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피곤한데 아무리 눈을 감아봐도 잠은 오지 않고, '보다 보면 잠이 들겠지 하며' 틀어둔 유튜브 화면 위로는 어느새 아침 햇살이 반사되기 시작합니다. 1분 간격으로 맞춰놓은 알람이 무색하게 한 숨도 자지 못했지만, 어제와 같은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또 다시 피곤한 몸을 일으켜야 합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일들을 겪어봤을 것입니다. 잠에 드는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밤. 불을 끄고, 눈을 질끈 감아 칠흑같은 방 안과 달리, 머릿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각자의 존재감을 뽐내는 공연이 시작됩니다.

중국의 인디 게임 개발사 '퍼펙트 데이 스튜디오'가 만든 '인섬니아: 시어터 인 더 헤드(이하 '인섬니아')'는 바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이런 상황을 주제로 한 게임입니다. 게임은 내내 왼쪽 화면에 잠들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한 여성의 상반신을 조명하며, 불이 꺼져 있는 침대 속 공간과 달리, 화면 오른쪽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머릿속에선 따뜻하고, 화사한 색감의 축제가 펼쳐집니다.

▲ 자야 된다고, 개 짖는 소리좀 안 나게 하라고-!

'인섬니아'는 간단한 퍼즐들이 나열된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 챕터는 시간이 흘러도 잠들지 못하는 게임 속 여성의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상황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공감하며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예컨데 이런 식입니다.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더니, 그동안 들리지 않던 시계 초침 소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들리는 겁니다. 그 외에도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창밖 귀뚜라미 소리들에도 민감해지는 순간이 있죠. 게임은 이런 보편적인 '불면'의 경험을 짓궂은 표정의 파란 머리 요정을 통해 귀엽고, 재치있는 모습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결국, 잠드는 데 실패한 우리는 핸드폰을 켜고, 정보의 바다를 유영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유튜브가 추천하는 영상을 순서대로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생전 궁금하지 않던 뉴스 소식들을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하고 있겠죠.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의 신혼여행 사진, 쓸모없지만 왠지 갖고싶은 물건, 이상하게 자꾸 보게 되는 30초 짜리 동영상들이 가득한 SNS 화면은 어두웠던 방 안을 밝히고, 머릿속은 더더욱 복합해져만 갑니다.

▲ 핸드폰을 봐서 잠이 안 오는건지, 잠이 안 와서 핸드폰을 보는 건지

이러다간 오늘마저 밤을 새버리고 말겠다는 위기감에 황급히 핸드폰을 손에서 떼지만, 그런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닙니다. 눈으로 집중할 거리를 잃어버린 우리의 정신은 수 많은 상상과,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중에는 다 잊은줄만 알았던, 과거로 돌아가 바꾸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들도 껴 있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잘 쓰지 않는 '이불킥'이라는 단어도 아마 잠들지 못하는 밤에 생겨났을 게 분명합니다. 왜 이놈의 머리는 잠은 안 재워주면서, 가장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만 쏙쏙 골라서 보여주는지. 잠자리에 누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불이나 뻥뻥 차거나, 잠들기 편한 자세를 잡는다는 미명으로 몸을 좌우로 뒤척이는 것 뿐이죠.

게임 속 여성 또한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흐름을 겪게 됩니다. 떠오르는 기억은 저마다 다를테지만, 영원할 줄 알았지만 떠나간 상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들, 곱씹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지만 눈물을 흐르게 하는 것들은 누구나 있습니다.

▲ 뒤척이는 장면까지도 퍼즐로 풀어낸 점이 나름 귀엽습니다

이렇게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여러 단계를 퍼즐로 풀어나가는 동안, 게임 속 여성의 심경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일어나는 공연을 기를 쓰고 외면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잠이 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점차 수용하는 단계로 다가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머릿속에서 웃고 떠들며, 주인공을 괴롭혔던 파란색 꼬마 요정의 노력이 통했는지(?), 여성은 마침내 자신이 해 온 모든 고민의 끝에서 축제를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동안 현실의 침대와 엄격하게 나뉘어 있던 경계는 허물어지고, 색색깔의 추억과 상상, 음악들은 영감이 되어 물듭니다.

그렇게 머리맡에 있는 노트에 상상의 나래를 펼친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야, 여성은 다소 행복한 모습으로 잠에 빠져드는 데 성공합니다. 머릿속 공연의 끝이자, 불면의 나날로부터의 해방인 셈이죠.

▲ 결국 잠들기를 포기하고, 머릿속의 축제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순간

사실, 불면증이란 우리가 일상 중 한두 번씩 겪는 것보다 더욱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게임 '인섬니아'는 무시무시해 보이는 이름과 달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한 색채의 퍼즐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평소에 밤에 잠들지 못하는 일이 잦은 사람이라면, 게임이 전달하는 이야기에 더욱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빠르면 30분, 천천히 플레이해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이며, 그만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스팀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죠.

최근 공식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이며, 개발자는 이 중 한국어 평가는 언어를 지원하기 전부터 100% 긍정적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은 각종 해외 인디 게임 번역을 담당한 BENBENBEN이 참여했으며, 그만큼 매끄러운 번역을 통해 몰입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잠 좀 제대로 자기 위해, 자신의 머릿속 요정과 타협할 방도를 찾고 있는 게이머라면, '인섬니아'가 그 방법을 알려줄지도 모릅니다.

▲ 오늘 밤은 모두들 푹 잘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