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빛나는 반다이남코의 격투 게임 시리즈 '철권'의 최신작, '철권8'에 대한 최초의 시연회 및 인터뷰가 3월 중순, 반다이남코 코리아에서 진행되었다.

철권8은 첫 공개 이후, 찔끔찔끔 참전 캐릭터 정보를 하나씩 풀어왔다. 게임의 근간 시스템은 대략적으로 알려졌고, 비주얼 면에서 큰 발전을 했음은 인지할 수 있었으나, 딱 그 정도였다. 격투 게임 팬들이라면 다들 알거다. 게임을 가장 빠르게 배우는 방법은, 게임에 대한 설명을 읽는 거보다 일단 맞아보는게 빠르다는 걸.

철권을 손에 쥔지 올해로 25년. 한때 손바닥과 스틱의 마찰이 불꽃을 만들어낼 정도로 열심히 했었지만, 이젠 다 옛말이다. 모르면 맞아야 하는 게임이니 아마 두들겨 맞겠지, 그나마 다행이다. 상대도 모를 테니까.


철권8은 여러 면에서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임이다. 위 영상에서 철권8의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살펴볼 수 있지만,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고, 직접 시연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섞어 정리해볼까 한다. 철권8의 주요 시스템은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레이지 시스템


저체력 상태에서 체력바가 붉게 점등하는 일발역전 시스템으로, 전작부터 존재했다. 이 상태에서는 남은 체력과 반비례해 공격력이 크게 상승한다. 전작 대비 바뀐 점은 레이지 상태 돌입이 언제부터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끔 체력바에 눈금이 생겼다는 것.

전작의 경우 레이지 상태에서 '레이지 아츠'와 '레이지 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었다. 레이지 아츠가 말 그대로 필살기 느낌의 일발역전기라면, 레이지 드라이브는 보다 자연스럽게 콤보에 섞거나, 굉장히 빠른 발동의 시동기로 쓰는 등 필드 프레임싸움에서도 흔히 사용되었는데, 이중 '레이지 드라이브'는 8편에서 삭제되었다.

'레이지 아츠'는 아직 건재하지만, 전통의 '레막레(레이지 아츠 막고 레이지 아츠)'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전작은 레이지 아츠를 헛치거나 가드 당하면 큰 프레임 손해를 봤기 때문에 가드백이 매우 큰 레이지 아츠(ex: 진 카자마)정도가 아니면 무조건 반격당했는데, 이제는 레이지 아츠를 실패했을 때의 프레임 손해가 거의 없어졌다. 심지어 레막레막도 된다.

레이지 아츠는 조작법이 전부 다르던 전작과 달리 앞쪽 하단 대각선 양손, 철권식으로 표현하면 3AP로 통일되었다.



- 회복 가능 게이지

▲ 진의 체력바 중 반투명한 영역이 회복 가능 게이지

철권 태그 토너먼트를 해봤다면 익숙할 시스템으로, 체력바에 반투명한 영역이 남아 일반 타격이 아닌 히트 상태의 공격, 가드 브레이크 피해를 주는 몇몇 기술, 공중 콤보 등을 맞을 때 생성된다. 하지만, 이 게이지는 자동으로 회복되지 않으며, 내가 공격을 해야 조금씩 회복된다.

때문에, 철권8은 프레임 계산과 심리를 기반으로 한 수싸움으로 시작해 콤보로 결정타를 넣던 전작들과 달리 흔히 '개싸움'이라 불리는 필드 플레이가 매우 비중이 높아졌다. 공중 콤보를 비롯해 과거 '나혼자 철권한다'하는 식의 공격은 대부분 회복 가능 게이지를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 히트 시스템

▲ 체력바 밑의 푸른 바가 히트 게이지, 히트 상태에서는 몸이 파랗게 빛난다

이번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신규 시스템이다. 모든 플레이어는 한 라운드에 10초간, '히트'상태를 발동할 수 있다. 이때는 대부분의 공격이 가드당해도 큰 프레임 이득을 보게 되며, 상대가 다운되거나 피격당하는 중엔 게이지 소모가 멈춰진다.

히트 상태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발동시킬수 있다. 공통 커맨드인 R1을 통한 '히트 버스트'로 발동시키는 방법과, '히트 발동기'로 구분되는 몇몇 셋업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히트 상태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히트 발동기는 캐릭터마다 5개 정도가 있으며, 히트 시 상대방에게 자동으로 접근하는 '히트 대시'가 발동하기 때문에 곧바로 공격 상황을 이어갈 수 있다.

▲ 몇몇 기술은 자동으로 히트 상태로 이행된다

히트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공격 강화 외에도 '히트 스매시'를 사용할 수 있다. 전작에서 삭제된 레이지 드라이브에 대응하는 기술로, 히트 게이지를 모두 소모하면서 라운드당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준필살기다. 달리 말하면, 레이지 아츠는 레이지 상태를 소모하기 때문에 각 플레이어는 라운드당 한 번의 히트 스매시와 한 번의 레이지 아츠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히트 중에는 가드를 해도 회복 가능 게이지를 남기는 피해를 주며, 각 캐릭터마다 몇몇 상징적인 기술은 크게 바뀐다.

▲ 모든 히트 게이지를 소모해 사용하는 '히트 스매시'


- 컨트롤러 스타일

▲ 스페셜 스타일에서는 RP 연타만으로 공중 콤보가 가능하다

초심자 배려를 위한 시스템으로, 컨트롤러 조작법이 두 종류로 구분된다. '아케이드 스타일'은 기존의 조작법과 같다. LP LK, RP RK로 나뉘며, 일반적인 철권의 조작법을 생각하면 된다. 반면, '스페셜 스타일'은 원버튼으로 공중 콤보나 주력기, 견제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드로, 아케이드 스타일만큼 다양한 기술을 유려하게 섞어가며 쓸 수는 없지만, 캐릭터를 전혀 다룰 줄 몰라도 웬만한 수준으로 써먹을 수 있다.

실제 시연에서는 스페셜 스타일과 아케이드 스타일을 섞어가며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버튼 한 번으로 토글이 되기 때문에 사용이 까다롭지 않으며, 카즈야의 경우 굳이 웨이브를 쓰거나 커맨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RP 버튼 하나로 무려 초풍신권이 나가는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었다.


▲ 전체적으로 두 캐릭 모두 발에 땅을 붙이고 싸우는 시간이 많은 편

전체적인 시연 느낌은 완전 초보자도 어떻게 비벼볼 수는 있게 만들려는 노력이 보이는 작품. 특히 컨트롤러 스타일의 변경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게이머도 고수처럼 보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으며, 히트 시스템은 최소 10초 정도는 "너만 철권하냐? 나도 때리자"라고 할 만한 기회를 준다.

하지만, 개발사의 의도가 실제 출시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모든 격투 게임이 그렇지만, 격투 게임이 초보자 유입률이 적고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는 이유는 아무리 시스템을 열심히 깔아놔도 결국 모르면 맞아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 초보자도 공격할 수 있는 건 좋지만, 그러나 저러나 모르면 맞아야 하는 장르다

애초에 그런 변별력이 없으면, 연습도 의미가 없을 테니 말이다. 히트 시스템은 초보자도 10초간 공격 페이즈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지만, 고수들이 10초만에 상대를 떡실신시키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공중 콤보의 비중은 누가 봐도 억지로 줄였다 싶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전부터 콤보를 화려하게 만들긴 하되, 피해량 자체는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던 철권이지만, 이번 작품은 그걸 감안해도 많이 줄었다. 일단, 공중 콤보는 회복 가능 게이지를 남기며, 히트 게이지가 공격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에 굳이 콤보를 쓰지 않아도 상대를 몰아세우기 어렵지 않다. 새로운 피격 효과인 '토네이도'가 도입된 건 확인했으나, 시연 빌드에서는 연습 모드가 존재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시연이 끝난 후, 철권8의 디렉터인 '이케다 코헤이', 그리고 마케팅&e스포츠 프로듀서인 '야스다 나오야'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Q. 전작 대비 복잡한 시스템과 자원 시스템이 생기면서, 진입장벽을 더 높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인 히트 시스템은 상급자와 초보자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시스템이다. 어떻게 공격할지를 정할 트리거가 될 수도 있고, 캐릭터 특성에 맞춘 심리전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히트 상태에 들어가면 공격에 대한 리스크가 크게 감소하며, 초보자도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물론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그만큼 히트 시스템도 더 잘 쓰겠지만, 이도 저도 안되서 저항조차 못하던 초보자들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나아질거라 기대하고 있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 플레이어들은 상대의 공격을 관찰하면서 카운터치는 플레이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상대 공격을 막거나, 헛공격을 유도하고 이득 프레임 안에서 공격을 가하는 형태로 게임을 풀어나갔고, 이게 결국 전작까지 철권 시리즈가 가진 격투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히트 시스템은 프레임 손익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이득을 뽑아내기 때문에 프레임 계산이 여의치 않은 초보자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조금 극단적인 예지만, 히트 시스템이 켜져 있는 동안에는 초보자도 무릎 선수에게 이지선다를 강요할 수 있다.

▲ 히트 시스템이 초보자 유입의 열쇠가 될지, 또다른 장벽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Q. 철권8의 모토 중 하나가 '어그레시브'다 서로 적극적인 공격을 가하게끔 시스템적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확정타나 딜레이 캐치의 개념을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는가?

- 당연히 딜레이 캐치는 어려우며, 초보자 단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하지만, 히트 시스템을 통해 이런 복잡한 모든 걸 뒤로 한 채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스페셜 스타일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매우 쉽게 콤보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히트 발동은 설명드렸다시피 두 종류가 있는데, 초보자일수록 히트 발동기를 먼저 활용하는걸 추천드린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철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Q. 아마 현재 철권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자신의 주력 캐릭의 출전 가능성을 점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지는 답변이 어려울 테니, 좀 더 쉬운 걸 묻자면, 출시 시점에서 캐릭터의 수는 어느 정도인가?

- 오늘까지 전체 캐릭터 중 10종을 공개했다. 아마 출시 시점에서는 게이머 분들의 기대보다는 많으리라 생각한다. 정확한 수를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격투 게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의 수 보다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할 거라 생각한다.

▲ 지금도 철권7 플레이어들은 내 캐릭이 8편에 나오나를 궁금해한다...


Q. 철권7에서 새로 캐릭터가 추가될 때마다, 너무 강력한 모습을 보여 과금 유도성 DLC가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8편도 출시 이후 캐릭터가 계속 추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알고 있나?

- 어려운 질문이다. 아마 하라다 가츠히로 PD도 어렵게 생각할 것이다. 이는, 보는 사람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철권 시리즈는 실력으로 게이머를 계층화했다 칠 때, 계층마다 밸런스에 대해 매우 다른 감상을 지니고 있다. 모두의 의견이 항상 같을 수는 없기에 답변이 참 어려운 문제다.


Q. 7편의 경우 비인가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게이머들이 존재했다. 안티 치트 대책은 어떻게 되는가?

- 당연히 전작보다 안티 치트 부분에서도 좋아졌다 말씀드리고 싶다. 또한, 게이머 신고 기능과 블랙리스트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Q. 개발 기간이 꽤 길어질 것 같은데, 대략적인 출시 시기는 알 수 없는가?

- 팬데믹으로 인해 개발 장기화는 모든 개발사가 아마 크게든 작게든 겪었을 일이라 생각한다. 조만간 클로즈 테스트를 통해 게이머 피드백을 수집할 예정이며, 아마 예상보다 빨리 게임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중이다.

조금 더 보충설명하자면, 이번 작품은 전작의 개발 소스를 가져오지 않고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있다. EVO 재팬에서 클로즈 테스트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가려 한다.

▲ EVO 재팬 즈음 클로즈 알파 테스트를 진행 예정


Q. 회복 가능 게이지를 생성하는 특수공격의 기준은 뭔가? 회복 시 상대가 가드하든, 피격되든 회복량이 같은 건 의도된 부분인가?

- 회복 가능 게이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각 캐릭터의 기술 중에서도 얼마나 상징적이며 강렬한 기술인지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가드와 히트가 회복량이 같은 이유는, 히트와 가드 모두 공격자에게 같은 가치를 부여하고 싶어서이다. 물론, 이런 수치 관련 사항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Q. 전체적으로 전작 대비 체력이 늘어난 느낌은데, 실제로 전체적인 피해량이나 체력에 대한 조정이 있었나?

- 눈썰미 좋게 잘 찾아냈다. 크게 다르진 않지만, 실제로 체력을 살짝 늘려 놓긴 했다. 또한, 회복 가능 게이지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 전체적으로 한 방 한 방이 덜 아픈 느낌이었는데, 정식 출시때는 또 모른다


Q. 6편의 바운드나 7편의 스크류와 같은 콤보 연계기가 사라졌다. 8편에는 새로운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 8편에는 '토네이도'라는 속성이 붙는 기술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공중 콤보를 계속 연결해나갈 수 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공중 콤보의 화려함보다는 지상전에서의 심리전을 더 중시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합의가 있었다. 공중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질 때까지 두들겨 맞는 건 불쾌한 경험 아닌가?

또한, 히트 버스트를 공중에서 히트 시키면 6편의 바운드와 비슷한 효과를 주기 때문에 토네이도 공격과 조합하면 더 재미있고 화려한 콤보가 가능하다.

Q. 게임 내 이펙트와 연출이 매우 화려한 건 좋은데, 그만큼 시인성이 떨어져 내가 맞는 건지 막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은 없는가?

- 개발 피드나 SNS 반응을 보면서 옵션을 넣는 걸 고려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넣을 수 있는 연출이란 연출은 다 넣은 빌드라는 걸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

▲ 연출이 워낙 화려해서 막아도 맞은 것 같은 느낌


Q. '레막레'가 사라진 이유는 뭔가?

- 레막레는 의도적으로 막았다. 7편까지 레이지 아츠는 쓰기도 어려운데 리스크가 너무 커 실제로는 잘 쓰이지 않았다. 때문에, 보다 부담없이 이를 쓰라는 의미에서 조정된 부분이다. 철권8에서는 레이지 드라이브가 삭제되었기 때문에 레이지로 발동되는건 레이지 아츠 뿐이다. 이를 보다 가치있는 역전기로 만들고 싶었다.


Q. 컨트롤러 스타일을 스페셜 스타일로 바꾸면, 버튼 하나로도 온갖 기술과 연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 들어가는 기술들을 별개로 커스터마이징할 수는 없는가?

- 스페셜 스타일의 기획 의도는 입문자, 그리고 다른 캐릭터에 입문하려는 게이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기술표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요청은 앞으로 올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이에 대한 계획이 없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철권 플레이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 늦지 않은 시점에 한국 게이머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한국 팬들이 철권 시리즈에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을 잘 알고 있으며, 더 좋은 게임으로 이에 보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가끔 한국 선수들과 경기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한국을 방문한 게 꽤 오래 전인데, 다음 방문에 꼭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