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할 때 중요한 건 뭘까? 이 질문에는 수많은 답이 존재한다. PC 자체 성능은 물론이고 주변 기기, 모니터, 심지어 게임할 때의 환경까지도 모두 게임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모니터다. 모니터는 가장 중요한 시각적 정보를 모두 담당하는 주요 제품이다.
특히 다른 제품은 새로운 기능이 계속 추가되고, 성능이 올라가면 바꿀만하지만 모니터는 썩 자주 바꾸기가 애매한 느낌이다. 가격의 문제라기보단 기존에 사용 중인 제품을 처리하고 새로 교체하기엔 애매한 느낌이다. 디스플레이도 계속 발전하고 있긴 하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바꾸기엔 애매하고, 그 차이를 체감하기도 조금 어렵고, 또 부피도 커 처리하는 것도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보통 PC를 맞출 때 모니터도 예산 내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구매하길 권장하는 것이다.
그럼 모니터를 살 때 뭘 고려해야 할까. 실은 이것도 대부분은 익히 알 것이다. 패널이 뭔지, 크기, 해상도, 최대 주사율, 최대 밝기, 명암비, 색 재현율, 기타 등등 말이다. 다른 것이야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손해 볼 일은 없는 부분이나, 딱 하나, 크기만큼은 다르다.
크기는 말 그대로 사용자의 취향과 주 사용처에 따라 다르다. 작은 화면을 집중하면서 보고 싶다면 24~27인치를 선호할 것이고, 더욱 쾌적한 크기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32인치 이상의 모니터를 고려할 것이다. 평소 게임에 집중하면 멀티태스킹을 못 하기도 하고, 듀얼 모니터를 선호하다 보니 27인치를 선호하며 32인치 이상의 모니터는 사용하질 않는다.
게다가 패널도 항상 IPS를 고집하는데, 아무래도 OLED의 고질병인 번인 현상이 걱정돼서다. 물론 요즘은 번인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완벽한 방지 기술은 아니라는 생각에 OLED 패널은 조금 멈칫하게 된다. 그런데 회사에 갑자기 삼성 모니터가 들어왔다. 그중 32인치에 OLED가 탑재된 제품이 있다며 적당한 모니터만 사용해 왔으니 체감을 솔직하게 써보는 게 어떻겠냐며 일을 떠맡게 되었다. 이마트에서 보는 것과 직접 쓰는 건 또 느낌이 다를 거라며 권장받은 이상 직접 해볼 수밖에 없었다.
전자 제품은 무릇 역 체감이 상당하지 상위 제품으로 바꿨을 때의 체감을 느꼈다는 경우는 비교적 많지 않았기에 별 차이가 있겠냐며 코웃음을 치며 포장을 뜯었다. 그때 거부했어야 했다. 핫딜 게시판에 모니터를 검색하고 있을 미래를 예상해야 했다.
오늘의 실험에 쓰일 제품은 이 녀석
오디세이 OLED G8
오디세이 OLED G8은 4K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모니터다. 단순히 OLED 패널이 탑재된 좋은 모니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여러 이로운 기능이 많이 탑재되어 있다. 그중 게임을 할 때 아주 좋을 것 같은 기능 몇 가지만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OLED 패널이 탑재된 만큼 단순히 색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명암 표현도 풍부해 어두운 장면도 몰입해서 볼 수 있다. 또한 글레이 프리라는 빛 반사 효과가 적용되어 기존 반사 방지 필름보다 54% 개선되어 어두운 장면이나 로딩 중일 때 몰입을 깨지 않는다. 게다가 최대 240Hz의 주사율을 지원하며, 0.03ms 응답 속도를 자랑해 게이밍에 완벽한 환경을 지원한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진동형 히트 파이프를 모니터에 탑재해 OLED 번인 현상을 최대한 방지했다고 한다. 이 방식은 모니터의 상태에 따라 냉각수를 기화, 액화시켜 열을 분산시키고 코어 온도를 낮추는 쿨링 시스템이라 한다. 이는 기존 흑연 시트 방식보다 5배 정도 효과적이라 하니, OLED 모니터의 수명을 대폭 늘려줄지 기대되었다.
AI 기능도 빠질 수 없다. 화면의 전체적인 밝기를 분석해 스스로 선명도나 채도, 블랙 디테일을 최적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상황이 발생해도 선명하고 몰입도 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이밍 허브를 통해 게임을 스트리밍할 경우, AI를 통해 4K에 가까운 화질로 업스케일링을 해준다.
좋은 기능 많은 건 알았으니 게임을 해볼 차례
까짓거 게임 한번 돌려보죠
주요 포인트만 소개했음에도 상당히 많은 기능을 나열했다. 그만큼 정말 좋은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는 건데,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보기에 좋은 모니터인가'다. 이런저런 기능이 있다고 할지라도 실제 주로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이 따르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나온 게임 중, 좋은 그래픽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퍼스트 디센던트와 화려한 색감이 눈에 띄었던 쿠니츠가미를 플레이해 보았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언리얼 엔진 5.2를 사용한 게임답게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최적화 이슈가 아직 있는 탓인지 요구하는 사양도 꽤 높은 편이다. 먼저 모니터의 색감을 건들지 않은 채, 게임 모드로만 설정했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색감 자체가 상당히 밝은 편인데, 약간만 어둡게 설정하면 건물 내부나 동굴 속은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어두워진다. 그래서 짙은 색감을 원하는 유저에겐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이를 오디세이 OLED G8가 어느 정도 보완해 주는 모습을 보였다. 어두운 곳에 가더라도 평소에 사용하던 모니터보다 훨씬 잘 보였으며, 덕분에 원하던 진한 색감으로도 즐기기에 쾌적했다.
쿠니츠가미는 푸른색이 겉도는 배경에 붉은색 오브젝트, 이펙트가 강조되는 색감이 돋보이는 영상미가 큰 특징이며, 전체적으로 어두워지는 '밤' 시간대에 음영 표현력을 측정하기 좋아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밋밋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밤 시간대가 되자 OLED가 가진 매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화려한 색조가 뒤섞이는 장면이 나올 때면 눈이 호강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요즘 쏟아져 나오는 서브컬쳐 게임도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 명조: 더 워더링 웨이브도 해보았다. 명조는 기본적으로 어둡게 설정하고 색감을 진하게 만들어 게임을 즐기는 편인데, 그렇다 보니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다. 특히 이런 서브컬쳐 게임은 단색 배경을 사용하거나, 밝은 톤의 여러 색이 섞인 느낌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도 고유의 매력이 느껴질 만큼 섬세한 표현력이 좋았다.
이 눈은 어둠이 잘 보인다...
어두운 곳을 자동으로 밝혀주는 다이나믹 블랙 이퀄라이저
재미있는 기능이 있어 따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게임을 하다 어두운 장소로 진입하면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실수를 유발하는 일을 겪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이나 모니터 자체의 밝기를 올리기엔 너무 눈에 부담이 가고, 색도 물에 탄 듯한 느낌이 들어 여러모로 불편한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자동으로 모니터가 이걸 조절해 주면 어떨까.
오디세이 OLED G8에 탑재된 기능 중 다이나믹 블랙 이퀄라이저가 있는데, 이는 모니터가 게임 화면의 밝기를 분석해 선명도, 채도, 블랙 디테일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기능이다. 덕분에 여러 게임을 할 때마다 일일이 설정을 바꿔줄 필요 없이 최상의 화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이나믹 블랙 이퀄라이저는 최대 5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실사용 체감은 어떨지 간단하게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확실히 다이나믹 블랙 이퀄라이저를 켰을 때 동굴 안이나 그늘이 진 곳 등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곳도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밝아지며 게임을 하는데 상당히 쾌적했다. 다만 밝은 곳은 그대로 있으면서 어두운 곳만 약간 밝게 처리되는 방식을 기대했는데, 전체적으로 밝아지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단순 어두운 곳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밝아져 짙은 색감을 원하는 입장에선 약간 애매하게 다가왔다.
실험 전 모니터 자체의 밝기가 조금 어두워 최대로 설정했던 것을 고려하면, 모니터 밝기를 건들지 않은 채 다이나믹 블랙 이퀄라이저를 설정하면 꽤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 전 모니터 밝기를 최대로 올린 것이 도리어 독이 된 것이 아닐지 추측한다.
색감은 더욱 진하게, 어두운 곳은 더욱 선명하게
이래서 모니터는 한번 살 때 제대로 사야 한다
아무리 똑같은 환경, 똑같은 설정으로 게임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모니터의 성능과 디스플레이 차이에 따라 체감되는 부분이 천차만별임을 깨달았다. 물론 바로 옆에 가져다 대고 비교하지 않는 이상 하위 모델도 못 쓸 정도란 건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역 체감을 고려하면 무시하긴 어렵다. 사용 중이던 모니터를 보니 4K 특유의 날카로운 뚜렷함이 벌써 그리워지고 있다.
평소 FHD 해상도 제품만 사용해 왔기에 그 차이가 분명히 느껴졌다. 미묘하게 각진 느낌이 드는 모서리가 깔끔하고 매끄럽게 표현되는 것을 보면 마치 다음 세대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만큼 컴퓨터의 사양이 받쳐줘야 하겠지만, 그만한 PC를 가지고 있다면 4K를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컴퓨터의 제 성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실험하기 전에는 32인치의 거대한 크기가 너무 걱정되었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게임보다는 영상을 보는데 조금 더 적합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듀얼모니터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32인치 두 개를 사용한다면, 확실히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차라리 오디세이 OLED G8을 메인으로 사용하되 27인치 이하의 모니터를 서브로 사용하거나, 오디세이 OLED G8을 피벗으로 사용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온전히 게임용으로 사용하기에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역시 화면 모서리에 있는 UI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눈이 너무 바빠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모니터의 거리를 멀리하거나, 좀 익숙해지면 괜찮아질지도 모르겠으나, 당장으로썬 너무 눈에 쌓이는 피로감이 크다는 느낌이 강하다. 반대로 큰 화면으로 몰입감 있는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땐 확실히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평소 싱글 플레이 게임을 많이 하는 입장에선, 연출이나 분위기 등을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큰 화면이 몰입감이 높아져 게임에 집중하기 좋았다.
또한 OLED 특유의 화사한 색감과 풍부한 명암비 표현은 확실히 좋았다. 최근 출시되는 AAA급 게임은 대부분 색감을 강조해서 나오는데, 이런 강조된 색감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느낌이 들어 훨씬 화사하고 화려하다는 느낌이 든다. 반대로 고질적인 번인 현상에 대한 걱정도 컸는데, 이를 고려해 AI 기반의 보호 기능과 쿨링 시스템 덕에 이 걱정은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모니터를 구매할 땐 왜 지갑이 허락하는 내에서 최고로 좋은 것을 사야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제 기사도 다 썼겠다, 다시 핫딜 정보를 둘러보러 가야겠다.