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진행한 GDC에서 에픽게임즈 전시 부스를 통해 신작 오픈월드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선보였다.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동명의 만화와 그 후속작 ‘묵시록의 4기사’ IP를 바탕으로 넷마블에프앤씨에서 개발 중인 작품이다. 지난 2022년 NTP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1년 뒤, GDC에서 대중에게 처음으로 시연 버전이 공개됐다.

전작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가 원작의 스토리를 차근차근 되짚어가면서 풀어가는 수집형 RPG의 형태였다면, 이번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이야기의 초반 구성부터가 달랐다. 전작 ‘일곱 개의 대죄’로부터 16년 뒤의 이야기를 그린 후속작 ‘묵시록의 4기사’의 세계관에서부터 시작되지만, 퍼시벌이 아닌 멜리오다스와 엘리자베스의 아들인 트리스탄 리오네스, 킹과 다이앤의 딸인 티오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 것이다.


게임의 시작은 트리스탄과 티오레가 전작에서 에스카노르가 십계의 일원인 에스타롯사와 전투를 치른 호숫가를 조사하는 장면부터 전개된다. 에스카노르의 ‘크루얼 썬’이 직격한 호수는 16년이 지난 이후에도 물이 완전히 말라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몇몇 구간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이에 호기심을 느낀 트리스탄과 티오레는 나무뿌리 속에 숨어있는 지하 공간을 조사하러 나서게 된다.

구덩이는 둘의 예상보다 더 깊었고, 컷씬 재생이 다 끝난 이후에는 콘솔 게임 어드벤처에서 으레 한두 번씩은 해보는 긴급 회피 미션이 진행된다. 좁은 지하 동굴 곳곳에 나있는 나뭇가지는 불로 태워서 치우고, 수정 기둥은 피하면서 밑바닥까지 내려가게 되는 구도였다.



▲ 트리스탄이 전작에서 에스카노르가 에스타롯사와 격전을 치른 호수를 조사하러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미 예전에 공개된 티저부터 표방했듯,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자유도 높은 수집형 오픈월드 RPG를 표방한 작품이었다. 지하 구덩이를 조사하기 전부터 벽을 자유롭게 타고 올라가는 장면 이후, 지하 동굴에 착지한 뒤에 간단한 튜토리얼을 거친 이후부터는 그 포지션이 명확해졌다. 갑자기 거인족 특유의 마법인 ‘창조’로 나온 두 사람의 분신을 상대로 한 전투와 수호자 골렘과의 보스전 이후, 지상으로 올라가서 리오네스 왕성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이미 여러 차례 오픈월드 게임을 통해서 보아왔던 익숙한 구도였기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이제는 놀랍지도 않을 구성이지만, ‘일곱 개의 대죄’는 IP 세계관의 충실한 구현과 재해석, 그리고 한층 다양하게 구현한 모험 요소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미 넷마블에프앤씨는 전작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에서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완벽하게 게임 속에 녹여냈다는 평을 들은 바 있었다. 그 기조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에서도 동일했다.

원작가인 스즈키 나카바 특유의 화풍을 녹여낸 카툰렌더링 그래픽은 오픈월드의 다양한 환경에서도 어색함 없이 고른 퀄리티를 보여준 건 인상 깊었다. 애니메이션 혹은 수집형 RPG와 달리 제한된 구역을 돌아다니지 않고 유저가 멋대로 수면과 지면 그리고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을 오가는 환경에서도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광원에 맞춰서 명암과 그림자, 톤이 100% 완벽하게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애니메이션급의 연출력을 자부했던 그 개발력은 입증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전투는 통상적인 크로스플랫폼 오픈월드와 비슷하게 캐릭터가 각각 일반 스킬과 필살기를 갖고 있고, 중간중간 교체하면서 전투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전작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와 원작이 두 명 이상의 협동 전투와 합격기가 특징인 작품이었던 만큼, 이를 오픈월드 실시간 액션 게임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편린이 엿보였다. 통상 수집형 액션 RPG의 태그는 캐릭터를 교체하는 순간 조건에 따라 QTE가 발동하거나 바로 캐릭터가 바뀌지만,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그보다는 대전 격투 액션 게임의 태그 시스템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태그를 눌러도 바로 교체되기보다는 기술을 어느 정도 발동한 상태에서 태그, 후속타로 콤보를 이어가는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 다만 현재 빌드에서는 트리스탄, 티오레, 길선더, 하우저 네 명밖에 없고 태그 액션을 선보일 정도로 적이 강하거나 수가 많지 않아서 자세히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궁극기도 쿨타임만 돌면 바로 나올 정도로 느슨하게, 말 그대로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시연이었던 만큼 심도 있는 전투를 경험하기엔 아직은 많이 이른 느낌이었다


. 첫 보스전도 저스트 회피나 그런 것이 있나 살펴볼 겨를도 없이 쿨타임마다 도는 필살기로 쉽게 처리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다만 필살기의 연출은 전작에서 이미 쌓아둔 노하우를 120% 발휘하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앞으로 전반적인 시스템이 다듬어지면 확실하게 보는 맛과 태그 액션의 재미를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원작에 없던 오리지널 요소를 첨가했는데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 치밀한 구성 그리고 세계관을 오픈월드로 완벽히 재현한 디테일이었다. 실제 플레이 시간은 20분 남짓이었지만, 초반부터 무의식적으로 어머니를 ‘마마’라고 무의식적으로 부르곤 하는 트리스탄의 설정을 반영한 대사에, 16년 전 말라버린 호수가 다시 차오르고 연옥에 있던 호크가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등 원작과는 유사하면서도 때로는 아예 새로운 구도가 섞인 것이 바로 눈에 띄었다. 그런데도 “호크면 그럴 수 있지”라거나 조사 중에 얻은 아티팩트가 무언가 시공을 섞어버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얼개를 원작의 요소와 초반 구성으로 잘 풀어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픈월드 어드벤처로서의 요소도 충실했다. 흔히 생각하는 자유롭게 벽을 타고 올라가고 활공하는 액션은 물론이고, 호크를 타고 돌아다니거나 각종 재료를 채집하고 나무를 베어서 목재를 구하는 등 다양한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 및 활용도 체계가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단 10분이라는 시간 안에 리오네스 왕성과 그 주변의 맵을 다 둘러보고 각 요소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시연하면서 이전 주자들 그리고 다음 주자들이 각각 앞사람들이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면서 어떤 것이 지원되고 어떤 것이 아직 안 지원되는지 확인하는 그런 맛이 있었다.

▲ 처음엔 트리스탄만 조작할 수 있지만

▲ 나중에는 태그까지 지원한다. 태그 시스템은 대전 격투 게임과 유사한 형태를 취했다

▲ 각 캐릭터는 각자 장비할 수 있는 장비 타입이 세 종류씩 있고, 무기에 따라 스킬과 특수기가 달라진다

여기에 퍼즐의 완성도나, 다른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 오픈월드 게임에서 지원하지 않은 잠수 기능 등은 앞으로 추가될 콘텐츠의 종류에 대해 기대하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다소 급히 출전한 만큼 키 맵핑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일반 공격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세밀하게 방향을 이리저리 맞추고 조작하는 퍼즐부터 물속에 있는 아이템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 낚시까지 여러 콘텐츠의 편린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의 태그 액션에 장착하고 있는 무기에 따라 스킬이 변하는 등, 한층 더 다채로운 액션 요소를 선보인 것도 고무적이었다. 각 캐릭터마다 전투 방식이 확연히 달라지고, 여기에 격투 게임식 태그를 도입한 만큼 또다른 액션의 투로가 열릴 가능성이 있었기 떄문이다.

물론 육성 및 성장 요소, 그리고 리오네스 왕성 이외의 지역 등 검증해야 할 부분은 아직 다수이긴 하다. 기껏해야 10분가량만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시연 빌드는 짧았고, 그 안에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필드는 좁지 않았다. 메인 퀘스트가 정확히 리오네스 왕성까지 가는 부분까지만 제시됐는데, 잠시 한눈을 팔면서 이것저것 하면서 리오네스 왕성에 가면 정확히 딱 맞아떨어지는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그 짧은 시연에서도 그래픽과 원작 캐릭터에 대한 존중,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모험’을 그려내고자 한 제작진의 의도는 확실하게 전달됐다. 그래서 시연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다음 주자들이 과연 어떤 걸 보여줄지 기웃거리면서 보지 않았을까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일곱 개의 대죄의 팬이라면 의심할 여지 없이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원작의 캐릭터들을 조작하면서 그 세계관을 누비는 모험을 해보는 것은 IP팬의 공통적인 염원 아니던가. 그 외양은 물론이고, 원작의 요소를 곳곳에 녹여내면서도 이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고자 한 시도가 엿보였다. 오픈월드 게임으로서도 아직 요소가 다 구현되지 않았는데도 기반이 잡힌 것도 확인할 수 있었고, 원작의 캐릭터들이면 이럴 수도 있다는 IF 스토리를 다루고 있음에도 위화감이 안 들 정도로 치밀한 분석도 감탄이 나올 법했다. “호크라면 그럴 수 있지”라는 식이랄까.

너무 기대치를 높인 것 같아 조금 조절하자면, 엄밀히 말해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급히 나온 탓에 기초적인 편의성도 부족하고 키맵핑도 다소 성급하게 구성해서 다소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비전은 명확하고, 그 길에 동행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 만큼의 얼개는 구축이 되어있었다. 과연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이 전작에 이어서 이번에도 원작의 세계를 모험하는 재미를 100% 충실하게, 오픈월드에서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지 그 행보를 기대해보자.

▲ 이번에는 리오네스 왕성까지밖에 못 갔지만, 그밖에 원작의 세계를 어떻게 담아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