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있어서 '바이오하자드4'가 가지는 위상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1편이 시작을 알렸고 2편과 3편이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면 '바이오하자드4'는 액션 요소를 더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 시리즈의 전환점이 된 타이틀이기 때문이죠.

물론, 일말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TPS 장르의 문법을 정립했다고 평가받으며, 마스터피스라는 극찬을 받기까지 한 '바이오하자드4'지만, 호러 요소가 옅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죠. 실제로 이후 시리즈는 액션성이 더해짐으로써 바이오하자드가 가지는 호러라는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바이오하자드가 7편에 이어 리메이크 타이틀을 통해 다시금 호러 액션으로의 회귀를 선언했습니다. 액션의 결은 유지하되 호러도 결코 간과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호러 액션의 원조가 돌아왔다는 평가가 이어졌죠. 이어지는 성공에 그 어느 때보다도 '바이오하자드 RE:4'를 바라보는 기대치 역시 높아졌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바이오하자드 RE:4'는 그러한 기대치를 훌륭하게 뛰어넘은 모습입니다. 원작 이상의 액션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옅어진 호러 역시 강화했죠. 호러 액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고히 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명: 바이오하자드 RE:4
장르명: 호러 액션
출시일: 2023. 3. 24.
개발사: 캡콤
서비스: 캡콤
플랫폼: PC, PS4, PS5, XSX|S



총→발차기 일변도에서 한층 다채로워진 전투 시스템

리메이크 타이틀답게 '바이오하자드 RE:4'는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습니다. 한층 진일보한 그래픽부터 레벨 디자인, 각종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원작의 익숙한 요소들을 가져오는 한편, 더욱 발전시켰죠.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부분을 꼽자면 전투 시스템의 변화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시 '바이오하자드4'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죠. '바이오하자드4'의 기본적인 전투 골자는 총알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호러 액션 게임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문법이라고 할 수 있죠. 무기가 강력하다면, 총알이 넉넉하다면 그 자체로 공포감은 순식간에 퇴색됩니다. 기관총에 총알이 수백 발이나 있는데 제아무리 좀비가 몰려온다고 해서 무서울 리 없으니까요.

그래서 '바이오하자드4' 역시 기본적으로 항상 총알이 아슬아슬했습니다. 적 하나를 처치하는데 총알 서너 발을 쓰면 너무 많이 썼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죠. 그렇다고 적들이 한두 방에 죽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여느 좀비처럼 총알 꽤나 써야 했죠. 총알을 아끼면서 처리해야 한다는 이러한 간극을 '바이오하자드4'는 나이프와 체술로 메꿨습니다. 머리가 아닌 다리를 노리는 방식으로 넘어진 적에게 다가가 발차기 등의 체술로 강력한 일격을 먹이거나 나이프로 근접 공격을 해서 처리하는 식이었죠.


이러한 전투 시스템은 호러 액션으로서 '바이오하자드4'를 상징하는 요소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단점으로는 익숙해질수록 단조로워진다는 거였죠.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점 다양한 적들과 무기가 나오는 만큼, 상대하는 방식 역시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4'를 개발하면서 개발팀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총알 한 방이면 경직되기 일쑤였던 경직 판정을 손보는 한편, 초인에 가까웠던 체술의 강력함 역시 많이 줄어들어서 전투 때마다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적들의 패턴 역시 좀 더 늘어나서 일명 빵봉지로 불리는 닥터 살바도르의 경우 전기톱으로 얼굴을 가드해서 약점을 공략하기 더욱 까다롭게 변했을 정도죠.

근접 전투의 한 축인 나이프와 관려해서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원작에서는 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선 플레이어 개인의 피지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들의 패턴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면 뒤로 한두 걸음 물러나는 것만으로도 피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건 소위 고수나 가능한 플레이였습니다. 보통은 빤히 보이는데 맞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행동에 제약을 둠으로써 긴장감을 불어넣으려고 한 거였으나 답답한 것도 사실이었죠.

▲ 패링이 추가되어 적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이를 '바이오하자드 RE:4'는 나이프 패링을 넣음으로써 완화했습니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는 적의 패링을 함으로써 적의 공격을 튕겨내고 그대로 반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거였죠. 그렇다고 마냥 좋아지기만 한 건 아닙니다. 대신 원작에는 없었던 내구도를 넣음으로써 패링부터 각종 나이프를 이용한 전투에 제약을 뒀습니다. 총알을 아끼기 위해 나이프에 의존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 셈입니다.

▲ 앉기가 추가되면서 들키지 않고 암살할 수도 있고

앉기와 암살이 추가된 점 역시 특기할만합니다. 원작에서는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선 정공법에 가까운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작정 적을 돌파하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RE:4'에서는 앉기가 추가되어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적이 몰려있다면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도 있고 또는 따로 떨어져 있는 적을 그대로 암살하는 것도 가능하죠.

이러한 요소들이 추가됨으로써 '바이오하자드 RE:4'의 전투는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적이 던진 무기를 숙여서 피할 수 있을뿐더러 둘러싸였다고 해도 나이프 내구도만 넉넉하다면 패링 이후 이어질 반격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죠. 총알을 아껴야 한다는 원작의 핵심은 유지하면서 액션의 가짓수를 늘림으로써 단조롭던 방식에서 탈피한 셈입니다.

▲ 적의 던진 무기를 쉽고 자연스럽게 피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일신한 전투 시스템은 보스전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원작의 보스전은 단순한 부위 맞추기 성격이 강했습니다. 역동적이라기보다는 퍼즐의 성격이 좀 더 강했죠.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RE:4'에서는 이러한 보스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보스들의 외형, 패턴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각종 기믹이 추가되어 이를 이용하는 것부터 보스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패링하는 식으로 모든 걸 쏟아붓도록 바뀌었습니다. 원작과 비슷하지만, 전투의 긴장감을 놓칠 수 없도록 전투 시스템을 싹 뜯어고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라몬은 외형과 패턴, 보스전 필드까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이러한 전투 시스템을 보조하는 요소로 아타셰 케이스 커스터마이즈와 조합 시스템이 추가된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단순한 인벤토리에 불과했던 아타셰 케이스의 종류가 늘어나고 여기에 장식을 달 수 있게 한 것으로 아이템 드롭 확률을 높여준다든가 회복량을 늘려주는 등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조하는 형태로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해진 겁니다.

RE:2, RE:3로부터 계승된 조합 시스템은 플레이의 폭을 넓혀주는 요소가 됐습니다. 원작은 워낙 총알 수급이 어려웠기에 샷건 등 강력한 무기는 가끔 쓰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한 아쉬움을 '바이오하자드 RE:4'는 적들이 조합에 필요한 재료를 떨굼으로써 플레이어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무기를 쓸 수 있도록 해 해소했습니다. 샷건이나 소총 등은 여전히 아껴 써야 하지만 원작과 비교하면 그래도 한층 여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되살아난 공포,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장감

개선된 건 전투 시스템만이 아닙니다. 호러 요소 역시 이게 그 '바이오하자드4' 맞나 싶을 정도로 근본부터 싹 뜯어고쳤습니다. '바이오하자드4'는 마스터피스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든 게임이지만, 한 가지 흠이 있었습니다. 분위기입니다. 액션성이 강화된 데에 대한 반동으로 호러 요소가 옅어진 거였죠. 물론, 단순히 액션성 하나만 놓고 말하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보다는 게임의 분위기 자체가 밝아진 게 원인이었죠.

▲ 7편에서 천명한 '호러로의 회귀'라는 기조를 착실히 따라가는 모습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해서 발랄해졌다는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조명이 밝아진 것에 가깝습니다. 그 결과, 게임의 분위기 자체도 가벼워졌죠. 미지의 공포만큼 직관적인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어둠만큼, 미지의 공포를 잘 선사할 만한 요소도 없죠. 하지만 '바이오하자드4'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총알에 제한을 둔다든가 머리를 뚫고 튀어나오는 플라가로 인한 점프 스케어 연출 등을 통해 압박감과 공포감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초반부에 국한됐죠. 게임에 익숙해진 순간부터 분위기로 인한 공포감은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부터 가나도들은 공포스러운 적이 아니라 그냥 돈이나 총알로만 보일 뿐이었죠.

▲ 마을이 음산한 분위기라면 고성은 어둠으로 인한 직관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그랬던 '바이오하자드4'의 분위기가 싹 바뀌었습니다. 색감이 한층 다채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호러의 톤 자체를 시종일관 유지하도록 말이죠. 초반부의 안개가 낀 듯 음침한 모습은 원작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날이 저물면서 이러한 인식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됩니다. 차분한 세피아 톤으로 유지되던 색감은 날이 저물면서 서서히 블루 톤의 차가운 분위기로 급변합니다. 동시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사방에 깔리면서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긴장감을 선사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분위기가 일차적으로 긴장감을 선사한다면, 정교하게 다듬어진 스테이지의 레벨 디자인은 그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비롯해 호러 액션 장르는 필연적인 한계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초반의 공포감이나 압박감이 엔딩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부분이죠. 악령이나 악마, 괴물에게 쫓길 뿐인 단순한 호러 게임과 달리 호러 액션은 무기가 주어지고 가짓수가 늘어감에 따라 압박감 역시 줄어듭니다. 이는 '바이오하자드 RE:4'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분위기로 인한 공포감이 더해졌다고 해도 총알만 넉넉하다면 공포 역시 옅어집니다.


'바이오하자드 RE:4'는 이러한 한계를 다채로운 스테이지 구성을 통해 벗어나고자 한 모습입니다. 사방에서 덤벼드는 가나도의 압박감을 느끼는 마을 맵에 익숙해지려고 하는 시점에서 어둠이 내려앉은 야외, 동굴로 스테이지가 바뀌게 되고 다음으로 이것에 익숙해지려는 시점에서 고성으로 넘어가는 식이죠.

물론, 단지 스테이지가 바뀌는 것만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4는 여기에 더해 스테이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적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분위기를 환기했습니다. 처음에는 빵봉지를, 어느 정도 스테이지를 진행한 다음에는 벨라 시스터즈를, 고성에서는 어둠 속에서 울버린과 마주하게 하는 식이죠. 이러한 강적들의 등장은 긴장의 끈을 다시금 붙들게 만듭니다.

▲ 맨 처음 레헤나라도르를 만났을 때의 그 압박감이란...

▲ 으아아아!! 이제 그만... 좀 죽어!!!

레헤나라도르, 통칭 킁킁이가 등장하는 후반부는 이러한 레벨 디자인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산한 분위기에도 거의 익숙해지고 무장도 든든해져 이제는 더이상 무서울 것도 없다고 생각할 시점에서 등장하는 레헤나라도르는 기괴하면서도 빠른 움직임과 더불어 특유의 재생력으로 플레이어를 압박합니다. 등장하는 장소가 하나같이 어둡고 좁은 점 역시 긴장을 배가시키죠.

애슐리 파트 역시 이러한 기조에 맞춰서 바뀌었습니다. 원작에서 애슐리 파트는 QTE로 점철된 면이 커서 지겹다는 인상이 강했지만, '바이오하자드 RE:4'에서는 QTE를 빼고 호러 요소를 강화하는 식으로 뜯어고쳐습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쫓기는 입장에 놓이지만, 약간의 대응 수단을 줌으로써 대응할 수 있되 쫓고 쫓기는 입장이 역전되지 않도록, 레온으로 플레이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을 선사하도록 바뀐 거죠.

▲ 고전 호러 게임 느낌으로 재탄생한 애슐리 파트



유기적으로 연결된 맵과 다양한 서브 퀘스트


긍정적인 변화는 또 있습니다. 챕터별로 스테이지가 나누어져 있었던 원작과 달리 세미 오픈월드 형태로 바뀐 점이 그것입니다. 원작과 달리 '바이오하자드 RE:4'에서는 챕터를 넘어갔어도 다시 이전 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아예 마을을 벗어나 고성에 진입한다든가 고성에서 연구소가 있는 섬으로 가는 식으로 지역이 바뀌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물론, 그 자체로는 딱히 호평할 거리가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오픈월드라고 해서 게임이 더 재미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중요한 건 오픈월드라는 필드 디자인에서 플레이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바이오하자드 RE:4'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미 오픈월드 형태로 바뀌었다면 이를 보조할 콘텐츠가 있어야겠죠. 이를 위해 새롭게 서브 퀘스트가 추가됐습니다.


원작에서는 메달 미션을 제외하면 딱히 서브 퀘스트라고 할만한 게 없었지만, '바이오하자드 RE:4'에서는 다양한 서브 퀘스트가 추가되어 좀 더 즐길거리가 풍성해졌습니다. 종류도 다양하죠. 메달 미션은 물론이고 쥐 등의 유해동물 처치부터 달걀, 뱀 등 각종 아이템 판매, 강적의 처치까지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건 물론이고 그만큼의 보상도 충실합니다.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스피넬이라고 전용 재화를 얻을 수 있는데 이걸로 강력한 무기나 부착물을 살 수 있죠.

이러한 서브 퀘스트는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기 전이라면 언제든 상관없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언제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지 몰라도 걱정할 건 없습니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만나는 상인이 잊은 건 없는지 후회하지 말라면서 넌지시 조언해주기 때문이죠.

▲ 서브 퀘스트를 통해서는 강적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얼핏 크게 와닿지 않는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브 퀘스트에는 어떠한 내러티브도 없기에 보상이나 도전과제를 깨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안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강력한 무기라고 해 봤자 챕터를 진행하면서 얻는 무기보다 조금 더 좋은 정도에 불과한 게 사실이죠. 세미 오픈월드로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브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돌아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체감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변화가 무의미하다는 건 아닙니다. 챕터 방식으로 나누어져 있던 원작과 달리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건 그만큼 몰입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서브 퀘스트는 사이사이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좋으면 좋았지 결코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죠.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까 개발팀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RE: TPS Masterpiece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 시리즈 가운데 아마 '바이오하자드4'만큼 기대와 공존한 타이틀도 없었을 겁니다. RE:2, RE:3의 경우 원작이 이제는 고전으로 취급해야 할 정도의 게임이었던 만큼, 리메이크를 대부분 반겼었죠. 하지만 '바이오하자드4'는 조금 달랐습니다. 시리즈 팬들이 기대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마스터피스라는 극찬을 들었던 만큼, 조금의 실수가 원작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에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저 '바이오하자드4'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RE:3의 아쉬운 평가가 발목을 잡은 게 더 컸었죠.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짧은 플레이 타임에 원작의 요소를 지나치게 잘라냈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유저들의 기대치에 조금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게임 자체는 할만했지만, RE:2를 통해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던 걸 고려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든 셈이었죠.


하지만 정식 출시한 '바이오하자드 RE:4'를 해보자 괜한 우려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리메이크로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는 한편, 다소 아쉬웠던 시스템과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풍성하게 다듬었죠. 무엇보다 4편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던 옅어진 호러 요소를 충실히 보강한 점은 극찬할만합니다. 호러와 액션, 한쪽에 무게가 쏠리는 게 아닌 호러 액션 장르로서 완벽하게 균형을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4'의 성공으로 더욱 다음 행보에 관심이 가는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 시리즈입니다. 메인 타이틀로는 프리퀄인 제로와 1편, 코드 베로니카, 5편, 6편이 남은 상태. 다음에는 어떤 타이틀로 얼마나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