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GDC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AI'라는 것에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챗 GPT가 만들어낸 뜨거운 영향력도 그렇지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해 이제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춘 AI를 어떤 형태로 활용할지,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말하는 자리는 비단 강연장 뿐만 아니라 행사가 진행되는 모스콘 센터 곳곳에서 숱하게 만들어졌다.

넥슨 인텔리전스 랩스의 윤상철 실장이 말한 '게임스케일' 또한 AI와 맞닿은 주제였다. GDC 2023의 세번째 날, 윤상철 실장은 연단에 올라 '게임스케일'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 넥슨 인텔리전스 랩스 윤상철 실장

'게임스케일'은 넥슨 인텔리전스 랩스가 개발한 데이터 분석, 운영 보조 솔루션이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게임 운영에 필요한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미비점에 대한 보완책과 추천할 만한 운영 방침을 제시하고, 게임 운영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분석해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윤상철 실장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예로 들었다.

던전앤파이터 프랜차이즈는 다들 알다시피 2005년 PC 온라인 게임으로 출시된 이후, 18년 간 이어져 온 프랜차이즈이며, 그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운영 위기를 겪어 가며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초창기 던전앤파이터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비인가 프로그램이나 어뷰징 유저 등은 더 이상 위협 요소가 될 수 없다. 이미 수없이 많은 케이스를 겪으며 대응책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게임스케일'은 이렇게 쌓인 운영 노하우에 AI를 얹은 형태다. '던전앤파이터'에서는 수없이 많은 비인가 프로그램이 성행했으나, 대표적인 예시를 들면 몇 가지로 이를 압축할 수 있다. 쿨다운 없이 스킬을 난사하는 유저나 비정상적으로 높은 피해량을 주는 유저,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던전을 클리어하는 유저다.

▲ 이미 수없이 쌓인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예방해버리기

넥슨은 이미 던전앤파이터를 운영해오며 이런 유저들을 수도 없이 경험했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슷한 패턴의 로그를 보이는 유저를 감지하고, 이들이 진짜로 비인가 프로그램이나 핵을 사용하는지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도입했다.

그 결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오픈 세 시간 만에 무려 14만 2천 명의 어뷰징 유저를 적발해 제제할 수 있었고, 70종 이상의 해킹 툴이나 데이터 변조 수단을 막아낼 수 있었으며, 2022년 2분기 수익 중 약 3천만 달러를 지켜낼 수 있었다. '게임스케일'의 구조도 근본적으로 이 사례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게임스케일'은 넥슨이 그간 축적해 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29년의 시간 동안 서비스해온 수십 종의 게임에서 얻은 긍정적, 부정적 지표, 성공으로 증명된 솔루션과 실패로 얻은 교훈, 게임 내에서 게이머들이 보여준 수없이 많은 행위와 발언의 패턴화를 통한 프로파일링까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게임의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지표를 보일 수 있을지를 분석한다.

▲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모든 게임에서 활용 가능한 솔루션으로 만들어내는게 포인트

이는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으나 '챗GPT'를 통해 널리 알려진 LLM(초거대 언어 모델) AI의 구조와도 유사한 형태다. LLM AI는 그간 인간이 만들어 온 수없이 많은 문서와 정리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그럴싸한, 적합한 데이터를 조합해 답변을 도출하는 형태의 AI인데, '게임스케일'의 경우 넥슨이 지난 세월 쌓아온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I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임스케일'은 게임 운영의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된다. '던전앤파이터' 시리즈의 어뷰징 유저를 잡아내기도 하지만, FPS 게임에서 '월핵'을 사용하는 유저도 그간 적발된 게이머들의 로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패턴 분석을 통해 약 96%의 정확도로 잡아낼 수 있으며, PVP 게임의 매치메이킹에서 많은 신규 유저 이탈을 만들어내는 '부계정'까지 찾아내 뉴비 게이머를 지켜내기도 한다.

▲ 악명높은 '부캐 인성질'도 미리 감지해 부계정끼리 붙여버린다.

물론, '게임스케일'의 활용도는 단순히 '안티 치트'에서 그치지 않는다. 윤상철 실장은 게이머 개인 프로파일링을 통한 '퍼스널 마케팅' 기능을 소개했다. '피파 온라인4'에서 게이머 성향에 따라 적합한 선수를 추천한다거나, '메이플 스토리'에서 게이머 개인에 맞춘 치장, 성장 아이템을 제시한다거나 하는 퍼스널 마케팅은 도입 전 대비 유의미한 지표 상승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윤상철 실장은 '게임스케일'이 MS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 개발 플랫폼인 '플레이팹'에 데이터 분석 및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게임스케일은 오는 4월부터 공식 홈페이지를 열 예정인데, 이와 같은 MS와의 협업 소식은 아직 직접 경험하지 못한 개발사들에게 약간의 믿을 만한 구석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 MS의 개발 솔루션인 '플레이팹'과도 협업 중인 게임스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