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GDC 2022의 연단에 올랐다. 그는 Mir4를 주제로 위메이드가 구축한 인터게임 이코노미와 토크노믹스의 구조에 대해 설명했으며, 어째서 자신이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신념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말했다.

'신념'

지난 몇 년 간 수차례 보아 온 장현국 대표를 아마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장현국 대표를 수식하는 표현은 수없이 많으며, 그 모든 수식어가 친화적이진 않다. 그는 누군가에겐 개척자나 리더로, 또 누군가에겐 게임 산업을 수렁으로 인도하는 이로 비춰진다. 나 개인의 의견과 관계 없이, 실제로 이와 같은 짙은 호불호가 아마 장현국 대표를 감싼 이미지일 것이다.

▲ GDC 2023에서의 장현국 대표

확실한 건, 이런 외부의 시선과는 관계 없이 그가 진짜로 블록체인의 일상화와 인터게임 이코노미의 대중화를 진지하게 믿고 있으며, 마치 미래를 보고 온 사람과 같은 강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GDC 2023의 연단에 오른 장현국 대표는 여전했다. 그의 지난 1년은 그다지 편하지 못했다. 그해의 뉴스로 꼽혀도 이상하지 않을 대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이날의 강연에는 별도의 PPT가 존재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미리 준비한 PPT가 재생되는 강연장 스크린은 최초의 타이틀 화면만이 유지되었으며, 오로지 장현국 대표의 발표에 의해서만 강연이 진행되었다. 1년 전의 강연이 열정과 설파로 요약된다면, 올해의 강연은 설득, 그리고 믿음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그는 1년 전 진행했던 자신의 강연을 짧게 리뷰했다. 당시 그는 '블록체인 게임'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고, 블록체인 게임이 분명히 재미있기 때문에 대세를 이루게 될 것.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대부분의 게임사가 자신만의 토큰과 NFT를 발행하게 될 것을 주장했다. 나아가, 위믹스 플랫폼에 100여 종의 게임을 연내에 온보딩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다시 지금 시점으로 돌아오면, 그의 주장과 각오는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위믹스에는 100여 종이 아닌 25개의 게임만이 온보딩되었고, 아직 모든 개발사가 NFT와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있지도 않다. 그는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이를 실패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1년 전, GDC 2022에서의 장현국 대표

그는, 현재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둘러싼 몇 가지 오해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 오해는 '블록체인 게임은 재미가 없다'이고, 두 번째는 '블록체인 게임은 개발사가 돈을 벌기 위해 토큰과 NFT를 팔아치우며 돈을 번다'는 점이다.

장현국 대표는 이 두 가지 주장이 게임에 대한 일반론과 상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은 수요에 따라 팔리는 일종의 상품이며, 게임의 수요는 곧 해당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고, 얼마나 재미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재미없는 게임은 애초에 돈을 벌 수 없으니 두 번째 오해를 받을 수 없고, 두 번째 주장처럼 돈을 버는 게임이라면, 재미가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토크노믹스의 도입과 NFT가 재미있는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줄 뿐, 애초에 재미없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든다거나, 반대로 재미있는 게임을 재미없게 망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어디까지나 게임 내 경제를 외부와 연결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원래부터 재미없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 수는 없으며 반대로 재미있는 게임을 망칠 수도 없음을 강조했다. 게임의 재미는, 블록체인의 도입 여부와 관계 없이 게임 자체에 달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후 그는, '미르4'를 사례로 현재 블록체인 게임이 어떤 형태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간단히 설명했다. 여기서 그는 미르4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P2W(Pay to Win)게임이기 때문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고 있다 말하며, 미르4에서 NFT화된 캐릭터를 거래하거나, 현실 화폐를 게임 내 가치로 바꾸어 강해질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러한 게임 내 요소들이 개발사의 수익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NFT도, 토큰도 개발사가 관리하거나 만드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 간의 거래로 이뤄지기에 이를 게임의 성공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 토크노믹스는 유저 간에 만들어질 뿐, 개발사가 관여할 수 없다는게 기본 골자

각각의 경제 체계를 갖춘 채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각 게임들 사이를 잇는 가교. 장현국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와 같은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언젠가는 이와 같은 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아직 증명된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그 누구보다 강한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의 강연에서, 장현국 대표의 주장은 세 가지 토픽으로 요약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 경험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토크노믹스는 개발사가 아닌 게이머를 위해 설계되어야 하고, 이 경제 순환에서 개발사는 기반만 만들 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렇게 연결된 블록체인 게임들이 하나의 큰 순환을 이뤄냄으로서 게임 산업에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이며, 언젠가 필연적으로 벌어질 패러다임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지는 가벼운 유추만 해볼 수 있을 뿐, 확신하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장현국 대표는 확신했다. 1년 전의 그가 그랬듯, 지금의 그도 마치 본인에게만 보이는 무언가를 말하듯 강한 확신을 담아 이를 이야기했다. 그 사이의 1년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위메이드에게는 특히 더 가혹했던 시기였지만, 장현국 대표는 여전히 같았다. 적어도 그 점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