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노동조합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우리가) 노사 관계의 모범사례가 되었으면 한다"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엔씨 사측과 노조는 단체교섭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 5월 31일, 엔씨소프트 사측과 노조 '우주정복'이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통상적으로 노사 관계에서 상견례는 노조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사측과 만나는 자리를 말한다. 상견례 자리에선 이후 교섭 주기를 합의한다. 노조가 제안하면 사측이 점검해 교섭을 진행한다. 엔씨 노사 첫 교섭은 오는 6월 21일로 예정됐다.

엔씨 사측에선 김택진 대표, 구현범 COO(운영책임자), 서봉규 CLO(법무책임자), 정대훈 HR센터장,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등 10명이 참석했다. 노측에선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신환섭 위원장, 송가람 우주정복 지회장 등 8명이 참여했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김택진 대표는 상견례 때 인사말이 끝난 뒤에 "나 역시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라며 "노동자들의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긴다"라고 노측에 말했다. 그러면서 "(엔씨소프트가) 노사관계의 모범사례를 만들길 바란다"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에 관한 김택진 대표 의지도 확인됐다. 김 대표는 "IT 기업 직원들은 단순히 대표가 돈이 많다고 해서 인정해 주지 않는다"라며 "능력 있고 일을 잘해야 인정해 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돈만 생각했다면, 이미 은퇴해서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신환섭 위원장은 사측에 "게임산업만의 특성이 있고, (민주노총은) 종사자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므로 다른 산업군에서 보셨던 노조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라며 "처음에는 노조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오히려 서로 돕는 관계가 될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노조가 없을 때는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영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충돌이 클 수 있지만, 노조가 생기면 계획적으로 순차적으로 처리하게 되기 때문에 노사 간 협조하고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생긴다"라며 "노조는 앞으로도 엔씨소프트가 잘되길 바란다"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주정복(엔씨 노조)은 최근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단체교섭 요구안을 작성 중이다. 노조원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요구안이 마련되면 사측에 전달된다. 노사는 첫 교섭이 6월 21일 열린 뒤 2주 간격으로 본교섭, 수시로 실무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송가람 우주정복 지회장은 노조원들에게 "엔씨소프트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사 간의 대등한 협상이 시작됐다"라며 "우리의 목소리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에 가입하셔서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