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PU 시장에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브랜드의 하이엔드 CPU가 장시간 사용 시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 중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대처는 바이오스를 통해 전력을 낮춰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그보다 저렴한 넘버링 제품에 비해 낮은 성능이 나와 굳이 하이엔드 제품을 쓰는 이유가 사라진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진 탓인지, 게이머 사이에선 AMD CPU가 현재 최고의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 성능뿐만 아니라, 가성비 측면에서도 훌륭하다는 의견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데스크탑에서 끝나지 않고, 랩탑에도 AMD 프로세서가 탑재된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구매자 사이에서도 괜찮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PC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AMD라는 브랜드의 신뢰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현재 가정의 달을 맞이하면서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데, 최근 레노버에서 라이젠 7 8845HS를 탑재한 Lenovo Legion Slim 5(이하 레노버 리전 슬림 5)가 출시되었다. 라이젠 7 8845HS는 작년 12월에 공개된 모델로, 당시 함께 공개된 호크 포인트 라인업 제품 중 두 번째로 높은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높은 성능에 비해 전성비가 좋은 모바일 CPU로,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에 주로 쓰이는 제품이다.

그래픽 카드는 최대 RTX 4070까지 탑재할 수 있어 게이밍 노트북 중에서는 상당히 고사양 성능이다. 물론 이와 비슷한 사양의 게이밍 노트북 제품은 이미 출시된 게 많지만, 이 제품은 현재 행사를 통해 180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디자인도 레노버의 특징이 담겨 깔끔하고 담백하다는 강점이 있어 고려해 봄직한 제품이다. 가격과 디자인은 합격점이다. 그렇다면 성능도 잘 잡았을까?



Lenovo Legion Slim 5
디스플레이: 16인치, WQXGA (2560X1600), IPS 타입 패널, sRGB 100%, 165Hz / 240Hz, 350Nits / 500Nits
CPU: AMD Ryzen™ 7 8845HS
GPU: NVIDIA GeForce RTX 4060 / 4070
저장장치: 1TB NVMe SSD
메모리: 32GB DDR5
배터리: 80Wh
크기 및 무게: 35.9 x 26 x 1.99 ~ 2.19 cm, 2.3kg
I/O 포트: USB-C x2 (PD 140W), USB-A x2, Audio Combo, HDMI, 이더넷, DC
가격: 2,372,000원(최소)~2,604,000원(최대)

외형
요즘 고사양 노트북은 게이밍스럽지 않은 게 유행인가 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이면 RGB가 빵빵하고 독특한 외형이 크게 눈에 띄어서 노트북의 형태를 한 게임기에 가까웠는데, 요즘은 과하지 않은 디자인이 크게 주목받는 듯하다. 레노버 리전 슬림 5도 고사양 게이밍 제품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무난한 디자인이 돋보여 마치 사무용 또는 크리에이터 용도의 노트북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알루미늄 재질의 루나 그레이 컬러로 마감되어 있어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레노버 노트북의 큰 특징인 힌지는 노트북의 끝이 아닌 3cm가량 폭을 두고 설치되어 있어 묘하게 든든하단 느낌이 든다. 하부 상단에 포트별 아이콘이 그려져 있어 굳이 뒤로 돌려보지 않아도 쉽게 제자리를 찾아 포트를 꽂을 수 있다는 편의성도 챙겼다.

▲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노트북의 모습이다

▲ 아무리 봐도 그냥 사무용 노트북 같은 느낌이다

▲윗면은 이런 느낌. 각인된 레노버, 리전 로고가 포인트

▲ 측면은 이런 모습

▲ 디스플레이는 최대 180도까지 펼쳐진다

▲ 아래의 모습. 큼지막한 고무 받침대와 통풍구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 위에서 보면 뒷면에 포트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아이콘이 그려져 있다. 은근히 좋은 편의성

▲ 뒷면은 USB A타입x2, 이더넷, HDMI, 전원 포트가 있다

▲ 오른쪽은 SD 메모리 포트와 프라이버시 셔터 버튼이 있다

▲ 왼쪽은 USB C타입x2, 오디오 잭이 있다

▲ 상당히 인상적인 힌지의 위치


키보드 / 내부
이거 볼 수록 괜찮은데?

내부를 열자 잠깐 특별할 게 없어 보였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이 여럿 보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전원 버튼의 위치와 멀쩡하게 생긴 방향키다.

전원 버튼은 키보드와 딱 붙어있지 않고, 키보드 중앙 상단에 살짝 떨어져 있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디자인도 깔끔한 데다 잘못 누를 위험을 없앴기에 가산점을 주고 싶다. 방향키도 살짝 아래로 빼 오입력의 위험을 제거하고, 공간을 확보해 온전한 크기의 방향키를 탑재한 것이 크게 마음에 들었다. 정말 사소한 차이지만 큰 만족도를 느꼈다.

▲ 전체적인 키보드 모습

▲ 방향키를 살짝 아래로 빼 버튼 모양을 온전히 살렸다

▲ 중앙에 위치한 전원 버튼. 키보드와 살짝 떨어져 있어 오입력할 위험이 없다

▲ 키보드는 RGB 백라이트가 적용되어 원하는 패턴을 적용할 수 있다

▲ FHD 해상도를 지원하는 카메라


디스플레이
2.5K 해상도와 안티글레어의 콜라보

디스플레이의 스펙은 기본적으로 2.5K 해상도에 IPS 패널이며, 안티글레어 을 탑재했다. 주사율은 165Hz와 240Hz, 밝기는 350Nits와 500Nits로 가성비 또는 고사양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주 사용처와 지갑 사정을 고려해 선택하는 게 좋겠지만, IPS 모델인 데다 안티글레어가 적용되어 밝은 조명을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350Nits 제품을 사용하기에도 큰 문제는 없었기에 적당히 타협하는 것을 추천한다.

16인치에 2.5K 해상도니 아주 깔끔하게 보였으며, 색 재현율도 높아 화려한 색감도 왜곡 없이 잘 표현되었으며 IPS 패널이 적용되어 측면에서도 충분히 잘 보였다.

▲ 전면에서는 깔끔하게 잘 보인다

▲ 측면에서는 살짝 어두운 듯 보이지만, 안티글레어가 적용되어 충분히 잘 보인다

▲ 화사한 색감도 무리 없이 잘 표현한다


벤치마크
게임 돌리기 전 점수부터 매겨보자

외형을 알아보았으니 성능을 알아볼 차례다. 게임을 돌리기 전, 먼저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시네벤치 R23과 3DMARK로 테스트했다. 3DMARK는 파이어 스트라이크와 타임 스파이를 일반 / 익스트림만 구동했다. CPU는 이미 검증된 라이젠 7 8845HS라 큰 걱정이 들지 않고, GPU도 4070인 데다 TGP도 140W로 적당히 높은 편이니 꽤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제 벤치마크 결과 상당히 높은 성적이 나왔다. 시네벤치 R23은 싱글 코어 1,769점, 멀티 코어 17,637점이 나왔다. 파이어 스트라이크는 27,778점, 익스트림은 14,342점이 나왔으며, 타임 스파이는 12,840점, 익스트림은 6,040점이 나왔다. 동일 성능 제품 기준 베스트 점수보다 약간 못 미치지만 심각할 정도의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슬림 모델인 것으로 고려하면 이 정도의 안정적인 점수가 나오는 것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 실수로 자동 모드로 돌려 성능 모드로 다시 테스트했다. 싱글 코어 기준 1,769점

▲ 멀티 코어는 17,637점이 나왔다. 웬만한 데스크탑 제품에 밀리지 않는 점수다

▲ 파이어 스트라이크는 27,778점

▲ 익스트림 기준 14,342점

▲ 타임 스파이는 12,840점

▲ 익스트림은 6,040점 나왔다


게임 벤치마크
자, 이제 실전이다

벤치마크 점수는 준수하게 나왔다. 그렇다면 실제 게임으로 테스트할 차례다. 사이버펑크 2077과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로 게임 벤치마크를 하고, 출시 이후 최적화 이슈가 있는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와 함께 PUBG, 로스트아크를 최고 사양으로 플레이했다.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기존 2.5K 해상도 기준, 최고 옵션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60FPS 이상을 유지하는 것을 보여줬다.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는 최고 옵션으로 설정해도 일부 옵션이 보통으로 잡혀 있어 강제로 올렸음에도 높은 프레임을 유지했다. 가장 걱정이 되었던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일부 로딩 렉, 게임 자체의 끊김을 제외하면 최소 59, 평균 90FPS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 레이 트레이싱: 오버드라이브 옵션 기준 평균 75FPS, 최소 65FPS로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 울트라 베이스에 기타 옵션을 모두 최대로 올린 결과 평균 88FPS를 달성했다


▲ 로스트아크의 모든 옵션을 최대로 설정. 해상도만 16:9 비율로 설정했다

▲ 즉시 카던으로 가서 테스트를 진행

▲ 여러 스킬 이펙트가 발생해도 프레임이 안정적이다



▲ 배그도 모든 옵션을 최대로 올렸다

▲ 건물 안처럼 한정적인 공간에선 100FPS 넘게 유지

▲ 넓은 평야에서 80~110의 FPS를 유지

▲ 전투 시에도 끊김이 없다


▲ 출시 당시 최적화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 모든 옵션은 최대다

▲ 오브젝트나 NPC가 많은 마을은 가끔 50 후반까지 떨어지며, 평균 60대를 유지한다

▲ 전투 때는 프레임이 더욱 안정된다

▲ 밀폐된 공간에서의 전투는 더욱 높은 프레임을 확보


마치며
그래서 총평은?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이라 꼽을 수 있는 라이젠 7 8845HS와 RTX 4070은 확실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슬림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탑재된 프로세서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해 웬만한 고사양 데스크탑 수준의 성능을 보여줬기에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옵션 타협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위에서 언급했듯, 텐키가 있음에도 원형을 유지한 방향키와 멀찍이 떨어진 전원 버튼은 크게 칭찬하고 싶다. 그 외에도 안티 글레어나 슬림 베젤, 프라이버시 셔터 기능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적용된 것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PD 140W 충전을 지원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해당 충전 케이블은 별도 구매란 것이 아쉽긴 하지만, 보통 PD 충전은 100W까지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매력적이며, 진정으로 휴대하기에도 좋은 제품임을 어필했다.

가격 대비 웬만한 기능을 모두 갖춘, 팔방미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제품이다. 성능, 디자인, 편의성, 기능 모두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만족스러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