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보석'이 올해 5월 30일로 서비스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20년 동안 '붉은보석'이 걸어온 길은 화려하진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긴 했지만, 흔히 말하는 1티어 혹은 주류로 자리 잡은 건 초기 몇 년 정도였죠. 이제는 신세대 게이머 사이에서는 그 이름을 들은 유저도 드물 정도지만, 그런데도 '붉은보석'은 꾸준히 서비스와 업데이트를 이어오면서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이 부지기수인 작금의 상황에 강산이 두 번 변할 때까지 살아남은 '붉은보석'. 게임 화면의 변화로 따지자면 1024x768 해상도로 게하던 시절부터 이제는 4K를 넘어 8K 이야기도 슬슬 나올 시점까지 버틴 셈입니다. 이렇게 생존한 비결이 과연 무엇이었을지,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남택원 대표이사와 이영찬 개발 본부장에게서 그 20년의 내막 그리고 앞으로의 붉은보석의 방향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이사(좌), 이영찬 개발 본부장(우)


Q. 먼저 붉은보석 20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년간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간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남택원 =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저희와 함께 해주신 유저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붉은보석 말고도 몇 가지 게임을 더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꾸준히 플레이해주시는 유저분들 덕분에 이렇게 길게 서비스할 수 있었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단순히 인사치레가 아니라 20년 간 서비스하면서 붉은보석에 있었던 많은 변화와 발전을 알기에 드릴 수 있는 말씀입니다.

부진했던 적도 있었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 모든 순간에서 유저분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인내가 없었으면 절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영찬 = 예전 10주년 때 "잘하면 20주년도 가겠는데"라고 반쯤 농담으로 얘기했는데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유저 분들의 사랑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이상한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 그간 무럭무럭 성장해 준 20살 붉은보석에게도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남택원 = 사람으로 20살이면 어엿한 성년이 된 셈입니다. 그간 여러 가지 가능성을 품고 커나가던 아이가 하나의 방향성을 잡고 가능성을 훨씬 구체적인 목표로 바꿀 때라고 볼 수 있겠죠. 물론 게임이 사람은 아닙니다만, 붉은보석도 초기 서비스할 때보다는 훨씬 그 방향성이 명확해졌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역경과 도전이 있겠지만 저희 개발자, 또 붉은보석을 사랑해 주시는 유저분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영찬 = "네가 참 고생이 많았구나." 붉은보석은 회사에서 시도했던 첫 MMORPG였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미숙한 부분도 많았고 그에 따라 우여곡절도 많았던 타이틀이었지만 이렇게나 성장했구나하는 느낌이네요.



Q. 근 3년간 코로나로 인해 게임 시장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는데요. 붉은보석도 혹시 코로나 기간 변화한 부분이 있었을까요?

남택원 = 붉은보석은 오래된 만큼 꾸준히 복귀 유저분들이 돌아오는 게임입니다. 업데이트도 항상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기존 유저와 복귀 유저 간의 밸런스를 고려하면서 진행하는 편입니다. 코로나 기간에 복귀 유저도 늘어서 그런 부분을 강화하는 업데이트나 홍보도 몇 번 진행됐었는데요, 엔데믹 전환 이후에는 조금씩 변화가 보이는 것 같아서 조정을 하는 중입니다.

이영찬 = 대표님이 먼저 말씀하신 내용처럼 코로나 기간 떠났던 붉은보석 유저분들이 많이 복귀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신규 유저분과 기존 복귀 유저분이 공존하면서 서로 상반된 니즈가 있는데요. 당연히 신규 유저들 입장에서는 붉은보석처럼 오래된 게임이 가지고 있는 낡고 불편한 시스템에 지쳐 금방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꾸준히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을 해왔습니다. 당연히 요즘 나오는 게임의 편의성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에 못지않도록 꾸준히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중이므로, 붉은보석이 20년 동안 계속 사랑받는 게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복귀하는 유저분들에게 붉은보석의 기본 시스템은 익숙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시스템과 콘텐츠에 이질감을 느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칫하면 "이건 내가 옛날에 즐기던 붉은보석이 아닌데?" 이런 인식을 줄 위험도 있죠. 그래서 붉은보석이 가진 고유의 특징과 재미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상반되는 내용인 만큼 적정한 수준과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유저분들이 만족하는 모습이 보일 때 보람이 큰일이기도 하죠.

추가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야외활동이 위축된 만큼 붉은보석의 이용률도 큰 폭으로 증가한 건 사실입니다. 이전보다 오랜 시간 붉은보석에 머무르며 게임을 즐기시게 된 만큼 게임 플레이가 쉬이 질리지 않고 플레이하는 내내 재밋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운영팀과 머리를 맞대고 이전보다 분량이나 개수 면에서 월등히 많은 인 게임 이벤트를 마련, 꾸준히 게임에 제공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엔데믹 이후에도 변함없이 지속할 계획입니다.



Q. 요즘 게임은 초반에 아무리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 종료하는 게임도 많은데 20년간 서비스를 이어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남택원 = 요즘 게임과 MMORPG의 태동기에 나온 게임들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게임들은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발전했고 게임 스토리나 시스템도 상당히 세련되게 다듬은 것들이 많죠. 하지만, 한 장르 태동기의 게임들은 그 게임들만이 가지는 강점이 있습니다. 많은 시스템이 그 당시에 도입된 거의 초기 형태라서 고유성이 강합니다. 세련되게 다듬은 시스템은 효율적이라도 매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태동기의 게임들은 고유성만이 주는 개성으로 어필할 수 있죠.

스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나온 게임들은 아무래도 이전 게임들과 비교당하기 마련이고 서사나 캐릭터에서 앞선 것들을 따라 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바로 그런 면을 유저분들이 평가해 주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태동기의 게임들은 그 게임과 함께해 온 유저분들이 있죠. 유저분들이 게임 내에 쌓아온 플레이의 발자취 자체가 다른 게임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이영찬 = 붉은보석을 만든 건 우리지만 그 주인은 유저 여러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항상 유저분들의 의견을 모니터링하면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했습니다. 그 결과 게임의 업데이트 방향과 유저분들이 원하는 방향에 큰 차이가 없어서 지금까지 유지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Q. 20주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일화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남택원 =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초창기 일화가 많이 떠오릅니다. 붉은보석은 원래 PC 패키지 게임으로 기획, 개발됐다는 얘기는 많이 알려진 사실인데요. 원래 완성되면 패키지 발매와 유통을 해줄 퍼블리셔에게서 갑자기 계약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붉은보석 개발이 진행 중이던 2002년은 많은 PC 패키지 게임 퍼블리셔들이 사업 철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거나 이미 사업에서 발을 뺐던 상황이었죠.

부랴부랴 우리 게임을 출시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알아보던 중 삼성전자 측과 연이 닿아 미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팅 내용을 요약하자면 게임 자체에 관심은 있으나 패키지 버전으로는 어렵다, 혹시 온라인 게임으로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었죠.

결심까지는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당시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몇몇 온라인 게임에 대한 흥미 자체는 있었고 저희 전작인 ‘거울전쟁: 은의 여인’에서 온라인 대전 서비인 MIRROWAR.NET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죠.

그렇게 싱글 플레이 패키지 게임에서 MMORPG로 전환을 결정하고 수 개월 만에 게임을 개발, 2003년 5월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고 그것이 지금까지 20년 동안 이어져 오게 되었네요.

붉은보석의 메인 퀘스트에 ‘칼스’, ‘플로렌스’ 파브’, ‘라비아’ 같은 NPC 이름과 그 뒷이야기가 나오는데, 모두 개발 초기에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기획, 만들어진 것이죠. 붉은보석에 아직 남아있는 패키지 게임의 흔적들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영찬 = 서비스 극초기, CS 파트 업무 세분화가 제대로 세팅되지 못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연히(?) 개발이 본업인 저를 포함한 인원들이 유저 문의까지 서포트하고 있던 때였죠. 서버가 다운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을 때 유저 한 분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금방 통화가 끝날 거라 생각하며 무심코 전화를 받았는데, 의외로 한 시간 넘게 그분은 게임의 현재 문제점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셨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대로라면 서버 정상화를 할 수 없어’라는 불안감이 점차 커졌고, 결국 그 유저분의 말을 도중에 끊고 솔직히 현재 개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드리며 양해를 구하고 통화를 종료했었습니다. 그 덕분(?)에 다행히 서버는 곧 정상화됐고요. 개인적으로 과거 에피소드를 떠올리라 하면 바로 이 일이 생각날 정도로 그때 그 유저분께는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붉은보석은 특히 일본에서 많이 사랑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남택원 = 붉은보석이 일본에 진출할 당시 일본 MMORPG 시장도 태동기 상태였습니다. 일본 유저들에게 붉은보석은 처음 접해본 MMORPG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물론 먼저 진출한 다른 MMORPG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붉은보석은 좀더 넓은 일본 유저들에게 퍼진 상당히 초창기 MMORPG였습니다.

저사양 노트북에서도 돌릴 수 있다는 점,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2D 스타일 비주얼이라는 점, 2D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프레임을 사용해서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는 점 등이 어필했습니다. 세계관이나 캐릭터도 일본인이 받아들이기 편한 방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하이 판타지는 서브 컬처 취급을 받기는 합니다만 붉은보석은 퓨전 요소도 꽤 많이 섞여 있어서 거부감을 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스템적으로는 독보적인 아이템 옵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필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접두사와 베이스 아이템을 이용해서 수많은 아이템이 파생되고 그런 접두사와 아이템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일본 유저분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Q.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까요? 추가로 업데이트도 있다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영찬 = 지난 5월 24일(수)부터 붉은보석의 한국 서비스 20주년을 기념하는 사전 이벤트가 시작됐습니다. 가장 메인이 되는 이벤트는 ‘20주년 기념 나무 키우기’ 이벤트로, 우리 붉은보석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모험의 시작 지점, 고도 브룬넨슈티그 중앙에 있는 분수대가 20주년 기념 나무로 장식되어 이를 정성껏 성장시켜 열매를 맺는다는 컨셉으로 게임 속에 이벤트를 넣은 것입니다. 나무 성장에 필요한 재료는 게임의 기본 시스템과 콘텐츠를 경험하는 것으로 32가지를 마련했고, 이를 통해 붉은보석에 좀 더 알게 됨과 동시에 캐릭터의 모험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아이템들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 매년 다른 효과를 가진 인게임 아이템인 기념 반지를 모든 붉은보석 유저분들에게 증정해 드리는데, 올해는 특별히 20주년에 걸맞은 멋진 이펙트의 반지를 준비해 봤습니다.

추가로 게임을 즐기는 많은 다른 유저분들과 단체 PvP 대련을 펼치며 자신의 실력도 점검해 보고 즐거운 교류를 하라는 의미로 ‘20주년 기념 서바이벌 모드’를 준비했습니다. 이 모드는 20주년 기념일인 5월 30일(화)을 전후해서 게임에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Q.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더라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진행하고 싶은 업데이트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영찬 = 직업이 많다 보니 직업 밸런스 수정 요구가 그 어떤 게임보다도 많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2월에 업데이트된 선장을 포함해 총 25종(변신 캐릭터 포함)이나 되니까요. 이렇게 많은 직업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부분은 당연히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고, 장기적으로 유저분들의 의견을 꾸준히 청취하면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이러한 직업 밸런스의 대대적인 조정은 대략 4, 5년 전부터 계속 해오던 것이고, 온라인 게임에서 직업 간 밸런스 문제는 사실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진으로서는 지치지 않고 지속적인 유지보수로 관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팀이 생각하고 있는 해당 직업의 컨셉 방향, 그 직업을 플레이하고 계시는 유저 여러분의 요망 등을 잘 녹여내어 밸런스 조정하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니, 지속적인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붉은보석을 아끼고 사랑하는 팬분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남택원 =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붉은보석과 함께해 주신 유저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가 패키지 게임을 만들던 초창기에는 많은 수의 게임을 만들어서 선보이는 것이 바람직한 게임 개발사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저희는 붉은보석을 통해서 수많은 신작을 내보낸 셈입니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몇 번 있었고 시스템이나 시나리오에도 많은 개선과 추가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또 다른 신작 IP를 아예 내지 않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저희 메인 신작은 붉은보석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게임을 제작해 나갈 것입니다. 유저분들도 오랫동안 저희 붉은보석과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영찬 = 여러분이 있어 지금이 붉은보석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귀를 열고 게이머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관심도 좋고 따끔한 질책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붉은보석을 계속해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더 나은 붉은 보석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