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주총] 김창한 대표 "무능함 지속된다면 은퇴 각오"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나의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이번 3년 임기가 끝나기 전에라도 은퇴할 각오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8일 크래프톤이 정기주주총회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오전 9시 개최했다. 장병규 이사회 의장은 개인 사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사전 공지된 안건은 모두 통과했다. 장병규 의장 사내이사 재선임의 건은 찬성률 97.07%, 김창한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의 건은 찬성률 98.5%로 나타났다.
김창한 대표는 주주 인사말에서 "지난 2022년 크래프톤은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고 판단한다"라며 "출시 6주년을 맞은 '배틀그라운드'를 앞으로도 지속성장이 가능한 강력한 IP로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부응을 충족하지 못한 부분에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주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업가치를 성장시키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재 크래프톤이 게임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무구조와 조직구조를 개편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본사에서 스튜디오의 게임을 제작단계별로 검증해 게임성과 재미를 동시에 가진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크래프톤은 올해부터 '세컨파티(Second Party) 퍼블리싱' 능력을 강화해 성공 가능성을 가진 초기 게임사에 투자를 확대하고, 내년부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단 계획이다.
크래프톤이 딥러닝과 메타버스 등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수익모델도 발굴한다. 김 대표는 "딥러닝 본부 주도로 여러 게임 제작단계에 딥러닝을 접목하고, 네이버제트와 합작법인으로 개발 중인 오픈 플랫폼도 유저에게 선보이도록 하겠다"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세계경제가 미국발 인플레이션, 거시경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혼돈을 겪는 중이다"라며 "세계경제 불확실 속에서도 크래프톤은 게임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강력한 글로벌 IP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지적한 장태석 PUBG(배틀그라운드) IP 총괄 스톡옵션 부여에 대해 김창한 대표는 "그는 PUBG 사업에 크게 기여했고, 지금 개발 중인 '프로젝트 블랙버짓'은 큰 기대를 받고 있다"라며 "현재 주가가 많이 어려워도, 그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게임업은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다"라며 "회사가 성장하려면 크리에이터가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하고, 성장동기 부여를 위해 스톡옵션 부여 형태를 제안했다"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장태석 본부장 스톡옵션 조건 중 '목표 시가총액'은 최소 12조 원으로 확인됐다. 28일 오전 기준 크래프톤 시가총액은 약 8.5조 원이다. 장 본부장은 크래프톤이 시총 12조 원을 달성하면, 스톡옵션 10만 주 중 10% 구매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후 시총이 2조 원 증가할 때마다 10%씩 추가로 살 수 있다.
이하 크래프톤 주주총회 주요 질의응답.
크래프톤 주주총회 질의응답
Q. 장병규 의장 불출석 이유는?
김창한 대표 = 개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최근 장 의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의견을 보여줬다. 그 의견에 경영진 모두가 통감한다. 주주총회 자체는 대표인 내가 의장이어서 진행 자체는 문제없을 거로 생각한다.
Q. 기본 예의 아닌가. 언론 통해서 보라는 건데, 회사가 어려울 때 주주들 앞에서 짧게라도 이야기를 해야 주주들이 마음에 위안을 받는다. 일정이 있어서 못 오는 게 무슨 주주총회인가.
김창한 대표 = 말씀에 감사하다. 잘 전달하겠다. 장 의장은 이사회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최근 경영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총을 무시했다기보단, 주총 진행은 대표이사가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이해해달라.
Q. 김창한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관련, 이사회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고 해서 추천했다. 주가는 매일 신저가를 기록하는데, 추천사유가 제대로 된 것인가?
김창한 대표 = 주가가 많이 하락하고, 작년 출시 게임이 기대에 못 미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내가 2009년 지노게임즈를 창업했고, 2017년 3월에 배틀그라운드가 나왔다. 기간이 8년이다. 그 뒤로 6년이 지났다. 그중 크래프톤 대표이사 역임은 2년 반이다. 그 사이 크래프톤은 한국의 작은 개발사에서 지금은 명실상부 글로벌 퍼블리셔가 됐다. 전 세계 10여 곳에 스튜디오가 있는 글로벌 게임사가 됐다.
만약 나를 재선임한다면, 지금까지 쌓은 회사 역량과 개인 역량이 임기 내에 빛을 발하고 터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향후 임기 3년 동안 여전히 나의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그전에라도 은퇴할 각오를 두고 있다.
Q. 이미 주가가 60~70% 하락한 것은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닌가?
김창한 대표 = 강력한 라이브 서비스 기반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효율효과적으로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자체 개발하는 게임 관리를 더 잘하고, 세컨파티 퍼블리싱 전략으로 더 잘 노력하겠다. 내년부터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라인업을 선보일 것이다.
결국 게임사업은 강력한 IP 발굴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기존 게임사와 다르게 글로벌에서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만의 크리에이티브한 노력이 지속되면 성과를 낼 것이다. 답답해도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Q. 최근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기대에 못 미쳤다. 언노운월즈 작품도 비전을 찾기 힘들다.
김창한 대표 = 마지막 QA가 안 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그래도, 한국 개발사로서 그 정도의 트리플 A급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걸 의의라고 여긴다. 이 역량이 앞으로 미국 콘솔시장에서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언노운월즈의 '문브레이커'가 기대 이하 성과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으로 언노운월즈의 크리에이티브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향후 좋은 게임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크래프톤은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 동서양을 아우를 수 있는 유니크한 IP를 결국 만들 거란 믿음을 가지고 지속해 투자한다. 다만, 작년까지는 투자와 개발이 방만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올해 조직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으로 하고, 테스트에 있어 면밀하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한 시도들은 버려지는 게 아니라 회사의 역량이 된다고 생각한다.
Q. 밝혔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업데이트해달라.
배동근 CFO =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1,600억 원 좀 넘게 확정할 생각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별도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조속히 이사회를 개최해 바로 진행할 생각이다. 공시를 통해 확정 계획을 밝히겠다.
Q. 플랫폼과 지역별 매출 변동, 사업 상황을 알려달라.
임우열 퍼블리싱본부장 = 코로나19 상황 해소로 대외활동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모바일 게임시장이 작년 하반기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환경 변화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한국 시장이 다른 곳에 비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지역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성장 가능성이 돋보인다. 인도 지역은 현지 상황 해결을 위해 대관 업무 인력을 늘려 인도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에서 조만간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 아울러 아시아 지역 매출 감소는 인도 서비스 중단 영향이 컸다. 중국 판호는 정치외교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기류 자체는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판호를 받아 PC 정식 서비스 체결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Q. 김창한 대표는 아직도 메타버스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나?
김창한 대표 = 이제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적은 인력으로도 게임을 개발하는 시대가 빨리 올 것이다. 그러면 게임을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 그게 크래프톤이 하는 메타버스 사업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라 생각한다.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고, 전념을 다 하고 있다.
Q. 주가 목표를 숫자로 듣고 싶다.
김창한 대표 = 주가를 원하는 대로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복잡하다. 결국 우리 실적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올해는 게임으로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경영효율화, 조직효율화로 효율효과적으로 게임을 만들어 성과를 내겠다. 우리 목표는 장기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회사이고, 그런 체제를 지금 만들고 있다. 그걸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내면 주주와 시장이 봤을 때 회사의 미래성장성이 반영될 거라고 기대한다. 올해 많이 진행되는 세컨파티 퍼블리싱으로 내년 많은 게임이 출시될 것이다. 그걸 주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Q.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주주들에게 보여줄 수 있나?
김창한 대표 = 올해 비용 절감을 위해 실장 이상, 일부 직원 임금을 동결했다. 주주 입장에서 부족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직원이 일해야 회사가 성과를 낸다. 다 없애고 펍지만 남기면, 당장 영업이익이 높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인재가 일해야 회사 미래가 있다. 저희가 보상을 확 줄이면, 인재가 다른 회사로 간다. 조직역량을 키워나가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 조직역량을 줄이는 거로 가면, 회사 미래를 도모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