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나에게 특별한 계절이다.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이라는 계절 자체를 싫어하기도 하고, 물놀이나 공놀이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평상시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게임하는데 소비하고, 야외 활동은 겨울에 몰아서 즐기는 편이다. 주말에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

겨울에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와중 눈에 들어온 게 스노보드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한 영상을 접하게 됐는데 하얀 설원을 가르며 자유롭게 속도를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 어린 시절 몰래 학원에서 빠져나와 문방구 앞에서 즐기던 SSX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 문방구 앞에서 즐기던 스노보드 게임 SSX Tricky(출처 : EA)


그렇게 스노보드에 입문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제 어지간한 슬로프는 꽤 편하게 내려올 수 있고 조그마한 둔턱에서는 폴짝폴짝 점프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실력 향상에 대한 목표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기록들을 남기고 싶어졌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도 있으니까.

좋은 방법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와중 스키장에서 알게 된 지인이 조그마한 액션캠 하나를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됐다. 제품 이름은 ‘Insta360 X3(인스타360 X3)’.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에 앞뒤 모두 렌즈가 달린 생소한 형태인데 360도가 모두 찍힌다고 하더라. 카메라는 센서가 클수록 잘 찍힌다는 고루한 생각을 가진 나에게 첫인상이 그리 좋은 제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인이 캡처해서 보내준 결과물을 보고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될 정도.

▲ 지인이 캡처해준 그 사진 (Insta360 X3)


Insta360 X3의 하드웨어 스펙은 아래 제품 상세 정보를 확인하자. 개인적으로 액션캠의 하드웨어 성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는 소프트웨어 성능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시중에 판매중인 최신 액션캠들의 스펙이 거기서 거기다보니 스펙시트를 보고 제품 성능을 파악하기 보다는 보정 없는 실제 결과물과 편의 기능 등을 보고 판단하는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 Insta360 X3




제품 상세 정보(Click!)








'기억을 영상으로 남기는 액션캠'

▲ 아름다운 풍경을 360도로 담을 수 있었다

▲ 뒤에 기어가는 사람이 있었다는걸 영상을 보고 알았다

▲ 어디까지 기어가시나 돌려봤다

▲ 원하는 앵글을 직접 설정해 영상으로 내보낼 수 있다

Insta360 X3의 최대 장점은 내가 머물렀던 그날의 그 장소를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기억을 영상으로 남기는 느낌이라고 하면 얼추 맞겠다. 내 모습은 물론이고 내가 머물고 있던 장소의 거의 모든 부분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다. 심지어는 내가 보지 못한 부분까지도 말이다. 이러한 점은 수천만 원짜리 시네마 카메라도 가질 수 없는 Insta360만의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인비저블 셀피 스틱 기능이 적용돼있어서 셀피 스틱(셀카봉)은 영상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길이가 긴 셀피 스틱을 활용한다면 드론 없이도 드론으로 촬영한 것 같은 신선한 느낌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인스타360의 가장 큰 장점이다.

▲ 셀카봉을 숨겨주는 인비저블 셀피 스틱 기능







'역대급 안정화 성능'

▲ 화각 손실 없는 역대급 손떨방 성능

Insta360 X3는 모든 촬영본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의 영상 안정화 성능을 제공했다. FlowState 안정화라고 불리는 이 기능을 통해 평평한 바닥이 아닌 울퉁불퉁한 설면에서 스노보딩을 할 때도 평지에서 촬영한 것 처럼 부드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360도 카메라이기 때문에 화각 손실이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인생샷이 가장 쉬웠어요'

▲ 선예도는 아쉽지만 피사체는 흐려지지 않는다

▲ 영상 녹화 버튼만 눌러놨을 뿐인데 멋진 사진까지!

▲ 사실 뒤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Insta360 전용 앱을 통한 캡처 기능을 통해 멋들어진 사진도 건질 수 있었다. 위 사진은 Insta360 X3로 녹화한 30fps의 360도 영상을 캡처한 것인데 30fps 영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사진이 나왔다. 심지어는 빠른 속도로 스노보드를 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모션블러(흐림) 현상이 없는 사진을 제공했다. 별도의 사진 촬영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영상을 캡처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넉넉한 배터리'

▲ 배터리 3개를 가져갔는데 2개만 사용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배터리는 2개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스노보딩을 즐겼는데 첫 번째 배터리는 12시 30분 전후로 모두 사용했고, 두 번째 배터리는 약 50% 정도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결과물의 용량은 총 110GB 정도. 블랙박스처럼 쉬지 않고 촬영할 계획이 아니라면 2개로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 참, 셀피 스틱만 사용해서 촬영한다고 가정하면 배터리 한 개 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셀피 스틱을 최대로 늘린 상태로 촬영하게 되면 성인 남성도 생각보다 무겁다고 느끼는 무게다. 아마 배터리 한 개 다 쓰기 직전쯤 팔이 아파서 그만 찍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제품 자체는 가볍지만 무게 중심이 맞지 않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단점이다. 이건 어떤 제품이던간에 동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 후기를 살펴보면 발열이 심해 녹화가 강제 종료되는 현상이 잦다는 의견들이 종종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추운 지역에서 사용해서 그런지 발열로 인해 제품 사용에 문제가 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영상이 아닌 추억을 기록하려는 사람들이게'

▲ 역시 남는건 사진이랑 영상 뿐이다

▲ 리뷰에 올릴 사진을 고르는 과정도 앨범 보는 느낌이라 좋았다

▲ 모바일 인스타 360 앱을 통해 간편하게 색 보정도 가능하고

▲ 디테일하게 영상을 편집하기 힘들다면 Ai 자동 분석 기능이나

▲ 피사체 트래킹 기능을 사용해 간편하게 편집이 가능하다


Insta360 X3는 최근 들어 사용해 본 전자제품 중 만족도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제품이었다. 일단 전문가의 영역에 가까웠던 360도 카메라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을만한 제품이 나왔다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물건임에는 확실하다. 게다가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로 부담 없이 휴대도 가능하니 말이다.

가격은 공식 홈페이지 독립형(본체만) 기준 657,000원이다. 다만 인비저블 셀피 스틱 없이는 활용도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인비저블 셀피 스틱이 포함된 세트 키트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Insta360 X3 세트 키트의 가격은 726,100원. Insta360 X3 본체와 114cm 인비저블 셀피 스틱, 64GB micro SD 카드, 렌즈 보호 캡이 포함되어 있다.

사용법도 매우 단순해 카메라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사용이 가능하다. 녹화 버튼이 어딨는지만 알면 가능할 정도. 후편집이 일반 액션캠보다 번거롭긴 하지만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직관적인 편집이 가능해 초보자도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다. 물론 DSLR이나 미러리스만큼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결과물을 얻기는 어렵지만 어느 날의 소중한 추억을 영상으로 남기려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제품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