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년을 맞이한 ID@XBOX. 처음 설립된 2013년에는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당시 XBOX는 역대 최고의 시기였던 360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시점이었고, 한창 뜨겁던 (당시 기준으로) 8세대 콘솔 대결이 사실 더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툭 까놓고 말하면, PS4랑 XBOX One의 향방이 더 궁금했기에 ID@XBOX는 짜장면집의 서비스 군만두 정도의 관심 정도 밖에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수 년이 지나면서 ID@XBOX는 XBOX의 여러 쇼케이스에서 늘 모습을 드러냈고, 뭐 하나 굵직한 게임은 없었지만 압도적인 숫자를 기반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오죽하면, ID@XBOX를 통해 만들어진 게임이 너무 많다 보니 쇼케이스를 별도로 분리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짧게 설명하면, ID@XBOX는 XBOX의 인디 게임 지원 프로그램이다. 아이디어는 있으나 추진력이 부족한 개발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수없이 많은 좋은 게임들이 지난 10년 간 ID@XBOX를 통해 대중에게 모습을 보였고, XBOX 게임 패스가 등장한 이후로는 PC버전으로의 공급도 쉬워지면서 인디 개발자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게이머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GDC 2023이 한창인 샌프란시스코의 한복판에서, ID@XBOX의 새로운 게임들을 소개하고 직접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프리뷰쇼가 진행되었다.

▲ 겉으로 봐서는 절대 알 수 없게 꾸며진 장소. 여기가 맞나 싶어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 현장은 자유롭게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과


▲ 가볍게 핑거푸드를 즐길 수 있는 바로 나뉘어져 있었다.


▲ 게임 시연보다는 잠깐 쉬면서 놀다 가라는 듯 꾸며진 점이 포인트

현장에서는 총 8종의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었는데, 이 중 두 타이틀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인디 게임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ID@XBOX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네오위즈의 기대작 'P의 거짓',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완성도 높은 서사로 인기를 끌었던 본격 카페알바 시뮬레이터인 '커피 톡'의 후속작 '커피 톡2'였다.

▲ 챕터2와 3 일부를 플레이할 수 있는 건 이전에 공개된 시연 빌드와 동일했다.

▲ 이름이며 생김새며 뭔가 이순신 장군이 쓰셨을법한 환도도 나오더라. 이게 이전에도 있었는지 헷갈렸다.

현장은 참 편했다. 이보다 현장을 더 설명하긴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외부에 따로 꾸며진 시연 공간의 경우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이들이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끔 다소 공리주의적으로 설계되어있기 마련인데, ID@XBOX의 프리뷰 쇼케이스는 효율보다는 감성을 중시해 만들어진 느낌이 강했다. 굳이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앉아서 쉴 수 있는 카우치와 의자가 널려 있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보다 적당히 앉아서 커피와 음식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이들이 더 많이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잠시 쉬면서 밀린 기사를 정리하다 보니 직원이 다가왔다. 오늘 쇼케이스를 방문한 실질적인 주 목적인 '크리스 샬라(Chris Charla)'와의 인터뷰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크리스 샬라는 인디 게임씬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이다. ID@XBOX의 공동 창립자이자 이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유지해온 디렉터이며, ID@XBOX에 속한 인디 개발자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인디계의 키다리 아저씨라 불러도 무방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긴 시간을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기다렸던 순간인 만큼 미리 준비했던 질문을 꺼내 자리에 앉았다.

▲ ID@XBOX 공동 창립자 겸 디렉터 '크리스 샬라'


Q.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다. 가볍게 자기 소개 후 인터뷰를 시작해도 될까?
= 2013년에 ID@XBOX를 설립한 후, 현재는 총괄 디렉터를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 샬라다. 자기소개는 이 정도면 되는 건가?


Q. 충분하다. 시간이 길지 않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 보자. ID@XBOX가 설립되고 10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프로그램의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많은 성과를 거두었으나, ID@XBOX의 성과라기보단 개발자 개개인의 성과라 말하는게 더 적합할 것 같다. ID@XBOX에서의 10년 간의 여정은 우리가 최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신 대단하고, 즐거운 과정이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기엔 힘이 부족했던 인디 개발자들이 노력하고, 성과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그 과정에서 약간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아무리 뭘 하려 한다 해도, 근간이 되어줄 인디 개발자들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 않았겠나?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성과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기에 늘 좋은 감정만 느낃 수 있다.


Q. ID@xbox의 10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자. 현재까지 프로그램을 통해 몇 개의 게임이 출시되었고,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는 몇 명 정도인가?

- 숫자로 말하면, 지금까지 3,000종 이상의 게임이 출시되었으며, 2,5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온보딩되어 있는 게임의 개발자 수를 더하면 아마 6천여 명 정도 될 것 같다.



Q. 그 10 년 간, 참 많은 수의 해외 인디 개발자들과 만나 보았을 것이다. ID@XBOX의 총괄 디렉터로서 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 하나만 들기엔 아쉬우니 몇 가지를 말해 보자면,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순간들은 개인적으로 만나 매우 힘든 환경에 처했던 개발자들이 성공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모든 개발자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떳떳하게 게임 개발자로 일하는 걸 보는 건 아마 이 자리에 있는 나만이 느낄 감 아닐까?

또 이런 경우도 있다. 레딧이나 트위터에서 게이머들이 게임에 대해 말하는걸 종종 보는데, 거기서 말하는 게임이 ID@XBOX의 게임인 경우가 그렇다. 우리의 도움으로 성장한 게임들이 게이머에게 영향을 주는 모습은 참 표현하기 힘든 기뿜을 준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쇼케이스 무대에서 ID@xbox의 차례가 진행되기 직전, 암전된 조명 속에서 느껴지는 기대와 긴장, 그리고 트레일러를 공개할 때의 그 감정이다. 이 때의 복합적 감정을 머리로 표현하긴 참 어려운 일이다.

마침 지난주에, 계산을 한번 해 봤다. ID@XBOX를 런칭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지원금으로 사용했을지를 전체적으로 계산해봤는데,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 2천억 원)정도 되더라. 전자계산기를 그렇게 끝 칸까지 다 써본건 어린 시절 계산기로 장난치던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Q. 한국에서는 몇 개 정도 개발사가 현재 ID@XBOX에 속해 함께하고 있는가??

- 정확한 숫자까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최소 12팀 이상이 함께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인디라 하기엔 덩치가 좀 큰 기업들도 있지만, 매우 작은 인디 게임 개발 팀도 함께 속해 있다.


Q. 수 년간 다양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만났을 테고, 이들 중에는 성공하는 이들도,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지금까지 지켜본 '성공한 이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나 소양이 있는가?

- 이 질문에 답하자면, 먼저 '성공'이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할 필요가 있다. 성공에도 결이 여러 종류다. 흔히 생각하는 재정적 성공도 있지만 수익과는 관계 없이 본인이 상상으로만 구상했던 게임을 직접 만듦으로서 얻는 창의적 성공, 그리고 각각 다른 개인적 목표에 따른 성공도 성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공의 형태가 어떻든,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엄청난 추진력과 집중력을 갖추고 있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누가 봐도 그들은 그것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마치 그 게임을 개발하지 않고는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을 것 같이, 그저 짧은 시간만 대화를 나눠보아도 '이 사람은 게임 개발 외에 다른 건 생각도 하지 않고 있구나 하는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많다.

나 또한 처음에는 이들을 모두 알아내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얼굴만 봐도 대충 어떤 사람이 그리할 것 같은지 감이 오긴 한다.(웃음)


Q. 지난 10년 간, ID@XBOX는 끊임없이 인디 게임 씬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 지난 10년이 아닌,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물어봐도 되겠는가?
-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역시 '지속'이다. 지난 10년 간 잘 했으니 이제 드문드문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때문에, 앞으로의 10년도 지금까지의 10년 못지 않은 대단한 시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ID@XBOX는 여러 비전을 지니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게이머가 게임을 찾는 게 아닌, 개발사가 게이머를 특정해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XBOX 시장을 향유하는 게이머들의 수는 굉장히 많다. 그 게이머들 중에 남들과는 조금 다른 포맷이나 취향을 가진 이들도 분명 있을 테고, 개발자들 중에도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비대중적이어도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게임을 만드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이것 뿐만 아니어도 ID@XBOX는 여러 가지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중 하나를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