좀 더 쉽게 갈 수 있기도 하고, 도감에 따라 몬스터 레벨도 계승하는 등 완전 제로부터 시작하진 않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패치 퀘스트는 엄밀히 말해서 죽었다가 부활해도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통상 로그라이트라고 해도 죽은 뒤에 다시 시작하면 맵 구성이 바뀌는 게 일반적이지만, 패치 퀘스트는 조금 다르다. 맵의 기믹이나 몬스터 그리고 오브젝트 구성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경로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각 지형의 위치도 그대로에, 심지어 지름길도 한 번 뚫어두면 죽은 뒤에 부활해서도 바로 그 지름길로 갈 수 있다.

흔히 로그라이크보다 더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의 게임을 로그라이트라고 일컫지만, 그 기준을 적용해도 과연 패치 퀘스트가 그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지는 의문스럽긴 하다. 실제로 스팀 평가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살펴보면 '로그라이크 같지 않다'는 평이 많으니, 그건 소수의 의견은 아닌 듯하다. 스탯이 초기화되고 처음 시작한 위치로 돌아가면서 들고 갈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로그라이트'라고 붙이기에는 이전에 쌓아둔 것들이 이후 게임플레이에 너무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 뭔가 바뀌려고 섞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 ??? 이전에 뚫어놨던 길도 그대로에 심지어 지름길까지 뚫려있을 줄은

그러다보니 하드코어한 로그라이크 탄막 슈팅 어드벤처를 즐기고자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배신감마저 느낄지 모르겠다. 맨 처음에 게임을 즐겼을 때는 무한히 빌드를 쌓는 방식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몬스터로 갈아타면서 일정 한계까지만 성장한 뒤 점점 더 강해지는 적들에게 이른바 신컨으로 도전해나가는 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죽고 나서 보니까 그 전에 남아있는 유산들이 너무도 많아서 난이도가 급하락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 코어한 니즈를 다소 덜어내면서, 패치 퀘스트는 도전의 부담감도 덜어내고 수집의 재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게임을 이끌어나갔다. 앞서 언급했던 도감 외에도 여러 식물들을 수집하고, 모험 레벨을 높이면서 퍽과 지름길로 하나하나씩 진도를 나갈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물론 그 축적된 수집물들로 순식간에 게임플레이를 끝내는 구도는 성립하지 않는다. 패치 퀘스트의 맵은 생각보다 넓고, 그 길을 쭉 가다보면 몬스터들은 생각보다 강력해져있고 탄막 패턴이나 지형지물도 녹록치 않아서 한눈 팔면 금세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맵이 넓다보니 한 판 한 판 시간이 꽤 긴 만큼, 자연히 한 번 죽었을 때 이른바 현타가 오기도 쉬운 구성이다. 그걸 완화하고, 또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멋도 모르게 접근했던 유저들도 차근차근히 도전하며 클리어하게끔 이것저것 맞춰낸 디자인은 하다보면 사뭇 놀랍기도 하다.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미처 손에 놓기 힘들 정도로, 그리고 다음 번에는 좀 더 가보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절묘한 난이도의 원천이 됐기 때문이다.

▲ 쉽다 쉽다 말한 순간에 선인장 투성이 지형에+보호막 달고 다니는 적들이 출몰할 줄은 ㅂㄷㅂㄷㅂㄷ

▲ 그래도 퍽도 쌓이고 진로도 초기화되지는 않으니, 언제든 다시 도전각이 선다





직업상 스팀페이지를 둘러보다 평가가 좋아서 속는 셈치고 구매한 뒤 정신없이 재미있게 플레이했지만, 지금은 두려움이 앞선다. 재미있었다는 말 한 마디로 끝낼 수 있다면 속이 편했겠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직업병(?)이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게임은 없고, 그 단점이 누군가에게는 꽤나 크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니 개인적으로 그게 별 거 아니라고 느꼈다고 쳐도 그 부분도 명료하게 조명해줄 필요는 있을 테니까.

실제로 로그라이크의 요소가 굉장히 희박하다는 것 외에도 패치 퀘스트의 면면을 살펴보면 100% 완벽한 게임과는 거리감이 있다. 직관성을 살리기 위해 통일감 있는 몬스터의 스킬 구도 자체는 좋고 몬스터 간의 스킬이나 특성의 개성도 각각 잘 살린 편이지만, 컨셉에 치중한 나머지 밸런스는 썩 좋지만은 않다. 몬스터 종류에 따른 회피/반격/방어 스킬의 성능부터가 무적 판정이나 탄을 막아내는 효율 자체가 제각각이다. 거기다가 회피기가 좀 나사가 빠진 개구리 같은 캐릭터는 공격 성능이라도 좋게 줬다면 모를까, 공격기 성능도 애매해서 도감 수집 외에 버려지는 몬스터들도 꽤 된다.

그나마 몬스터 포획에 제한은 없고,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비슷한 계열 몬스터도 레벨을 공유하는 체계라 망정이지 그것조차 아니었다면 계속 강해지는 몬스터를 상대로 절망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기이한 스킬 구성들이 곳곳에 보인다. 몬스터 외에 총탄의 다양성도 초반에는 잘 안 느껴지고, 퍽의 효율도 몇 개가 더해져야 무르익는 구성이다보니 초반에는 게임이 꽤나 단조롭게 느껴지는 것도 난제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탄을 피하면서 적을 물리치고 마지막 남은 한 놈 잡아서 데리고 다니는 재미는 확실하지만, 레벨이 올라갈 때까지는 쭉 그 원패턴만 이어진다.

하다못해 아이템이나 특수 효과라도 얻었을 때 무언가 눈에 띄는 변화가 바로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 부분은 생각보다 미약하다는 것도 치명적이었다. 중독 같은 몇몇 효과를 빼면 문구가 떠있는 것 외에 크게 체감이 되지 않고, 몬스터 외에 자잘한 크리처를 아군 유닛으로 삼았을 때도 파랗게 떠있는 것 외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지형지물 및 여러 오브젝트와 관련된 부분은 확실하게 처리해둔 터라, 그걸 역이용해서 공략하는 식의 플레이는 가능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 리모트 플레이로 2인이 함께 하면 재미도 두 배

그렇게 분석적으로 접근하다보면 단점이 양파 껍질 까는 것마냥 겹겹이 드러나긴 하고, 구성도 허술한 점이 눈에 띄긴 한다. 그렇지만 여러 장르를 이리저리 기워내면서 단순명료하게 풀어낸 디자인과 저력만큼은 확실히 느껴졌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탄과 적을 피해서 쏘아대는 탄막 액션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되 부담감을 낮춘 로그라이트의 조합은 어느 정도 기본기가 잡혀있으면 재미가 검증된 레시피 아니던가. 물론 패치 퀘스트는 맵이 고정되어있고 계승되는 부분이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여기에 맵 크기를 늘리고 여러 수집 요소와 탐사할 거리를 곳곳에 배치하는 메트로배니아식 설계의 단면과 도감과 퀘스트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수를 보여줬다. 여기에 리모트 플레이도 지원, 친구와 같이 호들갑스럽게 플레이하는 재미도 확실하다.

꿈보다 해몽일지 모르지만, 패치 퀘스트는 플레이하고 나서 그렇게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처음에 발을 디딜 때는 왜 이걸 끝까지 가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일단 한 번 발을 들이밀면 이리저리 몬스터들을 쏘고 잡고 타다가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즐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말을 풀어놓기는 했지만, 설정이니 효율적인 조합이니 뭐니 복잡한 것은 다 집어치우고 간단명료하게 쏘고 피하고 즐기고 탐험하는 원초적인 재미를 즐기고자 한다면 '패치 퀘스트'에 주목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