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러시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개발 및 발매를 무기한 연기했던 '스토커2: 초르노빌의 심장부(이하 스토커2)'가 올해 중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또다시 복병을 만났다. 러시아 해커로부터 개발 중인 자료를 해킹당한 것이다.

게임사가 해킹을 당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캡콤의 경우 2020년 11월 Ragnar_Locker Team라는 해커 조직에 해킹당해 1테라 가량의 데이터가 유출된 바 있으며, 작년 9월에는 락스타 게임즈가 개발 중인 'GTA6'가 해커의 유출로 인해 공개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스토커2'의 해킹은 이전 사례들과는 결이 좀 다르다. 무엇보다 해커들이 '스토커2'의 팬을 자처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자료 유출을 빌미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스토커2'를 해킹한 해커들은 그렇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요구한 건 '러시아 현지화 서비스' 약속이다.

'스토커2'의 스토리, 컷씬 설명, 컨셉 아트, 글로벌 맵 등 수십 GB의 자료를 해킹했다고 밝힌 그들은 개발사인 GSC 게임 월드에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첫 번째는 벨라루스와 러시아 플레이어들에 대한 태도 재고 및 그간의 합당하지 않은 태도에 대한 사과다. 두 번째로는 공식 디스코드에서 아무 이유 없이 밴시킨 NF Star 프로필의 밴 해제를 요구했으며, 끝으로 러시아의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러시아 현지화'를 되돌리도록 요구 아닌 요구를 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해킹을 증명하기 위해 개발 중인 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그들은 "15일까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 회사 정책이 변경되고 출시 당일은 아닐지라도 추후 러시아 현지화가 돌아오길 기대한다"면서, "당신(GSC 게임 월드)의 비우호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료를 유출하지 않는 건 당신들에 대한 우리의 친절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정치 때문에 스토커의 세계가 죽지 않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스토커2'는 지난해 12월 30일 공식 트레일러를 공개하면서 PC 및 Xbox로 2023년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의 공세가 주춤해지면서 개발을 재개한 것이다. 다만, 최근 러시아의 공세가 다시금 거세진 만큼, 개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해커가 공개한 '스토커2' 개발 빌드 스크린샷

▲ 해커가 공개한 '스토커2' 개발 빌드 스크린샷

▲ 해커가 공개한 '스토커2' 개발 빌드 컨셉 아트

▲ 해커가 공개한 '스토커2' 개발 빌드 컨셉 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