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식사를 하거나 업무를 보고 게임을 할 때 줄곧 책상 위에서 행동들이 이뤄지는 편이다. 그니까 자기 전 누워있거나 출퇴근 등 어딘가로 이동할 때를 제외한다면, 의자에 앉아 책상에 손을 기대고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한다는 말.
식사, 업무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게이머들에게 휴식과 피서와도 같은 게임이라도 좀 더 편하게 할 수 없을까? 안 그래도 하루의 반을 앉아서 일을 하는데, 게임까지 앉아서 해야 한다니. 경쟁 게임이나 집중을 요하는 게임들은 그렇다 치자, 느지막이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 정도는 좀 더 편한 자세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게임 할 때 침대에 엎드려서 혹은 소파에 반쯤 누워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콘솔 게임기로 TV에 연결해 패드 잡고 게임하거나 더 나아가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으니까. 개중에서도 주관적인 필자의 생각으론 편하고 피로도가 적은 것은 휴대용 게임기라고 생각한다.
'휴대용 게임기', 네모난 프레임에 십자모양 방향키 그리고 조작 버튼이 있는 제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초기 게임보이부터 시작해 현재는 닌텐도 스위치, PSP 등 다양한 콘솔 게임 업계에서 내놓은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게이머들 사이 수요도 꽤 높은 편이다.
대신 이러한 기기들을 살펴보면 한계점이 명확한 편. 자사의 독점작만 할 수 있거나, 기기의 성능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거다. 물론 독점 IP를 즐기기 위해 사용하거나, 성능적인 부분을 모두 감안해서라도 선택하는 게이머들도 많겠지만 제한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괜스레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근데 이런 게임기들의 한계점을 모두 해소시킬 수 있는 기기가 하나 있다.
UMPC. Ultra-Mobile Personal Computer의 약자로, 대충 쉽게 말하면 휴대 가능한 소형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손바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의 컴퓨터. 다른 말로 핸드헬드 PC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존의 휴대용 게임기에 비해 무거운 콘솔 고성능 게임들도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 올해 4월 1일, 이번에도 어김없이 만우절을 맞이하며 어떤 참신한 장난을 치는지 하드웨어 업계의 소식들을 보고 있던 도중 재밌는 기기를 발견했다. 바로 에이수스 게이밍 브랜드 ROG의 UMPC 제품 로그 엘라이(ROG ALLY). '이젠 이 정도는 해줘야 장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정교한 만듦새를 보여줬다.
그렇게 그냥 신기하다 정도로 넘어가며 머릿속에 잊혀질 쯤, 다음 날 에이수스 ROG의 공식 SNS에서 It's real이라는 단어로 ROG ALLY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더해서 발표 이미지에는 Not an April Fool's Joke라고 적혀있는 게 아니던가.
두 눈을 의심했다. 노트북이나 다른 게이밍 기어들이라면 모를까, 에이수스의 게이밍 UMPC라니. 만우절 농담으로만 지나갔을 법한 제품이 실제로 필자 눈앞에 나타났다. 에이수스의 하이엔드 게이밍 UMPC, '로그 엘라이(ROG ALLY)'. 지금부터 파헤쳐 보려 한다.
'로그 엘라이(ROG ALLY)'
깔끔한 외관, 게이머를 위한 편의성까지
① 외관 및 제품 디테일
전체적으로 화이트 컬러를 사용했으며, 직선과 곡선이 잘 어우러진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생각보다 제품의 프레임이 큰 편이었으며 두께도 적당했다. 또한 크기에 비해 무게(실측 610g)가 적당히 가벼워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둘째 치고 휴대하기 용이했다.
② 여러 조작 버튼과 양쪽 조이스틱
버튼과 스틱의 경우 유사 엑스박스의 게임패드가 떠오르는 디자인. 버튼 조작감은 가볍고 스틱은 부드러워 게임 플레이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또한, 손에 땀이 많아 장시간 사용하면 손에서 미끄러지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미끄럼 방지 돌기들이 제품 곳곳에 설계되어 있어 만족했다. 이외에도 비교적 성인 남성의 손 크기보다 작은 필자의 손에도 쾌적한 그립감을 느끼게 해줬다.
'로그 엘라이(ROG ALLY)' 제품 제원
하이엔드급 성능의 UMPC
① 제품 제원
② 궁극의 APU, 'AMD 라이젠 Z1 시리즈' 탑재
AMD사에서 최초로 개념을 제시한 기술. APU는 CPU와 GPU를 동시에 한 칩셋에 합쳐놓은 마이크로프로세서다. CPU, GPU간 데이터 전송하는 데 필요한 전체 과정이 모두 APU 칩셋 내부에서 일어난다는 뜻. 이로인해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병목현상도 없다. 해당 APU 프로세서는 대부분 노트북이나 휴대용 기기에 많이 탑재되고 있다.
이번 에이수스 로그 엘라이에 탑재된 AMD Z1 익스트림 / Z1 프로세서도 위에서 설명한 APU 프로세서다. 기존 UMPC나 노트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해당 Z1 프로세서 출시 전 주류 프로세서는 라데온 680M이 내장된 라이젠 6800U였다.
해당 6800U 프로세서는 생각보다 높은 성능의 내장 그래픽을 탑재하여 많은 하드웨어 기업에서 노트북 혹은 UMPC에 사용한 핵심 프로세서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4나노 공정의 8코어 16쓰레드를 적용한 고성능 APU인 Z1 익스트림 프로세서가 나오며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 성능 지표를 나타내는 테라플롭스 기준, Z1 익스트림 프로세서는 약 8.6 테라플롭스의 성능을 보여준다. 이는 스팀덱(1.6테라플롭스)의 약 5배, 플레이스테이션 5가 10.3테라플롭스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높은 성능 수치를 보여준다.
③ FHD 디스플레이와 쿨링 시스템, 2개의 전면 스피커 탑재
FHD 해상도, 120Hz의 주사율, 7ms 응답속도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밝기는 500니트로 야외에서 사용해도 문제없을 정도의 밝고 선명하다. 또한 돌비 애트머스를 지원하는 듀얼 스피커를 전면 채택해 음향도 적당하다.
또한, 제품 하단에 탑재된 쿨링 시스템은 자사의 기술을 탑재하여 어떻게 보면 UMPC의 고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발열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해 준다. 제품 발열의 경우 성능과도 직결되는 문제기에 하드웨어 성능 중 쿨링 시스템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④ 충전 단자와 슬롯
충전 단자 및 슬롯이 제품 상단에 있어 쾌적하게 사용 가능하다. 또한, 상단의 빌트인 PCIe Gen4 SD카드 슬롯은 용량 확장에 용이하며 초심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AAA급 콘솔 게임을 즐기는 분들에겐 해당 슬롯을 통해 용량이나 속도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꼭 참고하자.
그 속을 파헤쳐 보자
윈도우 11 기반, 편리한 소프트웨어 지원
① 윈도우 11 기반
에이수스 로그 엘라이는 윈도우 11 OS 기반의 UMPC로 기존 리눅스 기반의 게이밍 UMPC 호환성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 준다.
② 아머리 크리에이트 탑재
로그 엘라이 게임 테스트
성능만 잘 타협한다면 충분하다
※ 본 벤치마크 테스트는 TDP 30W 기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테스트 전 벤치마크부터 해볼까?
인게임 벤치마크도 테스트 해봤다
컬트 오브 더 램
호그와트 레거시
엘든링
붕괴: 스타레일
디아블로4
제품의 소프트웨어 설정을 통해 TDP를 각각 9w, 15w, 30w로 나눠 성능을 체크해 보니 9w(비소음 모드)에서는 가벼운 게임 정도는 손쉽게 돌리는 적당한 성능을 보여줬고, 15w로만 설정해도 어느정도 고성능 게임은 원활하게 돌아갔다. 30w의 경우 확실히 배터리 소모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약 한 시간 정도에 못미칠 정도지만 AAA급 게임도 문제 없이 쾌적하게 돌릴 수 있었다. 집에서 충전기를 꽂고 플레이한다는 기준으로 30w를 사용하는 로그 엘라이는 UMPC 중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할 정도로 높은 성능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총평
시들어 가던 UMPC 시장의 한줄기 빛 에이수스 '로그 엘라이(ROG ALLY)'
여태까지 UMPC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가격 면에서도, 성능 면에서도 결국엔 윈도우를 탑재한 기기로써 노트북과 경쟁해야했기 때문. 물론 UMPC만의 장점도 수두룩 하다만, 결국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로그 엘라이의 출시로 확실히 UMPC의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한 단계 성장한 프로세서는 물론 발열 문제부터 여러 기능 등을 사용해 UMPC의 단점들을 최소화하고 장점들을 부각시켜 줬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휴대용 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배터리 수명. 높은 성능의 게임을 돌리거나 화면의 밝기를 일정 이상 높이게 되면 아무래도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에 배터리 소모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또한, 전용 소프트웨어의 편의성이나 활용성이 아직까진 불안정했다는 정도. 이외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대신 이 모든 것들을 막론하고 '게임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는 것에 만족한다. 게임기로 게임을 못 돌리는 것만큼 비극적인 일은 없으니까. TDP 설정 및 옵션 타협만 잘해놔도 고성능 게임은 물론 내로라하는 AAA급 대작 게임들도 어느 정도 쾌적하게 돌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제한적인 요소가 많았던 UMPC, 로그 엘라이(ROG ALLY)를 통해 이젠 게이밍 콘솔로 각광받을 일만 남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