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 프릭스가 기분 좋은 개막 2연승을 이어갔다. DRX에 이어 OK저축은행 브리온까지 2:0으로 압도하면서 단독 1위로 우뚝 섰다. '운영을 장착해 왔다'는 개막전 평가에 걸맞게 광동은 강팀의 향기를 풍기는 스노우볼 운영을 선보였다. 특히, 2세트에서는 안정적이면서도 꼼꼼한 '탈수기 운영'으로 시종일관 브리온을 압박했다.

다음은 김대호 감독-'영재' 고영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경기 승리한 소감은?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기쁘다. 물론 LoL이 상대적인 게임이긴 하지만, 되게 잘 깎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흡한 부분도 몇 개 있었지만, 팀의 성장이 눈에 보여서 보람차고, 뿌듯하고, 고맙다.

'영재' : 스프링 때 한 번도 못 이겨본 팀이라 긴장하면서 했는데, 게임하다 보니까 긴장도 다 풀리고 편하게 했다.


Q. 스프링 때는 브리온을 상대로 고전했다. 무엇이 스프링과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김대호 감독 : 나는 한 시즌을 혹은 1년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프링 때는 우리가 뭉친 지 얼마 안돼서 반복 숙달이 부족한 시기라 노련한 베테랑 '엄티' 엄성현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고, 전체적으로 유린 당한 느낌이 있다. 기본기를 채워서 천천히 압박 운영을 하면 상대가 어떤 팀이든 첫 단추를 잘 꿰었을 때 유리한 싸움을 계속 유도할 수 있다. 그래서 이긴 것 같다.


Q. 패자 인터뷰에서 '엄티' 선수가 2세트는 정글 차이로 졌다고 인정했다. '영재' 선수의 생각은?

'영재' : 6분 쯤에 상대가 우리 블루 시작했다는 걸 확실하게 알았다. 초반에 상대 정글 들어가서 의식할 정도로 압박만 하면 알아서 요리조리 휘둘릴 거라고 생각하면서 게임을 시작했는데, 운 좋게 상대가 휘둘려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Q. 스프링과 다르게 서머는 일단 부딪히고 나아간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 방향성으로 선수들을 지도한 것인지.

김대호 감독 :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주입하고 담아내다 보니까 선수들도 소화하기가 벅찼고, 그러다 보니까 피드백이 돌고 돌았다. 그런데 선수들이 어느 정도 습득을 하고 나니 팀적인 운영이나 움직임에 대한 피드백에 힘을 쓸 시간이 많았다. 이제는 빌드업을 깎아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직은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점점 성장할 것 같아 고무적이고 기분 좋은 경기였다.


Q. 1세트 끝나고 '준' 선수가 가장 늦게까지 피드백을 하고 있는 게 화면에 잡혔는데.

김대호 감독 : '준' 선수가 스프링과 다르게 확실히 발전하고 달라진 점은 내가 피드백을 강하게 하는 편인데, 무너지지 않는다는 거다. 예전에는 무너져서 자기 플레이가 안 나오고, 악순환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정보적인 측면을 잘 받아들이면서 부수적인 감정은 오히려 연료로 승화시키고 있다. 점점 단단하게 돌덩이처럼 성장하는 모습 보여줄 것 같다. 오늘도 그랬다. 저번에 못했는데, 오늘 바로 딛고 일어나 잘했다.

1세트는 '준' 선수 한 명에게만 피드백을 한 건 아니고, 그 경기서 '불독' 선수가 제이스로 한 번 죽었다. 이어서 밀리오도 같이 죽고, 역전 당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게 사실 정글-서폿이 못한 거고, 운영에서 우리가 못한 게 많아서 그런 부분을 짤막하게 피드백했다. '준' 선수는 스스로 그걸 복기하는데 시간을 쓴 것 같다.


Q. 다음 주 상대는 체급이 높은 젠지와 한화생명e스포츠다.

김대호 감독 : 솔직히 말하면 많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최근에 두 경기에서 운영적으로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싸움 없이 운영만으로 볼 맛 나는 팀이라는 느낌을 줬다면 되게 성공적인 거라고 본다. 다만, 운영의 시작과 끝은 결국 싸움이다. 운영을 하려면 싸움을 해야 하고, 운영을 아무리 잘해도 종지부인 싸움을 잘해야 한다. 젠지와 한화생명이 그런 부분에서 너무 강하다. 밴픽도 잘 연구 하고, 선수들도 기량을 끌어올려서 잘 상대해야 이길 수 있을까 말까 할 것 같다. '영재'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

'영재' : 이겼으면 좋겠다. ('피넛' 한)왕호 형이 불행했으면 좋겠다(웃음).

김대호 감독 : 내 생각과 별개로 선수들은 자신감이 좋다. 그래서 '영재'에게 따로 물어봤다. 솔직히 조금 힘들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


Q. 현재 광동 프릭스의 라인전 주도권 능력은 10개 팀 중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김대호 감독 : 5강을 만나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라인 주도권은 픽 상성과 라인전 디테일로 결정된다. 두 번째 부분은 5강과 맞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지금은 우리가 6, 7등을 목표로 하는 팀으로서 아래 쪽에서는 라인전 주도권을 꽤 잘 쥐는 편인 것 같다. 현재 선수들 기량이 너무 좋다.


Q. 다음 주 대결 상대가 공교롭게도 '영재' 선수의 전 소속 팀이다. 특별한 동기부여가 될까. 아니면, 나머지 팀과 비슷할까.

'영재' : 마음가짐은 항상 나머지 팀들과 똑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 팀이니까 무의식적으로 조금 의식은 할 것 같다.


Q. 지시를 특별히 잘 따라주는 선수가 있다면? 혹은 이번 서머에서 중심이 될만한 선수는?

김대호 감독 : 전부이긴 한데, '영재'다. 오늘도 POG를 못 타서 섭섭해서 데리고 나왔다. 배운 대로, 또 자기 입맛대로 잘 녹여냈다. 동선이나 즉각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속도, 소규모 교전까지 정글러로서 갖춰야 하는 소양에서 오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영재'한테는 지금 더 바랄 게 없다. 너무 잘하고 있다.


Q. ('영재'에게) 감독님의 극찬에 화답하자면?

'영재' : 약간 거짓말이 있는 것 같다(웃음). 그래도 스프링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부족한 게 있어서 그 부분만 채우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대호 감독 : 젠지가 요즘 굉장히 잘한다는 소문이 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이길 생각으로 갈 테니 재미있는 경기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감사하다.

'영재' : 스프링 때는 많이 힘드셨을 텐데, 지금 2연승 한 만큼 연승 계속 이어나가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