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2023에서, 구글은 기업의 이름만큼이나 육중한 무게감을 보였다. GDC는 매우 많은 개발자들의 세션이 진행되기에 하나의 트랙에서도 시간마다 다른 개발사의 연사들이 오르는게 일반적인데, 그 중에서도 하나의 트랙을 아예 구글의 강연으로만 꽉 채워둘 정도였다. 이와 별개로, 구글은 세션장 외부에도 구글플레이 PC버전을 시연하는 무대를 꾸려 놓기도 했다.

▲ 웨스트 홀 중간에 자리한 구글 플레이 PC 시연 공간

이렇게 짜여진 강연 리스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강연이 있었다. 현재 구글은 모바일 시장에서의 강세에 머무르지 않고 PC로 플랫폼을 옮기기 위해 베타 버전의 PC용 구글 플레이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컴투스의 사례를 들어 구글 플레이의 게임을 멀티 플랫폼으로 서비스하는 방법과 이점에 대해 소개하는 강연이었다.

이 강연에는 컴투스의 사업개발팀 최지원 팀장과 구글플레이의 앤드루 지우길리아노 엔지니어가 연사로 자리했다.

▲ 구글플레이 앤드루 지우길리아노 엔지니어와 컴투스 최지원 팀장

구글플레이 PC 베타는 말 그대로, 구글플레이에서 구동 가능한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즐기기 위한 멀티플랫폼 활용 도구다.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실행하기 위한 에뮬레이터는 기존에도 많이 존재했지만, 구글플레이 자체의 PC 버전은 다소 접근이 다른데, 단순히 게임 실행을 PC로 했던 에뮬레이터와 달리 UX/UI부터 조작 방식, 화면 최적화까지 갖춰져야 한다.

이와 같은 접근을 시도하게 된 이유는 모바일 게임의 퀄리티 상승에 따라 게이머 니즈가 변했기 때문이다. 최초, 모바일 게임은 PC나 콘솔로만 플레이 가능했던, 다시 말해 일정 공간과 하드웨어가 필요했던 '게임 플레이'에 대한 접근성을 보다 완화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어하던 게이머들의 니즈로 만들어졌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졌고, 역으로 모바일로 출시된 게임을 PC로 즐기고 싶다는 니즈가 생겼다. 최초 모바일 게임이 태동했던 시기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이유이지만, 늘어난 PC 보급률과 판데믹으로 인한 게이머 수의 증대도 아마 무시하지 못할 이유일 것이다.

▲ 이제 모바일 게임을 PC로 플레이하고 싶은 시대

앤드루 지우길리아노는 실제로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 중 다수가 해당 게임을 PC로도 플레이하고 싶어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여주며, 현재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대략 25억 명에 가깝고, PC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 수는 10억 명에 이르기에 크로스 플레이의 적극적인 지원이 곧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전체 파이를 크게 늘릴 만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언급했다.

물론, 모바일 게임의 PC 포팅이 단순히 '스크린의 크기를 늘리는' 것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이들은 컴투스의 대표 타이틀 중 하나인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예시로 들어 모바일 게임을 구글 플레를 통해 PC로 서비스한 과정을 설명했다.

구글 플레이 PC버전을 활용하는 건 매우 쉽다. 조건만 충족한다면 안드로이드 버전의 빌드를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래서야 에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은 구글 플레이 PC 포팅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의 경우는 다소 작정하고 만든 케이스다 애초에 개발 단계부터 멀티 플랫폼 개발을 위해 별도의 팀을 구축했고, 새로운 업데이트를 구상할 때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 업데이트가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를 상정했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의 개발 과정은, 비단 구글 플레이를 통한 PC버전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플랫폼 간 크로스플레이를 구축하기 위한 개발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 플랫폼마다 다른 입력 장치를 고려한 UX 디자인부터 크로스 플레이를 상정한 게임 엔진 활용,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의 유저 성향 분석 및 니즈 파악, 업데이트의 동시 적용을 위한 파이프라인 및 QA 절차 구성 등이 포함된다.

▲ 에뮬레이터 수준 이상의 이식을 원하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그래픽'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무리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좋아졌다 해도 물리적으로 PC와의 성능 격차는 줄일 수가 없으며, 플랫폼 간 게임 경험이 상이할 경우 멀티 플랫폼의 의미가 옅어지기 때문이다. 앤드루 지우길리아노는 벌칸(Vulkan) API를 통한 비주얼 구현을 언급했다. 벌칸 API는 멀티 플랫폼을 베이스로 삼기에 가장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PC의 성능도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때문이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은 아예 불칸 API만을 활용해 개발된 게임이다.

▲ 효율적인 API 활용도 좋은 방법

강연은 여기서 마무리되었다. 타 강연 대비 길지 않았고, 극한으로 요약하면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의 사례를 소재로 모바일 - PC 멀티플랫폼 컨버전을 소개한 강연이었지만, 동시에 PC게임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리메이크되던 시기를 지나 모바일 게임이 PC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시기가 되었음을, 보다 덜 직접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득력있게 보여준 강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